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조국 대통령이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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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01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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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8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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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8 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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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화. 일본2

DUMMY

“우리가 무사하게 풀려난 건 천만다행이에요.”


가오리가 말한다.


“가오리는 내가 초능력자라는 사실에 놀라지 않았어요?”


지민이 묻는다.


“놀랬죠. 전혀 모르고 있었어요. 편하게 해주려고 뭐 하는지 묻지 않았어요. 일본 총리 지지도 여론 조사에서 부정 평가가 높아지도록 만들고 있었군요.”


“맞아요. 머리가 좋네요. 총리를 내려오게 하라는 명령을 받았어요.”


“지민 씨는 역시 보통 사람이 아니군요. 언제까지 하실 거죠? 초능력을 자꾸 쓰면 그들이 또 나타날 거예요.”


“우주교라는 종교 집단이 영적으로 아주 예민한가 봐요. 그동안은 아무도 초능력을 쓰는 줄을 몰랐거든요. 임무는 마무리 단계인데 안 들키게 하려면 지역을 옮겨서 하든가 해야겠어요.”


지민이 갑자기 하품을 한다.


“일단 잠을 더 자도록 해요. 우주교도 당분간은 쳐들어오지 않을 거예요.”


“예. 그럴게요. 가오리도 졸릴 텐데 주무세요.”


“그럴게요.”


각자 방에서 잠을 청한다. 지민은 가오리가 여동생 같다. 성격도 잘 맞아 동거하는 데 불편한 게 없었다.


한국에 가면 보고 싶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요리도 잘하고 살림도 잘 하는 게 일본에 오래 살고 싶다는 생각마저 들게 했다.


잠들기 직전 지민은 우주교에 대한 조사를 해서 유튜브 영상을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점심이 되어 일어난 지민은 가오리에게 당분간은 아무것도 하지 않겠다고 했다. 아무래도 조심하는 게 나을 것 같다고 했다.


지민이 저녁은 도쿄 맛집에 가서 먹자고 했다. 비밀 요원이기는 하지만 임무가 없다면 관광객이나 똑같다. 가오리에게는 가이드 역할을 부탁했다.


며칠 후.


지민과 가오리는 영화를 보고 나와 햄버거 매장에서 식사를 했다.


“누군가 우릴 미행하고 있어요. 한 명은 확실해요.”


가오리가 말한다.


“일단 모르는 체 나오자고요.”


지민이 말한다.


햄버거를 다 먹고 밖으로 나왔다. 거리를 나란히 걸어 간다.. 한참을 걷다가 모퉁이를 도는데 가오리는 사잇길로 숨는다. 지민 혼자서 걸어간다.


15미터 떨어진 뒤로 남성이 모자를 눌러 쓰고 있다. 모퉁이를 돌자 지민이 혼자 있는 걸 보자 가오리를 찾는다.


다시 지민을 쫓아간다.


도로로 지민이 나가서 택시를 잡는다. 택시가 멈추자 올라탄다.


미행하던 남자도 택시를 잡는다. 택시 안으로 들어간다.


“앞에 택시 따라가세요. 최대한 눈치 안 채게요.”


택시가 택시를 쫓아간다.


한적한 곳에서 지민이 내린다. 허름한 주택이 하나 보인다. 지민이 들어가려 한다.


미행하던 남자가 타고 있는 택시가 온다. 남자가 내려서 지민을 찾는다.


남자가 두리번거리고 있는데 뒤에서 택시 기사가 내린다. 남자의 뒤로 가서 남자의 머리를 때려서 기절시킨다. 택시 기사는 바로 가오리다. 선글라스를 끼고 기사 유니폼을 입고 있다.


지민도 나온다. 지민이 남자를 업고 주택으로 들어간다.


30분 후.


의자에 앉은 남자가 의식을 차린다. 몸이 줄로 둘둘 묶여있고 가오리와 지민이 앞에 서 있다.


“또 보는군요. 처지가 바뀌었네요. 지난번에는 제가 납치됐었는데.”


“나는 시키는 대로 하는 사람이에요. 놓아주세요. 대장이 당신을 미행하라고 했어요.”


“구보타 대장이 절 죽이라고 하면 죽일 거예요?”


남자가 말문이 막힌다.


“당신 이름은 뭔가요?”


“니시다 입니다.”


“니시다. 절 왜 미행하나요? 구보타가 시킨 건 알아요. 구보타가 왜 시킨 것 같아요?”


“의심이 가시지 않아서 그럴 거예요. 어디 가고 누굴 만나는지 보고 하라고 했어요. 초능력자 한국인이 도쿄 한복판에 사니까 감시하는 건 당연해요.”


“우주교에 대해 궁금해요. 녹화를 할 테니 인터뷰에 응해주세요. 얼굴은 안 나오고 음성은 변조할 거예요. 협조하면 당신을 풀어줄게요.”


니시다가 대답을 안 한다.


“우주교를 배신할 수 없어요.”


“배신이 아니에요. 알려달라는 거뿐이에요. ‘우주교’라는 것도 말하지 않을게요. 재미로 찍는 거예요. 부담 갖지 말아요. 사례도 할게요. 저와 당신의 비밀이에요.”


가오리가 하얀 봉투에서 지폐를 꺼내 보여준다.


니시다가 고개를 끄덕인다.


지민은 녹화 준비를 한다.


“제가 질문을 하면 답변을 하시면 됩니다. 편집 때 얼굴은 가리고 목소리도 변조할 거예요. 우주교도 묵음 처리될 거예요. 당신한테 피해 가는 건 없을 거예요.”


“그렇다면 응하죠.”


지민이 슬레이트 대신 손바닥을 부딪치며 시작을 알린다.


“은밀하게 활동하는 종교 단체인데 성도는 총 몇 명쯤 되나요?”


“1만 명 정도 되는 것 같습니다.”


“그 정도면 많은데 포교활동은 어떻게 하셨어요?”


“우주교는 포교활동을 하지 않습니다. 핏줄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가족이라는 말인가요?”


“친척이죠. 친척의 친척이 또 교인이 되고 결혼하면 또 교인이 늘어가는 셈이죠. 그렇게 수십 년이 지나니 많아진 거죠. 일부러 들어오라고 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교인들이 정치, 경제, 의료계, 스포츠계 사회 상층부를 이루고 있기 때문에 매력을 느끼고 찾아오는 사람들도 많이 있습니다.”


“그러면 종교적인 색채가 옅을 것 같은데요.”


“항상 영험한 무속인이 있었습니다. 과거에도 그랬고 지금도요. 미래를 대비하는 건 중요한 일이죠. 우주교는 샤머니즘에 기반을 두고 있어요.”


“현재도 교주가 미래를 예언하겠군요. 종말을 준비한다는 게 교리인데 어떻게 준비하고 있습니까?”


“80억 세계 인구가 반으로 줄어들 겁니다. 전쟁과 자연재해로요. 일본이 군사력 강화를 해서 세상을 구해야 합니다.”


“그때가 언제입니까?”


“멀지 않은 시기입니다. 더는 모릅니다.”


“정치에도 관여를 합니까?”


“그렇습니다. 맘에 안 드는 정치인에게는 저주 기도를 합니다. 기도에 그치지 않고 실제로도 당사자와 가족까지 신변에 이상이 생기도록 하기도 합니다. 자세한 건 상층부만 알 수 있습니다.”


“저주 기도를 한다고요? 그건 뭡니까?”


“성전에 성도들이 모여서 한 대상을 저주하는 기도를 하는 걸 말합니다.”


“그런다고 효과가 있습니까?”


“기도는 이루어집니다. 저도 그게 신기합니다. 단 성전에서 교주가 시키는 기도만 해야 합니다.”


“교주에게 능력이 있나 보군요.”


“그럴 겁니다.”


“교주는 어떤 사람입니까?”


“노인이고 여성입니다. 백발에 목소리만 들어서는 100살이 돼 보입니다. 그녀는 2대 교주입니다. 죽으면 3대가 이을 겁니다. 3대는 현재 50대 여성입니다.”


“딸인가요?”


“딸은 아닙니다.”


“어떤 불법을 저지르나요? 솔직하게 말해주세요.”


“자세한 얘기는 하기 힘듭니다. 단,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성전에 가서 저주 기도하는 모습을 찍고 싶습니다. 몰래 카메라로요.”


“아 그건 힘듭니다. 너무 위험해요.”


“죽을 수도 있나요?”


“그만한 거로 죽이지는 않아요. 대장과 부하들이 이미 지민 씨 얼굴을 알지 않습니까? 들어갈 수도 없습니다.”


“분장을 할 수 있어요.”


가오리가 나선다.


“니시다 씨 친구로 분할게요.”


새벽 4시 30분.


지민과 가오리는 분장을 해서 본 모습을 숨겼다.


도심에서 떨어진 곳에 교회가 있다. 일반 교회 같다.


새벽 기도회가 열리고 있다.


새벽에 하는 거로 봐서 신실한 성도만 모일 것이다. 지민은 가방에 몰카를 숨기고 니시다의 안내를 받으며 안으로 들어가 좌석들 중간쯤에 앉았다.


백발의 교주가 기도회를 인도하고 있다. 강단에 선다.


모인 성도는 150명쯤 된다.


“지금부터 기도하자. 저주를 내려야 해. 일본 총리 타마키를 끌어내려야 해.”


“옳소.”


성도들이 호응한다.


교주의 목소리가 카랑카랑하다. 쇳소리가 나는 게 듣는 사람을 두렵게 만든다.


“타마키 그놈 약속을 어겼어. 전쟁 준비는 하지 않고 자리보전만 하고 있어. 경제도 망치고 인기도 곤두박질치고 있지. 꼴 좋다. 마지막 일격을 가해서 끌어내리자. 다들 기도를 해. 저주를 내리라고.”


교주가 명령을 내리자 다들 저주 기도를 시작한다. 각자 기도를 하니 매우 시끄럽다.


“타마키가 교통사고가 나서 죽게 하소서.”


“타마키가 심장 마비로 급사하게 하소서.”


“타마키 머리 속 혈관을 터트려 주소서.”


“타마키가 칼에 찔려 죽여 주소서.”


지민은 기도를 듣고 충격을 받는다. 어서 자리를 뜨고 싶다.


이때 교주가 기도하는 성도들 사이 사이로 다니고 있다. 지민 곁으로 온다. 지민을 본다.


지민이 일본어로 기도를 한다.


“타마키 자식들을 지옥에 빠트리소서.”


교주가 지민 앞에 선다.


지민을 내려다본다. 지민은 매우 두근거린다.


지민도 고개를 들어서 교주를 쳐다본다.


‘들켰나?’


“그러면 안 돼. 자식 말고 당사자를 저주해. 그리고 매우 구체적으로 기도를 해. 지옥에 빠트리라고 하지 말고 ‘몸속에 암이 자라게 하소서’처럼 구체적으로 기도하라고. 그렇게 가르쳐줬건만.”


“타마키 혀에 암이 퍼져서 말을 못 하게 하소서.”


하하하하.


교주가 지민의 기도가 맘에 드는지 크게 웃는다.


교주가 지나간다.


지민이 이마의 땀을 훔친다.


*****


지민과 가오리는 집으로 돌아왔다.


“끔찍한 광경이었어요.”


지민이 먼저 말한다.


“저도요.”


“타마키 총리가 알면 어쩌려고 저럴까?”


“유튜브에 올릴 거예요? 이상한 내용이 많지 않아요?”


“이런 게 더 좋아요. 조회수 엄청나겠는데.”


오후.


지민은 간이 편집을 끝내고 오다선 피디에게 파일을 보냈다. 그리고 노성호와 전화 통화를 했다.


-너 일본에서 그거 찍고 있었어?


“예. 비밀로 해서 죄송합니다. 주제를 정해놓고 간 게 아니라서요.”


-근데 네가 만든 영상 말이지. 내가 다 본 건 아닌데 안 올릴 수도 있어.


“그래요? 혹시 보복당할까 봐 그래요? 우주교라는 건 숨길 수 있잖아요.”


-그게 아니라 그것이 알고싶다와 피디수첩에서 많이 하던 콘텐츠라서. 너도 알지?


“아 그렇군요.”


-피디들이랑 상의하고 결정할게. 안 올리더라도 너무 실망은 하지 마. 찍느라 수고했어. 한국 올 때 선물 사오고.


“예.”


목숨 걸고 찍었는데 지민은 실망스럽다. 그래도 성호의 말이 맞기는 하다. 이단 종교는 한국이 더 심하다. 규모도 국제적이고 감옥에 간 교주들도 많다.


일주일 후.


지민은 톡을 받았다. 오다선 피디다. ‘도쿄의 저주 기도회 탐방’으로 편집해서 오늘 올릴 거라는 거였다. 지민은 몹시 기뻤다. 타이틀로 어그로를 제대로 끈 것 같았다.


몇 시간 후 영상이 뜨자 지민과 가오리는 같이 봤다. 당시 기분이 떠올라 오싹했다. 영상을 두 번 다시 보고 싶지 않다는 기분이 들 정도였다.


지민은 조회수를 초능력으로 올리지는 않을 생각이다. 유튜브에 영상을 올려준 것만으로 만족했다.


3일 후.


아침 7시가 조금 넘었을 때였다.


지민은 자고 있다.


“지민 씨! 지민 씨!”


가오리가 지민을 흔들어 깨운다. 평소에는 지민이 늦잠 자도 깨우지 않는다.


“왜 그래요?”


“타, 타마키 총리가 새벽에 관저에서 죽었어요. 심장 마비로요.”


지민은 수중에서 가오리가 말하는 것처럼 귀에 들렸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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