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마 공작가 막내로 환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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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중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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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객
작품등록일 :
2024.08.30 1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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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8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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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0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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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

DUMMY

처음 눈을 떴을 때, 내 앞에 펼쳐진 것은 그야말로 지옥이었다. 한 줄기 빛도 스며들지 않는 깊은 어둠, 숨이 턱 막히는 공기, 귓가에 울려 퍼지는 것은 두려움에 가득 찬 울부짖음뿐이었다. 그 어둠 속에서, 나는 나의 기억이 시작되는 것을 느꼈다.


“살려주세요...”

“살려줘!!”


피를 토하듯 터져 나오는 절규. 그들은 죽음이 임박한 자들이었다. 그들 모두의 목소리가 얽혀 하나의 소용돌이가 되어 어둠 속에서 내게로 밀려왔다. 나는 정신을 차리려고 애썼지만, 머릿속은 혼란스러웠고, 마음은 오히려 더 깊은 어둠 속으로 빠져들었다.


그곳의 이름은 ‘고독(孤毒)’. 고독은 천마신교, 일명 마교에서 만든 잔혹한 지옥이었다.


이곳에 갇힌 자들은 죄를 지었거나, 힘이 없거나, 혹은 무공에 재능이 있어 보인다는 이유로 선택되었다. 이곳은 단 한 명이 살아남을 때까지 싸움과 고통을 강요하는 곳이었다.


작은 동굴, 차갑고 축축한 돌벽 사이에 갇힌 스무 명 남짓의 사람들. 그들 모두는 생존의 마지막 희망을 붙잡고 이곳에 모여 있었다.때가 되면 식량과 물이 지급되었지만, 그마저도 계속된 새로운 인원들의 투입으로 점점 줄어들었다. 매달, 사람들이 끌려 들어왔다. 그들은 여러곳에서, 여러가지 사연을 갖고 이고독이라는 곳으로 들어오게 되었다.


그러나 나에게는 그들처럼 특별한 사연조차 없었다. 내게는 기억도, 출신도 없었다. 눈을 떴을 때부터 이곳이 전부였고, 앞으로 살아가야 할 곳 또한 이곳이라는 사실이 나를 짓눌렀다.


그곳에서 그녀를 만났다.


긴 생머리에 창백한 얼굴, 동그란 눈동자 아래에는 작은 점이 있었다.그녀의 얼굴에는 고된 생활의 흔적이 남아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이 지옥 속에서 빛나는 존재처럼 아름다웠다. 그녀는 내게 마치 한 줄기 희망처럼 다가왔다.


“넌 어쩌다 이곳에 들어오게 된 거니?”


그녀는 나를 보고 묻는 그 눈빛이 따뜻했다. 그 작은 물음에, 나는 그동안 가슴 속에 쌓아두었던 감정이 터져 나오는 것을 느꼈다.


“난··· 기억이 시작될 때부터 이곳에 있었어... 나에겐 아무런 기억이 없어.”


내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말이었다. 그녀는 나를 가엾다는 듯 바라보았다. 그 시선은, 내가 이곳에서 처음으로 느껴본 온기가 담긴 시선이었다.


“이런 곳이라도 사람은 적응하고 살아갈 수 있어. 힘내.”


그녀는 부드럽게 미소 지으며 말했다.


그 말에 나는 이상하게도 위안을 느꼈다. 고독에서의 생활이 전처럼 지옥같이 느껴지지 않았다. 그녀와의 시간은 이 어둠 속에서도 따스함을 느끼게 했다. 하지만 그러한 평화는 언제나 오래가지 않는 법이다.어느 날부터인가, 매일 내려오던 식량이 점점 줄어들기 시작했다. 굶주림이 우리를 지배하기 시작했다.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강한 자들이 식량을 독차지하기 시작했다.


“앞으로 모든 식량은 우리를 통해서만 배급받도록 하여라!”


식량을 통제하는 조직이 생겨났다. 나이 많고 힘이 센 사람들이 그 중심에 있었다.

우리와 같은 힘없는 자들, 어린 자들은 그들의 통제에 따라야 했다. 처음에는 그들이 식량을 나누어주는 역할을 맡았지만, 점차 통제는 폭력적이 되어 갔다. 시간이 흐를수록, 집단에서 소외된 사람들은 하나둘 굶어 죽어 갔다.


“아... 차라리 죽고 싶다...”


마음속 깊이 눌러두었던 절망이 어느새 입 밖으로 흘러나왔다.


그녀는 내 말을 듣고, 무언가를 결심한 듯한 눈빛을 빛냈다.


“이곳에서 죽고 싶지 않은 사람은 없을 거야. 하지만 너는 꼭 살아남아야 해.”


그녀의 말은 난해하고 이해하기 어려웠다. 그녀가 나에게 진심을 담아 말하는 것인지, 아니면 절망에 사로잡혀 헛소리를 하는 것인지 분간할 수 없었다.


“내게 이 상황을 이겨낼 방법이 있어. 하지만 아주 힘든 일이 될 거야. 할 수 있겠니?”


그녀의 눈은 결단에 차 있었다. 그 눈동자 속에는 강한 확신이 서려 있었다.

나는 그녀를 실망시키고 싶지 않았다. 그 빛나는 눈동자를 외면할 수 없었다.


“나... 할 수 있어. 꼭 해낼게.”


그녀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 동굴에 있는 이끼 중에는 매우 강한 독성을 가진 것이 있어

나는 다음 배식이 내려올 때 그 이끼의 독을 음식에 탈 거야

너에게는 그때 살아남은 세력들을 처리해달라고 부탁하고 싶어”


그녀의 입술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그녀도 나만큼이나 두려웠을 것이다. 그러나 그 두려움을 삼킨 채, 그녀는 그 계획을 말하고 있었다. 그녀는 독성이 있는 이끼를 천에 감싸고, 물을 적셔 원액을 짜냈다. 나는 그녀가 시키는 대로 날카로운 돌을 찾아 그 끝을 갈아내었다. 그녀는 다시금 나를 향해 말을 이었다.


“잘 봐, 목 근처에 있는 경동맥이라는 부분이 있어. 이곳을 그 돌로 강하게 찍어, 그들을 한 번에 끝내버려.”


그녀는 침착하게 설명했다. 이끼의 독이 완성되었고, 돌은 날카로워졌다. 우리는 다음 날 계획을 실행하기로 했다.계획을 실행하기 전날 밤, 그녀는 나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우리 집안은 이곳 신교에서 나름 잘 나가는 집안이었어.”


“아버지는 신교의 삼장로 밑에서 정보를 편집하는 사람이었지.”


“하지만 아버지는 알지 말아야 할 어떤 정보를 알아버렸고, 우리 집안은 그 길로 풍비박산이 나버렸어···”


그녀는 울음을 터뜨렸다. 나는 그 말을 듣고 그녀의 손을 잡았다. 그녀의 손은 차가웠다.


“네가 만약 여기서 나가게 된다면... 삼장로에게 복수해 줘. 약속해 줘.”


그녀는 내게 새끼손가락을 내밀었다.


“알겠어... 내가 나갈 수만 있다면, 그 복수는 꼭 해줄게.”


그 말을 듣고, 그녀의 입가에 자그마한 미소가 번졌다. 그렇게, 계획한 날이 찾아왔다.


동굴의 울타리가 열리고, 문지기가 음식을 전달하려 할 때였다.


“여기 있는 사람들 다 굶어 죽으라는 거예요!”


그녀가 소리쳤다.


“계속 식량은 줄어들고, 사람은 많아지는데, 사람을 죽이면 죽였지 이렇게 잔인하게 서서히 굶어 죽이다니요!”


“이까짓 빵덩어리들, 저는 안 먹고 말겠어요!”


그녀는 소리치며 문지기들에게 저항했다. 그 순간, 빵덩어리들에 독의 원액을 뿌려 넣었다.


“계집애가 목청이 까랑까랑한 게 사납구나. 그렇게 죽고 싶다면 내가 직접 죽여주겠다!”


문지기 중 대장으로 보이는 남자가 다가와 그녀의 배를 발로 힘껏 걷어찼다.

그녀는 멀리 날아가 벽에 부딪히며 쓰러졌다.


“으아악! 안 돼!!”


나는 절규했다. 그녀의 머리에서 피가 흘러내렸고, 입에서도 핏물이 새어 나오고 있었다. 나는 그녀를 붙잡고 통곡했다. 사람들은 그런 나를 신경 쓰지 않고 음식을 건네받고는 먹기 시작했다.


두시진쯤 지난 뒤, 그녀는 겨우 눈을 떴다.


“으... 계획은 성공적이었어...”


“이 바보야... 이렇게 무모하게 자신을 희생하면서 일을 저지르면 어떻게 해...”


나는 눈물을 흘리며 그녀에게 말했다.


“잘 들어... 이곳의 이름은 고독이야.”


“여러 명을 집어넣고, 단 한 명만 살아남을 때까지 이 지옥은 끝나지 않아,

그러니까, 기회는 지금뿐이야...”


사람들은 점차 독이 퍼지기 시작했는지, 하나둘씩 쓰러지기 시작했다. 몇몇은 입에 거품을 물기 시작했다.


“지금이야... 네가 우리의 계획을 실현해야 해...”


그녀는 당장 죽을 듯한 얼굴로 힘겹게 내뱉었다. 나는 어안이 벙벙해졌다.

그녀는 어떻게 이런 사실을 알고 있는 것일까...? 그러나 그녀가 목숨을 걸고 만든 기회를 놓칠 수는 없었다.


나는 날카로운 돌을 꽉 쥐고 쓰러진 사람들에게 다가갔다.


“오... 오지 마! 이런 망할 자식들을 살려두는 게 아니었는데...”


음식을 통제하던 세력의 대장이 중얼거렸다. 그는 키가 6척에 달하는 장신에 다부진 몸을 하고 있었다. 비록 독에 중독된 상태였지만, 어린아이 하나쯤은 쉽게 상대할 수 있으리라 생각하며 쓰러져 있었다. 아이가 가까이 다가오면 공격할 생각이었다.


‘한 걸음... 두 걸음... 이제 한 걸음만 더 다가오면 끝이다.’


“또각.”


그는 마지막 남은 힘을 다해 주먹을 휘둘렀다. 그 순간, 나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민첩하게 고개를 숙여 주먹을 피하고, 손에 쥔 날카로운 돌을 그의 경동맥에 정확하게 찔러 넣었다.


“커헉... 어떻게 네 녀석이... 무슨...”


그는 말을 잇지 못한 채 쓰러졌다. 그 이후로 남은 사람들을 처리하는 것은 더 이상 어렵지 않았다. 동굴은 끔찍한 비명 소리와 쏟아지는 피로 그야말로 지옥의 현장 같았다.나는 그날 밤 20명이 넘는 사람을 죽였다. 모든 사람을 처치한 뒤, 그녀에게로 다가갔다. 그녀는 미소 지으며 나를 바라보았다.


“힘든 일을 잘해주었구나... 솔직히 기대 이상이었어... 나는 아마 여기까지인 것 같아 입에서 피가 멈추지 않아... 이곳에서 나가게 된다면 내가 한 약속을 꼭 지켜줘...사실 네가 임무를 완수한다면, 난 널 죽일 생각이었어... 그렇지만 그 문지기가 하필이면 내 폐를 다치게 찼어... 운도 지지리 없지... 이렇게 된 이상, 네가 꼭 내 부탁을 들어줘야 해···”


나는 그녀의 말에 두 눈이 커졌다.


그제야 알게 되었다. 그녀가 나를 돌봐주고, 많은 것을 알려준 이유를.


“하하하... 마지막 말은 안 했어도 됐을 텐데. 하지만 네 덕분에 밖으로 나가게 된다면, 네가 말한 복수는 꼭 해줄게.”


그녀는 나에게 있어 유일한 빛, 어머니이자 친구, 그리고 연인이라 생각되는 존재였다.


“고마워 난 이제... 한계인 것 같아...”


나는 죽어가는 그녀를 꼭 안아주었다. 그리고 모든 힘이 빠진 듯, 나도 그 자리에 지쳐 쓰러지고 말았다.


그녀는 이 어둠 속에서 유일하게 내게 빛이 되었고, 내 삶의 이유가 되었다. 그녀의 마지막 숨이 내 귀에 남았다. 그 숨이 꺼져갈때까지 나는 그녀를 꼭 끌어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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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공작가 막내 아들 24.09.12 118 2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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