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마 공작가 막내로 환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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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30 1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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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2 1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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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마의 제자

DUMMY

천마의 제자가 된 이후, 사람들이 나를 바라보는 시선에는 더 이상 존경이나 감탄이 담겨 있지 않았다. 그들의 눈빛은 마치 시한부 선고를 받은 환자를 대하는 것처럼 가득한 연민과 동정으로 물들어 있었다. 천마의 제자가 된다는 것은 단순한 영예나 칭송을 받는 일이 아니었다. 천마와의 비무는 한마디로 치명적이었다.


처음에는 그의 일검(一劍)을 막아내는 것으로 시작했다.


그 검은 가히 하늘을 가르는 듯한 위력을 가지고 있었다. 천마는 초반 몇 번의 비무에서는 약간의 사정을 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의 검은 점점 더 강렬하고 치명적으로 변해 갔다.


매번 그의 검이 날아올 때마다 뼈마디가 부서질 것 같은 충격이 몰려왔고, 그 충격은 내 몸 구석구석에 새겨지듯 스며들었다.비무가 끝난 후, 나는 매번 부서진 뼈와 찢긴 근육을 부여잡고 알아누워야 했다. 며칠 동안 열에 시달리며, 죽음의 문턱을 오가는 것이 일상이 되었다. 죽을 고비를 몇 번이나 넘겼는지 셀 수 없을 정도였다.


그때마다 내 목숨을 건져준 것은 다름 아닌 천마신교의 신의(神醫)였다.


신의는 어딘가 광기에 물든 듯한 미소를 띠며,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의 의술은 대단했지만, 그 의술의 근저에는 모종의 실험적인 기질이 숨어 있었다. 그는 매번 내가 엄청난 내상을 입고 신의각(神醫閣)에 들어갈 때마다, 밝은 표정으로 나를 반기며 말했다.


"오늘은 어떤 상처가 났을까? 새로운 치료법을 시험해볼 수 있겠군."


그는 백발이었으나, 그 얼굴은 젊고 생기 넘쳤다. 그것은 아마도 반로환동(返老還童)의 경지에 이른 고수임이 분명했다. 신의의 황색 눈동자는 매번 날카롭고 빛나고 있었고, 그의 표정은 마치 어린아이가 새로운 장난감을 발견했을 때처럼 들떠 있었다.


키는 약 180cm 정도였고, 겉모습은 가냘프고 호리호리했으나, 그의 옷 속으로 드러나는 잔근육들이 그가 결코 만만한 상대가 아님을 보여주고 있었다.신의는 내 몸이 신기한 실험 대상이라도 되는 듯, 매번 새로운 영약(靈藥)과 의술을 시험했다.

내가 상처를 입고 신의각에 도착할 때마다, 그는 이미 준비된 여러 가지 약물과 도구들을 꺼내 들고, 흥미진진한 얼굴로 나를 살폈다.


매번 실험을 거듭하면서, 나의 피부는 차츰 강철처럼 단단해져갔고, 작은 상처조차도 거의 남지 않게 되었다. 몸은 놀라울 정도로 빠르게 회복되었고, 나는 점차 치유 속도가 빨라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그의 치료와 실험 덕분인지, 천마와의 비무에서 나의 무공은 일취월장하여 현경(玄境)의 초입에 도달할 정도로 발전했다. 그러나 천마와 나의 차이는 여전히 넘을 수 없는 장벽처럼 남아 있었다. 천마는 이미 자연경(自然境)의 상태에 있었기 때문이다.


“스승님, 자연경이란 도대체 어떤 경지입니까?”


내가 조심스럽게 물었을 때, 천마는 잠시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았다. 그의 눈빛에는 깊은 사색과 고뇌가 깃들어 있었다.


"자연경이란... 내공이 몸의 한계를 넘어서 자연과 하나가 되는 경지라 할 수 있지.

그것은 네가 가진 내공이 더 이상 너의 몸에 갇혀 있지 않고, 주변의 모든 것과 조화를 이루는 상태이다."


나는 그의 말을 이해하려 애썼다.


“그 경지에 이르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합니까?”


천마는 고개를 저으며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그것은 '어떻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삼라만상(森羅萬象)에 대한 완벽한 이해, 세상 만물과의 조화, 그것이 곧 자연경이니라."


그의 설명은 모호하면서도 명확했다. 나는 그의 말을 듣고, 조금 더 염려스러운 표정으로 덧붙였다.


"이러다가 정말 우화등선(羽化登仙)하시는 것은 아닌지 걱정됩니다, 스승님."


천마는 허허 웃으며 내 어깨를 두드렸다.


"제발 살려달라고 빌며 애걸복걸하던 네가, 이제 나를 걱정할 만큼 성장했다는 말이더냐? 그래, 네 덕분에 이 세상에 머무는 동안의 지루함이 많이 덜어졌었다.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구나."


나는 그가 정말로 떠날 준비를 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정말로 우화등선이라도 하시려는 겁니까?"


천마는 미소를 짓다가, 다시 진지한 표정으로 하늘을 바라보았다.


"세상이 나의 존재를 허락하지 않으니, 현세를 벗어날 수밖에 없겠구나."


그의 말이 끝나자마자, 하늘에서 엄청난 빛이 쏟아져 내렸다. 그 빛은 천마를 감싸며 점점 더 밝아졌다. 그가 있던 자리에는 거대한 빛줄기가 지상을 향해 내려오고 있었고, 천마의 모습은 점점 흐려지며 빛 속으로 녹아들었다.


마치 그 자리에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그는 빛과 함께 사라졌다.


“천마천세 만마양복! 천마천세 만마양복!”


그 자리에 있던 신교의 교인들은 모두 무릎을 꿇고 외쳤다. 그들은 한 시대의 천마가 떠나는 순간을 목격하고 있었다. 그리고 동시에 새로운 천마의 탄생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그때, 다시 한 번 강력한 빛이 천마정(天魔庭)의 중앙, 천마가 사라졌던 자리에 내리쬐었다. 그 빛 속에서 다시금 천마가 나타났다. 그는 여전히 강렬한 기운을 발산하며, 그곳에 서 있었다. 그러나 그의 얼굴은 어딘가 어이없어 보였다.


"네 녀석! 하필 말년에 제자 하나 잘못 둬가지고, 이게 무슨 고생이냐!"


천마가 다시 돌아오자마자 크게 외쳤다. 나는 그를 바라보며 속으로 생각했다.


‘우화등선을 한 줄 알았더니, 그냥 돌아버린 것인가?’


나는 혼란스러워하며 물었다.


"갑자기 우화등선하신 줄 알았던 분이 돌아와서는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입니까?"


천마는 한숨을 쉬며 설명하기 시작했다.


"우화등선하여 여래(如來)를 만났더니, 제자 녀석의 이야기를 하게 됐지. 그런데 제자의 살생이 너무 깊다고 하더군."


"살생이라니요? 스승님도 수많은 살생을 저질렀는데, 그게 무슨 문제가 됩니까?"


천마는 고개를 저으며 말하였다.


"내가 여래에게 물었지. '내가 저지른 살생과 뭐가 다르냐'고. 그러자 여래는 답하길, 삼장로 밑에서 자네가 저지른 살부(殺部) 시절의 살생들이 문제라고 하더군. 자네는 살부 시절 100여 명이 넘는 사람들을 죽였지. 그중에는 선인, 신선이 될 가능성이 있던 자들, 아녀자들까지도 가리지 않고 말이야. 그들의 생명을 앗아간 자네의 죄는 너무 무겁다고."


나는 그 이야기를 듣고 혼란에 빠졌다.


'내 인생이 아무리 안타깝고 순탄치 않았더라도, 그 죄의 무게를 내가 감당해야 한다니···.’


"그래서 나는 어쩔 수 없이 여래와 내기를 벌였지. 자네의 죄를 씻어주겠다는 조건으로 말이야."


"그게 말이 되는 겁니까, 스승님?"


천마는 깊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그래, 멍청한 제자야. 그것이 바로 내 마지막 가르침이다."


그는 내 가슴에 심검(心劍)을 찔러 넣으며 말했다.


"너는 그곳에서 부디 살생을 하더라도 선한 자를 피하고, 악한 자를 벌하는 데 노력하거라. 또한 너로 인해 많은 생명을 살리려고 노력하고, 또 노력해야 한다."


그의 말이 스승이 나에게 남긴 마지막 말이었다.


"내가 해줄 수 있는 것은 여기까지다. 잘해 보아라, 제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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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공작가 막내 아들 24.09.12 118 2 9쪽
» 천마의 제자 24.09.12 103 3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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