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심 먹는 아이돌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정산.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4.08.30 17:17
최근연재일 :
2024.09.15 20:40
연재수 :
1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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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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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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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221

작성
24.08.31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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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쪽

왕따 소년 데뷔합니다 (1)

DUMMY

1. 눈

2. 코

3. 입

4. 귀

5. 피부


.

.

.


허공을 가득 메운 홀로그램 안에는 보기좋은 네모탭들이 나열돼 있었다. 그리고 각 탭마다 외모의 부위가 쓰여져 있었다.


‘설마 이게 소설에서만 보던 상점창이라는건가?’


한때 상태창이나 상점창이 소재인 웹소설들을 꽤 많이 보고는 했었다. 그리고 내심 생각했었지. 나에게도 저런 치트키가 있으면 참 좋겠다고.


그런데 지금 그 꿈이 이뤄지기라도 한걸까? 눈앞에서 일렁이고 있는 홀로그램을 보고도 나는 지금 이 현실이 진짜인지 가짜인지 구분이 되질 않았다. 이게 진짜라는 것을 알기 위해서는 실행을 해봐야겠다. 나는 일단 눈에 보이는대로 아무 버튼이나 한번 눌러보기로 했다.


꾹.


본능적으로 5번 피부 버튼을 제일 먼저 눌렀다. 고등학교에 진학하며 붉은 화농성 여드름이 얼굴을 뒤덮는 바람에 고역을 겪은터라 나에게는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5번을 탭하자 홀로그램의 전체창 옆에 또 다른 세부창이 떴다.


‘오호라, 게임 시스템창이랑 똑같네. 제법 편리한데?’


전체창과 세부창. 그리고 각 창을 닫을 수 있는 X 표시에, <다시 부를 땐 마음 속으로 ‘상점창’을 외쳐주세요.> 라는 친절한 설명까지. 홀로그램은 뭐 하나 불편함 없이 누구라도 편하게 쓸 수 있게 시스템이 갖춰져 있었다.


‘어디 보자. 세부창에는 어떤 게 떠있지?’


1. 흉터 치료

2. 톤 선택

3. 깐 달걀 피부

4. 자동 보정


세부창의 내용을 보자마자 갑자기 심장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아무리 깨끗이 씻고 간절히 바라도 이뤄지지 않은 것들. 이것들 중에 하나를 선택하면 그걸 가질 수 있다는건가? 그렇다면 어디...


3번 깐 달걀 피부를 선택하자 이내 징- 하는 경고음과 함께 X 표시가 뜬다.


[애정도가 부족합니다. <깐 달갈 피부> 선택에 필요한 애정도는 350점입니다. 1/350]


아, 이런. 처음부터 너무 욕심 부렸나. 당황함도 잠시 메시지 마지막에 뜬 숫자가 눈길을 잡아끈다. 1/350. 이 외모를 획득하기 위해서는 총 350점이 필요하고, 현재까지 나에게는 1점밖에 없다는 말이로군.


“땀쵼!”


그때 무언가가 비죽 내 티셔츠자락을 잡아당기는 것이 느껴졌다. 아주 연약한 힘이었다. 내려다본 곳에는 어리둥절한 얼굴로 눈을 깜빡이고 있는 조카 주아가 서 있었다.


“어, 주아야.”


그제야 나에게 1점의 애정도를 준 주인공이 누군지 깨달았다. 주아다. 내 조카 주아. 상점창을 내게 불러일으켜준 복덩이.


나는 주체할 수 없이 벅차오르는 감정을 참지 못하고 이내 주아를 번쩍 들어올렸다. 그러자 귓가에서 꺄르르 유리알 같은 웃음소리가 울려퍼졌다.


‘좋아. 어디 한번 해보자. 인생 역전이라는 거.’


품 안에 안은 주아의 따뜻한 온기가 내 심장에 그대로 와닿고 있었다. 아주 오랜만에야 내 심장이 살아숨쉬며 뛰는 것이 느껴졌다.


“환호야!”


등 뒤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린 것은 그때였다. 단말마 같은 탄식처럼 내 이름을 부른 이가 누구인지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아버지.


“환호야! 내 아들.”


매번 굳게 닫힌 문을 사이에 두고 들었던 목소리였는데. 이번에는 어떤 방해물이 없이 선명하게 아버지의 목소리가 귓가에 파고든다. 언제나 단단해보였던 아버지의 목소리가 금방이라도 무너질 듯이 흔들리고 있었다.


“아버지...”


품에 안고 있던 주아를 내려놓고 천천히 몸을 돌렸다. 눈부실만큼 새하얀 빛이 열린 문틈 사이로 쏟아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 가장 중앙에는 눈물에 젖은 아버지의 얼굴.


그 순간 실감났다. 방에 틀어박혀 있는 동안 작지만 많은 것들이 바뀌어 있었다는 게. 이발을 하지 못해 어느덧 꽤 길어버린 내 머리카락. 그리고 일년 새 나보다 더 작아져버리신 아버지.


마음은 금방이라도 달려가 아버지를 끌어안고 싶었지만 몸이 한참을 머뭇댄다. 그때 아버지가 먼저 다가와 나를 덥썩 끌어안으셨다. 장하다 내 아들. 고맙다 환호야. 하시면서.


나는 힘주어 나를 끌어안는 아버지의 등을 마주안았다. 그러자 그게 신호가 되어 왈칵 눈물이 쏟아졌다. 그렇게 오랜만에 재회한 두 남자는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펑펑 울었다. 아마 주아가 우리의 손을 잡아당기지 않았다면 밤이 될 때까지 계속 그랬을지도 모르겠다.


눈물을 닦고 방밖으로 나서자 어머니와 형, 형수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아버지가 그랬던 것처럼 나를 따뜻하게 안아줬다.


그래, 이게 가족이었지. 오랫동안 잊고 살았던 행복이 건조하게 메마른 가슴 속에서 다시금 피어오르기 시작한다.


복덩이 조카 주아가 가져다준 행복은 상점창 뿐만이 아니었다. 나를 지켜주는 든든한 울타리, 가족. 그 소중함을 깨달은 열아홉 살의 어느 날. 그렇게 나에게 인생 2막이 시작됐다.


***


“잡채도 좀 먹어 환호야. 너 잡채 좋아하잖아.”

“먹고 있어요. 엄마도 좀 드세요.”

“우리 막둥이가 1년만에 방 밖에서 밥을 먹는데, 지금 엄마 목에 밥 넘어가는 게 대수니? 얼른 먹어. 내새끼.”


내 밥그릇에 수북하게 반찬을 쌓아주는 엄마의 눈시울이 금세 붉어진다.


형과 형수님, 주아의 방문에 예상밖의 순간에 방밖으로 나온 나까지. 엄마는 오늘이 인생 최고의 날인 것처럼 행복해하셨다. 잔치라도 벌일 것처럼 맛있는 음식을 한가득 만드신 것만 봐도 그 기분이 느껴질 정도였다.


잡채, 굴비, 제육볶음, 오이소박이, 뚝배기 된장찌개까지. 내가 좋아하는 반찬으로만 차려진 밥상이다. 엄마의 정성과 손맛 덕분이기도 했지만 1년만에 방밖에서 가족들과 함께 먹는 밥은 그야말로 꿀맛이었다. 매일 어두컴컴한 방 안에서 혼자 모니터 불빛에 의지해 먹던 밥에 비할 바가 못됐다.


“이제 방문 걸어잠구고 그러지마. 응?”


식사가 끝나고 모두가 거실에 둘러앉아 차를 마실 때 엄마가 내 손을 꼭 붙잡은 채 부탁하셨다. 가족 모두의 시선이 나에게 향했고 나는 잠시 망설이다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포도를 먹던 주아가 나에게 달려와 품에 폭 안겼다.


“우리 땸톤 최고! 아이, 이뻐요.”


가족들 사이에서 따뜻한 웃음소리가 흘러나왔다. 방 밖으로 나오길 잘했다. 가족들 곁으로 돌아오길 잘했다. 안도감이 들었다. 그리고 그 순간 나는 절실하게 생각했다. 이제 진짜 내 인생을 찾고 싶다고. 그래서 가족들에게 꼭 보답하고 싶다고 말이다.


***


형과 형수, 주아가 집으로 돌아가고 부모님도 오랜만에 맘편히 침실로 향하셨다. 고요함이 내려앉은 밤. 나는 방에 들어와 생각에 잠겼다. 몇 시간만에 일어난 엄청난 변화. 그 중심에는 외모 상점창이 있었다.


애정도를 많이 모으면 모을수록 교환할 수 있는 외모의 종류도 다양해진다. 그러다보면 평생 콤플렉스였던 못생긴 얼굴도 어느 정도 볼만한 얼굴로 바뀔 수 있을 것이다. 갑자기 자신감이 샘솟았다.


만에 하나, 얼굴이 잘생겨진다면...? 그렇다면 이번 생에서는 이룰 수 없을거라 생각했던 아이돌의 꿈도 다시 꿀 수 있게 될까? 생각이 거기에까지 미치자 가슴이 미친 듯이 뛰기 시작했다. 정말 오랜만에 느껴보는 설렘이었다. 가슴 깊이 묻어뒀던 오랜 꿈이 다시 생동감 있게 희망을 펌프질하는 것만 같았다.


‘좋아. 직접 확인을 한번 해보자.’


애정도가 많이 필요한 유형은 교환이 어렵겠지만, 주아가 준 1점만으로도 교환할 수 있는 외모가 있을지도 모른다.


‘상점창.’


아까 확인했던 설명처럼 나는 마음 속으로 상점창을 외쳤다. 그러자 마법처럼 정말 눈앞에 다시 홀로그램이 나타났다. 아까 나에게 있었던 일이 꿈이 아니라는 것이 다시 한번 증명됐다.


눈앞에 깔끔하게 정리된 탭 중에서 외모 변화에 영향이 적을만한-즉 낮은 애정도로도 구입이 가능할만한- 부위를 고른다. 곰곰이 고민하다 귀를 선택하기로 했다. 곧 세부창이 발생했다.


귀 크기, 귓불 길이부터 귓바퀴 모양 변경, 귀 피부색 보정에 완벽한 귀청소까지 디테일한 내용이 가득이었다. 나는 거울을 바라보며 잠시 고민하다 귀 크기를 지금보다 크게 변경해보기로 결정했다. 덩치에 비해 귀 크기가 작은 편이라 그렇지 않아도 스트레스를 받던 참이었기 때문이다. 작은 귀 때문에 가뜩이나 큰 얼굴이 더 커보였다. 이참에 확실히 고쳐야지.


[귀 크기 변경] - [현재보다 크게] - [애정도 1점 소모]


‘다행이다. 1점만으로도 가능해.‘


소모 점수를 확인한 후 [교환] 버튼을 눌렀다. 그러자 우웅, 하는 작은 소음과 함께 잠시 눈앞이 새하얘졌다. 아주 짧은 찰나였다. 나는 떨리는 마음으로 거울을 바라봤다.


헉. 진짜다. 진짜로 귀 크기가 변해 있었다. 그것도 내 얼굴에 딱 맞는 아주 적당한 크기로.


평소보다 안정적인 크기로 변한 귀 덕분에 얼굴이 한층 균형적으로 보인다. 놀랍다. 이 하나만으로도 얼굴이 이전보다 훨씬 괜찮아 보이는데? 아니, 그보다 더 놀라운 사실. 이 상점창..... 진짜 쓸만한거잖아?


눈앞에서 실제로 외모 상점창의 위력을 확인하고나자 심장이 더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애정도만 받쳐준다면 욕심껏 외모를 최상의 레벨로 끌어올릴 수 있다는 말.


좋아, 그렇다면 애정도를 모으는 것이 우선이다.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 주아야 아직 어리고 가족이니까 스스럼 없이 나에게 사랑을 표현해줬지만, 이번 케이스처럼 주변인들의 도움만으로는 목표에 다다르기 어렵다.


고민에 빠진 채 마우스를 딸깍대고 있을 때, 광고 문구 하나가 눈앞을 스쳐 지나갔다.


<목소리만으로 인기를 얻어보세요! - 오디오 플랫폼 Big Mic>


‘이게 뭐지?’


광고를 클릭했던 건 순전히 호기심 때문이었다. 하지만 두 시간 정도 꼼꼼하게 살펴보며 호기심은 두근거림으로 변했다.


광고 문구처럼 순수하게 목소리만으로도 인기를 얻고 있는 사람들이 한둘이 아니었다. 몇몇의 사람들은 자신의 얼굴을 프로필에 걸어두고 방송을 진행하거나 노래를 부르기도 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얼굴을 드러내지 않고 청취자들과 소통하고 있었다.


평균적으로 적게는 10명 내외, 많게는 300명 정도까지 팬을 보유하고 있는 것 같았다. 잠깐. 그러면 제일 인기가 많은 탑랭커에게는 어느 정도의 팬이 있지? 목록을 살펴보다보니 탑랭커의 정보를 볼 수 있는 란이 있었다. 딸깍, 마우스가 나를 그곳으로 데려다준다.


“헐... 1400명...?”


어떻게 목소리 하나만으로 고정팬을 1400명이나 만든단 말이지? 이 정도 수의 팬이라면 신인 아이돌보다도 낫다. 1위 DJ의 이름은 ‘달콩’. 나는 달콩의 캐스트를 처음부터 하나하나 들어보기 시작했다.


달콩은 주로 밤 시간대를 이용해 라디오 진행하듯 팬들과 소통하는 것을 즐기는 것 같았다. 기본적으로 목소리가 아주 좋은 것이 특장점. 밤 시간대에 어울리게 잔잔하고 차분하면서도 여성들이 딱 좋아할만한 음성이었다.


‘나도 목소리라면 누구한테 뒤지진 않는데.’


외모라면 몰라도 목소리만큼은 자신 있었다. 어릴 때부터 노래만 시작하면 반전남이라는 칭송을 듣던 임환호가 아니었던가.


‘혹시 나도 이 사람처럼 팬을 만들 수 있을까?’


노래를 부른 후 박수를 받던 어린 시절의 추억이 떠오르며 나도 한번 시작해볼까? 하는 마음이 들었다. 그리고 중학생 시절에 사놓았던 마이크를 컴퓨터에 설치했다.


“아아. 마이크 테스트.”


즐겨듣는 음악을 틀어놓고 그 위에 흥얼거리듯 시험 삼아 불러보니 첫 테스트인데도 듣기에 썩 나쁘지 않다. 휴학을 한 후 노래와는 완전히 담을 쌓고 살았었다. 우울함에 빠져 내가 먼저 노래를 외면했다는 게 더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그런데 1년만에야 잡아본 마이크는 역시 나를 배신하지 않았다.


‘연속해서 계속 부르는 건 아무래도 좀 힘드네.’


몇 곡을 연달아 더 부르고 나니 자동적으로 관자놀이에서 땀이 흐른다. 1년 간 방 안에만 틀어박혀 꼼짝도 안했더니 몸집이 불어 살이 더 찐 탓이었다. 게다가 체력도 바닥이고. 옛날엔 코노에서 세 시간을 날아다녀도 멀쩡하던 놈이 이제는 몇 곡만에 숨을 헉헉댄다. 그 모습이 서글프면서도 왠지 오기가 생겼다.


‘다시 노래를 시작하게 되면 꼭 운동도 같이 병행해야지.’


거울을 보며 아-에-이-오-우 천천히 입을 풀어봤다. 여전히 여드름 투성이의 못생긴 얼굴이었지만 내가 보기에도 표정이 한결 밝아졌다. 마음이라는 건 참 신기하다. 마음을 어떻게 가지느냐에 따라 얼굴색이 이렇게 변할 수도 있다는 게.


창밖을 보니 어느덧 동이 터올 시간이었다. 지금 시간에 노래를 녹음하는 것은 무리이니, 부모님이 출근하시고 나면 그 시간을 이용해 실행해볼 생각이었다.


그리고 몇 시간 후, 부모님의 출근을 확인하고 나는 미리 선곡해둔 노래의 MR을 재생시켰다. 힘이 들 때마다 즐겨듣던 아이돌 ‘비타민’의 노래였다. 걸그룹 노래인지라 남자키로 내려 녹음을 진행했다.


좋아하는 노래, 희망에 부푼 두근거림, 거기에 집에 아무도 없다는 자유로움까지. 삼박자가 갖춰진 덕분일까. 한껏 분위기에 취해 정말 가수라도 된 양 온 감정을 쏟아 클라이막스를 향해 달려갔다. 마지막 곡이 끝나갈 때 쯤에는 찔끔 눈물까지 날 정도였다.


녹음을 마친 후 들어보는데 퀄리티가 썩 나쁘지는 않다. 하지만 소름이 끼칠만큼의 임팩트는 조금 부족했다.


‘뭐가 부족한걸까.’


잠시 고민하다 곧 문제점을 찾았다. 걸그룹 노래를 남자키로 내려 부르다보니 특유의 쾌활함과 에너지가 다운된 것이었다.


‘원키로 한번 불러봐?’


평소에도 고음이 깨끗하고 높게 올라간다는 평을 수도 없이 들어온 터였다. 하지만 ‘비타민’의 음역대는 꽤 높은 편이었고 실제로 불러본 적이 없어 가능할지는 미지수. 그럼에도 왠지 확신이 들었다. 이게 정답인 것 같다고.


여러 고민을 해본 끝에 나는 처음부터 브릿지 부분까지는 원래대로 남자키로 녹음을 진행하다 마지막 후렴구가 터질 때부터 원키로 음역대를 끌어올려 한방을 터뜨리는 방향을 선택하기로 했다. 그러면 확실히 클라이막스가 완벽하게 살 것이다.


[거친 세상이 너를 짓누른대도

절대로 포기하지마

기회는 반드시 찾아올거야

너만을 위한 행운을 붙잡아]


계획대로 마지막 후렴구에서 온힘을 다해 고음을 올렸다. 척추가 저릿하며 쾌감이 온몸을 휘감았다. 된다. 돼. 가능하다고! 해냈다는 짜릿함에 머리털이 쭈뼛 섰다.


노래를 끝마친 후에도 나는 떨리는 손으로 마이크를 놓지 못했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성취감이다. 덜덜대는 손등 위로 굵은 땀방울이 흘러내렸다.


겨우 마음을 가라앉히고 Big Mic에 접속했다. 1초라도 빨리 이 노래를 사람들에게 들려주고 싶었다. 하지만 Big Mic에 내 음악을 업로드 하기 위해서는 닉네임을 먼저 설정해야 했다.


‘닉네임이라... 사람들을 확실히 사로잡을만한 임팩트가 있으면 좋을텐데.’


키보드 위에서 몇 번이나 손가락이 움직였다 멈추기를 반복했다. 한참을 망설인 끝에야 나는 닉네임을 정했다.


<왕따 소년>


이보다 나를 더 잘 표현할 수 있는 단어가 있을까? 트라우마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나에게 있었던 모든 일을 인정받고 받아들여야 한다. 나는 굳게 마음 먹으며 손가락을 움직였다. 당분간 이것이 나를 대표하는 이름이 될 것이다.


그리고 준비한 노래를 업로드하기 시작했다. 그제야 긴장이 풀리며 졸음이 쏟아졌다. 어제 주아가 방에 들어왔을 때부터 지금까지 계속 쉬지 못하고 있었더니 금방이라도 눈꺼풀이 내려앉을 것 같았다.


노래가 무사히 업로드된 것을 확인하고 나는 바로 침대로 다이빙했다. 그리고 기절하듯 그대로 잠에 빠져들었다. 한시라도 빨리 사람들의 반응을 살피고 싶었지만 쏟아지는 잠을 이길 도리가 없었다. 나는 금방 기분 좋은 단잠에 빠져들었다.


그렇게 몇시간이나 흘렀을까. 목이 말라 물을 마시기 위해 잠깐 깼는데 벌써 창밖이 어둑해져 있었다. 몇 시간이나 잔거야 대체.


시간을 확인하려고 핸드폰을 봤는데 핸드폰이 꺼져 있다. 분명 잠들기 전에는 배터리가 반 정도 남아 있었는데. 결국 다시 모니터 앞에 앉았다. 오후 6시 30분. 첫 번째 노래를 업로드한지 벌써 7시간이 지나 있었다.


조금은 긴장된 마음으로 Big Mic에 접속했다. 그리고 마이페이지를 클릭한다. <왕따 소년의 홈피입니다.>


그리고 직접 보고도 믿을 수 없는 현실에 눈이 휘둥그레졌다.


‘이거 대체 어떻게 된거야?’


작가의말

세상을 향해 걸어가는 주인공 '임환호' 많은 응원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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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이상하지만 꽤 어울리는 24.09.15 14 2 12쪽
16 마스크남과 전설의 괴물 24.09.14 17 2 14쪽
15 역대급 연습생의 탄생 (2) 24.09.13 19 2 13쪽
14 역대급 연습생의 탄생 (1) 24.09.12 26 3 14쪽
13 캐스팅 제의 24.09.11 32 3 13쪽
12 황금 마이크 결승 D-DAY (2) 24.09.11 31 3 15쪽
11 황금마이크 결승 D-DAY (1) 24.09.09 38 3 12쪽
10 나만의 필승 전략 24.09.08 38 3 12쪽
9 외모 상점창 업데이트 24.09.07 38 3 11쪽
8 이거 설마 프리 데뷔? 24.09.06 38 3 13쪽
7 남자 주인공? 내가? 24.09.05 42 3 13쪽
6 썬 보이즈 형님들 땡큐! 24.09.04 41 3 13쪽
5 피부 미남으로 거듭나다?! 24.09.03 46 3 14쪽
4 인생 첫 생방송 24.09.02 50 3 15쪽
3 왕따 소년 데뷔합니다 (2) 24.09.01 56 3 12쪽
» 왕따 소년 데뷔합니다 (1) 24.08.31 66 3 17쪽
1 내 이름은 존못남 +1 24.08.31 86 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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