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조국 대통령이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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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01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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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8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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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9 0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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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화. 일본3

DUMMY

“잠이 확 깨는군요.”


지민이 말한다.


“놀라셨죠?”


“어떻게 이런 일이.”


“제 얘기를 듣고 뭐가 가장 떠오르던가요?”


가오리가 묻는다.


“저주요. 저주의 기도.”


“저도요. 물론 꼭 저주가 통했다는 건 아니에요.”


“그렇겠죠. 그건 저도 같아요. 유튜브 영상 ‘도쿄의 저주 기도회 탐방’ 조회수 좀 확인해봐야겠어요.”


지민이 폰으로 조회수를 확인한다.


“아직은 반응이 오지 않았네요. 하지만 주목을 받을 거예요. 제가 초능력을 쓰지 않더라도 말이죠.”


“어찌됐든 CIA 임무는 완수한 거네요.”


지민이 고개를 끄덕인다. 맘에 안 드는 총리를 바꾸는 게 CIA 최종 목적이다. 이제 할 일이 없어졌다. 하비스에게 연락이 올 것이다.


지민은 잠을 더 잤다. 갑자기 급 피곤했다.


2시간 후.


지민이 일어나 씻고 식사를 했다. 뉴스를 계속 틀어놨다.


‘오늘은 뭐 하나. 돌아갈 준비를 해야겠지. 가오리와도 이별인가. 우주교 상황이 궁금한데 조사를 핑계로 좀 더 머물까?’


지민에게서 전화가 왔다. 하비스다.


-상황이 긴박하다.


“긴박해요? 혹시 총리가 죽은 게 심장 마비가 아닌가요?”


-공식 발표가 맞을 거야. 하지만 단순하지 않아. 일본은 모든 걸 재정비할 거야. 일본 안의 초능력자를 조사할 거야.


“저 말고도 초능력자가 있나요?”


-정확하지 않지만 있을 거야.


“그럼 살인일 수도 있나요?”


-공식 발표는 바뀌지 않을 거야. 하지만 일본 안에는 비밀 정보기관이 있어. 자네가 위험할 수 있어. 어서 한국으로 가게. 최대한 빨리.


“일본 비밀 정보기관이 절 아나요? 자세히 말 좀 해주세요. 어떤 곳인가요?”


-명칭이 없는 기관이야. 존재하지 않은 듯 존재하지. 이 전화 끊는 대로 한국으로 돌아가. 자네를 지금은 모르지만 나중에는 알 수도 있어.


“알겠습니다.”


지민은 당황스럽다. 전화를 끊고 가오리에게 자초지종을 말한다.


“나랑 같이 한국에 갈래요? 여기는 위험할 수 있는데.”


“저는 있을게요. 공항에 모셔다드릴게요.”


“하루아침에 이게 무슨 일이람. 가오리 씨 그동안 신세 많이 졌어요. 도쿄에 있는 동안 정말 즐거웠어요.”


이때 가오리가 달려들어 지민의 목덜미를 덥석 껴안는다.


지민이 당황한다.


가오리가 울먹이며 말한다.


“한국에 같이 가자고 해서 고마워요. 지민 씨 잊지 않을게요. 저도 정말 즐거웠어요. 좋은 추억이 될 거예요.”


서로 의지하고 도우며 지내다 갑자기 헤어진다 하니 감정이 폭발하는 것 같다.


*****


지민은 여행 가방을 챙긴다.


일본 총리의 재임 중 죽음으로 치안이 강화될 것이다. 지민이 초능력자인 걸 아는 사람은 우주교의 구보타 유키 정도다. 구보타가 비밀 기관에 제보할 가능성도 없지는 않다. 지민이 올린 영상 때문이다.


‘도쿄의 저주 기도회 탐방’이 이슈화되면 우주교는 난처해진다. 저주로 총리를 실제로 죽인 게 아니라 하더라도 비밀 기관에서는 조사를 할 것이다. 우주교를 뒤지다 보면 각종 문제가 드러나 설립기반이 무너질 수 있다. 그런 상황을 막기 위해 우주교는 희생양으로 지민을 넘길 수 있다.


지민은 서둘러 한국으로 가야 한다. 다행히 비행기 표는 구했다.


가오리가 차로 하네다 공항으로 데려다주었다.


대기실 벤치에서 둘은 기다린다. 지민이 유튜브를 보는데 ‘도쿄의 저주 기도회 탐방’ 영상 조회수가 급격하게 올라와 있다. 바이럴이 된 것 같다.


댓글을 보니 일본 총리의 죽음과 저주 기도를 연관 짓는 것 같다. 이 종교 단체 이름을 묻기도 한다. 아직 ‘우주교’라는 건 드러나지 않았다. 하지만 일본 비밀 정보기관이라면 어딘지 알아낼 것이다.


“가오리 씨. 일본에 있어도 정말 괜찮으시겠어요?”


“저는 일본을 잘 알아요. 정 필요하면 숨어있다 부모님이 계신 미국으로 갈게요. 저는 미국인이라 함부로 못 할 거예요.”


그건 맞는 말이다. 가오리를 조사하면 미국을 건드리는 꼴이 된다.


“저보다 지민 씨가 더 조심해야 할 거예요. 우주교에서 지민 씨를 한국에 가서도 쫓을 수 있고 지민 씨 저주 기도도 할 수 있어요.”


앗!


그 생각은 못 했다. 우주교에서 지민의 저주 기도를 할 수 있다. 또한 암살은 한국에서도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다. 사실상 안전한 곳은 없다.


“역시 나는 이 방면에서 초보에요. 가르쳐줘서 고마워요. 기도가 무슨 힘이 있겠냐만 초능력이 있듯이 기도도 이뤄질 수 있겠죠. 특히 집단 기도라면 더 무서워요.”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누군가에게는 황당하게 들리겠지만요.”


가오리의 배웅을 받으며 지민은 출국을 했다.


손 흔드는 가오리를 보는데 마음이 저렸다. 혼자 놔두는 게 미안했다.


사흘 후.


집에서 쉬고 있는데 하비스에게 전화가 왔다.


-이번 임무 잘 했네. 결과적으로 우리가 원하는 대로 됐어.


“내가 죽인 게 아니에요.”


-큰일 날 소리. 그걸 농담이라고 지껄이는 거야? 우리도 총리를 죽이라고 한 적 없어.


“심장 마비가 사인이 맞나요?”


-그렇지. 심장 마비가 왜 일어났나가 좀 이상해서 그렇지. 체중이 많이 나가는 것도 아니고 평소 허약한 것도 아니었어.


“저주 기도에 대해서 들으셨죠?”


-저주가 맞다면 우리 영역은 아냐. 종교의 영역은 건드리지 않는 게 좋아. 당분간 대기하고 있어. 새로운 임무가 있을 때까지.


지민은 자신이 이미 종교의 영역을 침해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몰래 영상을 찍어올린 게 께름칙하다.


*****


지민은 노성호 스튜디오로 출근을 했다.


“이번에도 크게 한 건 했더라.”


강대기 피디가 비아냥거리듯 말한다.


“운이 좋았죠. 어떻게 타이밍이 딱 맞았네요.”


지민이 말한다. 오다선 피디가 지민을 본다.


“이번에 영상 올릴 때 노 대표님과 나는 반대했었어. 흔하다고.”


다선이 말한다.


“아 그래요? 근데 어떻게 올라갔죠?”


“강대기 피디님이 강하게 밀어붙였어. 이번 건 확실하대. 여지껏 본 거랑 저주의 질이 다르다나. 오싹해서 인기 끌 거라 했어.”


“강 피디님이 그랬어요?”


지민이 대기를 쳐다본다.


헛.


부끄러운지 대기가 헛기침을 한다.


“강 피디님 알고 보면 츤데레야. 속으로는 주변 사람들을 얼마나 아끼는데.”


“내가 언제 그랬어? 말이 되는 소릴 해. 난 인간 혐오증 있는 사람이라고.”


“인간 혐오증 있으면 집 밖으로 안 나와야지. 회사는 왜 나왔어?”


노성호가 사무실로 들어오면서 대기에게 말한다.


하하하.


지민과 다선이 웃는다.


다들 회의실로 모여서 이야기를 한다.


“조회수가 엄청나게 올랐어. 절묘한 타이밍이 이런 거라 할까. 나도 아침에 깨어나서 뉴스를 듣고 머리가 띵하더라니까. 혹시 총리가 저주 때문에 죽었나? 자연스럽게 그런 생각이 들었지. 기자들이 전화를 와서는 어느 종교 단체냐 묻는데 취재원을 보호해야 한다고 했지. 내가 잘 한 거 맞지?”


성호가 말한다.


“잘 하셨어요. 제보자가 위험해질 수 있어요. 문제가 생겨도 저한테만 일어나야 해요.”


지민이 말한다.


“우주교가 딱 봐도 과격한 것 같던데 지민이 넌 괜찮아?”


다선이 묻는다.


“당분간 일본에는 안 가려고요.”


“그래. 그렇게 해. 아니 영원히 가지마. 그게 안전해.”


다음 날.


지민은 희정과 샤브샤브 식당에 갔다.


“요새 몸은 어때?”


지민이 묻는다.


“회사도 정상적으로 다니고 있고 헬스장 가서 운동도 시작했어. 근데 부모님이 수술비에 대해서 자꾸 물으셔서 그냥 네가 구해서 냈다고 했어. 400억을 어떻게 구했냐고 또 물으시는데 나도 아는 게 있어야지. 그래서 모른다 했어.”


“난처하겠다.”


“난처? ‘너도 궁금하겠다’ 이렇게 말해야 하는 거 아냐?”


“나도 더는 말할 게 없어. 이해해줘. 누군가 내준 건 맞아. 천천히 갚으면 돼.”


“100년은 걸리겠다.”


‘CIA 협력 요원이 돼서 갚고 있다’, ‘아르헨티나 대통령을 내가 밀었다’고 말할 수는 없다. 희정도 지민이 조회수 초능력자인 건 알고 있다. 하지만 CIA 요원인 건 모른다.


“고기 질겨지기 전에 먹자.”


“우리 부모님이 결혼 언제 할 거냐 묻더라. 수술비도 내줬는데 결혼은 당연히 한다고 생각하셔.”


400억 원을 냈다. 근데 결혼을 안 한다? 상식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너도 더 낫고 나도 유튜브로 더 크게 성공하면 하자.”


CIA 일을 마무리할 때까지는 결혼은 무리라고 지민은 생각한다. 한국인이 미국을 위해서 계속 일할 수는 없다. 그만둘 때가 올 것이다. 정보원이라는 특수 직업이 희정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


지민은 희정을 자기 집으로 데려가 동침했다. 희정은 밤늦게 집으로 돌아갔다. 희정은 외박은 되도록 하지 않는다.


새벽 1시쯤.


혼자 남겨진 지민은 레드 와인을 한 잔 마셨다. 자기 전에 가끔 마신다.


가오리 생각이 떠올랐다. 일본 여자가 남자한테 헌신을 잘 한다는 걸 들은 적이 있는데 가오리에게서 그런 걸 많이 느꼈다.


가오리와 이성 관계는 아니다. 가오리도 지민에게 애인이 있다는 걸 안다. 전화 통화 하는 것도 들었다.


가오리는 매력 넘치고 좋은 여자였다는 생각을 했다. 지민은 그러다 잠이 들었다.


새벽에 벨소리에 지민은 잠을 깼다. 시계를 보니 새벽 5시다.


발신자가 가오리였다.


걱정이 몰려왔다.


“가오리 씨.”


-새벽에 미안해요.


“괜찮아요. 무슨 일이에요?”


-저 방금 잡혔어요. 우주교를 조사하다 걸렸어요.


“예?!”


-구보타 씨에게 잡혀 있어요. 미안해요. 지민 씨에게 전화를 걸라고 했어요. (구보타의 목소리)백지민 씨.


대장 구보타가 전화기를 가져간 것 같다.


“예. 말씀하시죠.”


-부부가 아니었군. 도대체 뭐지? 이 여자는 왜 또 잠입한 거야?


“저도 모르겠습니다.”


-자네 둘 뭐 하는 사이야? 희한하군. 안 그래도 당신에 대해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있더군.


지민은 짐작이 간다. 일본의 비밀 정보기관 같다. 명칭도 없다는 기관.


가오리가 조사하러 간 건 무슨 임무 때문이었을까? 총리가 죽었는데 임무를 받았을까? 자세한 건 모르겠다.


-이 여자를 구하러 도쿄에 오지 않겠나? 부부가 아니니 오지 않겠지. 자네 국정원 요원인가?


“정식 요원은 아니고 돕고 있습니다.”


지민이 거짓말을 한다. CIA라고 하면 일이 너무 커진다.


-가오리에게도 우리를 조사하라고 국정원에서 시켰나?


“그런 것 같습니다. 저라고 다 아는 건 아닙니다.”


-우리는 종교 집단이야. 하지만 정치적 힘도 있지. 좀 과장해서 말하면 우리가 일본을 움직여. 자네는 탐나는 인재야. 자네를 스카우트하고 싶군.


“지난번에는 정치에 관여 말라더니. 좋아요. 제가 스카우트에 응하면 뭘 해주실 건가요?”


가오리를 구하려면 이래야 한다.


-이 여자 때문에?


“돈이 필요해서요. 가오리는 놓아주세요. 저랑 얘기하면 되잖아요.”


-하하하. 돈이군. 네가 원하는 건 돈이야. 좋아. 솔직한 게 맘에 들어. 전화로는 그렇고 만나서 얘기하고 싶은데 도쿄로 올 수 있나?


“가지요. 오늘 내로 출발할게요. 가오리는요?”


-정이 들었나 보군. 자네가 오면 놓아주지. 대신 잘 데리고 있을게.


구보타가 끊자 지민도 전화 종료 버튼을 누른다.


가오리는 왜 또 조사하러 간 걸까? CIA가 시켜서?


도대체 왜?


가오리는 왜?


작가의말

일본 정치인 이시마루 신지에게서 모티브를 얻은 도쿄 편이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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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6화. CIA 2부 24.09.06 42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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