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심 먹는 아이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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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산.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4.08.30 17:17
최근연재일 :
2024.09.15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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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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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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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8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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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나만의 필승 전략

DUMMY

“우리 아들, 요즘 왜 이렇게 이뻐졌대?”


아침 운동을 나서기 전, 오늘도 나를 배웅하기 위해 굳이 아침잠을 포기하고 거실로 나선 엄마가 말씀하신다.


“에이. 다 큰 놈한테 이쁘단 말이 뭐예요.”

“태산만큼 커져도 엄마한테는 늘 애기지 뭐. 그리고 진짜 이뻐서 하는 말이다 너? 거울 좀 봐봐. 우리 환호 얼마나 이뻐졌는지.”


엄마의 격려 섞인 빈말이라는 걸 알면서도 나는 등쌀에 못 이긴 척 거실 전신 거울 앞에 가 섰다. 운동을 나가기 전이라 대충 츄리닝만 걸쳐 입은건대도 왠지 편안하고 자연스럽게 훈훈한 분위기가 뿜어져 나왔다.


“에이, 진짜 이뻐지려면 한참 멀었네. 다녀올게요 엄마.”


아닌척 하면서도 은근히 기분 좋아 엄마를 한번 안아드리고 집밖으로 나선다. 이제 막 동이 튼 직후라 햇살이 따뜻하게 머리 위로 쏟아져내린다.


엄마의 평가 아닌 평가를 듣고난 후 난 며칠 전 내 선택이 옳았다는 걸 다시 한번 직감했다.


새로 업데이트 된 선택지들은 그야말로 황금 마이크 결승을 앞둔 나에게 구미가 당길만한 내용들을 담고 있었다. 우연히 하게 된 웹드라마 촬영이 아니었더라면 나는 계속해서 생김새만이 외모의 전부라 여기며 이목구비와 피부를 고치는 데에만 혈안이 돼 있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순수하고도 차분한 이미지의 캐릭터를 연기하며, 사람이 누군가에게 매력적으로 보이려면 생긴 것에 못지않게 분위기와 스타일링 또한 한몫을 한다는 걸 새삼 다시 깨닫게 됐다.


그런 의미에서 내가 구매한 [이미지]는 탁월한 선택이라고 볼 수 있겠다. 새로 업데이트 된 선택지들은 어마어마한 양의 세부 선택지를 가지고 있었다.


내가 선택한 [이미지]만 보더라도,


[장난기 많은 남사친 이미지]

[차분한 교회 오빠 이미지]

[세상 만물에 능통한 노련한 이미지]

[사연 있어 보이는 고독한 이미지]


등등, 이외에도 수많은 세부 설정이 숨겨져 있었다. 여기에 추후 더 업데이트 될 것들까지 고려해본다면 아마도 [이미지] 선택지 하나만으로도 무궁무진한 캐릭터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다. 그말은 곧? 애정도만 있다면 나 또한 그 수많은 캐릭터들을 내 것으로 만들 수 있다는 것.


‘다양한 캐릭터와 분위기를 낼 수 있다는 것. 아이돌한테 그것만큼 장점은 없지.’


수많은 세부 설정 중에서 고민 끝에 내가 선택한 이미지는 두 가지였다.


[길가는 누구나 돌아보는 주인공 이미지]

[힘든 상황에도 절대 포기하지 않고 전진! 노력하는 천재 이미지]


각 이미지의 구매에 필요한 애정도는 100점이었다. 구매 시 남아있던 애정도가 219점이었기에 망설임 없이 두 개의 이미지를 한번에 획득했다.


노력하는 천재 이미지는 앞으로의 황금마이크 무대에 꼭 필요한 가면 중 하나였다. 더군다나 내가 선곡할 노래가 일반적인 것이 아니었기에 더더욱 그랬다. 나는 이 무대를 완전히 열정으로 불태워버릴 작정을 하고 있었다. 그만큼 고민해야 할 지점도 많았기에 더더욱 내 스스로에게 필요한 이미지였다. 무엇보다 ‘노력하는 천재’ 라는 말이 참 멋지지 않은가! 앞으로 내 꿈을 향해 달려갈 모습에 딱 들어맞는 말이었다.


그리고 ‘주인공 이미지’는...


-뭐? 추가 촬영을 하고 싶다고?

“응. 혹시 장비 대여 비용이 필요하면 내가 지불할게. 보내준 영상 보다 보니까 아쉬운 점이 좀 많아서. 너희 이거 공모전에 제출할거라며.”

-아... 어 그렇긴 하지. 근데 네가 그렇게까지 고생할 필요는 없는데. 괜찮겠어?

“나도 하다 보니까 욕심이 좀 생기더라고. 이래봬도 ‘주인공’이잖냐.

-오, 마인드 엄청난데. 알았어. 그럼 한아랑 얘기해보고 조만간 스케줄 잡자.

“고마워. 참, 그리고 촬영 스케줄 말이야. 혹시 가능하면 나 공연 전으로 잡을 수 있을까?”

-공연? 아 맞다. 너 빅마이크 행사 있댔지. 오케이 알았어.

“그래, 그럼 연락줘. 기다릴게.”


웹드 감독 수현이가 보내준 영상을 몇 번이나 반복해 돌려보고 나서 고르게 된 선택지였다.


분명히 작게라도 달라진 얼굴과 스타일링 변신으로 인해 예전의 나라면 상상도 못해볼만큼의 영상이 나온 것은 확실했다. 하지만 이건 사적인 용도가 아닌 영상. 자꾸만 아쉬움이 남았다. 그리고 몇 번이나 확인해본 결과 그 아쉬움은 나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것이었다.


‘주인공임에도 주인공 아우라가 부족해.’


자존심이 상했지만 인정해야 하는 부분이었다. 아직 나에게는 부족한 개성. 그런 마음으로 결정한 두 번째 선택지였다.


주인공 이미지까지 마저 고르고 나서 나는 곧바로 수현이에게 연락을 했었다. 그렇게 잡게 된 추가 촬영 스케줄. 나는 며칠 후 있을 촬영을 기다리며 운동장으로 달려나갔다.


빠짐없이 매일 운동을 시작한지 어느덧 두달째. 바뀐 계절만큼이나 한층 가벼워지고 단단해진 몸이 기분좋은 숨을 내뿜는다. 애정도로 구매한 외모와 이미지가 있더라도 무엇보다 중요한 건 그것을 유지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는 노력의 뒷받침이다.


그렇게 웹드라마의 추가 촬영일도, <Big Mic> 최대 행사 황금마이크의 결승도 서서히 다가오고 있었다. 인생 2막을 꿈꾸는 나에게 무엇보다 큰 도약이 되어줄 아주 중요한 사건들이었다.


***


-환호, 나 편집 하면서 깜놀해서 연락함. 너 며칠 새에 무슨 일이 있었던거야? 추가 촬영하길 진짜 잘했다....

“왜. 이번에 찍은 게 더 나아?”

-말해 뭐해. 너 완전 다른 사람 된 것 같다니까? 갑자기 어디 가서 연기라도 배운 거 나타난거냐? 아니지. 이건 연기 문제가 아니야. 아, 설명하기 되게 어려운 느낌이긴 한데 갑자기 확 사람을 잡아끄는 매력이 생겼다고 해야 되나?

“이제 좀 주인공다워졌다, 그 말이지?”

-헐. 어 딱 그거야. 완전 주인공 아우라. 그게 더해지니까 갑자기 작품 퀄리티가 확 올라간 느낌이라니까.

“그렇다면 다행인거지 뭐. 공모전 제출 이제 진짜 얼마 안 남았다고 그랬지? 조금만 더 힘내라. 필요한 거 있으면 언제든 연락하고.”

-어, 그럴게. 완전 땡큐. 너도 공연 얼마 안 남았지? 내일 모레라고 그랬나? 그때 한아랑 가서 연락할게. 금방 보자!


며칠 후, 추가 촬영을 마친 뒤 수현이에게서 걸려온 전화. 촬영 현장에서도 충분히 느꼈던거지만 확실히 ‘이미지’의 효과가 드러나기 시작한 것 같다. 만족스러운 평가를 보이는 수현이의 말에 난 더욱 자신감을 얻었다.


이 정도면 내일 모레 있을 황금마이크 결승에서도 확실히 눈도장을 찍을 자신이 있었다. 나는 잠들기 전 컴퓨터 앞에 앉아 공연날 부를 노래와 대본을 다시 한번 체크했다. 내게 주어진 시간은 5분. 1분 정도는 간단한 토크와 자기소개를 하고, 남은 4분은 온전히 노래에 쓰기로 했다.


내가 한 선곡은 ‘썬보이즈’의 역대급 타이틀곡 ‘비포 선 라이즈’. ‘썬보이즈’ 형님들 팬 인증을 하며 결승에 진출하게 될 시 그들의 노래를 부르겠다고 한 약속을 이제야 제대로 지키게 된 셈이었다.


이 곡은 다섯 명의 멤버가 번갈아가며 신들린 가창력을 마음껏 뽐내는 댄스곡이었다. 웅장한 비트, 관객의 정신을 쏙 빼놓게 하는 랩과 보컬의 빠른 교차, 거기에 피를 토하는 듯한 고음의 향연까지. 이 다섯 명은 그것을 모두 라이브로 진행하면서도 완벽한 퍼포먼스까지 해냈었다. 아이돌 지망생으로서 선망하지 않을 수 없는 곡이자 무대였다.


사실 ‘썬보이즈’의 다른 명곡들을 선택할 수도 있었다. 내 특장점을 살릴 수 있을만한 편안한 발라드도 있었고, 이만큼 격렬한 비트가 아닌 적당한 댄스곡 중에 유명한 곡들도 많았으니까.


하지만 그럼에도 내가 이 극악의 난이도를 자랑하는 ‘비포 선 라이즈’ 라는 곡을 선택하게 된 건 지극히 의도적인 일이었다. 아이돌이라는 직업을 다시는 꿈꿀 수 없을만큼 완전히 자존감이 박살났던 학창시절. 아무리 실력이 뛰어났다 한들 그놈의 외모 때문에 모든 것을 포기한 채 돌아서야 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많은 게 달라졌다. 하고 싶은 게 있으면 얼마든지 도전할 수 있고, 보여주고 싶은 게 있다면 마음껏 보여줄 수 있는 기회를 얻었으니까.


나는 황금마이크를 통해 내 인생 2막의 시작을 그 누구보다 화려하고 드라마틱하게 열고 싶었다. 인생의 정점. 아직 어린 나이지만 그 꼭대기에 서서 내 이름 임환호를 세상 사람 모두에게 각인시키고 싶은 마음이었다.


나는 미리 편곡해둔 ‘비포 선 라이즈’를 실행시켰다. 몇 번이고 수정을 더해가며 제작한 MR이라 귀가 까다로운 편인데도 만족감이 느껴졌다.


내가 아무리 자신있는 노래라 할지라도 이 곡은 엄청난 실력을 자랑하는 멤버 다섯이 완성시킨 노래라서, 나 혼자의 힘으로는 원곡 그대로의 라이브 맛을 살려내기가 어려운 게 사실이었다. 그렇다고 뻔하디 뻔한 발라드 편곡으로 그저 그런 무대를 만들고 싶지 않은 게 내 욕심.


최대한 원곡의 강렬함을 살린 채 혼자서 부르더라도 그 풍성함이 다 살 수 있을만한 방법을 찾아야했다. 그래서 선택한 게 코러스 녹음.


여러 레이어의 음을 쌓아 화음을 만들면 마치 여러명이 코러스를 하고 있는 듯, 꽉 찬 청각적 만족을 얻을 수 있다. 적재적소에 코러스를 깔아두면 혼자서 라이브를 하더라도 비어보이는 듯한 느낌은 최대한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 더해 준비한 것이, 바로 랩과 춤. 내가 아직 가왕 수준의 노래 실력을 가진 건 아니겠지만, 보컬로서는 어디에서도 뒤지지 않을만큼의 능력치는 가졌다고 자부한다. 특히 내 장점은 라이브 실력. 태어날 때부터 몸에 장착돼 있는 깡과 끼까지 더해진다면 무대에서 노래 실력만큼은 제대로 뽐낼 수 있을거란 자신감이 들었다.


하지만 ‘비포 선 라이즈’는 보컬 실력만큼이나 화려한 랩과 퍼포먼스 또한 중요한 포인트가 되는 곡. 나는 랩과 보컬이 빠르게 교차하는 곡의 클라이막스를 장식하기 위해 황금마이크 경연이 진행되는 내내 하루에 두시간씩 매일 꾸준하게 연습을 해왔다. 다행스럽게도 임팩트는 크지만 곡 안에 들어있는 랩의 분량이 많지는 않은 편이라 금방 따라잡을 수 있었다.


흔히들 보컬은 랩을 못한다는 편견들이 많지만 내 생각은 달랐다. 노래에서 중요하게 여겨지는 음감만큼이나 뺄 수 없는 게 바로 리듬감이다. 리듬감을 타고난 사람이라면 비트를 쪼개고 그 위에 플로우를 얹는 게 그리 어렵지 않다. 물론 전문적인 래퍼만큼은 아니겠지만, 한 곡 내에서 충분한 하이라이트가 될만한 랩을 내뱉는 데에는 전혀 문제가 없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춤. 몇 년전만 하더라도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을만큼의 춤실력은 가지고 있다고 자부했는데. 교내에서 왕따가 되며 몸을 사렸더니 확실히 실력도 예전만하지 않았다. 거울을 보며 간단한 동작들을 따라해보는데, 옛날만큼의 멋이 살지 않는다고 느껴졌달까.


그래도 매일 쉬지 않고 운동과 스트레칭을 한 탓에 몸이 많이 굳지는 않았다. 곡이 진행되는 내내 춤을 출 수는 없겠지만, 라이브를 하다 댄스 브레이크 구간에서만큼은 확실히 인상깊은 무빙을 보여줄 수 있겠다 싶었다.


그래서 정리한 내용. ‘비포 선 라이즈’의 원곡이 가진 강렬함은 살리되 풍성한 코러스를 깔아 혼자서도 부르기 용이하게끔 라이브의 맛을 살리고, 댄스 브레이크 구간을 통해 퍼포먼스까지 보여준다는 게 내 전략.


귀로만 듣던 DJ들을 직접 만나게 되는 자리인데, ‘눈으로도’ 호강시켜줄만한 작전 쯤은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좁은 방안에서 구슬땀을 흘려가며 막바지 연습을 이어간다. 거울 속에 비치는 내 모습이 마음에 들어서였을까. 몇 시간을 쉬지 않고 노래하고 춤을 추는데도 도무지 지치지가 않았다.


그리고 잠시 쉬는 시간. 침대 위에 던져둔 채 쳐다보지 않고 있던 핸드폰을 집어들며 나는 수건으로 땀을 닦았다. 그런데 그때, 생각지 못했던 사람으로부터 메시지가 와 있는 게 보였다.


[환호 군. 시간 될 때 연락주세요.]


‘썬보이즈’의 제작자. MOM엔터 홍승준 아저씨의 번호였다.


작가의말

몸도 마음도 점점 더 잘 생겨지는 환호를 기대해주세요. ^^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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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황금 마이크 결승 D-DAY (2) 24.09.11 31 3 15쪽
11 황금마이크 결승 D-DAY (1) 24.09.09 38 3 12쪽
» 나만의 필승 전략 24.09.08 38 3 12쪽
9 외모 상점창 업데이트 24.09.07 37 3 11쪽
8 이거 설마 프리 데뷔? 24.09.06 37 3 13쪽
7 남자 주인공? 내가? 24.09.05 41 3 13쪽
6 썬 보이즈 형님들 땡큐! 24.09.04 41 3 13쪽
5 피부 미남으로 거듭나다?! 24.09.03 45 3 14쪽
4 인생 첫 생방송 24.09.02 49 3 15쪽
3 왕따 소년 데뷔합니다 (2) 24.09.01 56 3 12쪽
2 왕따 소년 데뷔합니다 (1) 24.08.31 65 3 17쪽
1 내 이름은 존못남 +1 24.08.31 86 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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