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수의 검은사탑과 작두대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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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01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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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9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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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검작7

DUMMY

7화


마을 안에 엘프 여성들로 넘쳐났다.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이지. 분명히 엘프족들을 검은 사탑으로 갔다고 들었는데.”


“저 아름다운 엘프 여성들은 어디서 온 거야? 다시 탑에서 내려왔나?”


와글와글 웅성웅성-

아침부터 마을이 시끌벅적한 게 여기도 사람 사는 곳이라는 것을 새삼 느꼈다.


생경한 모습에 당황한 동방진은 멍하니 서 있다가 엘프 여성들에게 ‘캣 콜링’을 당했다.


“거기 우락부락하게 생긴 검은 머리.”


“네? 저요?”


어디 게임 캐릭터같이 생긴 금발의 엘프 여성 3명이 언제 그를 발견했는지 다가와 말을 걸었다. 엄밀히 말하면 수작질하기 시작했다.


“그래, 너. 이 마을에서 처음 보는 얼굴인데 어디서 왔어?”


“전 서울에서 왔는데요.”


“서울? 아~ 대한민국 수도.”


동방진과 마찬가지로 아예 다른 차원에서 온 엘프 여성이 어떻게 대한민국의 서울을 아는 건지 궁금해진 그였다.


“대한민국을 어떻게 아세요? 그리고 한국말 정말 잘하시네요.”


동방진의 칭찬에 싱긋 웃는 엘프 여성의 미소는 너무나 상큼해 보기만 해도 마음이 정화되는 기분이었다. 그리고 그녀가 말할 때마다 꽃내음이 물씬 풍겼다.


“한국 남자들하고 이 마을에서 같이 일한 지가 10년인데 당연하지. 근데 우리가 지금 공장일 마치고 나와서 온천에 갈 건데, 같이 가서 서로에 대해 좀 더 알아보는 시간을 갖는 게 어떨까?”


한국에서는 상상도 못 할 그녀의 제안에 동방진은 불면증으로 인한 스트레스까지 한 방에 날아가는 듯했다.


‘맙소사 지금 혼욕하자는 시그널이지. 맞지.’


‘가락지만 안 만지면, 난 오늘 어른이 된다.’


‘이세계 만세! 엘프 만세! 세계수 만세!’


속으로 쾌재를 부른 그는 목소리를 가다듬고 그 제안을 수락하려고 할 찰나, 웬 커다란 화물트럭 여러 대가 우리 앞에서 섰다.


부릉- 끼익-

“뭐야, 여기 트럭도 다니네.”


동방진은 지구에서 보던 화물트럭을 보자 왠지 모를 반가움마저 느꼈으나, 지금은 그게 중요한 게 아니다. 불면증이든 세계가 무너지든 전혀 상관없다고 생각할 정도로 지금 이 누님들과의 이벤트만이 최우선 과제일 뿐이다.


“자자, 누님들을 얼른 앞장서시죠. 절벽 끝이라도 기꺼이 따라가겠습니다.”


“호호, 너 화끈하다. 난 너처럼 남자답게 생긴 얘가 좋더라.”


“저도 누님 같은 스타일 좋아합니다.”


“호호호.”


“하하하.”


지이잉-

화물트럭 조수석 창문이 내리며 익숙한 얼굴의 사내가 분위기 좋은 우리에게 말을 걸었다.


****


부릉부릉-

화물트럭 십여 대가 세계수를 향해 가고 있었다.


선두에 있는 화물트럭 운전석에는 골렘비전 넘버 투인 강우리 실장이 직접 운전하고 있었고 조수석에는 동방진이 타고 있었다.


동방진 그의 얼굴은 불면증에 의해 퀭함과 엘프 누님들과 함께하지 못한 실망감으로 똥 씹은 표정을 넘어 표정이 아주 썩어가고 있었다.


“동방 선생님께서 야밤에 길을 나설 정도로 저 검은 사탑을 가고 싶어 하시는 줄 알고, 제가 일부러 모시러 왔는데 눈치가 좀 없었네요. 하하하.”


그의 말에 속으로,

‘너 나중에 내가 살 날릴 거야. 으~ 누님들.’


악담하며 가슴으로 울고 있는 동방진이었다.


화물트럭은 동방진이 전에 걸어왔던 길이 아닌 약간 좌측으로 빠진 길로 가는데, 아마도 검은 사탑의 입구가 보이는 곳의 반대편으로 가는 것 같았다.


강 실장은 운전하면서 말한다.


“선생님, 실망하시기 아직 이릅니다.”


“지금 우리가 가는 곳에도 엘프 여성들이 있습니다.”


그의 말에 눈이 번쩍 떠지는 동방진.


“그분들도 마을의 엘프 누님들처럼 섹시 다이너마이트 하나요?”


불면증 때문인 줄 몰라도 자기도 모르게 본심이 입 밖으로 튀어나온 그였다.


“네? 하하하, 네 맞습니다. 아주 열정적이고 시원시원한 누님들만 계시죠.”


강 실장은 동방진의 헛소리에 웃으며 대답해주었다.


그의 말을 들은 동방진은 살 날릴 계획을 속으로 취소하였다. 마음이 풀린 그가 강 실장에게 질문을 하였다.


“다른 트럭들은 골렘들이 운전하던데, 강 실장님은 왜 직접 하세요?”


사실 그 질문은 출생 미등록자로서 운전면허를 취득할 수 없는 그였기에 부러움이 섞인 질문이었다.


멋있게 트럭 핸들을 돌리며 대답하는 강 실장이다.


“제가 전에 수송대대 운전병이었거든요. 그래서 이렇게 가끔 회사에 잔업이 많아질 때면, 직원들 대신해서 이 멋진 세계의 풍경을 감상하며 트럭 운전하는 게 취미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사장님이 정비병 출신이라서 그런지 서로 차에 관해 이야기 나누는 게 좋기도 하고, 관심사가 비슷해서 통하는 부분이 많지요.”


그렇다. 이들은 사장 이세옥을 따라 군대에 반기를 든 대한민국으로서는 반란군과 마찬가지다. 서로 결속을 다지며 자신들을 지킬 수밖에 없다.


솔직히 군 미필인 동방진 입장에서는 공감하기 어려운 이야기이고 출생 미등록자인 그의 처지에서는 대한민국에서 존재하지 않는 사람인데 굳이 이들을 비난할 필요성도 못 느낀다. 자세한 내막을 모르는데 섣불리 판단하는 것도 이상하고 말이다.


‘어제 들은 사정 말고도, 뭔가 더 있지 않을까?’


‘나쁜 마음으로 그렇게 했다 보기에는 마을도 사람도 엘프들도 다들 나쁜 기운은 하나도 느껴지지 않았어.’


훤화 아씨가 자꾸 내려치기를 하긴 해도, 동방진 그는 엄연히 작두 도령으로 한가락 하는 무당(박수)이다. 상서로운 기운과 악한 기운은 기가 막히게 잘 본다.


부릉- 끼익-

이야기 나누면서 오다 보니, 어느새 목적지에 도착하였다.


****


트럭에서 내린 강 실장이 반대편으로 가는 길을 알려주며 트럭 화물칸에서 싣고 온 물건들을 내리기 시작하였다.


“선생님은 저기 뒤로 돌아가는 길로 가시면 검은 사탑 입구가 보이실 겁니다. 저는 물건들 납품해야 해서 길 안내는 힘들 것 같네요.”


“아닙니다. 강 실장님 덕분에 편하게 왔습니다. 다 각자 할 일 해야지요.”


그러면서 동방진은 도착한 이곳을 한 번 빙 둘러보았다. 강 실장이 말한 엘프 여성들은 어디 튼튼하게 생긴 벙커 같은 곳에서 우르르 나오더니, 그를 도와 짐들을 날랐다.


여리여리하고 길쭉하면서도 육감적인 몸매의 엘프 여성들은 보기와는 다르게 힘과 체력이 강해 무거워 보이는 짐들도 번쩍 들고서 컴퍼스 같은 긴 다리로 성큼성큼 걷는데 상당히 매력적으로 보였다.


그렇게 불면증으로 인한 피로도 잊은 채, 아름다운 엘프들의 노동 현장을 보고 있었는데 어디서 개 짖는 소리가 나서 그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왈왈- 왈왈-

우다다다-


짧은 다리에 단미(斷尾)인 웰시코기 수십 마리가 세계수 쪽에서 엘프녀들과 강 실장을 향해 달려와서는 애교를 부리는데 너무 귀여웠다.


이상한 점은 개들 하네스를 착용하고 있는데 등에 짐을 싣고 고정할 수 있는 장치들이 달려있었다.


웰시코기들이 그 짧은 앞발을 들며 연신 엘프녀들과 강 실장에게 자기에게도 짐을 주라며 제스처를 취하였지만, 그들은 개들의 그 간절한 요구를 들어주지 않았다. 거의 무시 수준이었다.


동방진은 그 광경을 보고,

“개들한테 저렇게 무심하게 행동하는 거, 쉽지 않을 텐데 왜 저러지?”


“일하는 데 방해되어서 그러나?”

라고 중얼거렸다.


그때, 짐을 나르던 엘프 여성들이 개들을 향해 큰소리로 뭐라고 한다.


“다들 저리 가, 너희들 도와주고 심부름 값 달라고 할거잖아.”


그렇다. 이 귀염둥이 웰시코기들은 그냥 개들이 아니다. 이들은 세계수 중앙은행 소속의 어엿한 직원들이다. 강 실장과 엘프녀들이 아랫마을의 골렘비전에 속한 정직원인 것처럼, 개들도 이 세계수 세상 속 경제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직장인이다.


골렘비전 직원들이 단호하게 대처하자, 실망한 웰시코기들은 토실토실한 엉덩이를 씰룩거리며 세계수 바로 아래에 있는 중앙은행으로 달려갔다.


그 귀여운 모습에 자기도 모르게 따라간 동방진은 얼떨결에 중앙은행 안으로 들어갔다.


****


은행 안은 상당히 넓었다. 그리고 특이한 것은 커다란 은행 데스크가 하나가 반원 모양으로 있었고 바로 뒤에 육중한 금고가 있는데, 금고 문이 쇳덩어리가 아니라 나무였다. 아마도 세계수 줄기와 연결된 것 같다.


그 은행 데스크를 안경을 쓴 노견이 지키고 있었다. 그 모습이 너무 귀여워 동방진은 그 나이 든 웰시코기에게 다가가 말을 걸었다.


“어머, 너 너무 귀엽다. 여기는 은행이야?”


“직원들은 어디 점심 먹으러 갔니?”


동방진은 자기를 쳐다보는 늙은 개와 두 눈이 마주쳤다.


“여기는 누가 관리해? 인간? 엘프? 아니면 혹시 드워프?”


“하하하, 나 뭐라니. 개한테 물어보고 있어. 하하하.”


자기도 말하면서 웃긴 지, 결국 웃음보가 터져 로비에서 신나게 웃고 있던 동방진의 이마에 뭔가 금빛 물체가 날라와 맞췄다.


피용- 퍽!

땡그랑-


“아야! 아파.”


“누구야? 누가 던졌어?”


“개가 던졌을 리는 없고.”


은행 안을 빙 둘러보며 자기 이마를 때린 금화 1닢을 바닥에서 주워 든 동방진은 금화에 새겨진 세계수의 각인을 확인하였다.


“어라, 같은 금화네.”


“근데 이 귀한 걸 누가 던진 거야?”


이정도 금화면 한국에서 300~400만 원 정도 할 게 분명할 거라고 본 동방진은 허공에 대고 말한다.


“이왕 던지실 거면, 여기 제 배낭 안에 가득 채울 정도로 던져주세요.”


등에 메고 있던 배낭을 풀어 안에 물건들이 훤히 보이도록 입구를 활짝 열어젖힌 그였다.


피용- 턱-

정확히 금화 1닢이 날아와 배낭 안으로 쏙 들어갔다. 그와 동시에 금화가 날아온 방향을 쳐다본 동방진은 데스크에 앉아있는 안경 쓴 노견과 또다시 두 눈이 마주쳤다.


그리고 그를 향해, 허연 털이 가득한 주둥이를 움직여 말하는 노견이었다.


“그만, 꺼져라. 인간.”


두둥 탁-

머릿속 뇌를 강타당한 느낌이 들며 어지러움까지 느낀 동방진은 겨우 정신 줄을 잡고 말한다.


“개가 말을 하네.”


“그만 꺼지라고 했다. 인간.”


안경 쓴 노견의 이름은 케이나인 로센(Canine Rossen)으로 이곳 세계수 중앙은행의 은행장이다. 그 사실을 모르는 동방진은 계속해서 그를 개 취급하였다.


“네 이놈의 개야! 귀신이 들렸구나!”


“엉? 뭔 개소리인지. 내가 분명 꺼지라고 했다.”


“천지신명이시여, 불쌍한 늙은 개 몸속에서 악귀를 쫓아내겠나이다.”


그리고는 배낭에서 부적과 신칼을 꺼내든 동방진이었다.


그 모습을 보고 있는 케이나인이 한마디 한다.


“저 인간 못 보던 인간인데, 10년 전 각 세계에 설치된 차원문은 더 이상 작동되지 않아서 넘어올 존재들이 없는데 어떻게 온 거지. 그리고 오려면 좀 더 제대로 된 전사를 보내야지. 어휴~ 쯧쯧.”


늙은 개가 말하면서 혀까지 차자, 그걸 들은 동방진은 하던 걸 멈추고 조심스레 물어본다.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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