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심 먹는 아이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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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산.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4.08.30 17:17
최근연재일 :
2024.09.15 20:40
연재수 :
1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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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02,221

작성
24.09.01 1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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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왕따 소년 데뷔합니다 (2)

DUMMY

말 그대로 ‘대박’이었다.


조회수 13,878. 좋아요 7,901. 불과 7시간만에 이룬 기적.


‘이거 진짜 내 홈피 맞아?’


몇 번을 다시 로그아웃했다 새로 접속을 해도 결과는 같았다. 아니, 그 순간에도 조회수와 좋아요 수는 계속해서 올라가고 있는 채였다.


원래 이렇게 화력이 좋은 플랫폼이었나? 갑자기 오늘따라 이벤트로 사람들이 많이 접속하기라도 한건가? 오만가지 상상을 다 해봤지만, 내 홈피를 제외한 다른 DJ들의 컨텐츠에는 평소와 별다를 것 없는 평범한 반응이다.


‘자고 일어났더니 세상이 변해있단 말이 이런거였나?’


구독자수는 어느 새 100명을 넘어가고 있었다. Big Mic의 탑랭커 중에서도 1위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던 ‘달콩’의 구독자가 1400명 즈음이었던 걸 보면 나도 하루만에 꽤나 선방한 셈이다.


‘잠깐. 이 정도 관심이면 대체 애정도를 몇 점이나 얻은거지?’


사람들의 관심을 받고 있단 것을 실감하자마자 상점창 생각부터 났다. 재빨리 상점창을 불러내 홀로그램을 켰다. 그러자 이전에는 보지 못했던 빨간 느낌표가 붙은 새 창이 하나 떠 있었다. 게임으로 치자면 옵션창 같은 모양이었다.


왠지 느낌상 이곳에 새로운 정보가 있을 것 같았다. 새 창을 탭하니 아니나 다를까 짧은 문구 하나가 떠 있다.


[오늘의 애정도 획득 : 138점]


138이라는 숫자는 잠시 후 139로 바뀌었다. 구독자 수와 동일한 숫자였다.


‘찐애정을 보여준 사람들의 수만 점수로 환산된다는건가?’


아이돌로 치면 실제 유료 팬클럽 회원수만 애정도로 변환할 수 있다는 말과 동일한 이치였다. 그렇다면 대중성보다 내 진짜 팬을 만드는 게 먼저라는 소리네. 중요한 포인트였다. 나는 핸드폰 메모장을 열고 알게 된 정보들을 기록했다. 앞으로도 새로 알게 될 사실들이 점차 늘어갈테니 혼란을 막기 위해서라도 이렇게 정리하는 게 나을거라는 판단이 들었기 때문이다.


‘사람들 반응 좀 볼까?’


이제 이 뜨거운 반응을 보이는 사람 중 얼만큼의 비율이 내 진짜 팬이 될 수 있을지 그 속을 들여다볼 때다.


-이분 진짜 어디서 튀어나온 분이죠? 음색 미쳤네요.

-빅마이크 죽돌인데 이런 신인 첨 본다. 대박인 듯

-혹시 가수 아닌가??? 가수가 얼굴 숨기고 방송 시작한 거 아님?

-오 가능성 있어보임. ㅇㅇ

-나도 한표. 이런 사람이 가수 안하면 뭐 하고 삼?

-노래 잘하기는 하는데 솔직히 가수까진 오바지. ㅋㅋㅋㅋ 가수 아무나 하나.

-님은 얼마나 잘하길래 이게 오바라는거? 솔직히 개존잘인데

-막판에 고음 찢을 때 진심 소름 개돋음

-이 사람 남자 맞음??? 영역대가 ㅈㄴ 사긴데


댓글창에는 스크롤을 한참 내려와 끝을 볼 수 있을 정도로 수많은 댓글이 달려 있었다. 신기했다. 사람들이 내 노래를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놀라운 일인데 이렇게 직접적인 리액션을 보여주고 있다니.


이건 단순히 학창시절 학예회나 소풍 때 장기자랑으로 박수를 받던 때와는 차원이 다른 기분이었다. 긍정이든 부정이든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 즉 대중이 내 노래에 반응하고 있다는 것이 중요했다.


‘그런데 어쩌다 이렇게 짧은 기간 내에 유명세를 타게 된거지?’


댓글을 확인하다 보니 근본적인 궁금증이 들기 시작했다.


Big Mic가 오디오 플랫폼 중에서는 유명한 축에 속한다는 건 밤새 서치해본 내용으로도 알 수 있는 사실이었다. 하지만 예상했던 것보다도 훨씬 열광적인 결과다. 분명히 다른 이유가 있는 것만 같았다.


-별그램에서 보고 온 사람 손

-나

-여기도 한명 추가요 ㅎㅎ

-빅마이크가 뭔지도 몰랐는데 이분 땜에 알게 되네

-쇼츠로 편집된 게 훨 나은 듯;;; 길게 보니 별로네

-니 인성이 더 별론 듯

-구독부터 박고 갑니다. 다음 노래도 기대할게요.


‘별그램?’


내 노래가 별그램에까지 퍼졌다고?


수많은 SNS가 있지만 내가 아는 한 현재까지 가장 많은 유저가 사용하는 SNS는 별그램이었다. 하루에도 수십만 가지의 숏콘텐츠가 쏟아지는 곳. 그런데 그곳에 어떡하다가 내 노래가 떴단 말이지?


나는 일단 별그램에 직접 접속해보기로 했다. 공개적으로 활동하지는 않지만 좋아하는 아이돌들을 팔로우하기 위해 비공개 계정을 파뒀던지라 어플을 찾아 금세 로그인할 수 있었다.


‘어디 보자. 뭘로 검색해야 하지?’


잠시 고민하다 내 닉네임인 <왕따소년>을 서치 해보기로 했다. 아니나 다를까 #왕따소년 이란 해시태그와 관련된 게시글만 벌써 여러개가 검색됐다. 그중에는 꽤 팔로워수가 많은 채널도 있었다. 이거 일이 어떻게 돼 가는거야?


[오늘의 재미 : 색다른 것만 골라드립니다]


이슈의 뿌리를 찾아 헤매다 보니 결국 별그램에 최초로 내 노래 영상을 퍼다 나른 계정을 발견하게 됐다. 분위기를 보아하니 매일 새로운 소식을 찾아내 사람들에게 전파하는 것이 주된 목적인 계정인 것 같았다.


내 목소리를 허가도 없이 퍼간 것은 문제가 될만한 일이었지만 이 정도의 파장을 만들어줬으니, 나에게는 오히려 이득인 장사인 셈이었다. 별그램에 내 노래 영상을 퍼간 최초 계정인만큼 이곳에서는 Big Mic보다 더 다양한 반응들이 뜨겁게 들끓고 있었다.


눈팅만 하던 별그램에서 내가 직접 수많은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르다니. 역시 인생은 한방이다 싶다. 어제까지만 해도 어둠에 묻혀 있던 히키코모리가 이런 방식으로 하루만에 유명해질 수 있다는 것이 새삼 신기했다.


-근데 <왕따소년> 진짜 왕따 출신인거냐?

-왕따라 그런지 한 존나 쳐먹은 듯. ㅋㅋㅋㅋ 밝은 노랜데도 한이 느껴진다

-얼굴 공개는 안하는 거 보면 존못이 분명하다

-꼭 못생긴 애들이 목소리는 좋드라~~~

-응. 니는 목소리도 안 좋으니까 입 다무시고요

-이러다 왕따청년 왕따중년까지 나오게 생겼네. ㅋㅋㅋ


그중에서도 내 시선을 사로잡는 건 단연 나의 정체를 궁금해하는 사람들의 글이었다. 역시나 닉네임을 어그로성으로 지었더니 그에 대한 의견도 분분했다. 그중에는 모니터 뒤에 숨어 내 트라우마를 긁는 말을 해대는 사람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나에 대한 호기심을 보이거나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어쩌면 나는 <왕따소년>이란 닉네임을 지을 때부터 이런 현상을 예상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노래로 시작하지만 언젠간 솔직한 진짜 내 삶의 이야기를 사람들에게 들려주게 될지도 모른다는 상상. 그래, 그게 언젠가가 될지는 앞으로 차차 계획을 세워나가봐야겠지만.


어쨌든 지금 가장 중요한 건 지금 얻게 된 인기와 관심, 그리고 화제성이 식지 않도록 현상유지를 잘 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안에서 최대한 내 진짜 팬을 많이 모으는 것. 그러기 위해선 철저한 계획이 필요했다. 어떤 콘텐츠든 소비자의 니즈를 충족시키는 것이 가장 중요하지 않은가?


나는 내가 좋아하는 영화, 드라마, 소설, 음악 등. 스토리가 담긴 수많은 콘텐츠들의 흥행 공식을 떠올려봤다. 무엇이든 시작점부터 대중이 원하는 것을 곧바로 던져줬다간 금방 식어버리기 마련이다. 하나씩 궁금증을 자아내다 적당한 순간에 벌처럼 치고 나가는 것이 제맛이지. 그게 스토리의 절정을 만들어줄 것이고, 사람들은 더욱 열광하게 될 것이다.


‘좋아. 일단 앞으로 며칠간은 지금처럼 노래만 업로드하도록 하자. 일부러 부연설명은 넣지 말고. 계속해서 궁금증을 유발시키는거야.’


엑셀을 켜고 간단한 계획표를 만들었다. 한 달 단위, 주 단위, 일 단위로 칸을 나누어 나는 그 안에 하루하루 내가 해야 할 일들을 적어나갔다. 목표를 향해 계획을 짜가는 것만으로도 활력이 돌았다. 정말 오랜만에 느껴보는 활기였다.


목표라. 일단 단기적으로 내가 가져야 할 목표가 뭘까? 머릿속에 성취하고픈 것들을 떠올려본다. 당연히 외모 교환을 위한 애정도 습득이 0순위다. 그러기 위해선 Big Mic를 통해 최대한 많은 애정도를 끌어모아야 했다.


‘1위에 한번 도전해볼까?’


그 순간 구독자 1400명을 보유하고 있는 현 1위 DJ ‘달콩’이 떠올랐다.


‘일단 Big Mic 꼭대기를 접수하고 보는거야.’


엑셀 파일의 제일 위에 붉은 글씨로 크게 써넣었다. <Big Mic 1위 DJ>. 이제 목표가 생겼으니 열심히 달려갈 일만 남았다. 거울을 들여다보며 목표를 이루리라 굳게 다짐했다. 상점창을 통해 얻은 새 귀가 유달리 잘생겨 보였다.


***


하루에 한 번, 나는 꾸준하게 동일한 시간에 노래를 업로드했다. 전략적으로 매일 다른 장르를 선택해 다양한 타켓층을 공략하는 게 내 전략이었다. 보다 많은 사람들이 내 노래를 들어줬으면 하는 마음이기도 했지만, 진짜 목적은 따로 있었다. 어떤 장르가 소비자에게 반응이 큰지 알아보기 위한 일종의 테스트였달까.


단순히 대중들에게 호응을 얻기 위해서는 사람들에게 익숙한 발라드나 OST, 유명 아이돌의 노래를 부르는 것이 유리했다. 하지만 테스트를 통해 알게 된 중요한 사실 하나. 진짜 코어팬 형성을 위해서는 원래 있는 노래도 ‘내 스타일’로 맛깔나게 편곡해 부르는 게 훨씬 유리하다는 것.


‘본격적으로 음악 공부를 더 하는 게 도움이 되겠어.’


아이돌을 꿈꾸는 지망생이기도 했고, 워낙에 음악을 좋아하다보니 학창시절에도 혼자서 작곡이나 편곡을 공부한 적이 있었다. 독학으로 나만의 곡을 만들어보기도 하고, 아마추어 프로듀서 카페에 작업물을 올렸다가 호평을 받기도 했었다.


하지만 그것도 벌써 몇 년 전. 새로운 노력이 필요한 때다. 어느 새 나는 유튜브를 통해 그동안 몰랐던 부분들을 찾아 공부하게 됐고, 이전보다 더 방대하게 음악을 배워가기 시작했다. 뭔가에 몰두한 내 모습에 누구보다 기뻐하신 건 다름 아닌 부모님이었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폐활량과 체력을 위해 아침 일찍 일어나 러닝을 하고, 목을 관리하기 위해 좋은 음식을 챙겨먹게 된 내 모습. 그러다보니 얼마 지나지 않아 자연스럽게 살이 빠지게 되고, 다크서클이 짙었던 눈가도 깨끗해졌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절로 부지런해지고 성실해진 나를 보며 부모님은 아무것도 묻지 않으셨지만, 매일 밤 말없이 책상에 과일을 올려두고 가시곤 했다. 나의 가장 든든한 지원군. 가족이 있다면 무엇이든 해낼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었다.


무엇보다 목표가 생기면서 공부를 시작하고 나니 흐리멍텅했던 머리가 맑아지는 기분이 가장 기분 좋았다. 누군가에게 사랑받기 위해 시작한 일들이 전부 나에게 긍정적인 영향이 되어 돌아오다니. 신기하기도 하고 보람차기도 한 매일매일. 나는 이렇게 얻게 된 에너지를 꼭 더 나은 곳에 쓰고 싶다고 점점 더 강렬하게 원하게 됐다.


그렇게 매일 Big Mic에 업로드한 노래가 차곡차곡 쌓여 어느덧 13개. 땀흘려 노력한 끝에 나는 어느 새 플랫폼 내에서 제법 인기 있는 DJ가 돼 있었다. 13개 콘텐츠만으로 벌써 인기 순위 5위. 하지만 내가 성장할수록 1위 DJ인 ‘달콩’ 역시 계속 인기 상승 곡선을 타고 있는 채였다. 이 정도로 만족할 순 없었다.


‘이 쯤이면 적당할 때가 아닐까?’


한방이 필요할 때. 나는 그 순간이 지금이라고 생각했다.


그동안은 일부러 궁금증을 자아내기 위해 홈피에 노래 외에는 그 어떤 코멘트도 남긴 적이 없었다. 그렇기에 사람들은 내 존재를 신비롭게 여기기도 했지만, 한켠으로는 소통이 되지 않아 답답해하는 여론도 있었던 게 사실이다.


편곡과 녹음을 마친 오늘치 작업물을 업로드하며, 나는 처음으로 몇 자를 적어 넣기로 했다. 이것이 어떤 반향을 일으킬지는 두고 봐야 알겠지만 아마도 제법 흥미로운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 확신했다.


타닥타닥. 손가락이 부드럽게 키보드를 두드린다.


[내일 밤 10시, 왕따소년의 첫 번째 라이브 방송을 시작합니다]


탁. 엔터키를 눌렀다.

정확히 38시간 후, 드디어 내 인생 첫 생방송이 시작된다.


작가의말

환호의 첫번째 생방송, 성황리에 마칠 수 있게 많은 응원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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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마스크남과 전설의 괴물 24.09.14 17 2 14쪽
15 역대급 연습생의 탄생 (2) 24.09.13 19 2 13쪽
14 역대급 연습생의 탄생 (1) 24.09.12 27 3 14쪽
13 캐스팅 제의 24.09.11 32 3 13쪽
12 황금 마이크 결승 D-DAY (2) 24.09.11 31 3 15쪽
11 황금마이크 결승 D-DAY (1) 24.09.09 38 3 12쪽
10 나만의 필승 전략 24.09.08 38 3 12쪽
9 외모 상점창 업데이트 24.09.07 38 3 11쪽
8 이거 설마 프리 데뷔? 24.09.06 38 3 13쪽
7 남자 주인공? 내가? 24.09.05 42 3 13쪽
6 썬 보이즈 형님들 땡큐! 24.09.04 42 3 13쪽
5 피부 미남으로 거듭나다?! 24.09.03 46 3 14쪽
4 인생 첫 생방송 24.09.02 50 3 15쪽
» 왕따 소년 데뷔합니다 (2) 24.09.01 56 3 12쪽
2 왕따 소년 데뷔합니다 (1) 24.08.31 66 3 17쪽
1 내 이름은 존못남 +1 24.08.31 87 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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