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수의 검은사탑과 작두대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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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01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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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4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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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검작4

DUMMY

4화


털썩-

동방진은 발이 땅에 닿자마자 그 자리에 바로 주저앉아 대자로 누워버렸다.


[진, 뭐해. 그러다 츠츠가무시병 걸린다]


“아~ 몰라, 몰라. 지금 팔 아프고 온몸이 쑤셔.”


주륵- 주륵-

말로는 안 될 거라는 걸 알고 있는 훤화 아씨는 곧바로 그의 침샘을 신통력으로 자극하였다. 동방진은 거침없이 흘러나오는 자기 아밀라아제에 깜짝 놀라 벌떡 일어났다.


츄릅-

“아이고, 알았어.”

“일어난다, 일어나.”


[빨리 약속한 대로 단 거 찾아야지]


훤화 아씨의 재촉에 짜증이 올라온 그는 작게 중얼거린다.


“아니, 진짜 단 거 못 먹고 죽은 귀신 아니야.”


그걸 또 들은 그녀가 대꾸한다.


[나 죽은 적 없는데]

[신의 딸인 내가 육체에서 벗어나]

[완벽한 정신체(精神體)로 승화한 거야]


동방진의 죽은 귀신이라는 말에 발끈해, 자기는 죽지 않았다고 극구 부정하는 그녀였다. 그렇다. 사실 그녀는 혼령(魂靈)이 아니라 생령(生靈)이다.


그녀의 말대로 죽어서 신이 된 게 아니라, 어떤 연유(緣由) 때문에 산채로 호박 가락지에 깃들게 된 것이다. 그렇게 동방 가문의 가보가 되었고 지금은 신물로써 동방진의 왼손 약지에 끼워져 있다.


원래 신의 딸로 강력한 권능이 있고 신통력을 발휘할 수 있기에, 동방진이 자기 신령님으로 모시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네, 네. 이 반지 걸이가 말을 잘못했습니다.”


[흥, 알면 됐어]

[그건 그렇고 보상을 더 미루기 어려워]


“알았어. 그럼 어디로 가야 하나······.”


우선 위에서 본 마을이 있는 쪽으로 걸어가려는 순간, 그의 오른편에 검은 사탑의 거대한 입구가 보였다. 아까 몰랐는데 내려오다 보니 입구 근처까지 타고 내려온 것이었다.


무언가에 홀린 듯 그곳을 멍하니 바라보는 동방진의 눈에는 대낮인데도 안이 칠흑처럼 전혀 보이지 않았다.


“저곳에 들어가면 내 불면증이 다 나을 거야, 분명해.”


저벅저벅-

그가 검은 사탑의 입구를 향해 천천히 걸어갔다.


짝-

빙그르르- 털썩


호박빛을 내며 빛나는 왼손바닥이 동방진의 왼뺨을 때렸는데, 얼마나 세게 쳤는지 그는 제자리에서 한 바퀴 돌며 쓰러졌다.


몇 초 후,

“으으··· 아파.”


충격으로 잠깐 정신을 잃은 동방진은 앓는 소리를 내며 일어났다. 그리고 자신의 왼쪽 뺨을 어루만지며 말한다.


“훤화 아씨, 쓰러지기 전에 주황 불빛이 번쩍했어.”


[······]


아무 말 없는 그녀, 동방진은 다시 검은 사탑의 입구 안으로 시선을 옮긴다. 그의 왼손이 다급히 그의 두 눈을 가린다.


왼손 약지에 있는 호박 가락지가 강렬한 호박빛을 내뿜고 있었다.


[진아, 지금은 아니야]

[지금 들어가면 잠이 아니라 죽어]


웬일로 신령님다운 말투로 그에게 말한 그녀였다.


“하지만, 아씨. 저 안에 어둠이 날 평온하게 해줄 것 같아. 진짜 깊은 잠을 자게 해줄 것 같은데.”


“나, 너무 자고 싶어.”


[안돼! 우린 뒤돌아 갈 거야]


사악-

그녀의 인도를 거부할 것 같았던 동방진은 얌전히 뒤를 돌았다. 아무래도 두 눈을 가린 효과가 있었다. 그제야 왼손을 치워주는 훤화 아씨였다.


****


저벅저벅-

동방진은 세계수와 검은 사탑을 등지고 마을로 향하고 있었다.


세계수는 생각보다 높은 구릉지대에 있지만, 주변 지형 전체가 아주 완만해서 마치 중앙아시아 쪽 평야 한가운데에 홀로 우뚝 솟은 거목(巨木) 같다.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그가 뒤를 돌아봤다. 세계수와 검은 사탑이 얼마나 굵고 큰지 보고도 실감이 안 났다. 그 모습은 코즈믹 호러(Cosmic Horror)가 느껴질 정도인데 경외심도 들었다.


“불면증 치료할 수 있는 기회가 코앞이었는데.”


[얘도 참, 잠 때문에 아무 정보도 없이]

[저 시커먼 사탑 안으로 들어간다고?]

[정신 안 차릴래?]


조금만 더 걸어가면 마을인데 동방진은 그녀의 말에 발끈해 발걸음을 멈추고 말을 쏟아냈다.


“말이 나와서 말인데, 훤화 아씨는 잠을 안 자니까 모를 거야.”


[내가 뭘 몰라]


“아씨는 내 고통을 몰라 그저 단 거, 단 거.”


“난 솔직히 이 가락지를 빼고 싶은데 동방 가문의 가보이자 어머니 유품이니까 끼고 있는 거야.”


[네가 빼고 싶다고 빠지나]


훤화 아씨의 말은 이제 귀에 들어오지 않을 정도로 그동안 쌓인 게 많은 듯 멈추지 않고 말을 하는 그였다.


“그리고, 인간한테는 잠이 정말 중요해.”

“맨날 같은 꿈만 꾸고 강제로 깨어나, 자지도 못하는 고통을 아냐고.”


“나 이런 말 하기 싫었는데 아씨 때문에 나 몽정도 마음 편히 못 하고, 그뿐이야 여자도 못 만나고 이 나이에 아직도 숫총각인 게 말이 돼. 되냐고!”


듣고 보니, 불면증뿐만 아니라 평소에도 많은 문제가 있었지만 나름대로 참고 살아온 그였다. 솔직히 사춘기 시작 전부터 훤화 아씨와 같이 지냈으니 말 다했다.


파지직 파지직-

그의 약지에 있는 호박 가락지에서 호박빛 뇌전이 튄다.


[이게 어디서 건방지게]

[감히 나에게]


그녀의 위협에도 멈추지 않는 그의 혀는 브레이크가 고장 난 지 오래다.


“아씨한테 단 거만 찾는 식욕이 중요하듯, 나에게는 수면욕과 성욕이 대단히 중요하다고 이 짧고 짧은 인생에 이게 뭐야!”


파지직!!!

쿵!


길에서 고래고래 말하던 동방진은 그대로 앞으로 고꾸라지고 말았다.


[내가 건방지다고 했지]

[한참 있다가 일어날 정도로 했으니까]

[일어나면 나한테 고마워하라고]


그렇게 쓰러진 동방진을 향해 마을에서 여러 명이 달려오고 있었다.


****


훤화 아씨의 무력 행사(行使)로 인해 강제로 잠이든 동방진은 지금 또 똑같은 꿈을 꾸고 있었다.


‘아닌가, 이번에는 다른 꿈인가?’


그 꿈에서 관찰자로서 지켜보기로 한 그였다.


붉은 장발인 황제 아카로와 댄디한 스타일의 대장 포우가 말 그대로 불꽃 튀기는 결투를 벌이고 있었다.


휘릭- 챙!

쐐앵- 캉!


아카로의 경쾌하고 가벼운 창술에 묵직하고 강력한 대검술로 맞서는 포우, 그 두 사람의 싸움을 구경하고 있는 짐꾼 여자가 자기 가슴 한쪽을 움켜잡으며 말한다.


“대장, 바로 그거예요. 그거.”

“적을 단번에 짓이겨 버리는 묵직한 공격.”


할짝할짝-

포우를 응원하는 그녀는 아랫입술을 혀로 살며시 여러 번 핥았다.


오드아이인 단발 미인의 그런 모습은 상당히 뇌쇄적이었다.


그때 싸우고 있던 아카로가 그녀를 향해 외친다.


“라미아! 피해!”


화르륵-

어디서 뿜어져 오는지 모를 엄청난 크기의 불길이 짐꾼 여자를 향해 덮쳐왔다.


츠팟- 휘익-

라미아가 커다란 짐가방을 등에 메고서 최소 10미터 이상을 뛰어올라 피하였다.


그녀가 피한 것을 확인한 아카로가 그녀에게 파이어 브레스를 뿜은 레드 드래곤을 향해 붉은 오러가 담긴 새하얀 창을 던졌다.


붉은빛이 번쩍이며 시간이 멈췄다.


쐐애앵!

퍼억- 쿠웅!!!


레드 드래곤의 목을 정확하게 관통한 창은 검은 벽에 박혔고, 그대로 절명하고만 드래곤이었다. 저 커다란 드래곤의 목에는 들어간 구멍은 작았으나 나온 구멍은 커다랬다. 실로 무시무시한 위력이다.


“아카로! 한눈파는 것이냐!”


금발의 포우가 그런 상황을 봐주지 않고 그에게 대검을 휘둘렀다.


부우웅-

대검의 날이 아카로의 머리를 수박처럼 쪼개기 직전인 찰나의 순간에 자기도 모르게 꿈속에서 두 눈을 질끈 감은 동방진이었다.


꿈속에서 몇 초나 지났을까, 살며시 눈뜬 동방진.


‘휴~~.’


다행히 그의 머리는 무사했다.


츠츠츳 파지직-

포우의 황금빛 오러를 담은 대검을 검은 왼손바닥으로 잡은 아카로였다. 그의 손과 대검에서는 황금 뇌전과 붉은 뇌전이 부딪쳐 만들어내는 불티들이 사방으로 튀고 있었다.


“포우, 라미아 안 챙길래.”


“아카로, 라미아는 더 이상 꼬마가 아니야. 제 몸 하나는 지킬 정도로 컸어.”


꾸욱- 끼기긱-

파지직! 파지직!


말하면서 양손으로 대검을 더욱 밀어 넣는 포우였다. 그의 힘에 약간 뒤로 밀린 아카로의 왼손이었다. 그들의 싸움을 꿈속에서 보고 있는 동방진은 속으로 생각했다.


‘저 사람들 인간 맞아?’

‘그리고, 저 단발머리 이름이 라미아였구나.’


지난 한 달 동안 세계수가 선사한 꿈 때문에 불면증에 시달렸지만, 저 오드아이 단발 미인의 이름은 한 번도 들은 적이 없었는데 이번에 알게 되었다.


척- 휘리릭 착!


아카로가 오른손을 뻗자, 벽에 박혀 있던 새하얀 창이 빠지면서 그의 손으로 알아서 돌아갔다. 아카로는 그 창을 그대로 포우의 복부에 찔러넣었다.


끼기긱- 깡!!


아카로의 왼손에 잡힌 대검을 그대로 당기며 찔러 들어오는 창끝을 쳐낸 포우의 대검술은 입이 떡 벌어질 정도로 훌륭했다.


사샤삭 사샤삭-

아카로와 포우는 그렇게 서로 간격을 벌렸다.


속으로 감탄하며 그들의 결투에 빠져 있던 꿈속 관찰자 동방진의 눈과 언제 다가왔는지 모를 라미아의 오드아이가 딱 마주쳤다. 숨결조차 느껴질 정도로 가깝게 얼굴을 들이민 그녀가 말한다.


“너, 누구야?”


****


“우악! 엄마야!”


깨끗한 방 안 침대에서 깨어난 동방진을 낯선 사람들이 지켜보고 있었다. 그중 한 명이 다가와 말을 건넨다.


“혹시, 한국 분이신가요?”


“아, 네. 그런데 여기 어디예요?”


질문에 얼떨결에 대답한 동방진이 물어봤다. 그러자 그 남자는 미소 지으며 말한다.


“저는 이세옥이라고 하며, 이곳은 ‘세계수의 아랫마을’입니다.”


“세계수의 아랫마을······.”


“혹시 성함이?”


“아, 전 동방, 진이라고 합니다.”


성과 이름을 살짝 간격을 두고 말하는 동방진, 처음 만난 사람에게 자기를 소개할 때 나오는 그의 말버릇이다.


“동방 씨요? 상당히 희귀한 성씨를 가지셨군요.”


그런 동방진의 자기소개를 찰떡같이 알아들은 남자는 한눈에 봐도 아주 영특하게 생겼다. 자기를 이세옥이라고 소개한 남자는 그간의 일을 설명해주었다.


“마을 입구 근처에서 상당량의 에너지 폭발을 감지한 우리 직원들이 밖에 나가보니, 진 씨께서 배낭을 멘 채 쓰러져있는 걸 발견하고 이리로 데리고 왔습니다.”


“제가요? 그랬나요. 데리고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어느 정도 상황 파악이 된 그는 이세옥에게 감사의 말을 건넸다. 그러자 이세옥은 그에게 말하였다.


“진 씨를 여기에 옮긴 지 10분밖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전 좀 더 있다가 깨어나실 줄 알았는데 말이죠.”


“아, 그게 제가 지금 불면증이라서요. 하루 10분 정도만 잘 수 있는데 그 이유가 꿈 때문에 자꾸 깨어나거든요. 꿈이 저를 괴롭힌다고 해야 하나.”


“그거, 참 특이한 불면증이네요. 병원에서 처방은 받으셨나요?”


“아, 그게··· 제가 그 출생 미등록 상태라 사회복지 혜택을 전혀 받지 못해서 약국에서 수면유도제만 먹었습니다. 물론 아무런 효과는 없었죠.”


“혹시 출생 미등록이라 하면, 군대에 안 가셨겠네요.”


그가 군대 질문을 하자, 동방진의 얼굴은 붉게 달아올랐다. 이세옥의 호의에 자기도 모르게 굳이 말할 필요 없는 것까지 말했다고 생각한 그였다.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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