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조국 대통령이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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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01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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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3 0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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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화. 도쿄2

DUMMY

지민과 가오리는 집으로 돌아왔다. 평상시처럼 행동했다.


“한 명인 것 같아요.”


“만나서 왜 우리를 미행하냐 묻고 싶네요.”


지민이 말한다.


타마키 총리는 심장 마비가 사인이다. 지민이 죽인 게 아니다.


일본 정보기관이 지민을 미행하고 있는 게 맞다면 지민이 초능력자라는 걸 알았기 때문일 것이다. 우주교에서 말한 것 같지는 않다.


아니면 CIA? 그런 것 같지도 않다.


“CIA는 내가 도쿄도지사 선거 개입을 하는 걸 몰라요. 가오리도 CIA에는 말하지 말아 줘요.”


“저도 마찬가지죠. 내가 야쿠자 오빠가 죽은 과정을 조사하는 것도 말하지 말아 줘요. 우리 서로 비밀을 지켜요.”


지민과 가오리는 쳐다보며 살짝 웃는다.


*****


지민은 이시루 후보를 당선시킬 생각을 한다. 현직 도지사가 줄곧 앞서 있지만 아직은 역전 가능성이 있다. 젊고 소통에 능한, 열린 후보 이미지의 이시루 후보가 젊은이들의 몰표를 받는다면 뒤집힐 수 있다.


반면 가오리는 권총을 준비한다. 만일을 대비하는 것 같다. 총을 겨누는 자세도 취한다. 실제로 사람에게 쏴봤을까 하는 불안한 생각이 지민에게 들었다.


지민이 자기 방에 혼자 있을 때였다. 전화벨이 울렸다. 하비스다.


“여보세요.”


-지금 도쿄인가?


“어떻게 아셨어요?”


-위치 추적쯤이야.


“도쿄에 있는 게 문제 되나요?”


-뭐 자네 맘이지. 자네는 정식 요원은 아니니까. 가오리 지금 가까이 있나?


“자기 방에 있습니다.”


-내 말 잘 들어. 조심하라고 전화했어. 가오리가 자네를 위험에 빠트릴 수 있어. 가오리 목적은 우주교가 아니야.


“그럼 뭔가요?”


-일본의 비밀 정보기관이지. 카게(그림자)라 부르지.


“가오리가 거기랑 왜?”


-자기 오빠 때문이겠지. 자네를 미끼로 쓰는 거야. 진짜 목표는 우주교가 아니야. 그것만 알아둬. 가오리한테 물어봐야 솔직하게 말 안 할 거야. 그래서 내가 전화했어. 몸조심해.


“알겠습니다.”


전화를 끊었다.


‘카게를 유인하기 위해 나를 이용했다? 그래서 카게가 모습을 드러내면 죽은 오빠에 관해 물으려고? 그런 건가?’


‘하지만 오빠를 죽인 건 우주교라고 했다. 근데 왜 카게를?’


지민은 가오리가 말하지 않으면 묻지 않을 생각이다. 하비스 말이 얼마나 맞을지도 알 수 없다.


한 달 후.


여론 조사에서 이시루의 지지율은 가파르게 올랐다. 아직 2위이지만 20대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고 1위와의 격차를 많이 좁혔다. 지민의 초능력 덕분이기도 하다.


그 사이 팔로워가 10만 명이 더 늘고 자원봉사자도 5천 명이 모였다고 한다. 기부금도 수억 엔이 모였다.


지민과 가오리는 이시루의 가두연설 현장을 찾아가 보기로 했다.


투표가 얼마 안 남아 열기는 뜨거웠다. 이시루의 주변으로 젊은 사람들이 많이 모였다.


이시루는 지지자들에게 사진도 같이 찍어주고 악수도 했다.


그의 연설은 짧고 특별한 내용이 없었다. 자신을 뽑아주면 바로 당신을 뽑는 거라는 내용이었다. 공약은 거의 말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런 게 더 감동적으로 느껴졌다. 요즘 세태에 맞는 연설 같았다. 복잡한 거 없고 간결했다. 숏폼 같은 선거 방식이었다.


그의 목소리는 힘이 있고 호소력이 있었다. 잘 생기지는 않았지만 어려운 일들을 많이 겪은 듯한 얼굴 같았다. 힘든 사람들 심정을 잘 알 것 같았다. 그는 인품이 좋은 사람처럼 느껴졌다.


지민과 가오리는 그를 따라다녔다.


“나도 그의 팬이 된 것 같아요. 가오리는 어때요?”


“그가 도지사가 됐으면 좋겠어요. 진심으로요.”


지지자들끼리도 모두 친구가 되었다. 지민과 가오리도 그들과 어울리며 즐거워했다.


이시루는 정치인이 아니라 연예인 같았다.


sns와 유튜브에 그의 영상이 도배됐다. 지지자들이 별거 아닌 것까지 찍어서 올렸다. 조회수도 엄청났다. 지민의 초능력도 한몫했다.


일본의 젊은이들은 원래 정치에 무관심하다. 하지만 이시루 후보는 그걸 깼다. 그가 도지사가 되든 안 되든 혁신적인 사건이다.


인파에 휩쓸려 지민은 가오리와 떨어졌다.


이때 누군가 지민의 뒤에서 다가와 지민의 입을 손수건으로 덮는다. 지민이 의식을 잃고 쓰러지려 하자 남자가 지민을 뒤에서 안는다.


자정 무렵.


지민이 옥상에서 눈을 뜬다. 주변에는 10층 정도 건물들이 빼곡히 보인다.


난간에 기대어 한 남자가 지민을 보며 쭈그려 앉아있다. 담배를 피우고 있다. 나이가 들어 보인다.


꽁초를 버리더니 지민에게 다가온다.


지민은 몸이 맘대로 움직이지 못한다. 팔목과 발목이 묶여있다.


“카게!”


하하.


“잘 알군. 물어볼 게 있어서 살려뒀어.”


“킬러인가?”


킬러가 고개를 끄덕인다.


“우주교에서는 자네가 국정원이라 믿고 있더군. 우리 정보망에 의하면 자네는 국정원 요원은 아닌 것 같아. 거짓말이지?”


지민이 고개를 끄덕인다.


“가오리란 여자에 대해 얼마큼 아나? 그녀의 아버지가 카게 소속 킬러였지. 알고 있나?”


“친아버지에 대해서는 처음 들어. 돌아가셨나?”


“가족을 버린 거뿐이야. 친아버지는 죽지 않았어.”


킬러가 말한다.


“그렇다면 친아버지를 찾고 있었군. 우주교로 가서 새 오빠가 죽은 과정을 조사하는 줄 알았어.”


“트릭이야. 우주교로 가서 가오리가 잡힌 것도 일부러 그런 거야. 그래야 자네를 불러올 수 있으니까.”


“나를? 왜?”


“카게를 불러내기 위해서. 가오리는 카케가 자네를 주시하고 있다고 생각한 거야. 사실 맞았어. 자네가 가오리를 구하러 도쿄로 돌아오자 비상이 걸렸지. 도쿄도지사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주의 인물이니까. 카게가 자네 때문에 모습을 드러내도록 하는 게 가오리의 의도지.”


“카게가 나타나면 가오리는 친아버지에 관해서 물어볼 수 있겠군. 지금 가오리는 어디 있지? 지금 안 나타나면 아무 소용없잖아.”


“다른 건물에서 보고 있을 거야. 내가 자네를 죽이려 할 때 멀리서 날 쏘겠지. 그녀는 명사수야. 내 몸의 급소에 정확히 맞출 수 있어.”


“그걸 어떻게 알지?”


킬러는 대답을 안 한다.


“그녀의 의도를 다 읽고 있군. 당신은 누구야?”


킬러는 또 대답이 없다.


“당신이 가오리 아버지군. 킬러인 당신은 부인과 딸을 하와이에 숨겨뒀어. 그리고 가끔 찾아갔겠지. 그리고 어느 해부터는 아예 나타나지 않았을 거야. 어린 시절 가오리는 항상 당신을 기다렸어. 당신에게 다가가기 위해 CIA가 됐고 지금은 일본에서 일하는 거야.”


지민이 자신의 추리를 말하는데 킬러는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는다.


“딸의 총에 맞는 게 당신 의도야? 그런 게 부녀간의 사랑인 거야? 그래선 안 돼. 당신은 가오리를 사랑해. 다른 방법이 있어. 날 풀어줘.”


“풀어주면? 널 풀어주면 난 다른 요원에게 죽는다.”


“선거에 개입하지 않겠어. 바로 일본을 떠나겠어. 그리고 나도 가오리처럼 CIA 요원이야. 날 죽이면 CIA와 카게 사이에 전쟁이 일어날 거야. 카게 상층부에 연락해서 딜을 해. 다른 원하는 게 있다면 내가 다 해주겠어.”


“가오리는 하와이 태생으로 미국 국적이지만 자네는 한국인이야. 근데 CIA 요원이라고?”


“그래. 확인할 수 있으면 해봐.”


“그건 그렇고 우주교에서 자네는 계약금을 받았어. 당선시킨다는 약속을 어기면 난처한 건 자네가 되는 거야.”


“그건 상관없어. 우주교는 안 무서워.”


킬러가 어딘가로 전화를 한다.


“자기 입으로 CIA 요원이라고 밝혔다. 맞는지 한 번 봐봐. 맞으면 일이 커진다.”


전화를 끊는다.


“나는 초능력자로서 CIA에 협력하고 있어. 도쿄도지사 선거는 돈 때문에 개입하고 있는 거고 이번 거는 임무는 아냐.”


지민이 말한다.


“기다려. 우리도 정보망이 대단하니까.”


수 분 후에 전화가 온다.


“응. 응. 알겠어.”


전화를 끊는다.


“확인했지?”


“자네는 확인이 안 돼. 자네를 살려둘 이유가 없어. 미안하군. 다만 자네를 죽이고 나면 나도 딸한테 죽을 거야. 이게 딸한테 해줄 수 있는 아버지의 사랑이야. 천운이 있으면 자네는 살 거야.”


“기괴한 사랑이군. 마음대로 해.”


킬러가 총을 꺼낸다. 지민이 눈을 감는다.


탕! 탕!


거의 동시에 두 발이 발사됐다. 다른 한 발은 가오리가 멀리서 쏜 것이다.


킬러가 쓰러진다.


지민도 어깨에 총알을 맞았다.


지민이 놀라서 죽은 킬러를 보고 있다.


지민이 총 맞은 데가 아파서 얼굴을 찡그린다.


15분 후.


철문이 열리고 가오리가 들어온다. 손에는 소총인 든 가방을 들고 있다.


가오리가 킬러를 내려다본다. 이미 죽어있다.


가오리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어허어허헉.


지민이 신음을 낸다.


“카게에서 또 다른 요원을 보낼 거예요. 어서 떠나요.”


지민의 결박을 모두 푼다.


지민을 부축하고 문밖으로 나간다. 지민이 나가기 전 고개를 돌려 킬러를 본다.


“당신 아버지, 당신 맘을 다 읽고 있더군요.”


“지민씨 몸의 마이크로 다 듣고 있었어요. 저 남자 수많은 사람을 죽였어요. 대가를 치른 거예요.”


지민은 가오리가 매우 냉정하게 느껴진다. 킬러의 피가 딸에게도 흐르고 있을 것이다.


지민은 알고 있다, 가오리가 아버지를 만나기 위해 자신을 이용했다는 것을. 그러나 아버지보다 지민을 택했다.


‘킬러인 아버지를 죽인 딸. 일반인은 이해할 수 없는 킬러들의 운명이고, 킬러들의 세계다.’


밤의 도로를 달리는 차 안에서 지민은 센티멘탈해졌다.


운전하는 가오리의 옆얼굴을 보는데 눈물이 길게 흘러내리고 있다.


두 사람은 가는 내내 말이 없었다.


개인 병원에 도착해서 지민은 수술을 받았다. 의사와 가오리가 아는 사이다.


*****


며칠 후.


투표일이 다가왔다.


지민은 이시루를 초능력으로 지원했다. 맨바닥에서 젊은 이시루가 당선된다면 일본 전체가 놀랄 것이다. 문제는 투표율이다. 20대는 정치 무관심이 상당하다.


가오리가 간식을 쟁반에 담아 가져온다.


지민은 어깨와 가슴에 걸쳐 붕대를 감고 있다.


가오리의 실제 모습을 본 후 둘 사이에 달라진 것 없었다. 오히려 더 편해졌다. 지민은 초능력자, 가오리는 CIA 킬러. 공평해진 기분이 들었다. 서로 숨기는 게 없다고 할까.


“이것 좀 드세요.”


“영화에서 보면 총에 맞고 금방 나아서 또 싸우고 하던데 완전 뻥이었네. 아파서 움직일 수가 없어요.”


가오리가 포크에 사과를 집어 지민의 입에 물려준다.


“후후후. 산 게 어디예요?”


“피부에 흉터가 생겨서 고민이에요. 흉측한데 나중에 문신으로 가릴 수 있을까요?”


“뭐라고요? 지금 농담이죠?”


“농담 아닌데.”


“정말 어이없어. 지민 씨는 이제 ‘카게(그림자)’에서 항상 노리고 있다고 보면 돼요. 흉터가 계속 생길 거라고요.”


“무슨 그런 험한 말을. 그리고 지금쯤 내가 CIA 협력 요원이라고 확인을 했을 거예요.”


“그래도 능력이 너무 대단해서 쭉 지켜볼 거예요.”


“투표일 전에 한국으로 갈 거예요.”


“그럼 저와 헤어져야 해요. 이제는 진짜 언제 만날지 몰라요. 이시루가 당선되는 거 보고 가요.”


지민도 이별이 가슴 아프다. 하지만 떠나긴 떠나야 한다. 또 만날 수 있을까? 그녀는 일본에서 살아남을까?


“이제 우주교는 조사 안 할 건가요?”


지민이 묻는다.


“할 필요 없죠. 저에 대해 지민 씨도 이제 다 알잖아요. 제가 사과하기 바라나요? 제가 지민 씨를 이용해 제 친아버지를 불러낸 거. 꼭 아버지를 보고 싶었어요.”


“모든 게 의도적이었나요?”


“우주교에 제가 일부러 잡혔을 때 지민 씨가 일본으로 돌아올 거라는 확신은 없었어요. 그리고 옥상에서 지민 씨를 구해야 해서 아버지가 지민 씨를 쏘기 전 한 발로 즉사시킨 거예요.”


“당신은 강하군요. 그리고 잔인해요. 냉혈한이에요. 하지만 나한테는 그냥 평범한 일본 여자예요.”


가오리의 얼굴이 붉어진다.


지민이 천천히 다가간다.


두 사람은 키스를 나눈다.


작가의말

'중국 정부의 홍콩 코인 장려책'에 모티브를 얻은 홍콩 편이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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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12화. 홍콩1 24.09.14 17 0 12쪽
» 11화. 도쿄2 24.09.13 16 0 12쪽
10 10화. 도쿄1 24.09.11 20 0 11쪽
9 9화. 일본3 24.09.09 29 0 12쪽
8 8화. 일본2 24.09.08 31 0 11쪽
7 7화. 일본1 24.09.07 46 0 11쪽
6 6화. CIA 2부 24.09.06 41 0 11쪽
5 5화. CIA 1부 24.09.04 58 0 11쪽
4 4화. 아르헨티나3 24.09.02 57 0 11쪽
3 3화. 아르헨티나2 24.09.02 67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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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1화. 자기소개 24.09.01 210 1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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