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심 먹는 아이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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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산.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4.08.30 17:17
최근연재일 :
2024.09.15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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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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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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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5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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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이상하지만 꽤 어울리는

DUMMY

신인개발 팀장이 나를 데리고 마지막으로 향한 곳은, 기대하고 또 고대했던 MOM의 댄스 연습실이었다. 이곳에서 수많은 글로벌 아이돌들이 안무를 배우고 합을 맞추고 연습영상을 찍었었지.


방에서 혼자 그 영상을 수도 없이 돌려보며 아이돌의 꿈을 키웠던 내가 이제 당당하게 MOM의 연습생이 되어 그 공간에 발을 들이다니. 감격스러운 순간이 아닐 수 없었다!


“지금 애들 연습 막 끝났을거야. 가서 인사하면 되겠다.”


연습실의 문고리를 잡아 돌리는 팀장의 모션 하나하나가 갑자기 영화처럼 슬로우로 보이기 시작한다. 심호흡이 필요했다. 설렘과 긴장이 과다하게 찾아오고 있다. 지금 저 안에서 어쩌면 나와 평생을 함께 할지도 모르는 내 동료를 만나게 될지 모르니까.


황주영 팀장이 먼저 연습실로 들어가고 곧이어 내가 그 뒤를 따랐다. 저 안의 공기는 어떨까? 단순히 문 하나를 사이에 둔 것 뿐인데도 마치 다른 차원에 들어서는 것처럼 기분이 묘해졌다. 그런데,


“?”


왜 아무도 없지?


내가 생각했던 전혀 다른 고요함이다. 치열하게 군무를 맞추고 있는 모습이라든가, 서로의 안무를 피드백 해주는 열띤 모습을 상상했었...


어라, 근데 저건 뭐람. 한쪽 벽면을 전부 차지하고 있는 거울 속에서 뭔가 이질감이 느껴졌다. 연습실 한구석에 쳐진 커다란 커텐. 분명 저 커텐이 잠깐 꿈지럭댄 것 같은데.


“팀장님, 저기 뭐 있는 거 같지 않아요?”

“뭐가? 난 안 보이는데.”

“아니 저기...”

“아, 잠깐만.”


그때 황주영 팀장이 전화를 받는 듯한 제스쳐와 함께 연습실을 나선다. 곧이어 덩그러니 이 널찍한 연습실에 혼자 남은 나.


괜히 멋쩍은 기분에 거울 앞으로 걸어가본다. 이 널찍한 거울이 지문 하나 없이 깨끗했다. 연습생들이 얼마나 성실한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 중 하나였다. 그 깨끗한 거울을 한번 슥 바라보다 이내 나는 턱을 들고 내 얼굴을 유심히 살펴봤다.


연습생 계약을 하고 난 후여서 그런가. 아니면 여기 조명이 좋은건가. 그것도 아니면 MOM에 온다고 쫙 빼입은 옷 때문에? 여튼 평소 내 모습보다 훨씬 폼이 난다. 물론, 아직도 애정도로 고쳐야 하는 부분이 많긴 했지만.


거울을 보며 턱선을 매만져보던 것도 잠시, 이내 그것도 지루해져서 나는 몸이라도 풀어볼까 하는 마음에 슬쩍 스트레칭을 해본다. 그리고 연달아 가벼운 웨이브. 역시 장소빨이라도 있는건지, 오늘따라 웨이브도 물흐르듯 잘되네.


그런데 그때 뒤쪽에서 부스럭대는 소리와 함께 작은 말소리가 들려왔다.


“춤도 잘 추는데? 댄스 포지션 아니야?”

“댓츠 노노, 내가 들었는디 분명 보컬 포지션이랬단께?”

“아, 뒷모습만 보이니까 더 궁금해 미치겠네. 얼굴 본 사람 있어?”

“나 못 봤어. 우리 근데 언제 나가?”


뭐야, 꼼지락대던 게 사람이었어?


당황한 내가 뒤를 돌아보기도 전에 거울 속에서 커텐이 다시 한번 크게 꿈틀대더니 이내 와르르 뭔가가 쏟아져 내린다. 동시에 왁! 하는 비명들이 화음 쌓이듯 연습실에 울려퍼졌다.


까악, 까악, 까악.


만화였다면 아마 모두의 머리 위로 까마귀 울음소리가 울려퍼졌을 것이다. 내 눈 앞에 우당탕 쏟아진 주인공들은 훤칠한 기럭지의 장정 셋. 마치 샌드위치 게임을 하듯이 연습실 바닥에 납작하게 엎드린 채 고개만 들어 나를 보던 그들은 이내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재빠르게 몸을 일으켰다.


“안녕? 준비한 시나리오보다 조금 먼저 인사하게 됐지만! 하, 하, 하. 반가워! 우린... 우린, 뭐라고 소개해야 하지?”


세 사람 중 운좋게 위에 깔린 탓에 제일 빠르게 일어난 투블럭 헤어의 남자가 나에게 악수를 건네려야 멋쩍은 듯 머리를 긁적였다.


“뭐긴 뭐예요. 연습생이죠. 안녕하세요. 저는 레디라고 해요. 연습한지 지금 5개월 정도요. 아, 저 열일곱살인데 저보다 형?”

“네. 저는 열아홉...”

“아따매, 열아홉살이믄 우리 지태 횽아보다는 어려블구마잉. 하이! 저는 시카고에서 왔는디요. 새로운 형 우리 연습실 들어와서 기분 째져븐단께요. 아, 제 이름은 제이고요! 아임 식스틴. 어, 근께 형아보다 세 살 쩍딴게요?”


이건 또 갑자기 무슨 부조화냐. 셋 중에 키는 제일 크고 세련되게 생겼으면서 말투는 걸쭉하기 그지 없다. 자기 소개를 하면서도 두 팔을 하늘을 향해 번쩍 들며 신나하는 걸 보니 딱 만화 캐릭터가 따로 없었다.


...근데, 이렇게 멀끔한 외모에 시카고 출신이기까지 하다면서 말투가 대체 왜 그런건데.


벙찐 내 표정을 읽었는지 자신을 레디라고 소개했던 연습생이 이내 무표정으로 내 귀에 대고 속삭였다.


“연습생 한다고 한국 와서 할머니랑 지내는데, 할머니가 전라도 분이세요.”

“아...”


그제야 진상이 밝혀졌다. ‘잘 부탁합니다.’ 하고 답인사를 건네자 신난 강아지처럼 들뜸을 주체하지 못하고 제자리에서 방방 뛴다. 아마 쟤가 진짜 개였다면 지금쯤 꼬리가 날아갈 듯이 프로펠러를 돌리고 있을 게 뻔했다.


“제이, 새로 온 연습생 친구가 많이 놀란 것 같으니까 좀 자중할까? 하, 하, 하. 내 인사도 해야지? 난 문지태. 스무살이고 이 중에 MOM 제일 고인물이야. 참, 말 놔도 되지? 하, 하, 하.”

“네, 그러세요.”

“우리 말고 한 명이 더 있는데... 깜부 본 사람.”

“난 못 봤는데.”

“나도 어저께 보고 오늘은 아예 못 봤는디.”


아무래도 하, 하, 하. 하는 작위적인 웃음은 문지태의 트레이드마크인 듯 했다. 그가 나를 향해 치열을 고르게 드러내며 다시 한번 활짝 웃어보이다 이내 레디와 제이에게 ‘깜부’의 존재에 대해 물었다. 깜부...? 이름 한번 특이한데? 그리고 그때,


달칵, 다시 연습실의 문이 열렸다.


“어, 늦어서 미, 미안.”


문을 열고 이쪽을 향해 허둥지둥 뛰어오는 한 사람. 어? 저 사람 아까 본 마스크남 아닌가? 헐. 진짜 연습생이었어? 저런 성격으로 어떻게 MOM에 들어왔지?


모여있던 세 명의 연습생 쪽으로 달려오던 마스크남은 뒤늦게 나를 발견했는지 주춤대며 뒷걸음질 쳤다. 그리곤 마치 숨듯이 게걸음을 한 채 세 명의 연습생 뒤로 빠르게 움직였다.


“야, 깜부야. 이제 매일 볼 얼굴인데 뭘 그렇게 쑥스러워 하냐. 짜식.”


아무래도 문지태는 이들 중 제일 연장자라 그런지 자연스레 리더롤이 된 것 같았다. 숨어서 고개를 웅크리고 있는 깜부 라는 연습생의 등을 퍽 치며 다시 호탕하게 웃는 문지태.


“얘는 이름이 감부성이야, 그래서 깜부라고 부르는거고. 나이는 열여덟 살이니까 너보다 한 살 어린 듯?”


지태의 말에 모두의 시선이 감부성에게 쏠린다. 그러자 어쩔 줄 모르겠다는 듯 쑥스러워하던 감부성이 이내 손을 들어 나에게 인사를 건넸다.


“자... 잘 부탁해.”


보컬실에서 잠깐 마주쳤을 때도 느꼈지만 목소리에 힘이 하나도 없다. 귀를 기울여봐도 제대로 들릴까 말까 할 만큼의 작고 자신감 없는 목소리.


“쟤 만만하게 보지마. 미친놈이니까.”


핸드폰을 꺼내 뭔가를 보고 있던 레디가 내쪽으로 몸을 기울이며 툭 내뱉는다. 눈은 여전히 핸드폰에만 꽂혀있는 채다. 근데 저거 엊그제 나온 완전 최신폰 아니야? 얘 뭐냐, 연습생이 돈도 많나 보네.


그나저나 미친놈? 설마. 다른 사람도 아니고 저렇게 낯가림이 심한 사람이? 레디의 충고를 들어서인지 마스크 위로 보이는 커다란 눈이 예사롭지가 않다. 하긴, 예부터 광인들은 눈이 맑다고 하지 않았나.


“아... 근데 넌 이름이 뭐야?”


그러고보니 아직 나만 소개를 안했구나. 순식간에 여덟 개의 눈동자가 나를 향하니 조금 쑥스러워진다. 안 그래도 친구 없던 왕따 인생, 수현이와 한아 두 명을 만날 때도 벅찼는데. 순식간에 그 두 배인 네 명이 나를 보고 있다니.


“저는 임환호 라고 합니다. 아까 말했던 것처럼 열아홉 살이고, 그리고 아까 사실 다 들렸거든요. 저 막 댄스 포지션이냐고, 아니면 보컬 포지션이냐고 궁금해하던 거. 저는 굳이 따지면 올라운더예요. 프로듀싱도 하고 있고요.”


순간 연습실에 정적이 인다. 그리고 자기들끼리 눈빛을 교환하는 연습생들. 뭐, 뭐지? 내가 말실수라도 한건가? 당황도 잠시 이내 오- 하는 감탄사와 함께 장난스러운 시선들이 나를 향한다. 그리고 순식간에 나를 향해 달려드는 연습생들.


그중에서도 문지태는 제일 신난 얼굴로 내게 헤드락을 건 채 내 등을 퍽퍽 때려대며 예의 그 하, 하, 하 웃음을 본 중 제일 크게 짓고 있었다. 그러고보니 피지컬이 약간 UDT 재질이랄까. 어쩐지 주먹이 맵다. 이 형한텐 까불지 말아야지.


“대박이다 진짜. 우리 안그래도 프로듀싱 할 줄 아는 멤버 엄청 기다렸거든!”

“그란께 말이요. 와우 서프라이즈!”


교포 느낌으로 세련되게 생긴 제이와 왠지 토종 코리안 느낌이 강한 문지태는 전혀 안 어울릴 듯 하면서도 제일 쿵짝이 잘 맞는 것처럼 보였다. 그리고 그 사이에서 시크하게 여전히 핸드폰만 들여다보고 있는 레디. 그 옆에는 조용히 화분처럼 서 있는 감부성. 특이하게도 전혀 다른 넷이지만 같이 서 있는 모습이 이상하게 잘 어울린다니까.


“아, 맞다! 형, 우리 케이크 있잖애요. 연습생 새로 오믄 준다고 산 거. 쳐컬릿 케익.”

“맞다 맞다! 우리 그거 땜에 숨어 있었지? 하, 하, 하.”


이내 문지태가 슬라이딩하듯 연습실 바닥에 미끄러져 커튼이 쳐져 있는 곳까지 단번에 날아간다. 그리곤 그 안에서 잠시 부스럭대더니 이내 뭔가를 들고 나왔다. 문지태의 손에 들린 것은 작은 초코빵 여러개가 케이크처럼 쌓여있는 것이었다. 그 제일 위에는 두툼한 가래떡 같은 양초가 꽂혀 있었다.


“미안하다야. 초를 파는 데가 없드라니까.”


문지태의 말에, 열심히 고개를 끄덕이며 어디서 구했는지 성냥을 가지고 와 양초 심지에 불을 붙이는 제이.


“와우! 와우! 와우! 겁나 멋져븐단께!”


자신이 붙인 불이 마음에 드는지 제이가 그 자리에서 몇 번이나 와우를 쏟아낸다. 작은 초코빵에 비해 양초의 불이 지나치리만치 컸다. 자칫했다가는 금방이라도 양초의 촛농이 초코빵을 전부 적셔버릴 기세였다.


“저, 이거 빨리... 꺼야 될 것 같은데요.”


내 말에 핸드폰만 들여다보고 있던 레디가 그제야 시선을 초코빵으로 옮긴다.


“그러네. 맞네. 빨리 불자.”

“오케이 좋았어! 구호는 뭘로 하지?”

“구호는 무슨. 그냥 빨리 하자. 이거 녹는다니까?”

“안돼! 원래 이럴 때는 구호를 해야 제 맛이라니까. 환호 네가 선창할래?”


문지태의 말에 나는 얼떨결에 외쳤다.


“꼭 같이 데뷔합시다.... 는 어때요?”

“오, 좋은데? 그럼 환호가 선창하면 우리 다같이 파이팅하는거다. 알았지?”

“Sure Sure!”


문지태가 들고 있던 초코빵 케이크를 내 쪽으로 내민다. 헐... 근데 저 형 손등에 하얀 거 뭐냐. 설마 촛농 떨어졌는데 참고 있는거야? 저게 얼마나 뜨거운데 내색도 안하고 이 드러내고 웃고 있냐. 독기 어쩔건데.


나는 문지태의 화상을 막기 위해서라도 재빨리 외친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꼭 같이 데뷔합시다! 하나, 둘, 셋!”

“파이팅!!!!”


내 구호에 맞춰 약속이라도 한 듯 후, 하고 다섯 명이 다함께 커다란 양초의 촛불을 컸다. 방금까지 마스크로 얼굴을 꽁꽁 감추고 있던 감부성도 이때만큼은 마스크를 입술 밑으로 살짝 내린 채였다.


그 덕분이었다. 감부성의 실물을 처음 본 것은.


쿵. 그 순간 심장이 바닥까지 떨어졌다.


‘마스크남 저거... 정체가 대체 뭐야?’


작가의말

환호에게도 드디어 팀이 생겼네요.

많은 응원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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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역대급 연습생의 탄생 (1) 24.09.12 27 3 14쪽
13 캐스팅 제의 24.09.11 32 3 13쪽
12 황금 마이크 결승 D-DAY (2) 24.09.11 32 3 15쪽
11 황금마이크 결승 D-DAY (1) 24.09.09 38 3 12쪽
10 나만의 필승 전략 24.09.08 38 3 12쪽
9 외모 상점창 업데이트 24.09.07 39 3 11쪽
8 이거 설마 프리 데뷔? 24.09.06 38 3 13쪽
7 남자 주인공? 내가? 24.09.05 42 3 13쪽
6 썬 보이즈 형님들 땡큐! 24.09.04 42 3 13쪽
5 피부 미남으로 거듭나다?! 24.09.03 46 3 14쪽
4 인생 첫 생방송 24.09.02 50 3 15쪽
3 왕따 소년 데뷔합니다 (2) 24.09.01 57 3 12쪽
2 왕따 소년 데뷔합니다 (1) 24.08.31 67 3 17쪽
1 내 이름은 존못남 +1 24.08.31 89 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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