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심 먹는 아이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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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산.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4.08.30 17:17
최근연재일 :
2024.09.15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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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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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221

작성
24.09.05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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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남자 주인공? 내가?

DUMM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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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금마이크 대망의 3차 결승에 앞선 설문 >>>


안녕하세요! Big Mic의 멋쟁이 DJ 여러분.


최고의 DJ를 가리는 제 1회 <황금 마이크> 행사로 인해 우리 모두 몇 주 간 아주 뜨거운 시간을 보냈죠? DJ 여러분께도 잊지 못할 시간이 되셨으리라 생각하는데요!


2차 미션이 끝남과 동시에 총 5명의 DJ분들이 마지막 3차 결승에 진출하게 됐습니다. 이 메일을 받으신 DJ분들이 바로 그 주인공들이신데요. 그동안 열심히 달려와주신 DJ분들께 다시 한번 감사인사와 함께 격렬한 축하인사를 드리겠습니다. 축하드려요! 뿌이뿌이뿌이~


결승 진출자 명단은 한시간 뒤 Big Mic 공지사항에도 정식 업로드될 예정이니 참고해주시구요! 오늘은 결승전 진행에 앞서 DJ분들께 작은 설문을 하나 진행할까 합니다. Big Mic의 첫 번째 큰 행사이다 보니 스텝진들 모두 어떤 이벤트를 준비해야 할지 아주 고민이 많았는데요.


<목소리로만 연결돼 있던 DJ들이 처.음.으.로 대중 앞에 얼굴을 공개한다!>


바로 이 슬로건이 저희가 준비 중인 결승의 방향성입니다. 청취자분들을 직접 모시고 5분 라이브 스튜디오를 진행하고자 하는데요.


이 행사를 통해 대중에게 자신을 더욱 어필하고 싶었던 DJ분들께는 아주 좋은 과정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하지만 반대로 얼굴 노출을 꺼리는 DJ분들도 있으실 수 있으니 결승의 방식을 정하기 전 먼저 설문조사를 진행하려 하는 것인데요.


이 메일로 각자의 의견을 담은 답신을 주시면 저희가 꼼꼼히 확인 후 다시 한번 결승 진출자 분들께 연락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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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취자들하고 대면 방송? 갑자기?’


메일을 확인한 순간 눈앞이 새하얘졌다.


‘사람들을 만난다고 직접? 그럼 내 얼굴도 보게 된단 말이잖아!’


내가 Big Mic를 통해 사람들과 소통하고 싶었던 가장 큰 이유. 이건 서로 얼굴을 안 까도 되잖아. 오로지 목소리만으로 내 노래를 들려줄 수 있으니까 여길 선택했던건데.


심장이 미친 듯이 뛰기 시작했다. 그래, 언제까지 이렇게 마이크 뒤에 숨어서 목소리만으로 사람들과 소통할 순 없다고 생각했던 게 사실이긴 하다. 어느 정도 자신감을 되찾게 되면 내 꿈인 ‘아이돌’이 되기 위해서라도 필연적으로 사람들 앞에 나서게 될 것이라는 예상도 했었지.


하지만 그때가 지금이 되리라는 생각은 전혀 하지 못하고 있었기에 당황스러웠던 것이다.


‘내가 지금 사람들 앞에 나서도 되는걸까?’


마음 속이 혼란스럽게 요동치며 또 다시 트라우마를 불러일으킬 것만 같았다. 학교에서 겪었던 수많은 수모들.


나는 지난 1년 간 어두운 방 안에서 이와 비슷한 경험을 수도 없이 겪었다.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수록 부정적으로 빠지기 마련이었고, 결국엔 자책으로 마음의 문을 닫아버리고 말지.


더 이상은 그렇게 살고 싶지 않았다. 나는 서둘러 집밖으로 빠져나왔다. 어떻게 해서든 생각의 전환이 필요했다. 또 다시 예전처럼 어둡고 서글픈 트라우마에 빠져 소중한 하루를 허비하고 싶진 않았다.


무작정 걷기 또 걸었다. 그러다 다시 안 좋은 생각이 나를 지배하려 들면 그땐 가볍게 뛰기 시작했다. 숨이 차면 다시 걷고, 그러다 다시 뛰고. 그렇게 몸을 움직이다보니 자연스레 마음이 편해졌다.


머리 위로 쏟아지는 햇빛. 뺨을 스치는 선명한 바람. 쇼윈도에 비치는 내 모습.


나는 가만히 서서 어느 상가의 통유리에 비친 나를 물끄러미 바라봤다. 내가 보고 있는 나는 확실히 이전에 비해 많이 달라졌다. 그렇지만 나를 전혀 모르는 타인이 나를 봤을 때의 느낌은 어떨까? 호감이 있다고 느껴질까? 매력적으로 보일까?


새벽 운동을 나갈 때마다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듬직하다고 칭찬해주신 것을 자주 듣긴 했지만 보다 많은 사람들의 의견이 궁금했다. 그렇게 혼자만의 생각에 빠져있을 때 즈음,


“아, 진짜 어떡하냐. 오늘 당장 촬영 마무리 해야 되는데.”

“급하게 사람 구할 데 없어?”

“지금 바로 촬영해야 되는데 구할 사람이 어딨어. 미치겠네.”

“내가 일단 다른 동아리 애들한테 사정 좀 해볼게. 너도 연락 돌릴 데 더 있는지 한번 찾아봐봐.”

“어. 오늘 지나면 장비값 더 물어줘야 되는데 어떡하냐.”


딱 봐도 촬영장비인 듯한 고가의 물건들을 들고 대화를 나누는 중인 여고생 둘.


‘저 교복, 우리 학교 옆에 있는 성화여고 꺼 아니야?’


교복 스타일이 익숙하다 싶더니 아니나 다를까 펜던트에 ‘성화’라고 적혀진 것이 보였다. 학교를 쉰지 오래 되다보니 저 교복도 오랜만에 마주치는 것이었다.


딱히 아는 얼굴인 것도 아니어서 그냥 지나치려던 찰나, 하필이면 내가 딱 그 옆을 지나갈 때 금속박스 위에 아슬하게 올라가있던 카메라가 금방이라도 떨어질 듯이 휘청이고 있는 것이 보였다.


헙, 나도 모르게 그쪽으로 손을 뻗은 건 정말 찰나의 순간이었다. 카메라의 차가운 촉감이 손에 닿는 순간 온몸에 소름이 끼쳤다. 금방이라도 떨어질 것 같았던 예측이 들어맞은 게 정말 다행이었다. 하마터면 이 비싸보이는 카메라가 금방이라도 아스팔트 바닥에 추락할 뻔 했으니까.


“헐. 아, 감사해요. 야 미친. 이걸 여기다 이렇게 그냥 빼내놓으면 어떡해.”

“미안 미안. 용량 땜에 예전에 찍은 거 삭제해놓으려고 그랬지.”

“심장 완전 쪼그라들어. 나 수명 십년은 준 듯.”


내가 카메라를 살리던 그 순간 두 소녀의 눈이 동시에 날 향했다. 그리고 가벼운 비명소리와 함께 둘 모두 나에게 달려들었다. 내 손에 들려있는 카메라를 집어들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던 소녀들. 잠깐 서로를 타박하며 구박하기 바쁘더니 이내 나에게 몇 번이고 감사의 인사를 전해왔다.


“진짜 감사해요. 덕분에 살았어요. 이거 엄청 비싼거거든요. 완전 고맙습니다.”

“아아, 네.”


또래 아이들과 이렇게 편하게 얘기를 주고 받아본 게 얼마만이던가. 괜시리 머쓱해진 나는 어색하게 웃으며 짧게 대답했다.


“아, 저기 그런데...”

“네?”

“혹시 지금 바쁘세요? 사복 입으신 거 보면 대학생이신 거 같은데.”

“아, 대학생은 아닌데요.”

“그래요? 그건 뭐 크게 상관 없는데. 혹시 지금 시간 좀 되시나요?”

“네. 뭐 시간이 되기는 한데. 왜 그러세요?”

“그럼 저희 좀 도와주시면 안돼요?”

“야! 미친. 초면인 분한테 그런 부탁을 하면 어떡해!”


두 사람 중 단발머리를 한 소녀가 대뜸 나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이 시간에 사복을 입고 돌아다니니 자신들의 또래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 쯤이야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뜬금없이 도움이라니?


내가 대답을 하기도 전에 긴생머리를 한 다른 소녀가 단발머리 소녀를 막아서며 타박한다. 그리고는 나를 향해 죄송하다는 듯 목례를 했다.


“죄송해요. 카메라 구해주신 것만으로도 감사한데 뜬금없이.”

“지금 우리가 초면이고 아니고를 따질 때야? 당장 장비 반납 시간까지 열시간도 안 남았는데 남자주인공 장면 다 새로 찍어야 되잖아. 너 감당 가능?”

“하, 네 말 무슨 말인지 알아. 아는데...”


단발머리의 반격에 할말이 없어진건지 긴생머리가 이마를 짚고 한숨을 내뱉는다. 그리곤 날 향해 다시 시선을 던진다. 뭔가 결심을 한 듯 아까와는 다른 눈빛이었다.


“저, 무례라는 거 아는데요. 제 친구 말처럼 혹시 시간 되시면 저희 좀 도와주실 수 있나요?”


그러니까 대체, 뭘, 어떻게 도와드리면 되냐구요. 성화여고 학생 여러분.


“저희 성화여고 영상 동아린데 지금 창체 시간 이용해서 공모전에 낼 웹드 찍고 있거든요. 오늘까지 마무리 지어야 되는데 남주가 갑자기 펑크가 나가지고... 저희 남자 주인공 역할 좀 맡아주시면 안돼요?”

“네? 뭐라고요? 제가요?”


딱 봐도 급한 영상이 필요한 학생들처럼 보이긴 했다. 도움을 요청한다고 하길래 끽해야 촬영 보조거나 스텝 정도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뭐? 남자 주인공?


다시 한번 쇼윈도에 내 모습을 비춰봤다. 집에서 대충 나온거라 옷도 츄리닝에 뭐 하나 남자주인공처럼 보이는 모습은 1도 없었다. 근데 얘네는 대체 뭘 믿고 나한테.


“의상은 저희 협찬 옷집 있거든요? 거기 부탁드려서 저희가 코디 해드릴게요. 이것도 인연인데 진짜 부탁 좀 드려요. 저희 엄청 급하거든요.”

“맞아요. 의상 뿐만 아니라 저희가 헤어랑 메이크업까지 싹 봐드릴테니까, 이 대본대로 연기만 좀 해주시면 돼요. 부탁드려요!”


방금 전까지 투닥이던 두 소녀가 이번에는 합심해 내 손을 붙잡고 간청한다. 나는 연기를 해본적도 없거니와 카메라 앞에 서본 적도 없는 사람이라고! 게다가 나는,


“저... 근데 솔직히 제가 남자주인공 할 비주얼은 아니지 않나요?”


아무리 급한 상황이라 한들 짚고 넘어갈 건 짚고 넘어가야지. 나중에라도 괜한 말 안 들으려면.


이런 말을 스스로 묻는다는 게 자존심이 상할 법도 했지만 마음 한켠에서 묘한 호기심과 궁금증이 일었던 것도 사실이다. 과연 다른 사람들은 날 어떻게 생각할까. 어쩌면 내내 내가 고민하던 질문에 종지부를 찍게 될지도 모를 일이었다.


“저희 지금 찍으려는 웹드 캐릭터에는 딱인데요?”

“내말이? 우리 작품 남주랑 딱 어울리는데?”

“그니까. 순박한 순정 느낌으로 완전 잘 살려주실 것 같은데?”


내 질문에 뭘 그런 걸 묻느냐는 듯 고개를 갸웃하던 두 소녀는 이내 덤덤한 표정으로 쏟아내듯 대답을 내놓았다. 오히려 그 평범한 표정에 당황해버린 건 내 쪽이다.


“...어울린다구요? 진심으로요?”

“네. 저희도 보는 눈이 있으니까 부탁드리는거죠. 근데 왜 그런 걸 물으시는거에요?”


머리에 딩- 종이 울리는 것 같다. 가족을 제외한 누군가에게 이런 말을 들어보는 건 처음이다.


“아무튼 오케이 해주시는거죠?”

“네. 그래요 그럼.”

“아싸! 수현아, 협찬 언니네 가서 우리 좀이따 간다고 얼른 전화부터 해.”

“오키쓰!”


긴생머리 소녀의 말에 단발 머리 소녀, 수현이 핸드폰을 집어든다. 그리고 내게 눈짓으로 고맙다는 듯 찡긋 인사를 건넸다. 나도 같이 목례를 하며 어색한 기분을 떨치려 애썼다. 생각해보니까 또래랑 대화를 해본 게 오랜만일 뿐만 아니라, 여자애들이랑 이렇게 아무렇지 않게 얘기를 해본 거 자체가 백만년이잖아!


그새 통화를 마친건지 두 소녀가 내 손을 덥썩 잡고 어딘가로 뛰기 시작한다.


“저기요. 지금 어디 가는건데요?”

“말했잖아요. 머리부터 발끝까지 저희가 싹 다 꾸며드린다구요.”


어깨에는 장비들을 이고지고, 혹시나 내가 도망가기라도 할까 나까지 꽉 붙잡은 채로 뛰어가는 소녀들.


“이리 주세요. 제가 들어드릴게요.”

“아, 안 그러셔도 되는데.”

“그래야 제가 맘이 편해요. 그리구요.”

“네?”

“저 도망 안가요. 태어나서 약속 어긴 적 한번도 없어요.”


소녀들에게서 장비를 빼앗듯이 받아 대신 짊어지니 어깨가 꽤 뻐근하다. 덩치 큰 내가 들기에도 무게가 꽤 나가는데 이걸 저 둘이서 어떻게 들고 다녔을까. 아니나 다를까 둘 모두 손바닥이 빨갰다.


도망 안간다는 내 말에 잠깐 어리둥절하던 표정을 짓던 소녀들이, 이내 나를 꽉 붙잡고 있던 자신들의 손을 발견하곤 깜짝 놀라 손을 놓았다. 그리곤 장난스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덕분에 아직 남아있던 어색함이 녹아내렸다.


소녀들에게 이끌려 들어간 곳은 대학가의 작은 보세 옷집. 입구에서부터 유행 중인 옷들이 즐비하게 디피돼 있었다. 이런 옷집에 와본 것도 정말 오랜만이네.


“언니! 이분한테 어울릴만한 걸로 좀 골라서 입혀주세요. 저희는 여기서 기다릴게요!”


미리 손발을 맞춰본 경험이 있었던 듯, 30대 누님뻘로 보이는 사장님이 고개를 끄덕인다. 나를 잠깐 훑어보더니 이내 탈의실로 밀어넣는 사장 누님. 곧이어 뻥 뚫린 탈의실 위 공간으로 옷가지 몇 개가 날아들었다.


“골라서 입고 나와요! 나머지는 내가 봐줄테니까.”


평소에 입던 스타일과는 전혀 다른 슬랙스와 셔츠, 니트 등의 의류들. 저 누님 진짜 전문가 맞아? 이런 스타일이 진짜 나랑 어울린다고 생각하는건가?


반신반의하는 마음으로 옷에 몸을 끼워맞춰 보는데, 생각보다 편하게 몸에 맞아들어간다. 일단 입었을 때 불편하진 않네. 탈의실엔 거울이 없어서 나는 내 모습을 볼수가 없으니 이제 밖으로 나가 소녀 둘과 사장누님에게 평가를 맡길 수밖에 없다.


마음을 비우자. 못났다고 손가락질 받은 게 어디 한두번이냐.


나는 상처받지 않기 위해 일부러 마인드컨트롤을 하며 탈의실 문고리를 잡아돌렸다. 그리고 정확히 3초 후. 세 여자에게서 동시에 헐. 소리가 튀어나왔다.


나 또 망한거냐? 싶어 눈을 질끈 감고 있을 때 단발머리 소녀가 외쳤다.


“미친. 오빠 존나 찰떡인데요?”


작가의말

오늘부터 저녁 8시 40분 연재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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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마스크남과 전설의 괴물 24.09.14 17 2 14쪽
15 역대급 연습생의 탄생 (2) 24.09.13 19 2 13쪽
14 역대급 연습생의 탄생 (1) 24.09.12 26 3 14쪽
13 캐스팅 제의 24.09.11 31 3 13쪽
12 황금 마이크 결승 D-DAY (2) 24.09.11 31 3 15쪽
11 황금마이크 결승 D-DAY (1) 24.09.09 38 3 12쪽
10 나만의 필승 전략 24.09.08 38 3 12쪽
9 외모 상점창 업데이트 24.09.07 38 3 11쪽
8 이거 설마 프리 데뷔? 24.09.06 38 3 13쪽
» 남자 주인공? 내가? 24.09.05 42 3 13쪽
6 썬 보이즈 형님들 땡큐! 24.09.04 41 3 13쪽
5 피부 미남으로 거듭나다?! 24.09.03 46 3 14쪽
4 인생 첫 생방송 24.09.02 49 3 15쪽
3 왕따 소년 데뷔합니다 (2) 24.09.01 56 3 12쪽
2 왕따 소년 데뷔합니다 (1) 24.08.31 65 3 17쪽
1 내 이름은 존못남 +1 24.08.31 86 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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