팬심 먹는 아이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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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산.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4.08.30 17:17
최근연재일 :
2024.09.15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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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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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7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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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외모 상점창 업데이트

DUMMY

집으로 돌아온 나는 곧바로 Big Mic 담당자에게 메일 답장을 썼다.


<왕따소년입니다. 청취자 대면 오픈 스튜디오 찬성입니다. 참석하겠습니다.>


보내기 버튼 꾹. 이젠 돌이킬래야 돌이킬 수도 없는 거다. 그래, 사나이가 한번 마음을 먹었으면 두말 않고 하는거지.


‘부모님한테 오라고 말씀드릴까? 너무 놀라시려나? 혹시 못 오신다고 하면 어쩌지? 아니야, 그래도 꼭 초대하고 싶어. 내가 얼마만에 무대에 서는건데.’


문득 유치원 때 있었던 재롱잔치 날이 떠올랐다. 그날의 기억만큼은 잊을래야 잊을 수가 없는 일생일대의 사건이었으니까.


그때까지만 해도 내 외모가 다른 아이들보다 떨어진다는 걸 알 리가 없었던 난 그야말로 온 세상을 가진 듯 행복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자유분방하고 쾌활한 성격. 명랑하고 사교적인 타입이었던지라 주변에 친구도 많았다. 선생님들께 사랑도 듬뿍 받고, 좋아하는 노래와 춤도 친구들 앞에서 맘껏 선보였었지.


그래, 그야말로 내 인생 리즈 시절 그 자체였다. 그리고 그 리즈 시절의 정점. 바로 유치원 재롱잔치 날. 그 날이 아직도 선명하게 기억이 나는 건 무엇보다 부모님 덕분이었다. 재롱잔치 메인 이벤트격인 마지막 무대에서 당당하게 솔로로 한 파트를 담당해 춤과 노래를 선보인 나.


그때 무대에서 보던 부모님의 표정이 여전히 생생하다. 세상을 다 가진 표정으로 박수와 환호를 보내시던 모습. 뿌듯한 얼굴로 카메라에 내 모습을 담던 아버지와 벅찬 얼굴로 눈물까지 훔치시던 어머니.


그런 날이 영원할 줄 알았었다. 앞으로도 쭉 그렇게 효도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초등학교 학예회 때 있었던 끔찍한 사건 이후, 내 꿈은 완전히 박살나 버렸었다. 내 못생긴 외모를 이유로 나보다 더 실력이 모자란 아이들 뒤에 수납돼 있어야만 했던 5분의 시간.


기대감으로 가득차 있던 부모님의 표정이 절망과 슬픔으로 변해가는 것을 실시간으로 목격해야 했던 것만큼 가슴 아픈 일은 없었다. 그리고 그 날 이후 난 생각했던 것이다. 어쩌면 더 이상은 부모님께 행복을 드리지 못할지도 모르겠다고.


‘두 분, 다시 웃게 해드리자. 꼭.’


불과 한 달 전만 하더라도 나는 과거의 일을 떠올리며 비참하게 숨기만 했었을 것이다. 모든 게 내 탓이라는 자책과 함께 눈물만 씹어 삼키고 있었겠지.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하루하루 내 마음가짐이 달라지고 있고, 바닥을 치던 자존감도 다시 되찾고 있다. 그리고 나에겐,


[현재 애정도는 219점입니다]


무엇보다 든든한 내 편이 있으니까.


딩-


핸드폰에서 알람이 울린 것은 그때였다.


-잘 들어갔어? 벌써 자는 건 아니겠지? ㅎㅎ 메일 주소 알려줘~ 문자로 보내려고 했는데 용량 커서 안간대.


수현이었다. 어느덧 밤 열두시가 다 된 시간. 혹시 이 늦은 시간까지 안 자고 계속 편집한거야?


내 메일주소를 알려주자 얼마 지나지 않아 처음 보는 주소로부터 메일이 한통 도착했다. 내용을 확인해보니 예상대로 수현이었다.


-생각보다 결과물이 좋아서 빨리 편집하고 싶더라고. 물론 엄청 손봐야되는 가편집본이긴 하지만 너한테도 빨리 보여주고 싶어서! 오늘 진짜 고생 많았다. ㅎㅎ 조만간 또 연락할게! 잘자고. 굿나잇!


텍스트만으로도 수현이의 밝고 명랑한 목소리가 들리는 듯 해 기분이 좋았다. 메일에는 영상파일이 세 개 첨부 돼 있었다. 전부 다운 받아 하나씩 재생에 들어간다.


첫 번째 파일은 NG컷까지 전부 다 담긴 메이킹 필름 느낌의 원본.

두 번째 파일은 귀가 후 지금까지 편집했다는 가편집본.

그리고 마지막 세 번째 파일은,


‘이 영상까지 따로 만들어줬어?’


바로 클라이막스 격인 마지막 장면. 내가 김희성의 ‘왜 난 안되나요’를 떠올리며 감정연기를 했던 바로 그 씬만 따로 편집을 한 영상이었다. 짜식. 감동인데?


-영상 잘 확인했어. 너 편집 잘하더라. 고마워. 나중에 작업 다 끝나면 완성본도 보내줘. 너도 좋은 밤 보내고. 수고했어!


뭐라고 고마움을 전할까 한참을 쓰다 지우다를 반복하다 마지막 문자를 보내고 침대로 다이빙했다.


하루가 유난히 긴 기분이었다. <황금 마이크> 2차 마지막 방송을 무사히 끝낸 게 오늘 아침. 거기에 Big Mic의 결승 설문부터, 우연 같았던 성화여고 영상동아리 애들과의 만남, 웹드라마 촬영까지.


베개에 머리를 누이니 그제서야 눈꺼풀이 천근만근 무겁다는 게 느껴졌다. 하지만 그럼에도 마음만큼은 날아갈 듯이 가벼웠다. 열심히 산다는 게 이런 느낌인걸까? 가슴 속 깊은 곳에서부터 차오르는 뿌듯함을 느끼며 나는 금세 잠에 빠져들었다. 아주 기분 좋은 밤이었다.


***


아침에 눈을 떠보니 Big Mic 측으로부터 회신이 와 있었다. 나를 포함한 결승 진출자 다섯명 모두가 대면 라이브 방송에 찬성했다는 내용. 그말인즉슨, 이제 며칠 후면 결승진출자 DJ 모두가 한자리에 모이게 된다는 뜻이다.


‘1위 DJ 달콩도 당연히 오겠지?’


이왕 <황금 마이크>에 도전하기로 한 거, 내 목표는 당연히 1등이었다. 그렇기에 늘 최상위 랭크를 차지하고 있는 달콩이 의식될 수밖에 없는 상황. 이번 3차 현장에서 제대로 내 존재감을 드러내야 한다. 그래야 Big Mic의 최강자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노래야 자신 있었다. 내가 잘할 수 있고 좋아하는 장르는 누구보다 내가 잘 알았으니까. 그렇다면 현장을 찾아와줄 청취자들의 마음을 사기 위해서는 시각적 전략이 필요했다. ‘왕따 소년’이라는 닉네임과 캐릭터에 반전을 줄 수 있는 효과가 뭐가 있을까.


나는 일단 거울 앞에 서봤다. 현재 내 모습을 체크해보는 게 제일 중요하니까. 솔직하게 누가 봐도 여전히 감탄이 나올만큼 잘생긴 외모는 아니었다. 하지만 이전과는 확실히 달라진 모습이었다. 그것만큼은 자신 있었다.


꾸준한 운동과 규칙적인 생활을 통해 어느 정도 균형이 잡히게 된 몸. 다행스럽게 키는 부모님을 닮아 처음부터 꽤 컸던 터라 문제가 되지 않았다. 거기에 깔끔하고 단정하게 자른 머리카락까지 더해지니 일단 인상이 비호감처럼 보이진 않았다. 객관적으로 보더라도 히키코모리로 살 때에 비해서는 확연히 괜찮아진 외모다.


‘어제 그 옷, 다시 입어볼까?’


웹드라마 촬영을 하며 협찬 받았던 옷이 생각나 옷장에서 다시 의상을 꺼냈다. 갈아입고 나니 아니나 다를까 내가 봐도 분위기가 확 달라진다.


‘역시 사람 이미지에 의상도 한 몫 하는구나.’


지금까지는 몰랐던 사실을 어제 있었던 사건들로 인해 새삼 깨달은 기분이 들었다. <황금 마이크> 결승 전에도 사장 누님을 한번 찾아뵈어야지. 사정을 말하면 이보다 더 어울리는 옷을 찾아주실지도 모른다. 든든한 지원군이 생겼다는 생각에 얼굴에 절로 미소가 피었다.


어디보자, 다음은 얼굴.


나는 거울 앞에 한발 더 다가서서 내 얼굴을 뜯어보듯 자세하게 찬찬히 훑어봤다. 길었던 머리칼이 시원하게 잘려나가고 난 후라 그런지 이목구비가 더 선명하게 눈에 들어왔다. 눈은 여전히 작고, 코도 납작한 것 같고, 입술도 아직까지는 마음에 들지 않는다. 그럼에도 조금은 봐줄만 했던 건 그동안 상점창을 통해 귀의 생김새를 바꾸고, 피부가 업그레이드 중이기 때문인 거겠지.


‘결승 전까지 상점창을 어떻게 활용해볼까?’


거울을 빤히 들여다보던 나는 새삼 신기해져서 웃음을 짓는다.


‘재밌네. 예전엔 그렇게도 들여다보기 싫었던 거울인데. 이젠 오히려 거울을 들여다보면서 해결책을 찾으려고 하다니.’


어느 새 더 나은 모습으로 성장하고자 마음 먹으며 적극적으로 변한 내 성격이 낯설면서도 반가운 기분이 들었다. 이렇게 하나 둘 해나가다보면 언젠가는 내 궁극의 꿈, 아이돌의 세계로까지 진입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상점창.’


두근대는 맘으로 나는 일단 상점창을 불러들였다.


피부 업그레이드를 진행할 당시 내가 가지고 있던 애정도는 488점. 그 중에 350점을 깐달걀피부 선택에 사용하고 총 138점이 남았었다. 그리고 황금마이크 미션을 진행하며 새로 얻게 된 애정도가 81점. 고로 현재 나에게 남아있는 총 애정도는 상점창이 보여주고 있는대로 219점이 맞았다.


‘다음 외모는 어떤 걸 고쳐볼까.’


피부에 좀 더 투자하고 싶지만 그렇다기엔 가지고 있는 애정도가 조금 모자랐다. 피부는 추후에 더 많은 팬이 생기고 나면 그때 다시 레벨업하기로 하자. 그렇다면 어떤 쪽에 힘을 쏟는 게 맞을까?


나는 고민에 빠진다. 그러다 어젯밤 수현이가 보내준 영상들을 다시 확인해보기로 했다. 신기하게 거울로 지금 보는 내 모습보다 카메라를 통해 찍힌 모습이 훨씬 나아보인단 말이야. 이게 화면빨이라는 건가?


아니, 단순히 화면빨이라고만 보기에는 뭔가가 달랐다. 왜일까?


몇 번이나 거울 속 얼굴과 화면 속 내 모습을 비교해보다가 나는 뭔가를 깨달았다. 내가 거울 속의 나를 들여다볼 때는 이목구비 하나하나를 뜯어보며 평가하고 있었다면, 화면 속 내 모습을 보면서는 구도와 밸런스에 맞춰 내 전체적인 모습을 보고 있었던 것이다.


‘...분위기가 달라.’


그래, 사람을 볼 때 생김새만큼이나 중요한 게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고유의 분위기나 이미지다. 그것만큼 사람의 매력을 좌지우지하는 것도 없지.


TV에 나오는 연예인들만 봐도 그렇다. 소름 끼치게 잘 생긴 배우지만 어쩐 일인지 더 이상 작품에 나오지 않는 사람들도 많고, 그다지 잘 생겼다는 느낌은 없지만 누구에게나 사랑 받는 사람이 있다. 아마도 그게 매력의 차이라는 걸까?


근데 이 상점창에도 그런 걸 조절할 수 있는 항목이 있었던가? 아직까진 못 봤던 것 같은데. 나는 일단 상점창에서 선택할 수 있는 탭들을 다시 하나씩 꼼꼼하게 살펴보기로 마음 먹었다.


1. 눈

2. 코

3. 입

4. 귀

5. 피부

.

.

.


일단 여기까지는 주아 덕분에 처음 상점창을 알게 됐을 때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그런데 이 묘한 이질감은 뭐지?


한참을 들여다본 후에야 나는 변화가 생겼음을 깨달았다. 헐. 설마 이거?


설정창에 빨간 동그라미가 하나 떠있다. 나는 재빨리 설정창을 탭해 세부창을 띄워본다. 그러자 짧은 공지 메시지가 떴다.


[상점창 업그레이드 완료]


업그레이드?


공지를 확인하자 이전에는 없었던 뭔가가 메인창에 생겼다. 스크롤이다. 스크롤이 생겼어!


나는 손가락으로 재빨리 상점창의 스크롤을 터치해 아래로 내려보았다. 그러자 처음 보는 선택지가 눈에 띄기 시작했다.


.

.

.

9. 이미지

10. 인상

11. 표정



순간 팔뚝에 소름이 돋아났다. 본능적으로 느낌이 왔다.


‘그래, 이거야. 황금 마이크에서 1등을 거머쥘 내 치트키.’


현재 애정도는 219점.

황금마이크 결승까지는 딱 10일 남은 오늘.


나는 신중한 눈길로 새로 뜬 선택지들을 하나씩 뜯어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곧 하나를 선택해 꾹 눌렀다.


온 우주가 나를 돕고 있구나. 기분 좋은 예감이 산들바람처럼 나를 스치고 지나갔다.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내일 저녁 8시 40분에 뵙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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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황금 마이크 결승 D-DAY (2) 24.09.11 31 3 15쪽
11 황금마이크 결승 D-DAY (1) 24.09.09 38 3 12쪽
10 나만의 필승 전략 24.09.08 38 3 12쪽
» 외모 상점창 업데이트 24.09.07 38 3 11쪽
8 이거 설마 프리 데뷔? 24.09.06 37 3 13쪽
7 남자 주인공? 내가? 24.09.05 41 3 13쪽
6 썬 보이즈 형님들 땡큐! 24.09.04 41 3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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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인생 첫 생방송 24.09.02 49 3 15쪽
3 왕따 소년 데뷔합니다 (2) 24.09.01 56 3 12쪽
2 왕따 소년 데뷔합니다 (1) 24.08.31 65 3 17쪽
1 내 이름은 존못남 +1 24.08.31 86 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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