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심 먹는 아이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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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산.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4.08.30 17:17
최근연재일 :
2024.09.15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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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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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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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1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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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캐스팅 제의

DUMMY

나와 우제이의 공동 우승 소식에 관객석에서는 환호가 터졌다. 펑 소리와 함께 쏟아지는 종이폭죽. 난생 처음 겪어보는 상황에 정신이 없는 와중에도 무언가는 또렷하게 눈에 들어왔다. 관객석 저 멀리, 팔짱을 낀 채 서서 나를 바라보고 서 있는 저 남자. 딱 봐도 비싸 보이는 쓰리피스 수트와 무표정한 얼굴. 그 입가에 미소가 어리는 걸 보고서야 나는 그가 MOM엔터의 홍승준 대표라는 걸 알 수 있었다.


헐. 설마 직접 황금 마이크 공연을 보러 왔다고? 그 MOM엔터 대표가 이런 작은 행사를?


홍승준 대표의 옆에는 세 명의 사람이 더 있었다. 하나같이 포멀한 차림을 한 채로, 태블릿 PC를 들고 있거나 휴대폰을 든 채로 홍승준 대표의 입에서 나오는 말 한마디 한마디에 초집중하고 있는 상태였다.


홍승준 대표가 손가락으로 무대 위, 정확히 말하자면 나를 가리키며 뭔가를 말하자 그 세명의 눈도 곧바로 나를 향한다. 그리곤 고개를 끄덕이더니 다시 자신들끼리 몇 마디의 대화. 그들에게 정신이 팔려 있느라 나는 MC가 나를 부르는 소리도 놓치고 말았다.


“왕따 소년님! 아이고, 너무 긴장하셨나 봅니다. 소감 말씀해주셔야죠.”

“아, 네. 일단 감사합니다. 제 방송을 들었던 분들이라면 아시겠지만, 사실 저는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이런 무대에 설 수 있으리란 기대조차도 할 수가 없던 사람이었습니다. 그런 저에게 희망을 안겨준 건 오직 저를 응원해주신 청취자분들이었어요. 그리고 저에게 가능성을 알려준 사랑하는 제 조카, 주아 덕분이기도 하구요. 저를 항상 지켜봐주시는 가족 여러분, 그리고 친구들, 오늘 찾아와주신 구독자 여러분, 정말로 감사하단 인사를 전합니다. 그리고...”


그리고...? 잠시 마이크를 떼고 호흡을 가다듬는 나에게 이목이 집중된다. 모두들 궁금한지 실내가 조용해졌다.


“앞으로 제 팬이 되어주실 전세계의 여러분, 미리 감사할게요.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속으로는 내심 떨렸지만 겉으로는 능청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그러자 관객석에서 환호가 쏟아져 나왔다. 나는 본능적으로 공연 시작 때부터 계속해서 무대를 촬영 중이던 카메라의 빨간빛을 찾았다. 그리고 그 카메라가 미래의 내 팬들이라도 되는 양 꾸벅 가벼운 목례를 했다.


사람들의 박수와 함성 속에서 수현이와 한아, 세상에 단 둘뿐인 내 친구들이 우우, 야유 비슷한 장난스러운 소리를 보냈다. 그러면서도 신나게 직접 만든 플랜카드를 흔드는 걸 보니 아마 녀석들도 꽤나 즐거운 것 같았다. 두 소녀가 만들어온 플랜카드에는 <노래왕 임환호> 라는 글자가 쓰여져 있었다. 야... 이거 전국 노래자랑 아니라고.


내 소감이 끝나고나자 자연스레 마이크는 공동 우승자인 우제이에게 향했다. 공백이 컸던 아이돌의 컴백쇼나 마찬가지인 무대였던지라 사람들은 우제이가 무슨 말을 할지 꽤나 궁금한 눈치였다. 더군다나 그는 무대에 서서도 노래 외에 별 말은 하지 않았던 터라 더 궁금증이 커졌다.


“면목 없습니다. 감사합니다.”


하지만 그가 꺼낸 말은 그게 전부. 어쩐지 우제이는 표정이 밝지 않았다. MC의 마무리 멘트가 이어지고 이내 대망의 황금마이크 무대는 모두 마무리 됐다.


대기실로 향하는 사람들 틈에서 나는 끝까지 무대에 남아있었다. 그리고 잠시 눈을 감고 나를 휘감고 있는 이 모든 분위기를 느꼈다. 끝의 끝이 있다면, 그 끝의 끝의 끝까지 나는 무대에 서있고 싶었다.


그토록 간절했던 무대. 어쩌면 다시는 설 수 없으리라 생각해 눈물로 좌절했던 날들. 그리고 운명처럼 다시 되찾은 나의 꿈. 그 모든 시간들이 주마등처럼 스쳐가며 척추가 오싹하도록 짜릿한 기분이 느껴졌다.


다시 눈을 뜨니 제일 보이는 건 천장에 달린 조명이었다. 그리고 바닥에는 나를 위해 쏟아졌던 종이폭죽의 잔해. 아직도 다 가시지 않은 무대의 열기. 마지막으로 객석에는 끝까지 그 자리에 남아 나를 바라보고 있는,


“내 아들. 결국 해낼 줄 알았다.”


어린 시절 날 찍어주셨던 그 캠코더로, 여전히 나를 촬영중이신 사랑하는 나의 부모님.


와락. 두 분을 끌어안자마자 꾹 참고 있던 눈물이 새어나왔다. 말없이 장하다, 라는 말을 반복하며 등을 쓸어주시는 두 분의 목소리도 기분 좋게 흔들렸다. 방안에만 틀어박혀 어둠 속에 살던 아들을 바라보며 부모님의 마음은 얼마나 아프셨을까.


눈물을 들키고 싶지 않아 고개를 숙인 채 두 분의 손을 꾹 쥐었다. 그리고 마음으로 평생 지킬 약속을 드렸다.


‘반드시 성공할게요. 제 꿈을 이룬 모습을 꼭 보여드리겠습니다. 앞으로는 효도할 일만 남았어요. 기다려주세요.’


눈물로 시작했던 부모님과의 상봉이 이내 미소로 마무리가 됐다. 고개를 드니 한아와 수현이가 이쪽을 바라보며 박수를 보내고 있었다. 그리곤 우리 쪽으로 다가와 스스럼 없이 ‘환호의 친구’라고 부모님께 인사를 건넸다.


“친구? 우리 환호 친구라고?”


두 소녀를 보는 엄마의 눈이 커졌다. 하긴, 중학교 때 이후로 친구라고는 소개시켜본 적이 없으니 놀랄만도. 그것도 사내놈들이 아니라 여자친구들이니. 설명 없는 갑작전개에 눈이 커지실만도 했다.


“어머 얘들아. 그러면 우리 밖에 나가서 갈비라도 먹을까? 아니다. 소고기 먹자. 투뿔 한우로. 엄마가 오늘 한턱 쏠게.”


우리 김여사님, 급발진 하실 줄 알았다. 왕따 아들에게도 친구가 있었다는 말이 저리 좋으셨을까. 금방이라도 수현이와 한아에게 통크게 베푸실 듯 표정이 상기돼 있으시다. 나는 그 모습이 귀여우면서도 마음 한켠이 짠해졌다.


“에이 엄마. 오늘 처음 만나는 자리잖아요. 다음에요. 친구들 스케줄도 있잖아요.”

“그래? 아쉬운데... 그러면 우리 나중에 꼭 같이 밥 먹어요. 그때는 집으로 초대할테니까. 아니다, 우리 환호 곧 생일이거든요? 그때 와서 다같이 생일파티 하면 되겠다. 어때요?”

“정말요? 저희 너무 좋죠. 환호 말대로 안 그래도 저희 이따 저녁에 일정이 있어서 같이 식사 못할 것 같아 아쉬웠는데... 불러주시면 저희는 언제든 출동이에요 어머니!”

“네! 언제든지 놀러갈게요! 야, 임환호. 너 근데 생일인 거 왜 말 안했냐?”


요즘 같은 때에 생일인 걸 미리 떠들고 다니는 사람이 어딨냐고. 나는 옆구리를 쿡 찌르며 내게 타박하는 수현이에게 어깨를 으쓱해 보이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한다.


그렇게 친구들이 먼저 자리를 뜨고, 대기실로 돌아가기 위해 부모님과도 인사를 나누는데.


그때였다. 왠지 위엄이 느껴지는 발걸음 소리가 들린 것은.


그리고 고급스러워보이는 구두코가 우리의 옆에 와 섰을 때, 그 발걸음의 주인공은 예의 그 중후한 목소리로 나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 그처럼 되고 싶다 다짐하게 만든 단단하고 커다란, 바로 그 손이었다.


“우승 축하해요 환호 군.”


고개를 들자 MOM엔터 홍승준 대표의 얼굴이 보였다. 그리고 그 옆에는 무대에서 발견했던 포멀한 차림의 여자 둘, 남자 하나.


“안녕하세요, MOM엔터테인먼트 홍승준 대표님이십니다.”


그가 내 옆에 서있던 부모님께 가볍게 목례를 하자 기다리고 있었단 듯, 그의 옆에 서 있던 포멀 차림 남성이 명함철에서 명함을 꺼내 부모님께 각각 건넸다. 내가 받았던 것과 동일한, 빳빳한 재질의 금색 테두리 명함이었다.


“대표님께서 환호 군 스카우트 관련해서 부모님과 말씀을 나누고 싶어합니다. 물론 환호 군 본인하고도요. 혹시 시간 되실 때 사옥으로 방문 한번 해주실 수 있을까요?”


이번엔 그 옆에 서있던 포멀차림 여성이 덧붙인다. 부모님은 아직도 얼떨떨한 표정으로 명함만 만지작대며 서로를 바라보고 계신 채였다.


“물론 곧바로 아티스트 영입은 아닙니다. 스카우트 후에 MOM 특별 스타 양성 시스템을 통해 연습기간을 거치게 될거구요. 연습생 기간을 거쳐 내부 심사를 통해 데뷔 여부가 결정되게 됩니다. MOM 연습생 시스템이 꽤나 잘 꾸려져서 연습생으로의 스카우트를 위해 지금도 수많은 아이돌 지망생들이 오디션에 지원 중이죠. 환호 군은 특별히 대표님의 직접 스카우트를 통해 MOM에 입사하게 될 예정이니, 오디션 없이 곧바로 스타 양성 시스템에 투입될 예정입니다.”


이번에는 다시 그 옆에 서있던 포멀 차림 여성이다. 긴 말을 내뱉으면서도 더듬는 단어 하나 없이 완벽하고 매끄럽게 문장을 구사하는 걸 보니 성격이 꽤나 프로페셔널한 것 같았다. 하긴, 입고 있는 차림만 봐도 대충 성격이 보이긴 했다. 마치 여성 잡지에서 튀어나온 듯한 군더더기 없는 세련된 착장. 튀어나온 부분 하나 없이 완벽하게 정리된 헤어. 마지막으로 투명하게 빛나는 무테 안경까지.


그녀는 부모님을 바라보며 한가지 말을 덧붙였다.


“환호 군 연락처로, 어떤 지원을 하게 될지 구체적인 문서와 계약서 조항을 보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충분히 검토하신 후 내방하셔도 무방합니다.”

“어허, 사람들. 딱딱하게.”


들고 있던 태블릿PC의 화면을 보여주며 뭔가 복잡해보이는 문서를 아래로 스크롤하며 설명하던 포멀 차림 여성이 홍승준 대표의 손짓에 목례를 하며 뒤로 물러선다.


“아드님의 출중한 재능을 부모님께서 가장 잘 아시리라 생각합니다. 오늘 무대를 보셔서 아시겠지만, 아드님이 무대에 섰을 때 본인의 에너지를 두 배로 표출할 줄 아는 사람입니다. 그건 누가 시켜서 된다고 가능한 일이 아니죠. 환호 군?”

“아, 네.”


부모님께 차분하게 말을 이어가던 홍승준 대표의 시선이 나에게 닿았다.


“’비포 선라이즈‘ 원곡의 verse1은 오히려 아주 미성으로 시작하는데, 왜 그렇게 으르렁대듯 거칠고 허스키한 목소리로 표현한거죠?”

“제가 해석했을 때, verse1의 가사는 처음부터 관객들에게 이 노래의 결을 알려주는 아주 중요한 포인트라고 생각했습니다. 강렬하고 터프하게 접근해서 관객들에게 이 노래의 캐릭터를 확실하게 보여줘야 한다고 느꼈어요. 그래서 저도 모르게 그만...”

“본인도 모르게 그만?”

“네.”


내 대답을 들은 홍승준 대표가 이내 하하, 하는 짧은 너털웃음을 지었다. 그리고 부모님에게 다시 덧붙였다.


“이런 센스를 가진 사람은 이 세상에 생각보다 별로 없습니다. 이런 인물은 평범한 세상 속에서 살기엔 아깝죠. 저희 MOM엔터에는 환호 군 같은 친구들이 여럿 있습니다. 앞으로 기회가 된다면 저희가 아드님의 실력을 좀 더 갈고 닦는 데에 도움이 되고 싶군요. 좋은 파트너가 생겼다고 생각하시고 편하게 한번 방문해주시죠. 맛있는 차 대접하겠습니다.”


목례하는 홍승준 대표를 따라 부모님 역시 네네, 여전히 당황스러운 얼굴로 함께 마주인사하셨다. 그리고 홍승준 대표 무리가 사라지고 나서야 한박자 느린 리액션이 터졌다.


“세상에. 아들아. 이게 무슨 일이냐. 홍승준 씨 하면 우리 때 제일 잘 나갔던 가수 아니야.”

“그러게요 여보. 저 양반이 가수 그만두고 기획사 차렸다고 하더니, 우리 나라에서 제일 잘 나가는 가수들만 키웠다잖아요. 지금 그 홍승준이 우리 아들 스카우트 하겠다는 거 아니야.”

“살다 살다 이런 일이 다 있네. 아이고, 심장아. 아니다. 여보. 우리 싸인이라도 받아둘 걸 그랬나?”


아이고 엄마 아빠. 호들갑 그만요. 두 분을 진정시키느라 바쁘면서도 나 역시 두근대는 심장을 감출 길이 없었다. 황금마이크 무대를 앞두고 홍승준 대표와 독대했을 때 역시 그에게 비슷한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었지. 하지만 무대를 마친 후 본격적으로 듣는 스카우트 제안은 그와 비교도 되지 않은 것이었다.


‘홍승준 대표가 내 무대를 인정한거야.’


기라성 같은 아이돌 그룹들을 제작했던 엔터사의 수장이 내 무대를 직접 관람하기 위해 이곳까지 왔고, 결국엔 스카우트 제의까지 했다. 이것만큼 나에게 뿌듯함을 안겨주는 사건은 없었다.


“그래서 아들. 어떻게 하고 싶어. 홍승준 대표하고 계약할거야?”


아버지의 질문에 난 잠시 생각에 잠긴다. 그리고 싱긋 웃으며 상기된 부모님의 표정을 바라보며 대답했다.


“네.”


그러자 두 분의 얼굴에 함박 웃음이 번진다. 부모님 입장에서는 내가 거대 기획사와 계약을 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기대감 역시 기쁘셨겠지만, 무엇보다 드디어 아들이 뭔가를 해내기 위해 도전하겠다는 의지를 비쳤다는 것 자체가 행복하셨을테다.


난 두분의 행복한 미소를 바라보며 한마디 말을 덧붙였다. 그러자 부모님의 머리 위에 이번엔 물음표가 뜬다.


“단,”

“?”

“조건 좀 걸어보려구요.”“조건?”


의아해하는 부모님을 바라보며 난 씩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사흘 후, 난 다시 MOM엔터를 찾았다. 부모님 없이 혼자서.


작가의말

드디어 환호가 캐스팅 제의를 받았네요. 앞으로의 행보를 지켜봐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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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캐스팅 제의 24.09.11 32 3 13쪽
12 황금 마이크 결승 D-DAY (2) 24.09.11 31 3 15쪽
11 황금마이크 결승 D-DAY (1) 24.09.09 38 3 12쪽
10 나만의 필승 전략 24.09.08 38 3 12쪽
9 외모 상점창 업데이트 24.09.07 38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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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왕따 소년 데뷔합니다 (2) 24.09.01 56 3 12쪽
2 왕따 소년 데뷔합니다 (1) 24.08.31 65 3 17쪽
1 내 이름은 존못남 +1 24.08.31 86 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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