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수의 검은사탑과 작두대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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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01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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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검작5

DUMMY

5화


이세옥은 동방진의 솔직한 대답을 듣고서 다른 사람들에게 말한다.


“이분, 군대에서 오신 게 아니래. 직원들에게 걱정하지 말라고 연락 돌려.”


“네 알겠습니다. 사장님.”


그의 말을 들은 주변 사람들이 그를 제외하고 밖으로 나갔다.


예상외의 반응에 어리둥절한 동방진을 보고 그는,


“여기 아랫마을은 저기 검은 사탑에 들어가기를 거부한 병사출신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곳입니다. 그리고 저는 이 마을을 운영하는 주식회사 골렘비전의 사장입니다.”


“여기 제가 준비한 다과가 있으니 음료수와 함께 천천히 드시고 어느 정도 마음이 안정되면 마을 중앙에 있는 제 사무실로 오시면 됩니다.”


라고 말하고는 문밖으로 나가는데 동방진이 물어본다.


“저기, 제 배낭은 혹시 어디에 있나요?”


“제 사무실에 있습니다. 더 물어보실 게 있으신가요?”


“아니요, 없습니다.”


“그럼 나중에 뵙겠습니다.”


덜컥-

나가면서 문을 닫아주는 이세옥 사장이었다.


낯선 방에서 혼자가 된 동방진이 자기 왼손 약지에 있는 호박 가락지를 만지작거린다. 뭔가 불안해서 나오는 그의 버릇이다.


“아차, 또 불러냈네.”


이미 늦었다.


[진, 반성 좀 많이 했어?]

[야, 저기 먹을 거 있네. 빨리 먹자]


꼬르륵-

사실 쓰러지기 전까지 훤화 아씨가 신통력을 많이 발휘하였기에, 그에 대한 대가도 지급하기도 해야 하고 솔직히 동방진도 지금 목마르고 배고프다.


침대에서 벌떡 일어난 동방진은 탁자 위에 놓인 다과상을 미친 듯이 해치웠다.


꿀꺽꿀꺽-

우적우적-


“와~~, 이제야 살 것 같아.”


[나도, 나도] [음, 여기 음식 달고 맛있다]

[처음 보는 과일도 있어]

[진아, 뭐해 저것도 먹어줘]


훤화 아씨가 시킨 대로 열심히 먹어대는 동방진이 큰 병에 담긴 음료수를 마지막 한 방울까지 다 마시고 나자, 더 이상 그에게 신통력에 대한 대가를 요구하지 않았다.


[이야, 오랜만에 맛보는 달콤한 맛이다]


“훤화 아씨, 이제 만족해?”


[응, 수고했어. 그리고 내가 너 미워서 기절시킨 거 아니다]


[다~~ 사랑의 매야, 매]


그의 침샘에서는 더 이상 침이 과도하게 나오지 않았다. 훤화 아씨가 만족했다는 뜻이다. 이렇게 신을 모신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나마 이번에는 동방진도 배가 고팠기에 서로가 좋은 일이었지만, 억지로 먹게 되는 때에는 진짜 힘들다.


“알아, 아까는 나도 말이 심했어.”


“뭔가 가슴 속에서 울분이 솟구치더라고.”


[괜찮아, 대들면 또 기절시키면 되니까]


사람 무서운 말을 아무렇지 않게 하는 아씨였다. 하지만 더 이상 그녀와 다투기 싫었던 동방진은 질문을 하였다.


“아니 근데 훤화 아씨는 내가 먹으면 그 맛이 느껴져?”


[얘는 새삼스럽게]

[당연하지. 네 혀에 있는 호박색이 안 보이냐?]


“여기 거울이 있어야 알지. 스마트 폰도 배낭 안에 있어.”


[용케 그건 안 팔았네]


“그건 팔면 안 되지, 스마트 폰은 현대인의 분신이라고 물론 엄마 명의로 개통한 거지만.”


그의 표정이 살짝 어두워지자,


[야, 살 사람은 살아야지]

[그만하고 아까 그 이세옥이란 자가 너보고 오라며]

라며 화제 전환하는 원화 아씨였다.


그녀도 그의 기분을 살필 줄 안다.


“응, 가봐야지. 여기 마을도 궁금하기도 하고.”


식사를 마친 그는 곧바로 건물 밖을 나섰다.


****


마을 중앙 차원문 근처.


주식회사 골렘비전 사장 이세옥의 사무실로 들어가는 동방진이다.


훤화 아씨에게 대가를 제대로 지급해서, 지금 그의 머릿속은 조용하다.


자신의 사무실로 동방진이 들어오자, 반갑게 맞이하는 이세옥 사장이다. 그런 그가 동방진의 배낭을 건네며 말한다.


“진 씨, 배낭은 여기 있습니다. 어떻게 음식은 입에 맞으셨나요?”


“아, 네.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그거 다행이군요. 사실 우리 직원들이 먼저 배낭을 살펴보았는데 그 점에 대해서는 제가 사과드리겠습니다. 배낭 안 물건들은 그대로 있습니다.”


배낭을 건네받은 동방진은 솔직한 그의 말에 손사래를 치며 말한다.


“아니요. 괜찮습니다. 가방 안에 별거 안 들어있어요. 신경 안 쓰셔도 됩니다.”


쓰러진 사람 구해주고 음식 대접까지 받았는데, 괜히 사소한 걸로 트집 잡고 싶지는 않은 그였다. 사실 배낭을 받자마자 주머니에 스마트 폰이 있는 것을 확인하였고, 솔직히 다른 물건들은 일반인들에게는 필요하지 않은 것들이라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배낭도 찾았겠다. 먼저 질문을 하는 동방진이다.


“여기 오면서 봤는데 차원문이 서울에 있는 것과 똑같이 생긴 것 같던데.”


그의 말에 대답 대신 자리에서 일어난 이세옥 사장은 그와 함께 사무실 밖으로 나갔다. 얌전히 따라나서는 동방진이었다.


이세옥은 마을 중앙에 서 있는 커다란 차원문을 바라보며 이렇게 말하였다.


“진 씨 말씀대로 한강 섬에 있는 것과 같은 겁니다.”


“우리 부대가 저기로 나와 보니 이곳은 허허벌판이었고 이미 세계 각국에서 보낸 군대가 도착해 있었습니다.”


“거기다 우리 인간들보다 며칠 먼저 온 엘프족 군대들이 진을 치고 있어서 그들과 어찌어찌 의사소통되어서 세계수의 부름에 응한 같은 편이라는 것을 서로 확인하였죠.”


“생각보다 엘프족들이 우리에게 호의적이라 사소한 오해는 있을지언정 큰 트러블없이 연합군을 형성하게 되었습니다.”


동방진은 불면증 해결을 위해서라도 저 탑에 들어가야 하는 처지라 자기에게 필요한 정보들이라 생각해서 그의 말을 경청하고 있었다. 이세옥은 뒤돌아 여기서도 눈앞에 있는 것처럼 보이는 거대한 세계수와 검은 사탑을 바라보며 말을 이어갔다.


물론 동방진도 그를 따라 세계수를 바라보았다.


“인간과 엘프가 연합군을 만들고 그다음 날에 세계수가 우리를 부른 이유를 알게 되었습니다.”


“진 씨, 검은 사탑이 안 보인다고 치면 지금 세계수가 어떻게 보이나요?”


갑작스러운 그의 질문에 이야기를 듣고 있던 동방진은 그냥 아무 생각 없이 대답하였다.


“음··· 그 뭐지, 아프리카에 있는 바오밥나무처럼 보이는데요.”


“바오밥나무라, 듣고 보니 그러네요. 사실 저희가 왔을 때는 세계수의 나뭇가지가 저기 밑에 까지 아주 멋있게 펼쳐져 있었지요.”


“네, 정말요?”


“검은 사탑이 아직 아래 뿌리 쪽에서 올라와 나무줄기를 휘감은 지 얼마 되지 않은 상황이었는데, 그때까지는 연합군들도 손쉽게 해결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었습니다.”


이어서 말하는 이세옥 사장.


“그런데 저 검은 사탑이 날이 지날수록 나무를 타고 올라가는 데 그 힘이 얼마나 대단한지. 한층 한층 올라갈 때마다 이 일대에 지진이 일어날 정도입니다.”


“그제야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한 연합군은 부랴부랴 저 구릉지대로 부대를 이동시켰지요.”


이세옥은 말하면서 10년 전, 그때 당시 상황을 떠올렸다.


****


말하다가 멍하니 세계수와 검은 사탑이 있는 구릉지대를 바라보는 이세옥에게 동방진이 묻는다.


“저기 세옥 씨, 그래서 어떻게 되었습니까?”


“아, 저도 모르게 저 풍경에 빠져 버렸네요. 아~ 어디까지 얘기했더라, 아 맞다. 그래서 저기에 집결한 연합군 부대들이 차례대로 검은 사탑 입구 안으로 들어갈 때 제가 쿠데타를 일으켰습니다.”


“네?”


전혀 예상하지 못한 말에 화들짝 놀란 동방진이었다.


“쿠데타요?”


“하하, 말이 쿠데타지 명령 불복종이었지요.”


웃으며 별일 아닌 듯이 말하는 그였다. 아무래도 벌써 10년 전 일이라서 그런 것 같다.


이세옥은 동방진의 얼굴을 보며,


“진 씨에게는 미안하지만, 그쪽이 출생 미등록자라서 안심했습니다. 혹여나 정부에서 보낸 사람일까 봐서요.”


“아, 그래서 아까 다른 사람들에게 그렇게 말씀하셨구나.”


“그렇죠. 벌써 그 일이 있고 나서 10년이나 지났지만, 마음속 불안은 없어지지 않더군요. 저뿐만 아니라 직원들도 마찬가지고요.”


“직원들이라 하면은?”


“그때 당시 제 뜻에 동조하여 같이 봉기한 병사들이지요. 대부분 입대한 지 얼마 안 된 어린 친구들과 뒷배가 없어 끌려온 일반 병사들이었습니다.”


그때 당시를 회상하며 약간 서글픈 표정을 짓는 골렘비전의 이세옥 사장이었다.


그에 말에 따르면 그 당시 정부와 군 당국이 입수한 정보들을 높은 신분들이 잘못 분석하고 명령을 내린 것도 있고, 한국군의 특이한 군 체계로 인해 엄청난 혼선이 있었다고 한다.


****


잠시 후, 날이 어두워졌다.


동방진은 골렘비전의 이세옥 사장과의 대화를 마치고, 세라믹 골렘이라는 로봇에게 안내받아 배정받은 숙소로 들어갔다.


그곳은 크지 않지만 있을 건 다 있었고 특이하게도 방에 콘센트가 없었다.


스마트 폰을 충전시키려고 했는데 찾다가 포기했다.


그는 샤워 후, 배낭에서 속옷이랑 편한 옷을 꺼내 갈아입고는 침대에 걸터앉아 오늘 들었던 이세옥 사장의 이야기를 되짚어보았다.


그의 말을 정리하자면 이러하다.


세계수의 부름에 응하기로 한 미국, 일본, 중국 등 주요 국가들이 최정예부대로만 파병한다고 정보를 입수한 한국 정부와 군 당국은 처음에는 파병에 부정적인 여론을 의식해 절대 보내지 않겠다고 했었다.


하지만, 세계종교계와 국제사회의 비난과 압박에 소규모 부대를 보내는 방향으로 합의하였으나, 최대 파병국인 미국에서 한국군은 그저 혈맹인 인류최강의 미국 군인들의 지원부대 역할만 해주면 국가 규모로 여러 가지 챙겨주겠다고 먼저 제안해주었고 특히 일본보다 더 많은 이익을 보장받을 거라고 하였다.


이에 정부 당국은 그 제안을 심사숙고한 후 답해주겠다고 한 것이 그날 내부 관계자들의 입을 통해 밖으로 새어 나갔다. 문제는 ‘다름회’라는 군 내 사조직 회원들의 귀에까지 들어갔는데 그 정보가 크게 와전되어 퍼져버렸다.


다름회는 여군들이 주축이 되는 사조직으로 그 정보를 ‘후방에만 있어도 미국의 엄청난 특혜 약속’으로 확대하여 해석하였고, 그 와전된 정보가 거꾸로 타고 올라가 정부 고위층들 귀에까지 들어가니, 서로들 제 자식과 지인들 그리고 청탁받은 인물들을 주로 파병부대에 편성시키는 희대의 개짓거리를 벌이고 만다.


정말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은 고위층 본인들이 얻은 진짜 정보를 신뢰하지 않고 다름회 회원들 입에서 나온 정보를 믿은 것이다. 생각해보면 그 당시 권력자들은 말장난 같은 감수성에 대한 공감 능력이 뛰어난 양반들이어서 끊임없이 자기들은 다른 한국 남자들과 다르다는 것을 증명하느라 항상 바빴다.


그래서 그녀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공감해서, 그녀들의 얼토당토않은 말도 믿었나 보다.


그렇게 한국은 미국 다음으로 최대규모의 파병부대를 보낸 것이다. 물론 10년이 지난 지금은 정권이 바뀌자 위령비 하나 세우고 하중도의 차원문을 관광지화 시켰지만, 그때 당시 파병 후 바로 연락이 끊겼을 때는 난리가 났었다.


그 이유가 일반 병사들은 모두 뒷배 없는 자들만 차출되어 갔으나, 장교와 부사관 즉 지휘관 대부분은 다름회 여군들과 검은 머리 외국인들로 채워졌는데 문제는 그 검은 머리 외국인들은 진짜 군인도 아닌데 군인으로 둔갑시켜서 밀어 넣은 거다.


다름회의 여군들 입을 통해 왜곡되고 확증 편향된 정보를 듣고 파병부대에 자기 사람들을 밀어 넣은 그 당시 권력자들이나, 군 내 사조직이 국외 파병부대 편성 권한까지 쥐락펴락하게 놔둔 군 당국이나 도긴개긴이다.


거기까지 이세옥의 말을 머릿속에 정리한 동방진은 침대에 누우며 말한다.


“다들 자업자득이지. 나야 불면증만 없어지면 만사 오케이다.”


“세계수 아저씨, 당신이 있는 이 세계로 왔으니까. 오늘부터 꿈으로 괴롭히지 맙시다. 제발.”


군대와 연이 없는 그로서는 당연한 반응이다.


그렇게 살며시 눈을 감는 동방진이었다. 그때 시각 자정이었다.


※이 작품에서 등장한 모든 이름, 인물, 단체, 사건들은 허구입니다. 실존하는 인물, 장소, 건물, 제품과는 일절 관련이 없습니다.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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