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심 먹는 아이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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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산.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4.08.30 17:17
최근연재일 :
2024.09.15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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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9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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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마이크 결승 D-DAY (1)

DUMMY

“대박이다. 이게 초대권이에요?”


성수동에 위치한 MOM엔터 대표실. 고급스러운 인테리어와 한쪽 벽면을 가득 채우고도 남는 트로피에 넋을 잃은 것도 잠시, 홍승준 대표가 내민 봉투를 보고 금세 정신을 차렸다.


봉투는 홍승준 대표에게 받았던 명함처럼 빳빳한 재질에 금박 테두리가 둘러져 있어 한눈에 보기에도 고급스러운 느낌을 자아내고 있었다. 그리고 봉투의 가장 중앙에 마치 수놓듯 새겨진 필기체. ‘Sun Boys Comeback’.


레전드 아이돌의 컴백답게 작은 디테일 하나까지 허투루 하는 법이 없나보다. 신기한 듯 봉투를 만지작대다 내용물을 열어보는 나를 보며 홍승준 대표가 중후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요즘엔 대부분 모바일용으로 만들거나 따로 초대권 없이도 입장할 수 있게 방도를 마련하는 편인데, 썬보이즈는 다른 그룹들하고는 다르거든.”


짧은 한마디에서 진한 자부심이 느껴졌다.


“이름만으로도 역사를 지닌 그룹인데, 하나 하나 제대로 준비해야지.”


홍승준 대표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내용물을 꺼내니 마치 청첩장처럼 생긴 초대권이 들어 있었다. 그 안에 선명하게 새겨진 다섯 멤버의 얼굴. 야, 오랜만에 형님들 최신 사진 보는 나도 가슴이 뻐렁치는데 찐팬들은 진짜 울겠다 싶다.


“그런데 환호 군. 뭔가 좀 달라진 느낌이네?”

“네? 아, 어떤게요?”


홍승준 대표가 꺼내는 말을 듣자마자 뭘 말하는지 바로 눈치챌 수 있었다. 아마도 상점창 효과를 말하는 거겠지. 그럼에도 나는 직접 확인하고 싶어 모르는 척 되물었다. 그러자 홍승준 대표가 고개를 갸웃하며 말을 꺼냈다.


“이미지가 좋아졌는데? 이전보다 외모도 깔끔해졌고, 자신감도 넘쳐보이고. 하하. 신기한데. 사람이 이렇게 변할 수도 있나?”


성공이구나. 나는 마음 속으로 씩 미소 지으며 새삼 외모 상점창의 능력치에 감탄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손에 쥐고 있는 초대권, 즉 콘서트 이야기로 화제를 돌렸다.


“저, 이번에 콘서트 가면 ‘썬보이즈’ 형님들 사인도 받을 수 있나요?”


내 질문이 제법 순수하게 느껴졌는지 의외란 얼굴로 홍승준 대표가 나를 바라봤다.


“그때도 묻고 싶었던 거긴 한데. 환호 학생, 혹시 ‘썬보이즈’ 팬이야?”

“네.”


질문이 끝나기도 전에 간결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어쩐지. 그냥 호기심으로 콘서트에 오겠다는 건 아닌 것 같아 보여서 설마 했는데. 이거 참 신기하네. 우리 멤버들이 남녀노소 모두한테 인기가 많은 건 사실이지만, 이렇게 어린 남팬은 또 오랜만이라서.”

“아, 그게 어떻게 된거냐면요.”


‘썬보이즈’ 제작자 앞에서 내가 형님들의 팬이 된 썰을 풀게 될 날이 오다니. 나는 열정적으로 내 팬심을 드러내면서도 마음 한켠에 드는 신기한 기분을 떨칠 수가 없었다. 형님들 덕분에 아이돌에 대한 선망이 커졌고, 그만큼 다른 아이돌에 대한 기준이 깐깐해질 수밖에 없었다는 것에까지 내 이야기에 이어졌을 때. 홍승준 대표가 손바닥을 들어 잠시 내 말을 멈췄다.


“잠깐. 자네, 아이돌 좋아하나?”

“네. 물론이요.”

“하긴. 그 나잇대 청소년들은 으레 그러니까. 얼만큼 좋아하는데?”


그말에 잠시 생각에 빠진다. 내가 아이돌을 얼만큼 좋아했던가? 거기에 대한 답은 한번도 진지하게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그냥 그들이 내 삶이고, 내 삶이 그들이나 마찬가지였으니까.


“...되고 싶을만큼요.”

“음?”

“제가, 그 자리에 서서 직접 아이돌이 되고 싶을만큼이요.”


진심이었다. 평생 꿈꿔온 아이돌이란 직업. 어쩌면 나는 그들을 동경하는만큼, 닮고 싶었던 건지도 모른다. 내 이야기를 진지하게 듣던 홍승준 대표가 아까와는 다른 얼굴로 나를 바라본다.


“아이돌이 꿈인가?”

“네.”


이 질문에 대한 답은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 명쾌한 내 대답에 홍승준 대표의 얼굴에 의미를 읽기 힘든 미소가 잠시 스쳤다.


“오디션은 보러 다니고 있고?”

“아뇨.”

“?”


아이돌이 꿈이라면서 정작 오디션은 보고 있지 않다는 내 말에 이번엔 그의 표정에 궁금증이 스쳤다. 나는 그런 홍승준 대표를 한번 바라봤다 입가에 여유로운 미소를 머금었다. 이 타이밍 쯤, 한번 흐름을 끊어줘야 궁금증이 더 커지는 법이라는 걸 지난 방송 동안 자연스럽게 체득한 덕분이었다.


“어째서지? 보통 아이돌 지망생들은 하루가 멀다하고 오디션을 찾아다닐텐데.”


소파에 기대있던 홍승준 대표의 상체가 자연스레 앞으로 기울었다. 적어도 이 순간만큼은 주도권에 나에게 있다는 증명이었다.


“아직은 때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서요.”

“때가 아니다? 그 뜻은?”

“말 그대로 지금까지는 제 스스로가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지금까지는?’”

“네. 지금까지는요.”


잠시 대화가 멈추고 홍승준 대표가 내 사이에 눈빛이 오갔다. 느낄 수 있었다. 짧은 사이에 홍승준 대표가 내 눈에서 뭔가를 읽어내려 한다는 걸.


“앞으로 제게 중요한 건 ‘지금까지는’ 이란 말이 아니라, ‘지금부터’ 라는 말일 겁니다. 지금부터, 제 인생이 아주 많이 달라질거라는 예감이 들거든요.”

“좀 더 덧붙여보자면?”

“지금부터 시작해볼거예요.”

“오디션 라이프를?”

“아뇨.”


때마침 똑똑 노크소리와 함께 누군가가 대표실로 들어섰다. 아마도 비서인 듯한, 깔끔한 복장의 여성이 컵 두 개를 들고 우리앞으로 다가와 테이블에 그것을 내려놓았다. 시원한 음료가 담겨 있어서 컵 바깥에 살얼음이 보기좋게 녹아내리고 있었다.


“제가 먼저 제 길을 만들고 싶어요. 그리고 그 다음에,”


어쩐지 이 다음 말은 목을 한번 축이고 해야 할 것 같았다. 내 인생에 있어 엄청난 도전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과도 같은 말이었으니까.


꿀꺽. 목을 타고 주스가 흘러갔다. 그래, 내 인생은 내 스스로 만들어가는거야.


“회사들이 저를 찾아오게 할겁니다. 그 다음에 동등한 위치에서 다시 얘기하고 싶어요.”

“........”

“대표님처럼 훌륭한 제작자분하고요.”


잠시간의 정적. 뒤이어 하하, 하는 유쾌한 웃음소리가 홍승준 대표로부터 터져나왔다. 호탕하고 듣기 좋은 웃음소리였다. 꽤 즐거운 얼굴로 나를 바라보던 홍승준 대표가 이내 내게 물어왔다.


반짝이는 그 눈을 보며 알 수 있었다. 본능적으로 사냥감을 알아챈 맹수의 그것과 다를 바가 없다고.


“플랜 있나? 그러니까, 앞으로 공개할 공연이나, 음원 같은 거.”


아까보다 훨씬 더 들뜬 목소리만으로도 홍승준 대표의 호기심이 일었다는 것이 충분히 캐치됐다. 나는 휴대폰을 꺼내 뭔가를 검색한 뒤 그것을 반대편으로 내밀었다. 내일 있을 황금마이크 결선에 대한 내용이 담긴 기사였다.


“제 퍼스트 플랜이요. 여기서 우승하는 겁니다.”


내 핸드폰을 가져간 홍승준 대표가 이내 소파에 등을 기대로 유심히 기사의 내용을 살펴보기 시작한다.


“<Big Mic>라면 강 대표네 플랫폼일텐데.”


혼잣말처럼 중얼이며 기사를 스크롤해 내려가던 홍승준 대표가 이내 휴대폰을 다시 내쪽으로 건넨다.


“DJ 수가 상당한 걸로 알고 있는데, 최종 5인이라면 그 자신감이 이해가 가는군.”

“감사합니다.”


연배가 꽤 있는 편이고, 아이돌 제작 외길만 걸어왔다고 알려져 있는지라 요즘 젊은 세대들에게 인기가 있는 <Big Mic>에 대한 정보까지 알 것이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다만 내가 내일 이런 공연을 앞두고 있다는 것에 대한 언질만 주려고 했던 것 뿐인데.


역시 홍승준 대표는 보통 사람이 아니었다. 문득 어릴 적 유튜브로 봤던 짧은 클립 하나가 기억났다. 공영방송에서 홍승준 대표를 인터뷰하는 장면이었는데, 자신의 분야가 아닌 다양한 분야에 방대한 지식과 호기심을 지니고 있음은 물론, 계속해서 배우려는 자세까지 가진 열정적이고 적극적인 모습이 굉장히 인상 깊었었다.


그래, 그런 사람이니까 이렇게 한 분야의 탑이 됐겠지. 나는 새삼 우연처럼 만나게 된 홍승준 대표가 더욱 대단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마음 속 깊이 생각했다. 이 사람과의 우연 같은 만남을 계기로, 더 많은 것들을 배워가고 싶다고.


“어쨌든 ‘썬보이즈’ 공연에 초대해주셔서 다시 한번 감사합니다. 이 날 콘서트장에서 뵐게요.”


내일 황금마이크 결선이라는 중요한 공연을 앞두고 너무 많은 시간을 비울 수는 없는 일이었다. 충분한 준비를 마친 뒤긴 했지만, 그래도 마지막으로 점검해야 할 것들이 있었으니까.


“그럽시다. 참, 어머니가 환호 군한테 안부 전해달라고 하던데요.”


나를 따라 자리에서 일어서며 홍승준 대표가 악수를 청했다. 그리곤 폐지 할머니의 인사를 대신 전해주었다.


“할머니는 건강하신거죠?”

“덕분에요. 환호 군을 다시 한번 보고 싶어하시던데 기회가 된다면 또 볼 수 있다면 좋겠네요.”

“네. 언제든 불러만 주신다면요.”


내 손을 굳게 잡는 홍승준 대표의 손이 크고 단단했다. 대표실을 벗어나 MOM엔터 건물을 빠져나온 후, 나는 뒤돌아 그 위엄 있는 건물을 다시 한번 올려다봤다.


그러니까 내가 지금까지 저 근사한 건물 제일 꼭대기에 서 있었단 말이지. 다시 평범한 땅에 발을 붙이며 나는 이 가슴 설레는 괴리감을 머리와 심장에 굳게 새겨두려 한다.


‘언젠가는 내 힘으로 저 꼭대기에 서겠다.’


내 손에 느껴졌던 홍승준 대표의 단단하고 강인한 손을 떠올리면서 나도 멀지 않은 미래에 그처럼 강렬한 힘을 가진 사람이 되겠다고 다짐한다.


그리고 그 뜨거운 포부가 사라지기도 전에 시간은 흘러갔다. 그렇게 드디어 D-DAY.

황금마이크 결선이 이뤄지는 날 아침.


“우리 아들! 엄마랑 아빠 정장 입고 가면 너무 튀어? 그냥 편하게 갈까?”

“어이구 이 사람아. 아침 댓바람부터 너무 흥분하면 애 부정만 타요. 진정 좀 해. 환호야, 늬 엄마 어젯밤부터 잠도 못 자고 저런다.”

“그럼 당연하지. 우리 아들이 몇 년만에 무대에 선다는데 당신은 안 기뻐요?”

“기쁘지 왜 안 기뻐요. 우리가 너무 호들갑 떨면 애한테 부담갈까 봐 그러는거지.”

“환호야. 늬 아빠가 사실은 엄마보다 더 난리에요. 너 없을 때 얼마나 아빠 친구들한테 전화를 많이 돌렸는 줄 아니? 우리 아들 자랑한다고! 내가 못 살아 정말.”


나한테 중요한 날이, 부모님에게는 그보다 몇 배는 더 소중한 날이었나 보다. 애정 섞인 목소리로 티격태격하시면서도 두분은 내 밥그릇에 반찬을 얹어주시기 바쁘다.


준비를 철저하게 마쳤다고 생각하면서도 당일이 되니 내심 마음이 좀 떨렸는데. 두 분의 사랑 가득한 응원을 받고 있다니 생각하니 긴장이 이내 안정으로 바뀌었다. 역시 가족의 사랑만큼 큰 힘은 없다지.


“두 분, 이따 늦지 않게 오셔야 돼요!”


먼저 집을 나서며 뒤를 돌아보자 부모님이 환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신다. 정말로 오랜만에 효도하는 기분이 들었다. 머리 위로 쏟아지는 아침 햇살이 유독 따사롭게 느껴지는 하루다. 나는 두 팔을 펴고 햇빛을 받으며 생각했다.


오늘의 이 효도는 시작에 불과할 것이라고. 앞으로는 사랑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아프게 할 일 없이 꼭 행복하게만 만들어줄거라고.


그리고 도착한 홍대의 한 공연장. 화려하게 준비된 조명과 족히 천개는 될 법하게 깔린 객석의 의자들이 오늘 공연의 규모를 짐작케 했다.


“저, 왕따 소년입니다.”


안내를 담당한 스텝에게 내 신분을 밝히자 어? 하는 리액션과 함께 반가운 얼굴로 나를 올려다본다. 그리곤 몇 가지 공지사항과 함께 나를 대기실로 안내했다. 일찍 도착해서인지 아직 아무도 오지 않은 것 같았다.


<결선 참가자 5인 대기실> 이라는 종이가 문에 붙어있는 걸 보니, 아마도 DJ 5인이 한 대기실을 쓰는 모양이었다. 그렇다면 곧 목소리로만 듣던 DJ들의 얼굴을 직접 보게 된다는 말?


은근한 설레임과 함께 목을 풀고 있을 때, 한명 두명, DJ들이 등장했다. 그렇게 나를 포함해 총 4명이 대기실을 채웠을 때 마지막으로 DJ달콩이 공연장에 들어섰다.


그의 얼굴을 본 순간 머리털이 쭈뼛 서는 듯한 기시감이 들었다.


‘어..? 저 사람... XXX아냐?’


작가의말

환호는 과연 누굴 본 걸까요?

내일 저녁 8시 40분에 밝혀집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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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역대급 연습생의 탄생 (1) 24.09.12 26 3 14쪽
13 캐스팅 제의 24.09.11 31 3 13쪽
12 황금 마이크 결승 D-DAY (2) 24.09.11 31 3 15쪽
» 황금마이크 결승 D-DAY (1) 24.09.09 38 3 12쪽
10 나만의 필승 전략 24.09.08 37 3 12쪽
9 외모 상점창 업데이트 24.09.07 37 3 11쪽
8 이거 설마 프리 데뷔? 24.09.06 37 3 13쪽
7 남자 주인공? 내가? 24.09.05 41 3 13쪽
6 썬 보이즈 형님들 땡큐! 24.09.04 41 3 13쪽
5 피부 미남으로 거듭나다?! 24.09.03 45 3 14쪽
4 인생 첫 생방송 24.09.02 49 3 15쪽
3 왕따 소년 데뷔합니다 (2) 24.09.01 56 3 12쪽
2 왕따 소년 데뷔합니다 (1) 24.08.31 65 3 17쪽
1 내 이름은 존못남 +1 24.08.31 86 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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