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심 먹는 아이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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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산.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4.08.30 17:17
최근연재일 :
2024.09.15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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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3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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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역대급 연습생의 탄생 (2)

DUMMY

외부 활동 불가 조항을 풀어달라는 말. 그것도 모자라 가능한 모든 매체에 최대한 노출 시켜달라는 조건.


사실 홍승준 대표에겐 예상치 못한 꽤나 당황스러운 말이었을 것이다. 데뷔를 앞둔 연습생도 아니고, 이제 막 연습생 계약을 하려는 지망생이 하는 말 치고는 꽤나 공격적인 조건이었으니까.


“이유가 있나요?”


이유야 당연했다. 나에게는 더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애정이 필요하니까. 더군다나 데뷔를 목표로 하는 연습생 단계로 진입하는거라면, 데뷔하기 전 아이돌로서의 충분한 외모와 아우라를 반드시 갖춰야 할 필요가 있었다.


“사람들에게 인정 받으면서 성장하고 싶습니다. 저는 대중의 사랑과 관심에 지독하게 목말라 있거든요.”


하지만 홍승준 대표에게 진실을 말할 수는 없는 상황.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말로 대답을 대신했다. 그때 똑똑,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 다시 비서 누나였다.


“대표님, 회의 시간 다 됐습니다.”

“미안하지만 5분만 미루죠. 그렇게 전달해주세요.”


표정을 알 수 없는 얼굴을 한 홍승준 대표가 다소 경직된 어투로 이야기하자 비서 누나가 목례를 한 채 바깥으로 나갔다. 잠시간 그는 말이 없었다. 나는 속으로 긴장이 됐지만 그런 티를 내지 않으려 애쓰며 홍승준 대표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고 있는 채였다.


“꽤 당돌한 말이네.”

“......”

“환호 군이 우리에게 보여준 건 아직 무대 하나뿐이라는 건, 잘 알고 있겠죠?”

“네.”

“한번의 성공한 무대로 가능성을 알아본다는 것과, 앞으로의 무대들 또한 반드시 성공하리라는 확신은 전혀 다른 겁니다. 그것도 알고 있어요?”


미소를 띈 젠틀한 모습으로 나를 대하던 모습과 조금은 다른 무표정한 얼굴로 홍승준 대표가 나를 바라본다. 나와 시선을 맞춘 그 눈이 무미건조한 듯 하면서도 매우 깊어서 그 안에 담긴 속뜻을 알아채기가 힘들었다.


손에 땀이 베어나기 시작했다. 그래서 그것을 들키지 않으려 일부러 주먹을 꽉 쥔 채 마른침을 삼켰다.


“환호 군이 지금 내뱉은 ‘욕심’으로, 내가 제안했던 스카우트 건이 무산될 수도 있다는 얘기를 하는겁니다 지금 나는.”


욕심이라. 어쩌면 홍승준 대표의 말이 맞을지도 몰랐다. 남들은 내 속사정을 알리 없으니까. 타인은 내 간절한 심정을 단순히 욕심으로 치부해버릴지도 모르지.


“네, 감안하고 말씀드리는 겁니다. 저한텐 그만큼 간절한 부분이니까요.”


이제 길은 두 가지로 확실히 갈렸다. 진심이 통한다면 MOM엔터가 내 조건을 받아들여줄 것이고, 그게 아니라면 홍승준 대표의 말처럼 이대로 스카우트 무산.


다른 곳도 아니고 아이돌 명가 MOM에서 온 스카우트다. 그런데 임환호 너, 진짜 이 기회를 놓치고도 후회하지 않을 수 있겠어? 마음 속에서 또 다른 내가 물어온다.


아마도 이 기회를 놓친다면 반드시 후회하겠지. 나도 안다. 그렇지만 마음 한켠에서 묘한 자신감과 믿음 또한 계속해서 생겨났다.


‘이 기회는 하늘이 나에게 준 마지막 황금 동아줄이 될거야.’


억겁 같았던 찰나의 시간이 지나고 홍승준 대표가 피식 웃으며 등을 소파에 기댔다. 그리고는 묘한 표정으로 다시 나를 바라봤다.


“환호 군, 그거 알아요? 이 세계는 철저한 비즈니스로 이뤄집니다. 하지만 다른 사업들과 확연하게 다른 차이점이 있죠.”

“그게 뭔데요?”

“감.”


혼잣말처럼 중얼인 그가 이내 나를 바라보며 덧붙였다.


“임환호 군이 나에게 제안한 조건은 확실히 받아들이기 힘든 조건이 맞습니다. 다른 연습생들과 차등을 준다는 점에서도 그렇고요. MOM의 수장으로서도 굳이 받아들여야 할 이유를 못 찾겠다는 게 내 생각입니다.”

“......”


단호한 그의 말에 입술을 꽉 깨물었다. 그리고 그때, 그가 자리에서 일어서며 다시 한마디를 내뱉는다.


“하지만 MOM의 대표가 아닌, 평생을 엔터업에 바쳐온 한 사람으로서의 감이 이상하게 나를 설득시키려 하네요.”


그를 따라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긴장감이 홍승준 대표와 나 사이를 한바퀴 훑고 지나갔다.


“임환호 군이 말한 조건, 반만 받아들이죠. 자세한 내용은 환호 군 연락처로 수정된 계약서가 발송될 겁니다. 그럼 난 이만.”


옷걸이에 걸린 정장 자켓을 어깨에 걸친 그가 나에게 다시 손을 내밀었다. 이곳에서 처음 독대했던 날처럼 단단하고 강인해보이는 손이었다. 나는 기대 반, 걱정 반으로 그 손을 맞잡았다.


“잠시만요, 대표님.”


그와 헤어지기 전 내가 재빨리 그를 붙잡았다. 그리고 그에게서 받은 명품 쇼핑백을 다시 내밀었다.


“이 선물은 다음에 다시 주셨으면 합니다. 제가 진짜 MOM엔터의 정식 연습생이 되고 만족할만한 성과를 보여드리면, 그때 축하 선물로 주시는 게 저에게는 더 의미가 있을 것 같습니다.”


정중하게 두 손으로 쇼핑백을 내미는 내 손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홍승준 대표가 이내 작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곤 손목시계를 한번 바라보더니 이내 내게서 망설임 없이 멀어진다.


‘반만 받아들인다고? 그게 무슨 뜻이지?’


대표실 밖으로 사라지는 그의 등을 바라보며 나는 마른침을 삼켰다. 긴장과 설렘이 뒤섞여 내 심장을 묘하게 달궈놓고 있었다.


***


MOM 엔터에 방문한 날 오후, <Big Mic> 스텝으로부터 전화가 한통 걸려왔다. 결승도 잘 마무리 됐는데, 뭐 때문이지? 궁금한 마음으로 나는 통화 버튼을 눌렀다.


-안녕하세요, 왕따 소년님. <Big Mic> 콘텐츠 기획팀입니다. 이번 황금마이크 우승 상금 때문에 연락 드렸어요.

“아, 네. 말씀하세요.”

-이번 황금마이크 최종 우승자 상금이 1000만원이라는 거 알고 계시죠?

“네, 알고 있습니다. 달콩님하고 저하고 반씩 나눠서 받게 되는거죠?”

-원래대로라면 그렇게 진행을 해야 하는데, 지금 이슈가 좀 생겨서 그거 때문에 전화 드린거예요.

“이슈라면... 어떤...”

-사실 DJ달콩님께서 우승상금을 포기하겠다고 먼저 연락을 주셨거든요.

“네? 뭐라구요?”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었다. 우승을 해놓고도 썩 기뻐하지 않는 모습이 좀 의아하긴 했지만 상금까지 포기하다니. 대체 왜?


-달콩님께서 그날 무대를 보러 오신 팬들 중에 자신의 정체를 알고 찾아오신 분들이 많이 계셨던 것 같다고, 그래서 표를 많이 받은 게 정당하지 못한 일이라고 말씀하시더라구요. 그런 의미에서 최종 우승자에서도 빠지고, 상금도 포기하겠다고 하셨습니다.

“그럼 애초에 왜 결승 무대까지 온거예요? 너무 아까운 거 아닌가요?”

-달콩님이 3년 정도 저희 <Big Mic>에서 방송을 하고 계시는데요. 그 동안 청취자분들이랑 목소리로만 소통하고 한번도 직접 만나볼 일이 없으셨대요. 그중에는 자기 목소리를 알아보고 우제이로서 응원하는 분들도 꽤 있었나봐요. 그래서 그 분들께 짧게나마 직접 얼굴 보여드리고 노래 불러드리고 싶어서 결승 무대에 서셨다고 하더라구요.

“아, 그렇군요...”

-아무튼 우승 상금 1000만원은 세금 제하고 전액 왕따소년님께 전달하는 걸로 하겠습니다. 축하드려요!

“네, 감사합니다.”


전화를 끊자 얼떨떨한 기분이 들었다. 이게 뭐지? 하지만 당황스러움도 잠시, 얼마 후 딩동- 소리와 함께 핸드폰에 상금 입금완료 됐다는 알림이 뜨자마자 주체할 수 없는 기쁨이 밀려왔다.


“엄마!!!”


이제 막 퇴근을 하고 돌아오시는 엄마를 와락 끌어안으며 매달리자 나보다 덩치가 한참 작은 엄마가 휘청이며 내 등을 퍽 치셨다.


“아유 깜짝아. 무슨 일이야. 무거워 이놈아.”

“엄마. 나 상금 들어왔다? 천만원. 뭐 물론 세금은 쬐끔 떼긴 했지만요.”

“상금? 너 이번에 공연 1등한 거?”

“네! 이것 보세요. 엄마 아들 엄청 부자 됐죠?”


뱅킹 화면을 켜서 엄마께 보여드리자 금세 눈이 휘둥그레 해지신다. 그도 그럴 것이 막내 아들이 태어나 처음 벌어다드리는 돈이었으니까. 금액도 금액이지만 그 사실 자체에 감동받으신 것 같았다.


“아이고 우리 환호. 정말 기특하다 기특해.”

“뭐 가지고 싶은 거 없어요? 이따 아버지 오시면 우리 외식할까?”

“엄마 아빠는 갖고 싶은 거 아무것도 없어. 우리 환호 갖고 싶은 거 사고, 하고 싶은 거 다 해.”

“에이, 그래도 막내 아들이 처음 벌어다 드리는 돈인데. 엄마 아빠 선물은 해야죠. 참, 형네 식구들도 불러서 우리 밥 한번 먹어요. 오랜만에 주아도 보고 싶고.”

“그래. 그럴까? 그러고 보니까 너 결승 무대 때 못 왔다고 형이랑 형수 엄청 서운해하고 미안해하더라.”

“나도 형이랑 형수 보고싶다.”

“가족들이랑은 맛있는 밥 한끼 해먹으면 되니까 우리한테 돈 쓸 생각은 하지 말고, 너 필요한 데에 아꼈다 써. 그리고 갑자기 돈 생겼다고 흥청망청하면 안된다! 아빠한테 어디에 저축하면 좋을지 상의 먼저 해.”


엄마 말씀이 옳았다. 돈이 생겼다고 들뜬 마음에 막 쓰기보다는 생겼을 때 제대로 관리해야지. 이럴 땐 아빠가 은행에서 오래 일하셨다는 게 꽤 도움이 된다. 이따 퇴근하시면 재테크 어떻게 해야 안전빵인지 한 번 여쭤봐야겠다.


“그나저나 환호야. 너 오늘 기획사 갔다온 건 어떻게 됐니? 엄마 아빠가 같이 안 가도 되는 거 진짜 맞아? 얘기는 잘 하고 온거야?”


엄마의 질문에 나는 일부러 더 활짝 웃으며 대답했다.


“네, 잘 하고 왔어요. 정식으로 도장 찍게 되면 그때 다시 말씀 드릴게요. 그 땐 엄마 아빠도 같이 가주셔야 될거예요.”

“그래, 우리 아들. 뭐든 고민되는 거 있으면 엄마 아빠한테 이야기하고. 응?”

“네. 고마워요, 엄마.”


내가 부모님께 고민을 털어놓을 일은 절대 없겠지만 말씀만으로도 마음 한켠이 넉넉해지고 든든해졌다. 무슨 일이 생겨도 날 믿어줄 내 편. 그 사람들이 항상 나를 지켜주고 있다는 안정감만큼 자신감을 채워주는 것도 없을테니까.


딩- 그때 핸드폰으로 문자 알람이 울렸다. 이 시간에 누구지? 연락 올 사람이 없는데.


“엄마, 저 방에 먼저 들어갈게요.”

“그래. 아빠 오시면 저녁 먹으러 나와.”


엄마가 계시는 자리에서도 얼마든지 문자는 확인할 수 있었지만 왠지 기분 상 이 문자는 방에서 혼자 확인해야만 할 것 같았다. 방으로 들어가 문을 닫고 침대에 앉아 천천히 문자를 열어봤다. 며칠 전 내가 저장해둔 번호였다.


-MOM 엔터테인먼트 신인개발팀 팀장 황주영입니다. 수정된 계약사항 보내드리오니 확인 후 회신 바랍니다.


짧은 내용과 함께 첨부파일이 들어 있었다. 나는 당장 파일을 열어봤다. 그러자 며칠 전 확인했던 것과 비슷한 형식의 계약서가 들어 있었다.


<MOM 엔터테인먼트 스타 육성 시스템 ‘임환호’ 연습생 계약 건>


이전과 똑같은 내용은 스킵하고 스크롤을 재빨리 밑으로 내렸다. 그러자 아니나 다를까 형광색으로 하이라이트 된, 수정된 내용이 보였다. 나는 그것을 확대해 꼼꼼하게 살펴보기 시작했다. 혹시나 내가 잘못 읽은 것은 없는지 몇 번이나 체크한 후 내 얼굴에 의미심장한 미소가 번졌다.


MOM 엔터 쪽에서 내게 요구한 사항은 아주 간단한 것이었다. 내가 제안한 조건을 들어주는 대신, 연습생 입사 6개월 내에 그에 응당하는 성과를 내야 한다는 것.


-(1) 연습생 ‘임환호’는 타사가 주최하는 글로벌 아이돌 오디션 프로그램에 출연해 최종 순위 10위권 내에 선발되어야 한다.

-(2) 연습생 ‘임환호’는 본사가 진행하는 음원 프로젝트 ‘M’에 참여하여 한 달 간 음원순위 10위권을 유지한다.

-(3) 연습생 ‘임환호’는 본사가 진행하는 월말 평가에서 6개월 간 종합 평가 3위권 내의 순위를 유지한다.


.

.

.


남들이 듣는다면 ‘갑’의 억지 횡포라고 질겁할지도 모르겠다. 이제 막 연습생 수순을 밟기 시작한 아이에게 너무 과도한 요구가 아니냐고. 하지만 나에게는 오히려 ‘서포트’처럼 느껴지는 건 왜였을까.


글로벌 아이돌 오디션 프로그램, 음원 프로젝트. 모두 나를 시험해보기 위한 거대 관문 같아 보이지만, 다르게 생각하면 다른 연습생들에게는 쉽게 가지 않는 절호의 기회와도 마찬가지다. 어찌 보면 MOM은 나에게 효과가 확실한, 검증된 노출 기회를 주려고 하는 것이었다.


‘이 정도 조건이라면, 내가 당연히 해내줘야지.’


나는 들뜬 기분으로 다시 방밖으로 나섰다.


“엄마, 내일 저랑 MOM 가셔야 될 거 같은데요?”


작가의말

독자 여러분 즐거운 추석 연휴 보내시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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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대급 연습생의 탄생 (2) 24.09.13 20 2 13쪽
14 역대급 연습생의 탄생 (1) 24.09.12 27 3 14쪽
13 캐스팅 제의 24.09.11 32 3 13쪽
12 황금 마이크 결승 D-DAY (2) 24.09.11 32 3 15쪽
11 황금마이크 결승 D-DAY (1) 24.09.09 38 3 12쪽
10 나만의 필승 전략 24.09.08 38 3 12쪽
9 외모 상점창 업데이트 24.09.07 38 3 11쪽
8 이거 설마 프리 데뷔? 24.09.06 38 3 13쪽
7 남자 주인공? 내가? 24.09.05 42 3 13쪽
6 썬 보이즈 형님들 땡큐! 24.09.04 42 3 13쪽
5 피부 미남으로 거듭나다?! 24.09.03 46 3 14쪽
4 인생 첫 생방송 24.09.02 50 3 15쪽
3 왕따 소년 데뷔합니다 (2) 24.09.01 57 3 12쪽
2 왕따 소년 데뷔합니다 (1) 24.08.31 66 3 17쪽
1 내 이름은 존못남 +1 24.08.31 87 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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