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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크맛쿠키
작품등록일 :
2024.08.30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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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7 2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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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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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데모니아의 국빈, 김튀김.

DUMMY

 이베트가 날 위해 준비해준 방은 상상을 초월했다.

 방 내부는 마치 왕궁을 연상케 하는 화려함으로 가득했다. 금으로 장식된 벽지, 섬세한 문양이 새겨진 가구들, 발이 푹푹 빠지는 고급스러운 카펫까지.


 국빈 대접에 이 마왕성에서 최고의 방까지 받게 되었군. 흠. 이건 기분 좋은 일이다.


 뚝심 하나로 튀김 외길을 걸었지만, 그게 큰돈을 벌게 해준 건 아니었으니까. 지구에서의 나였다면 상상도 못 할 대접이다.


 뭐, 한국에서는 일단 집값이 미쳐 날뛰었었으니까. 그리고 내가 집 살 돈 모으는 것보다는 튀김 수련에 돈을 쏟아부은 탓도 있지만.


“김튀김 님, 이곳이 마음에 드십니까?”

“어어. 나쁘지 않군.”


 로냐는 다행이라고 대답하고는 나를 창가 쪽으로 안내했다.


 창문 너머로 펼쳐진 풍경은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아래로 내려다보이는 마족의 도시. 그리고 저 멀리 펼쳐진 숲과 산, 호수와 강.


 한눈에 들어오는 이 경치는 한국의 어느 고급 호텔 스위트룸에서도 보지 못한 풍경일 거다. 물론 그런 곳에서 자본 적은 없지만.


“저기가 이베트 님께서 다스리시는 마족의 도시, 판데모니아입니다.”


수많은 집과 거미줄 같은 거리. 익숙한 느낌이다.


 로냐는 이제 전속 하인을 배치하겠다면서 우아하게 차려입은 여성 마족 메이드를 방 안으로 불렀다.


“똑똑한 아이이니, 모시는데 있어서 부족함은 없을 겁니다.”

“음, 잠깐만. 남자 마족으로 바꿔 줄 수 있나? 가능하면 덩치 크고 힘 좋은 녀석으로.”


 내 요구에 로냐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혹시, 그쪽이 김튀김 님의 취향입니까?”

“뭔 개소리야.”


 무뚝뚝한 얼굴로 아무렇지도 않게 무서운 소리를 다 하는군.

 나는 로냐에게 하인이라면 당연히 힘 좋고 덩치 큰 녀석이 낫다고 설명했다.


“내 주방 일은 거들 때도 있을 거 아냐. 요리라는 건 생각보다 거칠고 힘이 드는 작업이니까. 이해했어?”


 로냐는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곧바로 다른 남자 마족을 불렀다.

키가 거의 2미터는 족히 되어 보이는 덩치 큰 녀석이다. 좋아. 주방엔 이런 놈이 제격이지. 


 그리고 다음 날 아침, 이베트가 환한 미소를 띠며 내 방에 찾아왔다.


“김튀김. 이제 마족의 국빈이니까 백성들에게 얼굴을 보여야지? 내가 다스리는 곳을 구경시켜 줄게.”


 오늘은 특별히 판데모니아를 돌아보자면서.


 이베트의 자신감 넘치는 미소를 보니, 단순히 도시를 보여주는 게 아니라 자랑할 거리가 많다는 뜻이겠지.

나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여기가 어떤 곳인지, 어떤 문화가 있는지 살펴보는 것도 좋겠지.


 이베트는 나를 마왕성의 마구간으로 안내했다. 마구간 문을 열고 들어가자, 거기에는 눈이 휘둥그레질 만큼 거대한 말 여러 마리가 서 있었다.


 아니, 말이 아닌가? 코에서는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있었고, 눈은 붉게 빛나며, 온몸이 마치 검은 불길로 감싸진 것처럼 보였다.


이건 말이 아니라, 뭔가 다른 존재 같았다.


“나이트메어라는 거야. 겁먹지 마. 인간의 말과 비슷한 동물이니까.”


 그렇게 말하고는 이베트는 능숙하게 나이트메어의 등에 올라탔다.

 나도 하인의 도움을 받아 그 나이트메어라는 거대한 말의 등에 올라탔다.


 음. 튼튼하게 생긴 것 그대로 승차감은 탄탄하구만. 

 그리고, 엄청나게 뜨겁다.


“어때 김튀김? 편안하지?”


 나이트메어의 고삐를 당긴 이베트가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나쁘지는 않군. 엉덩이가 튀겨질 정도로 뜨거운 것만 빼고.”


 쓴웃음을 지으며 대답하자 이베트는 낄낄 웃음을 터뜨렸다. 

 한국인이 자동차 통풍시트에 얼마나 집착하는지를 알면, 저렇게 웃지는 못할 거다.




* * *




 마족의 도시, 판데모니아는 여러 구역으로 나누어져 있었다.


 행동거지나 주거 양식 같은 것은 중세풍에 어두운 톤이라는 것만 빼면 인간의 것과 크게 달라 보이지는 않았다. 그리고 지위고하에 따라 거주하는 구역이 구분되어 있다는 것도.


 반면에 높은 성벽과 첨탑이 세워진 도시의 외곽 지역은 일반적인 주거지와는 사뭇 달랐다. 확실히, 뭔가 판타지적인 느낌이 강하다.


“이곳이 우리 마족을 지키는 보루인 셈이지.”


 외부 영토에 마련된 요새를 제외하면, 여기가 판데모니아 방어의 최전방인 셈이라고 이베트가 설명했다.


“인간 왕국이 침공에 대비하는 거야. 뭐, 지금은 용사와 내가 정기적으로 싸우는 거 말고는 충돌이 없지만.”


 음. 이 판데모니아의 인상에 대해 간략하게 총평하자면, 식문화가 없다는 것만 빼면 그저 사람 사는 동네 같다, 이 정도로 정리할 수 있겠군.


나이트메어를 타고 마족의 도시를 둘러보는 동안, 이베트와 나는 눈에 수많은 마족과 마주쳤다. 그들은 이베트가 다가올 때마다 조용히 고개를 숙이며 경의를 표했다.


“마왕님.”

“그래. 다들 곤란한 일은 없지?”


 나한테 보인 첫인상만 놓고 보면 대충 억지나 부리는 마왕인 것 같은데, 생각보다 통치를 잘하는 모양이다.


 그리고 그들은 이베트의 뒤를 따르는 나에게 관심을 보였다.


“저자는 누구지?”

“인간인가? 인간치고는 생긴 게 조금 이상한데?”


 그러더니 몇몇 마족이 용기를 내어 이베트에게 다가와 질문을 던졌다.


“마왕님, 뒤에 저 사람은 뉘신가요?”

“여기?”


 이베트는 기다렸다는 듯이 활짝 웃어 보였다.


“이 자는 김튀김이다. 이세계 지구에서 온 국빈이지. 아주 뛰어난 요리사다.”


 이세계 지구라는 말에 마족들이 일시에 숨을 삼키며 깜짝 놀랐다. 전이자가 우리 판데모니아에 찾아온 것이냐면서.


“그렇지, 그렇지. 그리고 정말 대단한, 튀김이라는 걸 만드는 기술자야.”


궁금해 하는 마족들에게 이베트는 내 튀김 요리가 무엇인지 설명해 주었다. 그러는 동안 이베트의 표정은 눅진하게 녹은 버터처럼 몽글몽글하게 변했다.


 이에 마족들이 나를 바라보는 눈빛도 바뀌었다. 의문과 경계가 아니라 긍정적인 호기심으로. 


“그렇다면 저희도 그 튀김을 맛볼 수 있는 건가요? 요리사님?”

“음, 물론이다. 아직 구체적인 방식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내 튀김은 제한 없이 여기 모두에게 돌아갈 거다.”


 내가 여기서 일하게 된 조건이니까 반드시 그렇게 될 거라고.

 그 말에 마족들의 눈빛이 한층 더 반짝였다. 덩달아 이베트도 눈에 띌 정도로 어깨와 콧대가 올라갔고.


 그렇게 판데모니아를 다 둘러보고 나서, 이베트와 나는 다시 마왕성 쪽으로 방향을 돌렸다.


“도시 구경은 이만하면 충분하지? 오늘 밤에는 우리 마족의 여러 대공을 만날 거야.”


대공. 이베트를 보좌해서 마족을 이끄는 귀족들이라고 한다.

그들에게 나를 소개하고 축하하는 연회가 열릴 거라고.




* * *




 늦은 밤.

 마왕성의 연회장은 예상보다 훨씬 더 화려했다. 천장은 눈이 아찔할 만큼 높았고, 검은 크리스탈로 만들어진 거대한 샹들리에가 반짝였다.


 그런데 도대체 마족들이 무슨 연회를 즐긴다는 걸까.

 이런 대규모 연회에 참석해본 적은 없지만, 일반적으로 먹고 마시는 자리 아닌가?


 자칭 진미죽이라는, 꿀꿀이죽 같은 괴식이나 먹는 자들이 여는 연회. 걱정 반 의문 반이다.


“어흠.”


연회장 안에 가득한 마족의 대공들. 확실히 복장부터 다르다. 거리에서 만난 마족보다 훨씬 화려하고 기품있고, 좀 재수 없다.


몇몇 대공이 나에게 다가와 가벼운 인사를 건넸다.


“마왕님에게서 이야기는 들었소. 이세계 지구에서 왔다고 들었는데, 흥미로운 인연이군.”

“인간 놈들 왕국이 아닌, 우리 마족을 선택한 것을 후회하지 않을 거요.”


대공들 사이에는 이미 내 소문이 퍼진 모양이군.


 그렇게 상투적인 인사치레가 몇 번 오간 뒤, 이베트가 자리에서 일어나면서 손뼉을 한 번 쳤다. 모두의 이목이 집중되었다.


“자, 그럼. 모두 모였으니 즐겨볼까?”


 그 소리를 신호로 연회가 시작되었다. 하인들이 뭔가 가득 담긴 그릇과 바구니를 들고 안으로 들어왔다. 보석처럼 반짝이는 돌이다.


“과연, 이 정도 품질의 마석이라면···오늘 연회에 어울리는군요.”

“흠흠, 최상품입니다.”


 저게 다 마석인가 보다.

그러고 보니 마족은 마나가 주식이라고 했었지.


저걸 어떻게 먹나 싶었는데 방법은 제각각이었다. 어떤 자는 마석을 손에 쥐고 가만히 눈을 감고 있었고, 입에 대고 담배처럼 빨아들이는 자도 있었다. 


“으음.”


 아예 과자 먹듯 콰작콰작 마석을 통째로 씹어 먹는 놈도 있고.


이 모든 광경이 너무도 기이하고 이질적이었다.

 몇몇 대공이 나에게도 마석을 권했지만, 정중하게 사양할 수밖에 없었다. 인간인 내가 이런 걸 씹었다간 강냉이 다 빠질 테니까.


 그렇게 연회가 한창 무르익어갈 때쯤, 이베트가 공중으로 날아 올랐다. 드레스에서 뻗어 나온 물결 같은 날개가 사뿐히 펴졌다. 모든 이들의 시선이 이베트에게 쏠렸다.


“다들 주목. 오늘은 여기, 우리의 국빈 김튀김을 환영하기 위한 자리라는 건 들었지?”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베트는 나의 신비한 요리 기술이 앞으로 마족의 삶에 큰 전환점이 되어 줄 거라고 말했다.


“바로 튀김이라는 신묘한 음식이지.”


 이베트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귀족들의 속삭임이 여기저기서 들려왔다. 튀김이 뭔지 궁금해하는 눈치다.


“튀김은 그러니까······. 으음, 뭐라고 해야 하나.”


 공중에 뜬 채 턱을 괸 이베트는 한참을 고민했다. 그 맛을 보지 못한 자에게 설명을 하려니 쉽지 않겠지. 나도 그랬었으니까.


한참 뒤에, 이베트가 눈을 크게 뜨고 외쳤다.


“기름지고! 맛있다!”


정말 정확하고 명쾌하면서도 도움이 안 되는 설명이구만.


“···마왕님? 맛있는 거야 여기 마석으로도 충분하지 않습니까?”

“아니, 아니. 단순히 맛있는 거로 끝이 아니라고.”


 이베트는 내가 만든 튀김의 과정을 상세하게 설명했다. 돼지비계에서 기름을 뽑아내고, 그걸로 쓴감자를 튀겨낸 것을 전부 다.


“방법이 기이하군요. 허나 그런 것이 큰 의미가 있단 말입니까?”

“식재료라는 건 그저 효율 좋게 다지고 끓여서 먹기만 하면 되는 거 아닌지······.”


 대공들의 의문에 이베트는 답답하다는 얼굴이 되었다. 그리고는 대공들 앞으로 빠르게 휙 날아갔다.


“자 봐! 그 튀김의 힘으로 나의 이 흉터를 치유했단 말이야! 봐라, 봐!”

“그게 정말입니까?”


 그제야 이베트의 눈을 확인한 대공들은 놀라움 섞인 탄성을 터뜨렸다. 


“세상에, 이세계의 비술이라니! 당신의 튀김이라는 게 그런 힘을 지니고 있단 말인가?”

“마족의 고급 치유술도 해내지 못한 것 아닌가.”


 내가 뭐라 대답하기도 전에, 대공들이 우르르 몰려와 앞다투어 옷자락을 걷어붙였다. 흉터가 가득한 몸뚱이가 내 시야를 가득 채웠다.


“이것 좀 보시게. 이 흉터도 치유가 될 수 있겠는가? 평생 가지고 있던 상처요.”

“내 것도, 내 것도 좀 봐요.”


 연회장은 금세 끓는 기름 마냥 소란스러워졌다.


“후후, 모두들 급할 거 없어.”


 다시 허공으로 둥실 떠오른 이베트가 느긋한 목소리로 모두를 진정시켰다.


“김튀김은 나와 약속을 했으니까. 앞으로 우리 마족을 위해서 일할 거다. 그 튀김의 효능을 우리에게 보여줄 거란 말이야. 대단하지?”


그때,


“글쎄요, 폐하.”


 연회장 한쪽, 의자에 앉아 다리를 꼬고 있던 남자가 이의를 제기했다. 염소 같은 뿔과 수염을 가진 마족 대공이다.


“들어보니 별 것 아닌 잔재주 같은데, 너무 호들갑이신 게 아닌지.”


제삼자인 내가 듣기에도 영 싸가지없는 말투구만. 연회장의 분위기는 찬물을 맞은 것처럼 가라앉았다.


“···자간, 그게 무슨 소리냐?”


 노기 섞인 이베트의 말에 대공 자간은 거칠게 웃으며 마석 하나를 통째로 씹어 먹었다. 와그작거리는 거친 소리가 연회장에 울려 퍼졌다.


“그 튀김이라는 거, 그리 대단한 기술은 아닌 거 같다는 말입니다. 단지 우리가 그렇게 만들어 보지 않았을 뿐인 겁니다.”


작가의말

 한 5년 전으로 기억합니다. KFC에서 닭껍질튀김이라는 사이드 메뉴가 출시되었었죠. 마침 그 때 제가 살던 곳에서 걸어서 5분 거리에 KFC 매장이 있어서 자주 먹은 기억이 있네요. 짭짤하고 기름진데 배는 부르지 않다니. 온전히 튀김의 ‘맛’만을 즐기기 위한 완벽한 메뉴가 아닌가 싶습니다.


 이 닭껍질튀김을 가성비로 즐기려면 에어프라이어로 직접 만들어 먹어도 어렵지 않습니다. ‘닭스킨’이라는 이름으로 냉동 닭껍질을 파는데 1~2만원이면 등에 짊어져야 할 정도로 푸짐하게 옵니다. 아주 약간의 귀찮음을 감수한다면, 배 터지게 먹을 수 있습니다.


 칼로리가 걱정된다고요? 좋은 거 즐길 때는 머리 아픈 건 잠시 내려놔도 좋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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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보기에는 쉬워 보이지. 24.09.07 255 13 14쪽
» 판데모니아의 국빈, 김튀김. +1 24.09.06 284 13 12쪽
4 김튀김, 널 놓칠 순 없다. +2 24.09.05 326 16 14쪽
3 이세계 첫 튀김의 효능. +4 24.09.04 336 14 12쪽
2 귀빈맞이 마족의 진미죽. +2 24.09.03 370 14 15쪽
1 김튀김의 튀김. +2 24.09.02 502 17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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