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심 먹는 아이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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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산.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4.08.30 17:17
최근연재일 :
2024.09.15 20:40
연재수 :
1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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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
글자수 :
102,221

작성
24.09.06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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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이거 설마 프리 데뷔?

DUMMY

찰떡이라고? 내가? 이 옷에? 설마?


착한 소녀들이라 욕은 안하겠지 싶었지만 이건 생각지도 못한 과한 찬사였다. 믿을 수가 없어 용기내 감았던 눈을 떠보니, 어느 새 난 거울 앞에 서 있었다.


“자, 한번 봐요. 어떻게 변했는지.”


내 등뒤에서 팔을 잡고 거울 정면에 설 수 있게 각도를 잡아준 사장누님이 어깨를 툭툭 두드려준 채 자리를 비켜준다. 거울 속의 나는 5분 전과 완전히 다른 사람처럼 보였다. 깔끔하고 단정한 핏, 화사해보이는 색감 덕분에 칙칙한 느낌이 완전 사라졌달까?


“어떻게... 이렇게 될 수가 있어요?”


혼잣말처럼 웃자 사장누님이 내가 입고 왔던 츄리닝을 종이가방에 넣으며 호탕하게 웃었다.


“왜? 마법의 손 같아요? 이 정도 짬이 돼야 옷가게 하고 먹고 살지. 근데 니들 캐스팅 잘했다? 언니한테 설명해줬던 남자 캐릭터랑 완전 딱인데?”

“그쵸 언니. 급 캐스팅 치고 진짜 운이 좋았다니까.”

“급 캐스팅? 왜. 니들 또 뭔 일 있었던거야?”

“아, 말하자면 길구요. 암튼 진짜 나 이번주 운세 완전 여기에 다 몰빵한 것 같아. 원래 찍기로 한 사람 펑크난 게 오히려 다행일 지경이라니까?”


단발머리 소녀와 사장누님의 티키타카 속에서 나는 어색하게 옷매무새를 가다듬어본다. 그때 긴생머리 소녀가 내게 다가와 핸드폰을 들이밀었다.


“이렇게 입으니까 오빠 진짜 근사한데요? 사진 찍어도 되죠?”

“아, 네... 근데 저 진짜 괜찮은 거 맞...죠?”

“우리 은근 눈 높다니까요? 잠깐만요. 옆모습도! 포즈 포즈!”


찰칵 소리와 함께 긴생머리 소녀의 핸드폰에 내 사진이 담긴다. 누가 내 사진을 찍어준 게 대체 얼마만이지? 중학생 때 이후론 아예 기억에서 삭제된 일이다. 그런데 처음 본 사람이 내 사진을? 오늘 진짜 스펙타클한 날이네.


“그럼 이제 준비 됐으니까 본격적으로 일 얘기하러 가볼까요?”


사장누님과의 얘기가 끝났는지 단발머리 소녀가 싱긋 웃으며 내게 말한다. 일이라니, 저렇게 얘기하니까 꽤나 프로페셔널 해보이는 걸?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소녀들을 따라 옷가게 밖으로 나갔다.


그나저나 이 집, 진짜 옷 잘하는데? 나중에 쇼핑하러 한 번 와?


***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저희 공모전에 낼 웹드 촬영을 해야 하는데요. 장비 반납까지 남은 시간이 얼마 안돼서 오늘 내에 다 찍어야 되는 상황이에요.”

“맞아요. 남주 역할이 제일 중요하거든요. 그래서 오빠한테 부탁 좀 드리려는 상황이구요. 이건 간단하게 캐릭터 설명이랑 줄거리 나와 있는 시놉시스거든요? 한번 읽어보실래요?”


옷가게 근처에 있는 패스트푸드점. 소녀들은 나란히 앉아있고 나는 그 맞은편에 앉아서 멋쩍게 콜라만 마셔대고 있는 중이었다. 소녀들이 가방에서 꺼내 내민 종이뭉치는 꽤나 프로답고 본격적인 것이었다.


나는 앞장의 시놉시스를 가볍게 훑었다. 아이돌만 꿈꾸며 살았던지라 배우 제안을 받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던 일인데. 난생 처음 시놉시스라는 걸 읽게 된 나는 꽤나 신기한 기분이 들었다.


“오빠가 맡아주실 역할은 ‘지훈’ 이라는 캐릭턴데요. 순수하고 순박한 성격의 인물이에요. 어릴 때 짝사랑했던 고등학교 선생님을 잊지 못하고, 졸업 후에 다시 만나고 싶어하는 설정인데 뭐라고 해야 되지? 순정남 스타일?”


시놉시스를 읽는 동안 단발머리 소녀가 설명을 덧붙여준다. 종이를 몇 장 들춰보니 뒤이어 1부의 대본이 보였다.


“오늘은 1부까지만 촬영하면 돼서 시간을 많이 뺏진 않을거예요. 대사도 별로 없으니까 금방 하실 수 있어요!”


긴머리 소녀가 덧붙이는 말처럼 대사보다는 행동이나 시선 지문이 많았다. 이 정도라면 연기 경험이 없는 나도 해볼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들었다.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맞은편에 앉은 소녀들이 다행이라는 듯 씩 웃는다.


“근데요.”

“네?”

“혹시 몇 살이에요?”

“저희요? 열아홉인데. 왜요?”


자리에서 일어서기 전 내 질문에 소녀들이 의아한 듯 눈을 동그랗게 뜬다. 열아홉? 어쩐지 정이 가더라니.


“그럼 나 오빠 아니야.”

“네?”

“우리 친구라고. 나도 열아홉.”


나는 빈 콜라컵과 소녀들이 다 먹은 햄버거 종이를 쟁반 위에 옮기며 마치 비밀이라도 알려주는 듯 작게 속삭였다. 그리곤 앞장서서 걸어가다 소녀들을 돌아보았다.


“콜라 잘 먹었다. 다음에 밥은 내가 살게.”


무심히 내뱉어진 반말에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던 것도 잠시, 이내 소녀들이 장난스러운 표정으로 내게 달려와 헤드락을 걸었다.


“뭐? 그래놓고 이제껏 우리 존댓말을 즐기셨다 이거야?”

“너 오늘 국물도 없어. 최악의 디렉션을 보여주지!”

“아아. 아파!”


열아홉. 동갑이란 말 한마디에 방금 전까지 남아있던 어색함이 순식간에 무너뜨려진다. 금세 절친이라도 된 듯 가까워진 사이가 신기하면서도 기분 좋았다.


함께 묵직한 장비를 나눠들고 패스트푸드점을 나서는 오후. 햇살이 눈부시게 빛났다. 나, 친구 생긴 거 맞지? 이게 몇 년 만이냐. 문득 가슴 속이 찡하게 일렁여왔다.


***


단발머리 소녀의 이름은 정수현. 긴생머리 소녀의 이름은 박한아 였다. 성화여고 영상동아리의 유일한 두 멤버. 한아가 대본을 쓰고, 수현이가 감독을 맡았지만 멤버가 둘뿐인지라 그 외의 포지션까지 둘이서 일당백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땡볕에 장비 들고 돌아다니는 것만도 지치는 일일텐데 수현이와 한아는 그마저도 즐겁다는 듯 매순간 웃음을 터뜨렸다. 덕분에 나도 촬영 내내 꽤나 즐겁게 임할 수 있었고.


“자, 이제 마지막 장면만 남음! 끝나고 커피 쏜다! 좀만 힘내자!”


연기 초짜임에도 두 소녀들 덕분에 촬영은 수월하게 흘러갔고 이제 어느덧 마지막 장면만을 남긴 상황. 머리 위에 떠있던 해도 벌써 많이 기울었고, 시간은 저녁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주인공 ‘지훈’이 짝사랑하는 선생님을 기다리며 학교 앞에서 교정을 바라보는 마지막 씬이 1화의 클라이막스였다. 다른 남자 선생님과 함께 퇴근하는 짝사랑 교사를 바라보며 그리움과 애절함, 질투를 함께 담은 시선을 보내야 하는 장면.


가장 중요한 장면이라 그런지 앞서 편하게 찍었던 씬들과는 달리 조금 긴장이 됐다. 그전에 찍었던 장면들은 대사가 있긴 해도 일상적인 연기들로 채울 수 있었던지라 크게 어렵진 않았는데.


“미안해. 잠깐만 시간을 좀 주라.”


고민이 생기기 시작하자 카메라 앞에 서있는 게 부담스러워지기 시작했다. 과연 내가 진짜 잘할 수 있을까? 걱정되는 마음에 도와주겠다고 나서긴 했는데 괜한 짓은 아니었을까? 얘네한테 내 연기가 피해를 끼치게 되는거면?


앞선 장면의 촬영 때는 들지 않았던 생각들이 갑자기 머릿속을 파고들며 마음을 무겁게 만들었다. 진짜 ‘연기’ 씬 촬영을 앞두고 카메라 공포증이 일기 시작한 것이다. 가슴 속이 걷잡을 수 없을만큼 요동치기 시작했다. 숨마저 가빠지는 기분이었다.


‘안돼. 정신차리자 환호야. 제발. 이대로는 아무것도 못해.’


나는 눈을 감고 마음을 다스리려 노력했다. 그래, 이대로 포기했다가는 영영 다시는 카메라 앞에 서지 못하게 될 수도 있다. 이깟 공포 쯤은 스스로 이겨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절대로 극복할 수 없어.


‘어떻게 하는 게 연기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까?’


나는 계속해서 고민했다. 그러자 이내 머릿속에 Big Mic 방송이 떠올랐다. 그리고 방송을 진행하며 내가 불렀던 수많은 노래들. 그중에는 밝고 유쾌한 노래들도 많았지만 그에 못지 않게 감성 절절한 발라드들도 많았었지.


‘무대에 서서 노래를 부른다고 상상해보자.’


노래를 부를 때면 항상 생각했었다. 내가 이 노래 속의 주인공에 완벽히 빙의해야만 진짜 감정이 나오고, 진짜 노래를 부를 수 있는거라고. 그리고 그렇게 진심을 담아 노래를 부르면 항상 사람들의 반응이 좋았었다. 좋아, 노래도 일종의 연기다. 반대로 말하면 연기 또한 노래 부르듯이 한다면 통할 것이라는 말.


잠시 눈을 감고 감정에 빠져들었다. 그리고 머릿속으로 짝사랑하는 심경을 담은 발라드곡을 떠올렸다. 솔로가수 김희성이 부른 ‘왜 난 안되나요’. 내가 아는 한국 노래 중에 이만큼 애절하고 절절한 노래는 또 없을거라 자부한다. 상상 속에서 나는 이 노래의 주인공이 된다. 수백번도 더 넘게 듣고 불렀던 노래라 금세 감정에 빠져들었다.


“헐. 감정 미쳤는데? 끊지 말고 계속 가 봐.”


한아가 카메라를 잡고 있는 수현이에게 속삭였다. 짧게 고개를 끄덕인 수현이가 방해하지 말라는 듯 검지 손가락을 입술 위에 가져다댔다. 둘 모두 내 감정에 동요된 듯 표정이 진지했다.


“컷!”


그렇게 몇분이 더 흘렀을까. 수현이가 외치는 컷 소리에도 나는 쉽게 감정을 추스르지 못하고 있었다.


“진짜 대박인데? 너 완전 배우해도 되겠다야. 어떻게 한방에 그런 느낌이 나오냐?”


한아가 다가와 신기한 듯 바라보며 엄지를 내밀었다. 그말에 금세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온 나는 쑥스러운 기분에 빠진다. 생각보다 연기가 괜찮았나?


“환호 너 모니터하고 나면 기절할 걸? 너 진짜 멋있게 나왔어. 이거 가편집한 다음에 톡으로 쏴줄게. 그래도 되지?”

“어, 근데 나 톡 안 쓰는데.”

“헐. 진짜? 그럼 뭐 SNS 다른 거 쓰는 거 있어? 인별 쓰나?”


의아해하는 아이들의 얼굴을 보며 괜시리 멋쩍은 기분이 든다. 그리고 생각해봤다. 내가 SNS를 안 하게 된 게 얼마나 오래됐지? 기억을 더듬다 보지만 생각나지도 않는다. 그만큼 오래 됐다는 뜻.


내가 머뭇거리자 사정이 있었다는 걸 눈치라도 챈 듯 수현이가 씩 웃고는 먼저 전화기를 내밀었다.


“톡 안하면 문자나 메일로 보내주면 되지. 번호부터 찍으셩.”


처음 봤을 때 느낀 거지만 얘네는 참 사람을 편하게 해주는 재주가 있다. 내가 번호를 찍어주자 이내 그 번호로 전화를 거는 수현이.


“내 번호니까 저장해! 내가 지금 바로 한아 번호까지 토스해줄게.”

“올, 땡큐!”


장비를 정리하던 한아가 옆에서 수현이의 말에 웃으며 덧붙인다. 진짜 친구가 생겼다는 게 실감이 났다. 나는 수현이와 한아의 번호를 저장하며 이름 옆에 친구라는 말을 함께 적어넣었다. 쟤들이 알면 오그라든다고 할지도 모르지만 왠지 꼭 적고 싶었는 걸.


다행히 시간에 맞춰 장비를 반납하고, 약속대로 수현이가 쏜 커피까지 마시고 나니 어느 새 밤이 돼 있었다. 우연히 처음 만났던 그 자리에서 이젠 헤어져야 할 시간.


“오늘 진짜 수고 많았어. 갑작스런 부탁인데도 하루 종일 너무 고맙다 환호야.”

“내가 더 고맙지. 나 이런 옷 진짜 처음 입어 보거든.”

“너 이런 스타일 진짜 잘 어울려. 앞으로 종종 입고 다녀라야.”

“그럴까? 아, 근데 아직 좀 어색하긴 해.”

“이렇게 입고 다녀야 여자들이 좋아한다니까.”

“뭐래. 암튼 고려는 해볼게.”

“응. 조심히 들어가라.”

“그래, 니들도.”


인사를 나누고 돌아서려는 찰나, 오늘 하루 수현이와 한아에게 참 많은 것들을 배우고 얻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뭔가 보답해야 하지 않을까? 라는 마음이 생겼다.


‘근데 내가 쟤네한테 뭘 해줄 수가 있을까.’


생각에 잠겨있느라 걸음이 점점 느려진다. 그리고 생각했다. 혹시나 그거라면 해줄 수도 있지 않을까?


“야, 잠깐만.”


뒤돌아서서 다시 아이들을 불렀다. 다행히 수현이와 한아는 여전히 근처에 있었다. 갑자기 자신들을 부르는 소리에 놀란 듯 눈이 동그래진 소녀들.


“있잖아. 니들 혹시 Big Mic라고 알아?”

“어... 나 들어본 적 있는 듯? 근데 왜?”


갑자기 가슴이 미친 듯이 뛰기 시작했다. 미쳤다 임환호. 아직 설문 메일에 답도 안 보낸 상태잖아. 하지만 마음 속 한켠에서 또 다른 내가 말한다.


‘자신감이 생겼어. 사람들 앞에 서도 괜찮을거란 확신.’


그리고 그 확신이 내게 강력한 힘을 실어줬다.


“다음주에 거기 행사 있거든? 라이브로 오픈 스튜디오 하는데. 나 거기서 노래 불러. 니들 보러 올래?”


눈을 깜빡이던 소녀들이 이내 싱긋 웃는다. 그리고 고개를 끄덕였다.


나, 이제 빼박 결승 나가는거다.


왕따 소년 임환호,

드디어 세상 밖으로.


작가의말

세상 밖으로 한걸음씩 향해 가는 환호에게 응원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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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역대급 연습생의 탄생 (2) 24.09.13 19 2 13쪽
14 역대급 연습생의 탄생 (1) 24.09.12 26 3 14쪽
13 캐스팅 제의 24.09.11 31 3 13쪽
12 황금 마이크 결승 D-DAY (2) 24.09.11 31 3 15쪽
11 황금마이크 결승 D-DAY (1) 24.09.09 38 3 12쪽
10 나만의 필승 전략 24.09.08 38 3 12쪽
9 외모 상점창 업데이트 24.09.07 38 3 11쪽
» 이거 설마 프리 데뷔? 24.09.06 38 3 13쪽
7 남자 주인공? 내가? 24.09.05 41 3 13쪽
6 썬 보이즈 형님들 땡큐! 24.09.04 41 3 13쪽
5 피부 미남으로 거듭나다?! 24.09.03 46 3 14쪽
4 인생 첫 생방송 24.09.02 49 3 15쪽
3 왕따 소년 데뷔합니다 (2) 24.09.01 56 3 12쪽
2 왕따 소년 데뷔합니다 (1) 24.08.31 65 3 17쪽
1 내 이름은 존못남 +1 24.08.31 86 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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