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수의 검은사탑과 작두대검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새글

아이맥쓴
작품등록일 :
2024.09.01 14:58
최근연재일 :
2024.09.18 17:00
연재수 :
14 회
조회수 :
97
추천수 :
0
글자수 :
75,623

작성
24.09.01 17:00
조회
27
추천
0
글자
12쪽

세검작1

DUMMY

1화


사탑(斜塔)이란, 한쪽으로 비스듬히 기울어진 탑이다. 그 유명한 ‘피사의 사탑’처럼 말이다. 하지만 지금 누군가 오르고 있는 이 사탑은 불경(不敬)하게도 세계수를 휘감고 올라가는 사탑(巳塔)이다.


그것도 탑 전체가 새까만, 검은 사탑이다.


전체적으로 어두운 실내, 하지만 간간이 높은 위치의 커다란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빛과 벽과 기둥에 걸린 횃불로 인해, 야맹증(夜盲症)만 없다면 그럭저럭 맨눈으로도 다 보였다.


온통 검은 벽돌로 지어진 사탑(巳塔), 그 내부 크기는 돔 야구경기장 정도로 상당히 넓다. 그리고 그 한가운데 남자 둘이 대치하고 있는데 한 단발머리의 여성이 무거워 보이는 짐가방을 짊어진 채 금발의 남성 곁에 서 있었다.


2대1의 대치 상황, 그중 1인 붉은 머리 장발의 남성이 말한다.


“왜 자꾸 둘이 날 따라오면서 발목을 잡을까? 난 혼자 이 검은 뱀 탑의 머리까지 단숨에 올라가고 싶은데 말이야.”


그렇게 말한 붉은 장발의 남자는 사람 뼈처럼 하얀 창을 한 손에 쥐고 있었다. 그런데 그 흰 창에서 흘러나오는 붉은 오러는 섬뜩할 정도로 강렬한 에너지를 발산하고 있었다.


금발의 남성 옆에 있는 흑단발의 여성은 그런 무시무시한 기운을 내뿜고 있는 붉은 장발의 남자를 기죽지 않고 죽일 듯이 노려보며 말한다.


“내 어머니를 죽인 자를 쫓는 게 당연한 거 아냐. 내 손으로 네 목을 칠 때까지 쫓아다닐 거다!”


그녀의 말에 가소롭다는 듯 웃는 붉은 장발의 남성.


“하하하, 네 어미의 원수를 갚고 싶으면 혼자 쫓아올 것이지. 저 고집불통 대마왕인 포우랑 왜 같이 다니는 거지?”


“흥, 파티원이 대장하고 같이 다는 게 당연한 거지. 네가 상관할 바 아니다.”


처음보다는 약간 목소리 톤이 다운된 흑단발에 오드아이(odd eye)인 여성이었다.


“대장? 그래 포우는 원래 대장이 맞지. 탐험대의 대장이었으니까. 근데 그 수만 명의 탐험대원은 어디에 가고 저런 반마신(半魔神)의 여식(女息)과 같이 다니고 있을까나~~.”


뭔가 알고 있는 듯 얄밉게 말한 붉은 장발.


“닥쳐라!”


둘의 대화를 듣고만 있던 포우라는 금발의 남자가 자기 얘기를 언급하자, 참지 못하고 소리쳤다.


“네 놈 아카로(AKA-ROH)! 내 고향 세계를 파괴한 자에게 천벌을 내릴 사람은 오직 나뿐이다!”


“네 고향? 아~ 그 끔찍한 탑들을 무슨 유적지처럼 관리한 어리석은 종족들이 모여 살던 곳 말인가? 그곳을 내가 파괴했다고··· 그럴 리가. 그럼 자네가 들고 있는 그 대검은 도대체 뭐지?”


능청스러운 태도의 아카로(AKA-ROH)가 말한 포우가 들고 있는 칼은 대검으로 검신(檢身)에 해석 불가능한 문자들이 적혀있었다. 그리고 아카로의 흰 창과 마찬가지로 포우의 대검에서는 황금빛 오러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


아카로의 물음에 포우는 즉답을 못 했다.


그러자 아카로가,


“그 대검, 먼저 발견한 나도 뽑지 못했어. 황제인 나조차 말이야. 그 칼 안에 있는 그 무언가는 나도 아니고 너도 아닌 누군가를 위해 남겨진 거야.”


“포우, 지금까지 날 쫓아다닌 정이 있어서 충고해주는 거야. 그 칼 버려. 탑 밖으로 던져버리던가, 아니면 세계수에 꽂아놔. 그러면 진짜 주인이 찾아갈 거야.”


“그 칼은 그런 물건이야.”

라고 말하였다.


그의 말에 포우는 잠시 고민하는 얼굴빛을 하자, 옆에 있던 흑단발의 여성이 그의 허리를 안고서 그의 귀에 대고 속삭인다.


“대장, 저자의 말을 듣지 말아요. 우리의 원수일 뿐이에요. 제 어머니도 당신의 세계도 저 붉은 머리 놈한테 당했어요.”


귀가 밝은 아카로가 그 소리를 듣고 말한다.


“반마신의 여식이여.”


“말이 나와서 말인데, 네 어미는 널 잡아먹으려 했어. 네 아비도 진작에 먹혔고 거기에 살아 숨 쉬는 모든 것을 잡아먹었다고.”


“심지어 비몽사몽(非夢似夢)인 날 먼저 공격했어. 그래서 난 정당방위를 한 것뿐이야. 그 덕분에 너도 산 거고.”


그의 말에 발끈한 흑단발,

“닥쳐! 다 거짓말이야!”


그녀의 반응에 아카로는 고개를 저으며,

“맙소사, 더 이상 너의 망상에 그 불쌍한 남자를 끌어들이지 마.”


“어이 꼬마 아가씨, 내가 겪어봐서 아는데 그러다 네가 좋아하는 그 남자 죽어.”


“그때 가서 그의 차갑게 식은 몸을 부둥켜안고 울어봤자, 그는 돌아오지 않아.”

라고 충고해주었다.


흑단발의 여성은 그를 째려보며 말한다.


“꼬마 아가씨라고 하지 마.”


“네가 꼬마라고 부른 아이의 하나뿐인 엄마를 죽인 게 바로 너잖아!”


둘의 대화를 미루어 볼 때, 흑단발의 여성은 금발의 사내보다 붉은 장발의 사내를 먼저 만났던 것 같다. 그것도 그녀가 어릴 때 말이다.


그렇게 말한 그녀를 잠시 떼어놓는 포우,

그는 대검을 들고 자세를 취하며 말한다.


“아카로, 우리가 언제 만나서 수다나 떠는 사이가 됐지. 어차피 네가 우리의 원수인 건 변하지 않아. 첫수는 내가 갈까, 아니면 네가 올래?”


그의 대검에 서린 황금빛 오러가 정갈하게 갈무리되는 것을 보고, 상대가 진심임을 파악한 아카로도 붉은 오러가 서린 창을 들고 자세를 취한다.


흑단발의 여성은 그런 그들과 약간 거리를 두었다.


아카로가 마지막으로 한마디 한다.


“어리석은 친구여, 우리를 이런 운명에 처하게 만든 존재가 있어. 느껴지지 않는가? 이 거대한 검은 사탑은 그의 표상(表象)이야. 분명 꼭대기 층에 그가 누군지 알 수 있는 단서가 있을 것이고, 바로 그가 우리의 진정한 적이야.”


언뜻 이해하기는 어렵지만, 말하는 그의 목소리에는 진실함이 묻어났다. 하지만 그의 바람과는 다르게 포우의 생각은 달라지지 않았다.


“아카로, 널 죽이고 네가 말하는 그 진짜 적이라는 녀석을 내가 없앨 테니까. 걱정하지 말고 죽어줘.”


“포우, 이 바보. 지금, 이 순간에도 홍사안족들이 온 세계를 뒤덮고 있을 텐데······.”


아카로는 말을 다 하지 못했다. 이미 포우가 빠른 속도로 돌진해왔기 때문이다.


쐐애앵-챙!

포우의 대검과 아카로의 창이 공기를 가르며 서로 부딪쳤다.


콰앙-

단지 두 병장기의 날이 부딪친 것뿐인데, 빛이 번쩍였고 엄청난 굉음과 함께 충격파가 발생해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그 빛 때문에 보이지 않았던 그들 주변에 있는 괴물들의 사체가 보였다.


그리고 그 충격파가 괴물들의 사체를 때리자, 엄청난 피와 살점들이 흩뿌려졌다. 처음부터 끝까지 그들의 싸움을 지켜보던 누군가에게 말이다.


****


“우악! 뭐야! 피야 피!”


너무나 리얼한 꿈에 소리를 지르며 깨어나는 동방진이었다.


“와~ 꿈이지만, 싸움 한번 살벌하게 하네.”


그렇게 말한 그의 눈은 이미 다크서클이 짙게 새겨져 있었다. 그를 판다로 만든 이 살벌한 꿈 때문에, 그는 벌써 한 달 넘게 불면증에 시달리고 있다.


스마트폰 시계를 확인한 그는 기운이 쫙 빠졌다.


밤 12시 10분, 정확히 10분만 잔 거다.


“맙소사, 또 10분이야. 이 빌어먹을 개꿈.”


“나, 이러다 잠 못 자서 죽는 거 아니야?”


몇 해 전부터 발생한 특정 질병으로 인한 팬데믹 시대 때, 운 나쁘게도 그의 어머니도 그 병에 걸려 장기간 병원에 입원하셨는데, 그때는 이 개꿈으로 인한 불면증으로 병간호에 도움이 되어 전화위복(轉禍爲福)이라고 생각하였다.


하지만 어머니께서 결국 한 달 전에 하늘나라로 가신 후에도, 계속 같은 꿈이 동방진을 괴롭히고 있어 그는 너무나 괴로운 상태이다. 출생 미등록자인 그는 처방전을 받을 수 없어 약국에서 수면유도제를 복용했는데도 전혀 효과가 없었다.


그의 불면증은 그렇다 치더라도 문제는 지금도 이해되지 않는 부분인 게 어머니 사망원인에 대한 질병과의 인과성을 인정받지 못해, 입원비와 치료비가 억대가 나왔다.


거기다 개인 보험도 들지 않은 상태라, 동방진과 그의 어머니 동방미가 평생 무속인으로 모은 돈을 다 사용하고도 모자라 빚까지 지고 말았다.


‘엄마나 나나, 점보는 사람이지만 팬데믹이 올지 어떻게 알겠냐고.’


‘언제는 건강보험으로 다 해준다고 해놓고는 거짓말쟁이들······.’


사실 그 질병의 원인과 치료 방법도 명확지 않아, 지푸라기 잡는 심정으로 이것저것 신약이라는 신약은 다 써본 게 컸다.


이미 지나간 일, 속으로나마 푸념한 동방진이었다.


하지만, 억대로 병원비가 든 만큼 어머니 얼굴을 그만큼 오래 볼 수 있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후회나 미련은 없었다. 그렇게 동방진은 결국 마지막 남은 재산인 이 신당(神堂)을 처분하여 빚을 모두 청산하였다.


왜냐하면 빚 대부분이 어머니께서 지인들에게 부탁해 빌린 돈이라 법적으로는 그가 갚을 필요가 없지만, 어려울 때 흔쾌히 돈을 빌려주신 그분들에게 도의상 갚아야 두 발 뻗고 잘 수 있으니까.


이제 자정이 넘었으니, 아침에는 신당을 새 주인에게 비워줘야 한다.


그런 그가 집도 없어 결국 여기서 잔 것인데, 그놈의 개꿈은 끝까지 동방진이 편하게 잠자는 것조차 허락하지 않았다.


퀭한 눈으로 천장을 바라보며 누운 동방진, 역시나 이상하게도 한 번 깬 잠은 그다음 자정이 되지 않으면 졸음조차 오지 않고 정신이 말똥말똥하였다.


“아무리 그래도, 잠은 재우고 데리고 가던가. 저승사자 아저씨 너무하네.”


그렇게 말하고는 그는 평소 버릇대로 그의 왼손 약지에 끼워져 있는 호박 가락지를 만지작거렸다. 그의 호박 가락지는 투명한 연갈색에 안에는 작은 꽃 몇 송이가 그대로 들어가 있어 특이했다.


꽃들이 마치 줄어들어서 들어간 것처럼, 호박 가락지 안에 들어갈 만큼 작지만, 확실히 꽃이었다.


결혼도 안 한 그가 낀 호박 가락지는 바로 가보(家寶)이자 신물(神物)이다. 그의 어머니가 동방진이 어릴 적에 밖에서 놀다가 손가락 인대를 다쳐 퉁퉁 부어오자 그 가락지를 끼워주셨다.


거짓말처럼 아픔도 붓기도 한 번에 사라지게 해서, 어릴 적 그는 이 꽃 가락지를 ‘마법 가락지’라고 불렀었다. 지금의 그에게는 어머니의 유품이 되었지만 말이다.


****


무의식적으로 가락지를 만지작거린 동방진이 화들짝 놀라 바로 손을 뗐다.


“아, 내 정신 좀 봐. 괜히 만졌네.”


[뭘 괜히 만져?]


역시나 들리는 여성의 목소리, 그녀다.


동방진의 호박 가락지에 사는 그녀는 그가 가락지를 문지르면 램프의 요정처럼 나온다. 다행히 목소리만 나오는데 팬데믹 전에는 최고의 파트너로 그가 작두 도령으로 활동할 때 많은 덕을 보았었다.


하지만, 팬데믹으로 인한 손님 급감과 동방진 본인도 병원에서 거의 의식주를 해결했기에 그녀를 부를 일이 한동안 없었다.


“하필, 밥 사 먹을 돈도 없는데··· 나도 모르게 만졌어.”


[어이, 동방진 이 누님 배고프시다]

[어여, 점을 보거라]


“무슨 신령이 배가 고파, 나 돈 없어.”


“지금 한밤중이야. 그리고 손님이 있어야, 점을 보지.”


[단 음식을 먹어본 지 오래되었구나]

[편의점에 가서 밤양갱 하나라도 사 오너라]


“말 두 번 하게 할래. 빚 갚느라 이 신당도 팔았는데 그럴 돈 없어.”


그러자, 이어지는 그녀의 속삭임.


[그러게 진즉에 내 말 듣고 한탕 크게 하자니깐]

[하여간 어미나 아들내미나 고집은 오지게 세다 세]


동방진은 그녀의 선 넘는 발언에 결국 이성의 끈을 놓고 말았다.


※이 작품에서 등장한 모든 이름, 인물, 사건들은 허구입니다. 실존하는 인물, 장소, 건물, 제품과는 일절 관련이 없습니다.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 신명나게 써보겠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세계수의 검은사탑과 작두대검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세검작>은 월, 화, 수 주 3일 오후 5시 연재입니다. 24.09.01 7 0 -
14 세검작14 NEW 7시간 전 2 0 11쪽
13 세검작13 24.09.17 1 0 11쪽
12 세검작12 24.09.16 3 0 11쪽
11 세검작11 24.09.13 4 0 11쪽
10 세검작10 24.09.12 5 0 11쪽
9 세검작9 24.09.11 5 0 12쪽
8 세검작8 24.09.10 5 0 12쪽
7 세검작7 24.09.09 5 0 11쪽
6 세검작6 24.09.06 7 0 16쪽
5 세검작5 24.09.05 8 0 12쪽
4 세검작4 24.09.04 7 0 12쪽
3 세검작3 24.09.03 7 0 12쪽
2 세검작2 24.09.02 10 0 12쪽
» 세검작1 24.09.01 28 0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