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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크맛쿠키
작품등록일 :
2024.08.30 17:49
최근연재일 :
2024.09.17 2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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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5 2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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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둠 튀김의 효능.

DUMMY

 개업 첫날은 예상대로 성황리에 마무리되었다.

 자영업에는 소위 '오픈빨'이라는 말이 있지만, 오늘의 열광적인 반응은 그 이상이다. 절대 한두 달 흥하고 사그라질 분위기가 아니었지.


 튀김을 먹은 손님들의 표정, 탄성, 그리고 열기. 내 튀김은 이세계 엘루네아에서도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었다.


"와, 이거 진짜 맛있는데?"

"이게 튀김이라는 거지? 신기한 식감이다. 나쁘지 않아. 아니, 훌륭해.“


 추첨에 당첨된 마족들은 한 명도 빠짐없이 와서 내 튀김 한 접시를 맛보고는 그야말로 찬양을 퍼부었다. 듣기에도 좋고 또 즐거운 일이지. 


 나도 이렇게 신나게 일한 적이 있었나. 

 일단 지구의 튀김 공방 1호점에서는 아니었던 거 같다. 아무래도 그때는 현실적인 매상 문제도 신경을 썼어야 하니까. 여기서는 그저 신나게 튀기고 대접하기만 하면 된다.


 그렇게 추첨에 뽑혀 자리에 앉은 손님들 중에는 로냐도 있었다. 역시.


 처음엔 약간 눈치를 보며 들어섰었다. 혹시나 이베트가 불쑥 나타나지 않을까 걱정하는 듯, 로냐는 입구를 서성이며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없으니까 이리 들어와.”


 그제야 로냐는 안으로 들어와 앉았다. 복장도 평소처럼 정장 차림이 아닌, 다른 마족처럼 평범한 옷을 입은 채.


 물론 그런 염려는 튀김 접시를 받자마자 로냐의 얼굴에서 사라져 버렸다. 


“역시. 정말 대단합니다. 이 정도면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없을 맛입니다.”


 순식간에 접시를 싹싹 비운 로냐는 평소처럼 차분하게 말했다. 하지만 감정을 억제하려는 듯, 미세하게 올라간 입꼬리까지 숨기지는 못했다.


 이렇게 추첨에 당첨된 마족들이 여유롭게 튀김을 즐기는 동안, 밖에는 웨이팅 줄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


 그나마 앞쪽에 선 자들은 자기까지는 분명히 먹을 수 있을 거라는 기대를 드러냈지만, 뒤로 갈수록 초조한 표정을 숨기지 못했다.


 나는 남은 튀김의 양을 재빠르게 가늠했다. 대충 스무 명 정도 더 먹을 수 있겠다는 계산이 나왔다. 오늘은 여기까지인가.


“암스트롱.”


 내가 부르자, 암스트롱이 즉각 웨이팅 줄로 나아갔다.


“하나, 둘······. 오늘은 여기까지만 가능합니다. 나머지 분들은 다음 기회를 노리십쇼.”


 암스트롱의 굵직한 목소리가 울려 퍼지자, 줄의 뒤쪽에 서 있던 마족들이 아쉬운 얼굴로 뒤돌아섰다. 


 그렇게 남은 스무 명의 줄.

그런데 문제는 여기서부터였다.


“김튀김 님. 잘 먹었습니다.”


 식사를 마치고, 빨리 마왕성으로 복귀해야겠다며 로냐가 문을 열고 나갔을 때,


“엇?”


 로냐가 돌처럼 굳어 버렸다.


“······.”


 이베트가 웨이팅 줄에서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에.

나도 놀랐다. 아니, 전날 흥흥거리며 가 놓고는······. 오늘 아무 일 없었다는 듯 곱게 줄을 서고 있었을 줄이야.


 당황한 로냐가 뭐라 말을 하기도 전에,


“너 낙첨이라며! 왜 니가 먼저 먹고 나가는 거야? 줄도 안 서고?”


 이베트가 불만 가득한 목소리로 소리쳤다.


 허둥지둥 변명하는 로냐를 두고, 나는 웃으며 주방으로 돌아왔다.

 마왕이 저기 웨이팅 줄에 서서 기다리고 있는 것도 웃긴데, 눈치 보느라 낙첨이라고 거짓말한 로냐와 딱 마주치다니. 


“···뒷문도 있다는 걸 깜빡했습니다. 이런 불찰이······.”


 다시 가게 안으로 돌아온 로냐는 하얗게 질린 얼굴로 카운터석에 털썩 앉았다.




* * *




 가게 한쪽의 테이블 자리.

이베트가 볼록해진 배를 문질거리며 만족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아아, 정말 맛있었다! 정말로!”


 앞에는 싹싹 긁어먹은 접시뿐. 게장 카레의 흔적은 온데간데없다. 튀김 부스러기 하나 남기지 않았구만.


“기다리는 줄이 딱 나까지 끊겨서 다행이야. 내가 직접 날아오지 않고 만약 걸어서 왔었다면 못 먹었겠지?”


 이베트는 그 말을 하며 의기양양하게 웃었다.

 마지막에 먹은 덕분에 애매하게 남은 튀김도 전부 이베트의 차지가 됐었지. 대충 곱빼기 분량을 먹은 셈이다.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뭔가 묘하게 귀엽기도 하고 우습기도 했다. 대단한 마왕이란 녀석이, 단순한 튀김 한 접시에 저렇게 행복해하는 걸 보니 말이다. 


 권위도 위엄도 없는, 그야말로 순수한 만족감이다.

그래 산다는 게 다 뭐냐. 저거면 되는 거지.


 나는 주방 한쪽에서 기름 묻는 도구를 정리하며 오늘 하루를 복기해 보았다.

 예상대로 잘 풀렸다. 추첨과 웨이팅 시스템도 문제없이 돌아갔고. 손님들도 모두 만족스러워했고.


 암스트롱은 바닥을 쓸고 있었다. 따로 시키지 않았는데 알아서 정리도 빈틈없이 해내는구만.


“김튀김 님?”

“응?”

“뭔가 보람찬 하루입니다. 매일 이렇다면 문제없을 것 같습니다.”


 무뚝뚝한 암스트롱의 말은 진심으로 들렸다. 아무런 변화도 없던 얼굴에 희미한 미소가 떠올랐다.


“그 맛에 일하는 거지.”


 그러던 중, 만족스럽게 웃음을 실실 흘리던 이베트가 갑자기 눈을 확 치켜뜨고 로냐를 노려 보았다. 


“로냐 너, 왜 나한테 거짓말했어? 너도 낙첨이라며? 내가 못 먹게라도 할 줄 알았어?”


 타박하는 이베트의 목소리에 로냐는 민망하다는 듯 살짝 고개를 숙이며 조용히 말했다.


“송구스럽습니다, 이베트 님.”


 그 말에 이베트는 입술을 꾸욱 다물더니 이내 씨익, 하얀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됐어, 다음엔 그냥 솔직히 말해. 나 그렇게 속 좁은 마왕 아니니까.”


 이베트는 그렇게 화를 풀었다. 뭐, 옆에서 보고 있자니 진심으로 삐친 기색이 없는 건 아닌 모양이지만. 딱히 로냐가 큰 잘못을 한 거도 아니니까. 눈치를 좀 많이 본 것뿐이지.


 아무튼 이베트의 그 말에 로냐는 안도한 듯 살짝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숙였다.


“김튀김.”


 자리에서 일어나 로냐의 허리께를 툭툭 두드려 준 이베트가 주방에서 정리 중인 나에게 다가왔다.


“어때, 첫날은?”

“이 정도면 대성공이지.”


 음식 장사만 놓고 보면 그렇다.

 하지만 아직 풀리지 않은 것이 하나 있다.



[요리 : 김튀김 특제 모둠 튀김 - 엘루네아 로컬 스타일]

[등급 : B]

[분석 결과 : 포탈라즈 뿌리, 얼룩호박, 글로우웜 이터 통발, 그리고 큰발 바위갑각게의 게살 고로케로 구성된 모둠 튀김. 각각의 재료 특성을 잘 살린 요리. 다양한 맛과 식감을 충족시켜 줌. 게장 카레로 소스를 대체한 센스도 훌륭함. 수고했다.]

[효능 : 마법 저항력 증가]



 이번 튀김의 효능을 보여주는 상태창.

 뭐, 이 정도면 제법 나쁘지 않은 평가를 받았구만. 그런데 누가 누구에게 수고했다는 소리를 하는 건지 원. 무슨 평론가도 아니고.


 나는 각각의 튀김이 각각의 효능을 보여줄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저렇게 종합된 요리 하나가 한 가지 효능을 가지고 오다니.


 앞으로 튀김 한 상을 어떻게 구성하느냐에 따라서 효과도 다양해지는 걸까.


 그리고, 저 마법 저항력을 높여준다는 기묘한 효능. 무슨 게임 스탯 올리는 거도 아니고, 어떻게 효과를 보여주는 건지 궁금하군.


 나는 여기 엘루네아 기준으로, 이세계 지구 출신이니 마나니 마력이니 하는 건 느끼지도 못하고 알 수도 없다. 

 분명 마법이라는 게 존재하는 건 봤지만. 그것의 정체를 이해하기 어렵다는 거지.


“잠깐 괜찮나?”


 나는 이베트와 로냐에게 이러한 부분에 대해서 물어보았다. 특히 마나에 대해서.


“마나? 글쎄······. 로냐, 뭐라고 해야 하는 거지?”


 이베트와 로냐는 서로를 바라보며 뭔가 의견을 주고받았다.

 옆에서 귀동냥으로 들어 보니, 너무나 당연한, 지구에 항상 존재하는 물리적 법칙 같은 거라서 설명하기 어려운 모양이다.


“음···이 세상을, 엘루네아를 돌아가게 만드는 일종의 힘이라고 하면 되려나?”


 옆에서 로냐가 대화를 이어받아 좀 더 구체적인 설명을 덧붙였다.


“마나는 일종의 원소입니다. 엘루네아를 이루는 기본 입자라고 생각하시면 되겠군요. 이 마나를 힘의 형태로 전환한 것이 마력입니다. 현상을 구현할 수 있는 일종의 잠재력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그리고 마법은 이 잠재력이 실제로 구현된 현상이라고.


“흠.”


 내가 이해를 잘 못 하는 걸 눈치챘는지, 로냐가 웃으며 한층 쉽게 풀어 설명을 이어갔다.


“예를 들어 불이라는 마법 현상을 일으키고 싶다면, 마나라는 원소를 모아 그걸 불의 잠재력을 갖춘 마력으로 변환시키는 겁니다.”


 이걸 가능케 하는 구체적인 도구가 바로 마석이라고.

 뭔가 지구에서의 과학적이고 인과적인 원리들이 이곳에서는 마나라는 개념으로 이루어지는 모양이다.


 사실, 마나니 마법이니 하는 건 지구에서도, 게임이나 소설 같은 창작물에서 자주 나오는 개념이다.

하지만 창작물 속 상상의 개념과 현실에 실존하는 개념은 천지차이니까.


 혹시 지구의 창작물 속 마법과 이곳에서의 마법이 비슷한 점이 있는 건가.


“그럼 여기서도 라이트닝이나 파이어볼 같은, 번개나 불덩어리를 쏘는 게 가능한가?”


 내 물음에 이베트는 고개를 까딱거리며 곰곰 생각하더니 입을 열었다.


“그게··· 그러니까 번개나 불을 만들어내는 걸 말하는 거지? 그렇다면 가능해. 마나와 마력을 다루고 그걸 구현할 능력만 있다면?”


 마족은 마나에 친화적인 몸이라 수준의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 어렵지 않게 마나를 다룰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인간 왕국의 인간들은 그렇지 않아서 ‘서클’이라고 하는 괴상하고 복잡하고 쓸데없는 체계를 따라야 하는 모양이라고 이베트가 설명했다.


 ‘서클'이라는 단어가 나오자, 나는 살짝 쿡 웃음이 나왔다.

 이건 좀 김 샐 정도로 익숙한 설정이니까. 지구의 판타지 창작물 속 마법사의 경지. 오히려 한물간 낡은 설정 아닌가.


“마법이 원래 그렇게 복잡해야 하는 것도 아닌데 말이야. 원래 마법은 직관적이어야 해. 인간들은 그걸 너무 어렵게 만들었지. 그런데 말이야.”


이베트는 갑자기 왜 마법이 궁금해 진 것인지 물었다.

 나는 간략하게 대답했다. 이번에 만든 튀김의 효과는 마법 방어 쪽으로 나타난 것 같다고.


 그러자 이베트의 눈이 번쩍였다.


“그래? 저번에 그 생선튀김으로 사람 마음을 확, 아, 아니다. 아냐. 음.”


 이베트는 그림자 기름어 튀김과 관련된 뭔가 민망한 기억이 떠올랐는지 목소리를 가다듬었다.


“흠흠. 그러니까, 마법 방어의 효능이란 말이지? 어쩐지 먹고 나서 몸이 웅웅 울리는 거 같더라.”

“김튀김 님. 그게 사실이라면.”


 로냐의 눈빛이 번뜩였다. 뭔가 살기가 느껴진다 싶을 정도로.


“이 튀김을 마족 병사들에게 제공하면, 인간 왕국과의 충돌에서 그 망할 빛 마법을 상대로 효과적인 대응이 가능해지겠군요.”


 로냐 답지 않은 거친 표현이구만. 

군사적인 목적으로 활용할 수 있겠다고 보는 건가.


“로냐 말이 맞아. 이번 튀김은 그냥 맛있다 정도로 넘길 사안이 아니라는 거겠지. 김튀김, 진짜 효과가 있는지 시험해 볼까?” 


 이베트의  장난기 어린 미소를 보니, 무언가 불길한 느낌이 들었다. 


“로냐, 너도 방금 전에 같은 튀김을 먹었으니까 같은 효능을 보고 있겠지?”

“네, 이베트 님. 아마 그럴 겁니다.”


 대답을 들은 이베트가 한 걸음 옆으로 물러나더니 로냐의 명치 쪽을 향해 손바닥을 내밀었다.


“그럼 지금은, 마법을 맞아도 안 아프겠지?”


 갑자기, 문이 열린 것도 아닌데, 바람이 몰아치는 것처럼 실내의 집기가 달그락거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베트의 손바닥에 작은 구체가 생기더니 빛의 가닥이 가시처럼 뻗어 나왔다.


“야야, 잠깐만.”

“···이베트 님?”


내가 이베트를 말리고, 로냐가 뭐라 말을 하는 순간,  퍼엉, 소리를 내며 이베트의 손바닥에서 빛이 폭발했다.


작가의말

 추석 장을 보느라 O마트에 갔답니다.

 즉석 식품 코너에 가면 가끔 근위튀김을 팔 때가 있습니다. 네. 닭똥집튀김입니다. 손가락 한 마디 만한 후라이드 튀김처럼 생겼습니다.

 씹어 보면 오독오독한게 맛있습니다. 근위 특유의 그 빡빡한 질감은 씹는 맛이 있죠. 메인메뉴가 되기에는 무게감이 좀 부족합니다만, 작은 포크 하나 두고 간식으로 먹기에는 좋습니다. 가격도 나쁘지 않아요. 한 번 드셔 보세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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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1

  • 작성자
    Lv.15 TOPG
    작성일
    24.09.16 21:39
    No. 1

    오 저도 근위튀김 좋아하는데 ㅎㅎ 먹다보면 입이 아파서 멈추게되죠 ㅎㅎ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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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둠 튀김의 효능. +1 24.09.15 73 10 12쪽
14 게살 고로케와 야채 튀김 한 접시. 게장 카레를 곁들인. 24.09.14 93 11 12쪽
13 추첨과 웨이팅 그리고 재료 준비. 24.09.13 109 8 13쪽
12 헛소리하는 걸 보니 배가 고픈 모양이군. 24.09.12 136 11 12쪽
11 마음을 바삭하게. +1 24.09.11 145 13 12쪽
10 세상에 나쁜 식재료는 없다. 24.09.10 161 12 13쪽
9 소스 없는 튀김은 김치 없는 라면. +1 24.09.10 176 12 17쪽
8 김튀김의 튀김 공방 2호점. 24.09.09 213 15 14쪽
7 감히 아마추어가 우습게 볼 세계가 아니다. 24.09.08 244 14 13쪽
6 보기에는 쉬워 보이지. 24.09.07 255 13 14쪽
5 판데모니아의 국빈, 김튀김. +1 24.09.06 283 13 12쪽
4 김튀김, 널 놓칠 순 없다. +2 24.09.05 325 16 14쪽
3 이세계 첫 튀김의 효능. +4 24.09.04 336 14 12쪽
2 귀빈맞이 마족의 진미죽. +2 24.09.03 370 14 15쪽
1 김튀김의 튀김. +2 24.09.02 502 17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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