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마 공작가 막내로 환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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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30 1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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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1 2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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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마

DUMMY

천마정은 마치 거대한 산처럼 웅장하고 아름답게 느껴졌다.금빛 장식들이 화려하게 수놓아져 있었고, 천마정의 꼭대기에는 만월이 떠 있었다. 신이 있다면, 이곳이 바로 그가 머무는 장소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삼장로의 신하들은 마치 거대한 파도처럼 천마정을 덮쳤고, 천마정 안의 교인들은 그 파도에 휩쓸려 나갔다. 예상보다 훨씬 쉽게 삼장로와 그의 세력은 천마정 내부로 들어가 황성의 꼭대기 층에 도달했다. 황금빛으로 빛나는 기둥과 붉은 비단으로 깔린 바닥, 그리고 시원하게 뚫린 창문 사이로 은은한 달빛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그곳의 중심에는 창틀에 앉아 달빛을 감상하는 한 사람이 있었다.


“늦지 않았는가?” 그가 말했다.


그는 바로 천마였다. 그의 목소리에는 장난기가 서려 있었다.


“본교의 하늘을 만나기 위해 만반의 준비를 하느라 조금 늦어졌습니다”


삼장로가 대답했다.


“하늘이라... 하늘은 늘 그 자리에 있고 변하지 않지 않는가?”


천마가 창틀에서 내려와 걸어 나왔다.


그의 모습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존재감을 자아냈다.


검은색으로 길게 내려온 머리카락은 달빛을 받아 반짝였고, 검은 비단 도포에는 수많은 금빛 용들이 수놓아져 있었다. 드러난 근육은 단단하고 아름다웠으며, 짙은 눈썹 아래 깊고 검은 눈은 마치 삼라만상을 꿰뚫어보듯, 보는 이의 영혼을 읽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그의 얼굴은 창백할 정도로 하얗고, 코는 오똑하며 이목구비는 날카롭고 선명했다. 남자임에도 불구하고 아름답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변하지 않는 것이 얼마나 지루한 일인지 알고 있는가?”


천마가 말했다.


“지루하다니, 다행입니다. 하늘이 이제 변하려고 하니까요”


삼장로는 굽혔던 허리를 펴며, 마치 자신이 하늘이라도 된 것처럼 말했다.


“하하하! 삼장로는 재미있는 사람이야. 내 지루함을 달래주는 몇 안 되는 사람 중 하나지”


천마는 천천히, 아니 유유히 천마검으로 걸어갔다.


“재미있으셨다니 다행입니다. 이제 그 지루한 하늘에서 내려오시지요,”


삼장로가 말했다.


천마는 천마신검을 들어 천천히 검을 뽑아 삼장로와 그 무리들을 가리켰다.


“이 재미라는 것이 한순간에 끝나버리니, 나는 또 지루해지겠지. 어쨌든 삼장로,

고맙네. 자네의 역할을 충분히 다해주었어. 아주 기분 좋은 밤이 되어버렸다네.”


“마지막을 기분 좋게 마무리했다니, 정말 다행입니다.”


삼장로 또한 검은빛이 나는 권갑을 착용했다. 권갑에서는 검붉은 뇌기가 진동하고 있었다.


“자, 한번 받아보시게. 나의 검을 말일세.”


“천마신공 일섬, ‘참(斬)’”


천마검은 천천히 위에서 아래로 내려갔다가, 흩날리듯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움직였다. 그때였다. 갑자기 숨이 쉬어지지 않았다. 죽음이라는 단어가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았고, 한순간이 평생처럼 느껴지기 시작했다.


'죽는다'


나는 온몸의 내공과 선천진기를 끌어올려 최대한의 방어를 하려 했다. 그때, 고독에서 스승님에게 배운 말들이 떠올랐다.


'방어는 상대의 공격 방향을 이용해야 한다'


'검의 방향대로, 그러나 그 방향을 살짝만 비껴나가게 내공을 최대한 끌어올려 각이진 형태로 방어해야 한다.'


1초였을까? 아니면 0.1초? 아니, 0.0000001초였을지도 모른다. 그보다 더 짧았을 수도 있다. 그 짧은 시간이 나에게는 너무나도 긴 시간이었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모두 쓰러져 있었다. 피 한 방울 흘리지 않은 채 사람들이 쓰러져 있었다. 혈색을 보니 그들은 이미 죽어 있었다. 삼장로 또한 마찬가지였고, 그 밑의 이장로와 사장로를 포함해 모두가 단 한 번의 공격으로 목숨을 잃은 것이었다.


'이게 무슨 일이지? 어떻게 된 영문이지?'


'이게 바로 천마의 힘인가...'


나 역시 입에서 피가 멈추지 않았다. 심장 위쪽, 가슴과 쇄골 사이에서 엄청난 고통이 느껴졌다. 정신을 차리고 천마를 바라보았다.


이제야 그가 천마라는 것을 깨달았다.


◆◆◆


천마는 그 자리에서 검을 천천히 집어넣고 있었다.


그가 재미있었다는 듯 웃음을 띤 표정이 점차 무료함으로 바뀌어 가던 찰나였다.

그의 눈동자가 나를 향했고, 그 눈빛은 마치 그곳에 존재하면 안 될 것이라도 본 듯, 점점 동공이 커져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네놈은 무엇이냐?”

“어떻게 살아 있는 것이지?”


“저는 삼장로 밑에서 살부의 부장을 맡고 있는 귀살악귀라고 하옵니다,”


“삼장로...삼장로가 나를 이렇게 재미있게 할 줄이야, 이 즐거움이 끝이 난다면 나의 무료함이 계속될 줄 알았거늘”


천마는 만족스럽다는 듯이 웃음을 지어냈다. 그 웃음은 천마가 만족할 만한 장난감을 얻은 것 같아 보였다.


“그래, 귀살악귀, 어떻게 살아남은 것이더냐?”


나는 현재의 상황을 이해할 수 없었지만, 천마가 나의 생사를 쥐고 있다는 것만은 확실히 알 수 있었다. 그렇기에 그에게 어떻게 그의 일검에서 살아남았는지 자세히 설명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 나의 일검을 내공을 최대한 모아 여러 각이 진 방진 형태로 만들어서 공격의 궤도를 살짝 수정했다, 이 말인가?”


천마는 내게 다가와 내 몸 이곳저곳을 훑어보며 신기한 듯 바라보았다.


“신기한 놈이로구나. 이제 막 초절정에 입문한 자가 그 작은 내공으로 본좌의 공격을 흘려내다니.”


“오늘은 밤이 깊었으니 들어가 쉬도록 하거라. 앞으로 너와의 시간이 기대되는구나.”


그제야 내 몸의 긴장이 풀리기 시작했다. 일단은 살아남았다는 생각에 몸에 힘이 하나도 없었고, 긴장을 너무 많이 한 탓인지 온몸은 땀으로 범벅이 되어 있었다. 나는 그렇게 쓰러졌다. 그로부터 며칠이 지났는지 모르겠다. 나는 천마정의 꼭대기 바로 아래층에서 눈을 떴다.


“정신이 드셨습니까?”


눈을 뜨니 아름다운 여성이 나를 맞이했다. 그녀는 갈색 머리에 비단옷을 입었지만 가려지지 않는 풍만한 몸매를 지닌 여성이었다.


“누구십니까? 그리고 여긴···”


“이곳은 천마신교의 최중심부, 그리고 그곳에서도 최정상인 천마정 꼭대기의 바로 아래층입니다. 저는 앞으로 공자님을 모실 시녀 서향이라 합니다.”


아름다운 여성이었다. 하지만 단순히 아름답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얼핏 느껴지는 그녀의 내공은 나와 같은 초절정, 차갑고 날카로운 손은 소수마공의 절정에 이른 고수임을 증명하고 있었다.


“천마님이 위층에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얼른 채비를 하시지요.”


천마가 나를 기다린다니... 정신을 차린 지 채 두시진도 지나지 않았지만, 몸에서 오한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그를 더 이상 기다리게 하면 안 된다는 생각에 나는 최대한 빨리 준비를 마치고 천마를 맞이하러 걸음을 옮겼다.


밤이 아니라 낮에 천마정의 꼭대기를 방문한 건 처음이어서 그런지, 고풍스러운 가구들과 거대한 창문들 사이에 멋지게 펼쳐진 산 풍경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 한가운데 서 있는 천마는 마치 이 세상의 신이라도 되는 듯한 존재감이 느껴졌다.

천마의 양옆으로 본교의 태상장로부터, 죽은 장로들을 제외한 모든 장로들과 각 통치각의 수장들이 줄지어 서 있었다.


그야말로 숨이 막히는 광경이 펼쳐졌다.


“천마님, 이 자는 천마님을 해치려 한 잔당들 중 하나입니다! 이리하여서는 아니 됩니다!”


본교의 처벌과 죄의 집행을 담당하는 집행대주의 외침이었다.


“시끄럽다. 지루하던 참에 재미있는 종복이 생겨 매우 기분이 좋은 참이다. 어디, 너희들 중에 단 한 명이라도 본좌의 일검을 받아낼 수 있는 자가 있더냐?”


시끄럽던 천마정은 일순간 조용해졌다.


그의 일검을 받는다는 것의 의미를 그곳에 있는 괴물 같은 고수들은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앞으로 이 자를 나의 제자라 생각하고 대하도록 하거라.”


'이게 무슨 소리지?'


천마가 제정신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제자라고? 자신을 죽이러 들어온 무리들 중 하나인 나를 제자로 삼겠다는 것인가?


“네놈, 귀살악귀. 그래, 이름은 무엇이냐?” 천마가 물었다.


나는 말할 수 없었다. 여태껏 번호로만 불리다가 이명을 얻었기에, 나에게는 이름이 없었기 때문이다.


“없습니다... 이름이 없습니다. 눈을 떴을 때는 삼장로가 만들어낸 고독 안이었고, 어렸을 때의 기억은 전무합니다.”


“역시 범상치 않은 놈이로구나. 이름조차 없는 자가 나의 일검을 받아내다니...”


“너의 이름은 내가 친히 지어주도록 하마. 이제부터 부르기 쉽게 너의 이름은 ‘천하월(天河月)’이라 하겠다. 특별히 네 녀석에겐 이 몸 천상진의 성을 따라 천(天)씨를 사용하는 것을 허락하도록 하마.”


천마의 파격적인 언행에 천마정은 다시 시끌벅적해졌다.


“교주의 성을 가져간 제자라니···”


“새로운 소교주의 탄생이라도 되는 것인가?”


“세력 구도가 또다시 뒤바뀌겠군···”


각 통치각의 대주, 태상장로, 마교 제일뇌라고 불리는 마뇌, 그들의 표정은 하나같이 어이가 없고 얼빠진 모습이었다.


“자자, 다들 벌써부터 너무 걱정하지 마시게나. 나의 제자에게는 앞으로 한 달에 한 번 나와의 비무를 맡길 터이니...”


천마의 말에 시끌벅적하던 장내가 다시 조용해졌다.나를 부러워하며 시샘하고 깎아내리려는 눈빛들이 어느새 산 사람을 바라보는 눈빛이 아니라, 죽은 이를 바라보는 듯한 안타까운 눈빛으로 바뀌어버렸다.


“쯧쯧, 살아도 산 것이 아니군요.” 혈수마녀는 안타깝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어허, 다들 이제 볼장 다 봤으니 우리는 그만 나가보겠습니다.” 태상장로는 나의 어깨에 손을 올려 쓰다듬어주며 말했다.


“사형 집행을 교주님은 정말 재미있게 진행하십니다.” 본교 최강의 무력 단체 천살대의 대주는 웃음기 가득한 얼굴로 천마정을 나섰다.


그렇다. 이렇게 나의 이름이 생긴 날은, 나의 죽음이 확정된 날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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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황금사자 24.09.15 64 2 10쪽
9 성장 24.09.15 82 1 10쪽
8 가주와의 협상 24.09.14 90 2 8쪽
7 친선전 24.09.13 99 1 11쪽
6 공작가 막내 아들 24.09.12 118 2 9쪽
5 천마의 제자 24.09.12 103 3 8쪽
» 천마 24.09.11 122 3 10쪽
3 반역 24.09.10 110 3 10쪽
2 악귀 24.09.10 124 2 12쪽
1 고독 24.09.10 178 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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