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수의 검은사탑과 작두대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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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맥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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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01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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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검작12

DUMMY

12화


낑낑-

드르렁- 쿠우울-

웬 양복 상의만 입은 긴꼬리의 귀여운 웰시코기가 누워서 코를 골며 자는 남자를, 앞발로 연신 누르며 깨우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동방진, 그만 자고 일어나. 넌 세계수 님의 부름을 받은 전사라고 여기서 죽치고 있으면 안 돼. 빨리 일어나.”


드르렁- 쿠울-

맥스 웰리치가 자기 얼굴을 누르든 말든 전혀 신경 안 쓰고 깊은 잠에 빠진 동방진이었다.


“에잇, 진짜. 언제까지 잠만 잘 거야. 멍멍.”


잠자는 동방진을 깨우려고 평소에 잘 안 하는 짖기까지 한 맥스였다. 하지만 소용이 없자, 그의 콧구멍을 요리조리 장갑을 낀 앞발로 막아버렸다.


“음음, 푸하~~.”


숨을 못 쉰 동방진이 발버둥을 치며 요란스럽게 잠에서 깨어난다.


“야, 맥스. 이 똥개가 자는 사람 코를 막으면 어떻게 해. 하마터면 기둥 밖으로 떨어질 뻔했잖아.”


강제로 일어난 동방진이 맥스를 잡으려 손을 뻗자, 웬일로 가만히 있는 맥스였다. 그대로 그에게 붙잡힌 맥스가 밑을 가리킨다.


기둥 위에서 밑을 본 동방진이 놀란다.

“뭐야, 좀비들이 많이도 모였네.”


“네가 자는 동안, 계속해서 소환되고 있다고 더 늘기 전에 어서 해치우고 출구로 나가야 해.”


맥스는 살며시 그의 품속에서 빠져나와 자신의 속주머니에서 태블릿 스틱을 꺼내 양쪽으로 신문처럼 펼친다. 그러자 순식간에 투명한 화면이 생성되고, 거기에는 인증 수단을 선택하라고 메시지가 나왔다.


맥스가 한 손으로 들고 있을 정도로 가벼운 태블릿 pc다. 그리고 인증 수단을 선택한 맥스가 자기 코를 화면에 갖다 대자 코 고유 문양이 인증되며 잠금화면이 곧바로 풀렸다.


그 모습을 지켜본 동방진은,


“거참, 개들은 코 문양이 사람 지문하고 똑같은가 보네.”


“그건 그렇고 진짜 오랜만에 잘 잤다.”


“야~ 그 뭣 같은 꿈 안 꾸고, 드디어 꿀잠 잤다!”


“시벌, 쾌감! 쾌감!!”


정말 숙면했는지 그의 퀭한 눈이 아주 초롱초롱해졌다.


“어이, 맥스. 나 여기 오기 전에 엘프 누님들하고 온천 약속을 먼저 해서 말이야. 잠깐 나갔다 와도 되지?”

라고 말하자 맥스가 태블릿을 보며 정중하게 답한다.


“고객님, 금융파트너로서 말씀드리는데 여기 검은 사탑은 개구멍을 통해 우리 웰시코기들만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습니다. 세계수 님의 축복을 받은 우리만 가능하다고 몇 번을 말하냐.”


“나 오늘 처음 듣는데.”

동방진은 처음 듣는다는 표정을 지었다.


“응? 그런가. 난 말한 줄 알았는데··· 아니야 말했어. 네가 집중을 안 하고 건성건성 대답하니까 그렇지. 어디서 감히 이 맥스 님에게 약을 팔고 있어.”


“아니, 내 말은 너희 개구멍 말고, 아까 1층 출구로 다시 들어가서 처음의 1층 입구로 나가겠다는 말이지. 난 군인도 아닌데 군인들처럼 10년 동안이나 돌격 앞으로만 할 필요는 없잖아.”


그가 이어서 말한다.


“출퇴근하면서 탑을 공략하겠다는 말이지. 하루는 불면증으로 밤새워서 놀고, 다음 날은 여기 와서 괴물 때려잡고 푹 자고, 거기다가 여기 오면서 처리했으니까 1층에는 괴물도 없을 거 아니야.”


“이 얼마나 합리적이야. 내가 불면증을 겪어봐서 하는 말인데 사람은 항상 적당히 쉬고 적당히 일해야 능률도 좋아.”


맥스는 그 말에 동방진을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쳐다보았다.


****


“고객님, 내 얘기 잘 들어. 뭔가 단단히 착각하신 것 같은데 혹시 ‘뱀 사다리 게임’이라고 알아?”


“아니, 몰라. 나 출생 미등록자라 학교에 안 갔어. 그래서 친구가 없어서 그런 게임 같은 거 하나도 몰라.”


“어이구, 30살 될 때까지 뭐 하고 산 거냐 이 인간아.”


“야, 넌 남의 아픔을 공감을 안 하고 후벼파니. 이래서 수컷이란.”


그렇다. 둘이 만난 지 하루밖에 안 됐지만 격 없이 지내는 사이가 된 건 둘 다 수컷이라 그렇다. 그게 아니면 인간과 개라서 빨리 친해진 것일 수도 있다.


“알았으니까. 서로 그만 까고 내 얘기에 집중해봐. 고객님.”


“알았어. 그래서 그 뱀 사다리 게임이 뭐길래. 내가 내 마음대로 밖으로 못 나간다는 거야?”


원래는 자기만 보는 태블릿이지만, 이번에는 특별히 동방진의 고집을 꺾어야 해서 태블릿 화면에 손으로 그림을 그려가며 알려주는 맥스였다.


대충 알아들은 동방진이었다.


“여기 들어올 때 못 들었어? 한 번 들어오면 이 검은 사탑을 무너뜨리기 전까지는 못 나가.”


“뭐! 진짜야? 어쩐지 들어갈 때 실비아가 엄청 뭐라고 소리치던데 그게 들어가지 말라고 한 말이었네. 맙소사! 그러면 아까 1층 돌파 성공보수로 받은 금화 1,000개는 어디다 써? 나중에 집에 가져갈 수는 있고?”


“1,000개? 무슨 천 개를 말하는 거지?”


맥스에 황당한 대답에 동방진은 놀라 말한다.


“네가 말했잖아. 각층별로 격파할 때마다 난이도에 따라서 성공보수를 세계수가 준다고.”


“아, 그거. 맞아. 맞는데 지금 고객님 계좌에는 100개 밖에 없는데.”


“뭐? 그게 무슨 말이야. 지금 나랑 장난해. 나 그거 가지고 인생 역전해야 하는데 100개면 어디 보자 백백은 억이니까. 3억이네.”


금화를 한국 돈으로 환산해도 인생 역전하기에는 생각보다 애매한 금액에 잠시 고민하는 동방진이었다.


“좋아, 내가 지금은 이 검은 사탑에서 못 나간다 치자. 그러면 아까 성공보수가 1,000에서 100으로 확 줄어든 이유가 뭐야?”


노려보는 동방진의 눈을 맥스가 똑바로 올려다보았다.


“내가 네 활약상에 대한 여러 세부 항목들에 대해 평가하고 그걸 보고서로 작성 후, 중앙은행 관리시스템에 결재를 올리면 거기서 알아서 포상금을 주는 방식이라 나한테 따져봤자 아무 소용 없어.”


“그런 거야?”


“난 분명 2,000골드를 써서 냈지만, 위에서 반을 후려치는데 어떻게 해. 그리고 받은 1,000골드 중에서 900골드는 계좌 보증금하고 유지비랑 각종 수수료와 내 월급이랑 성과보수, 고객님 심리상담 서비스 비용이랑 해서 기타 등등을 제하고 남은 금액이 100골드인걸.”


세계수 중앙은행 정직원인 맥스 웰리치 사원의 말을 마치자, 그는 죽일 듯한 표정으로 작두대검을 머리 위로 들어 올린다.


“이놈들 완전 순 날강도, 아니 개 강도들 아니야.”


맥스는 귀여운 표정을 한 채 고개를 한쪽으로 갸웃하며,

“우리 고객님, 왜 그리 화가 나셨을까?”

라고 천연덕스럽게 말하자.


“고객은 무슨, 호갱이겠지. 그래서 여기 물가가 어떤데? 100골드로 뭘 할 수 있는데?”


동방진이 화가 잔뜩 난 채 물어보자, 맥스의 단 한마디.


“음식 구매 말고는 아무것도.”


그 한마디에 기둥 위에서 아래로 뛰어내리는 동방진, 이미 그 아래는 좀비 떼로 득실거렸다.


“훤화 아씨, 가자!”


파지직- 파지직-

동방진이 약지에 낀 호박 가락지를 매만지자 호박색 오러가 작두대검을 감쌌고, 그가 떨어지면서 그걸 바닥에 내리치자 사방으로 호박빛 스파크가 뻗쳐나가 좀비들을 쓸어버렸다.


****


2층 좀비 떼들을 단숨에 격파하고 다음 층으로 들어온 동방진과 그의 금융파트너 맥스였다.


“맥스 그럼, 여기가 3층이 아니란 말이야?”


“잠깐만, 나도 태블릿으로 확인을 해봐야 해. 어디 보자 3층이 아니고··· 10층이네.”


“10층? 그러면 운만 좋으면 바로 꼭대기 층으로 가서 검은 사탑을 단숨에 무너뜨릴 수도 있겠네. 이왕 이렇게 된 거 빨리 공략하고 돌아갈래.”


동방진의 확신에 찬 추측에 맥스는 다소 회의적인 반응을 보인다.


“운 좋으면 그럴 수도 있는데 꼭대기 층에 가면, 이 검은 사탑을 무너뜨릴 수 있다는 정보는 내 태블릿에 없어.”


그러자 동방진은 자기의 꿈 이야기해주었다.


“꿈에서 붉은 장발에 ‘아카로’라는 이름의 남자가 그랬어. ‘이 검은 뱀 탑의 머리까지 단숨에 가고 싶다고’라고 말이야. 그 말은 일종의 세계수가 나에게 보내는 메시지 아닐까. 왜냐하면 그 남자가 그랬어, 자기는 황제라고.”


“에이, 그건 권위에 대한 오류다. 자칭 황제일 수도 있잖아. 그리고 그건 네 개꿈이잖아.”


“허어, 내가 이래 봬도 작두도령 동방진이야. 그 아카로라는 사람, 관상이 그럴 관상도 아니고 내가 또 꿈풀이도 기가 막히게 하거든. 내 말이 맞아.”


“알았어, 그 개꿈 존중해줄게. 그리고 해몽하는 거, 엘프 여자들 환장하는데 말이야.”


“진짜로? 맙소사 아깝다. 거기가 노다지였어. 이럴 줄 알았으면 최대한 뽑아오는 건데.”


둘이 한창 10층 입구에서 이런저런 일로 수다를 떨고 있을 때, 어떤 무리가 그들을 은밀히 포위하고 있었다.


그때, 동방진이 자기 배를 오른손으로 문지르며 말한다.


“방금 2층에서 좀비 떼들 써느라, 훤화 아씨 신통력을 좀 썼더니 단 게 확 당기네. 맥스, 나 음식 좀 시켜줘.”


갑자기 울리는 기분 나쁜 괴성들.

-끼요욧!


고블린들이었다. 그들은 어둠 속에서 기습할 기회를 노리고 있다가 달려들었다.


동방진의 가슴 높이 정도의 키를 가진 녹색 괴물들이지만, 무기를 들고 있어서 방심해서는 안 된다.


덩치 큰 동방진을 향해 떼거리로 달려드는 고블린들, 하지만 이상하게도 바로 옆에 있는 맥스를 향해 공격하는 고블린은 단 한 마리도 없었다.


“젠장, 아직 음식을 시키지도 않았는데.”

“훤화 아씨, 한 번 더 일해야겠어.”


부우웅-


그는 다급히 작두대검을 크게 휘둘러 적들을 밀어낸 다음, 호박 가락지에 입김을 불어 넣었다.


“후우~~.”


그러자, 가락지에서 아주 밝은 호박빛이 나와 주변을 밝혔다. 그 빛에 수십 마리의 고블린들이 그를 향해 더럽고 악취 나는 입을 벌리고 괴성을 질러댄다.


캬하하-

단검을 든 고블린들이 일제히 그를 향해 달려든다.


부우웅- 쐐애앵-

동방진은 훤화 아씨의 힘을 빌린 강력한 왼팔로 작두대검을 생각보다 잘 휘둘렀다. 오른손은 단지 거들뿐이었다.


써걱- 써걱-

고블린 키만 한 작두대검이 지나간 자리에는 고블린들의 조각난 시체가 바닥을 나뒹굴었다.


“하아압!”

“우라! 우라!”


동방진이 수십 마리의 고블린을 상대로 악전고투하고 있는데, 그의 금융파트너 맥스 웰리치 사원은 태블릿을 펼쳐놓고 뭔가 열심히 앞발로 쓰고 있었다.


바로 동방진의 활약을 하나하나 체크하고 있는 거다. 이상하게도 고블린들은 코앞에 있는 맥스를 못 보는 것 같았다.


사방에서 고블린들이 더러운 악취를 풍기며 사지 절단에 온 사방에 그 더운 피와 살점들이 마구 튀어와도, 전혀 개의하지 않고 할 일을 하는 맥스였다.


어느새 10층에 있는 고블린들을 모두 정리한 동방진은 온몸에 피 칠갑하고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헉헉, 배고파. 헉헉, 으~ 냄새나.”


링 위의 심판처럼 태블릿을 한 손으로 들고 요리조리 잘 피해 다니면서 보고서작성을 마친 맥스가 씩 웃었다.


“역시, 보고서는 생각날 때 바로 써야 해.”


그리고는 세계수 중앙은행 관리시스템에 보고서를 제출하는 맥스였다.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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