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수의 검은사탑과 작두대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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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맥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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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01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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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8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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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8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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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검작14

DUMMY

14화


동방진과 맥스가 광장에 가까이 가자, 남녀노소 할 거 없이 꽤 많은 사람이 모여서 어떤 중년남성의 말을 경청하고 있었다.


“지금 흉흉한 소문이 돌고 있습니다. 이마에 역십자가를 붙인 무리가 자기들 멋대로 사람들에게 끔찍한 이단심문을 하며 돌아다닌다는 소문이 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건 전부 헛소문입니다. 그러니 마을 분들은 다들 집에 돌아가 푹 쉬시면 됩니다. 전부 애들이나 떠돌이 집시(Gypsy)들의 음모론일 뿐입니다.”


그렇게 중년남성이 말하자 사람들은 다소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각자 집으로 돌아간다.


집으로 돌아가는 사람 중에 엄마와 아이가 이야기를 나눈다.


“엄마, 저 아저씨 누구야?”


“응? 글쎄 누구지, 나도 오늘 처음 보는구나.”


그러자 아이는,

“모르는 사람 말을 듣고 왜 다들 그냥 가?”


엄마는 귀찮은 듯,

“뭐, 마을 사람 중에 아는 사람이 있겠지. 안 그럼 어떻게 저기서 저리 당당히 말하겠어. 우리는 그저 다른 사람들 하는 거 보고 따라서 하면 돼.”


“알았어.”

아이는 더 이상 묻지 않고 그저 엄마 손을 꼭 잡고 집으로 돌아갔다.


그렇게 광장에 남은 사람은 그 중년남성과 동방진 일행뿐이었다.


중년남성이 동방진을 보고는,

“당신 누구야, 누구길래 그리 큰 칼을 차고 다니는 거야?”


“나? 당신이 알아서 뭐 하게.”


동방진의 대답에 중년남성은 인상을 찌푸리며 언성을 높였다.


“눈앞에 수상한 놈이 있으니까, 물어보지!”


“나도 마찬가지야.”


진짜 한마디도 안 지는 동방진이었다.


그때, 그 둘을 지켜보던 맥스가 갑자기 뒤돌아 뛴다.


도도도도-

맥스의 발소리에 중년남성이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으며 말한다.


“어디서 작은 발소리가 났는데.”


그렇다. 다른 층의 괴물들과 마찬가지로 검은 사탑 내 존재들은 세계수의 축복을 받은 웰시코기들을 보지 못한다. 한마디로 그들에는 투명 개다.


맥스가 자리를 떠나자, 그 뒤를 쫓아가는 동방진이었다. 그리고 중년남성은 뒤돌아가는 동방진의 뒷모습을 보면서 혼잣말하였다.


“후후, 어차피 오늘 밤 다들 우리의 심판을 받을 놈들이다.”


그리고서는 주머니에서 역십자가를 꺼내 자기 이마에 붙이는 중년남성, 그의 이마에 붙은 역십자가에 핏방울이 맺혔다.


****


어느 주인 없는 이층집의 다락방.


동방진과 맥스가 밖을 훤히 볼 수 있는 둥근 창가에 달라붙어 바깥을 유심히 보고 있었다. 맥스가 짧은 다리로 서서 풍성한 긴 꼬리를 살랑살랑 흔드는 게 너무 귀엽다.


“맥스, 아까 왜 말없이 뛴 거야?”


“우리 웰시코기들은 세계수의 축복을 받아 검은 사탑에 있는 존재들에게 보이지는 않지만, 소리나 냄새는 그들도 맡을 수 있어.”


“아, 그런 거야.”


“다른 괴물들보다, 저런 인간들이 더 위험하다고.”


맥스의 말에 동방진은 고개를 살짝 갸웃하였다.


“그런가.”


어찌 됐든 그는 지금 몹시 배가 고프다.


‘훤화 아씨야 아까 단지우유에 만족한 거 같은데, 지금은 저 달을 보니 오랜만에 야식이 엄청나게 당기는데.’


“맥스, 너 배 안 고파? 우리 밥 좀 시켜 먹자.”


다락방 바닥을 소리 안 나게 살포시 걷는 맥스가 동방진의 말에 웬일로 동의한다.


“솔직히 나도 배고파, 아까 단지우유로는 배가 안 차지.”


그러고는 품속에서 태블릿 스틱을 꺼내 펼친다.


“어디 보자. 세트 메뉴 있는데 그거 먹을래?”


“세트 메뉴? 어떤 거 있는데?”


“음, 한식, 중식, 양식이랑 엘프식이 있는데 난 개인적으로 이 시간대에는 중식이 낫더라.”


“그래, 난 족발 아니면 보쌈 먹고 싶은데. 맥스 그런데 사람들 먹는 거 먹어도 돼?”


동방진이 한국에 있을 때 방송에서 본 기억으로는 개들이 잡식성이긴 하나, 저염식에 고단백 식단으로 먹어야 한다고 들었기 때문이다.


“당연히 먹으면 안 되지. 먹어선 안 되는 음식들이 많다고, 하지만 골렘비전에서 만든 개전용 만능소화 포션이 있으면 인간들과 겸상 가능하다고 멍멍.”


야식 생각에 기분이 좋아진 맥스가 오랜만에 짖으며 태블릿에 있는 배달 앱으로 신나게 음식을 주문하였다.


“음식값 금화 10닢에 배달료 1닢이야. 배달료는 현장 지급인데 우선 내가 낼 게 나중에 내가 네 계좌에서 당겨오면 되니까. 오케이?”


“오케이.”


‘금화 10개면 3,000만 원이야. 우와~ 야식 한 끼에 삼천을 태워. 진짜 여기 물가 살벌하다. 살벌해.’


30분 후, 동방진과 맥스 그리고 배달 기사인 웰시코기 한 마리가 같이 다락방에서 창문에 들어오는 달빛에 의지해 야식을 먹고 있었다.


우물우물-

어푸어푸-

다락방 안에는 음식 냄새랑 흡입하는 소리만 가득했다.


“야, 맥스. 골렘비전에서 음식 장사까지 해?”


동방진이 달콤한 소스가 듬뿍 발라진 탕수육 한 개를 젓가락으로 집어 먹으며 물어본다.


맥스가 입에 묻은 짜장 소스를 고급 냅킨으로 닦으며 대답한다.


“골렘비전이 세계수 나뭇가지 아래 세상의 모든 산업과 사업을 독점하고 있어. 근데 그게 좋아. 필요한 거 있으면 웬만한 거는 다 만들어주니까.”


“아, 독점이야. 이야~ 이세옥 사장 장난 아니네.”


맥스도 탕수육 하나를 집어먹으며 말한다.


“이세옥 사장이 엘프족 사누시 제사장님이랑 서로 잘 통하기도 하고, 10년 전에 같은 인간들 배신하고 봉기했을 때도 보호하고 거둬준 분이 제사장님이거든.”


“진짜로? 그건 몰랐네. 그런데 그건 그거고 음식값과 배달료 합쳐서 11골드인데, 왜 너희 두 녀석의 만능소화 포션 값을 내가 내야 하냐?”


실제로 11골드에 포션 두 개 값 20골드까지 합해서 31골드를 동방진의 계좌에서 지급하였다.


“31골드면 거의 1억 원이야. 지금 야식 하나에 1억을 태웠어.”


“그럼, 내가 굶을까. 그리고 배달온 애가 바빠서 밥을 굶게 생겼는데 그냥 보내. 사람이 그러는 거 아냐.”


맥스의 말에 기가 막혀 말이 안 나오는 동방진, 그렇다고 밥 먹을 땐 개도 안 건드린다는데 괜히 말 더했다가는, 밥 사주고도 욕먹을 같아 그도 조용히 밥을 마저 먹었다.


****


다락방 안을 비추는 달빛에 빈 접시들이 설거지한 그거처럼 아주 반들반들 깨끗했다. 진짜 소스 한 방울도 안 보인다.


두 웰시코기가 혓바닥으로 싹싹 핥아 먹었으니 당연한 거다.


얘네들 생각보다 대식가다.


달그락- 달그락-

동방진이 빈 접시들을 배달온 웰시코기의 운반용 조끼에 달린 가방에 잘 넣어주었다.


“뭐, 흘릴 것도 없다. 맥스 그런데 세계수의 축복 때문에 너희들 몸이 안 보이는 건 알겠어. 이런 가방 같은 건 보이지 않아?”


얼마나 먹어댔는지 이쑤시개로 이를 쑤시며, 다락방 바닥에 누워 볼록해진 배를 어루만지고 있는 맥스가 태평스럽게 말한다.


“아이고, 걱정도 팔자다. 우리가 옮기는 짐들도 검은 사탑 내 존재들에겐 안 보여. 너야, 세계수 님이 부른 전사니까 보이는 거니까. 그런 생각이 들 수 있어.”


배불러서 귀찮았는지 대충 말하고는 벌러덩 누워서 자는 맥스였다.


동방진은 사람들 눈을 피해 배달온 웰시코기를 집 밖까지 조용히 옮기고는 마을을 둘러싼 저 어두운 안개 너머로 사라지는 것까지 확인하였다.


다시 다락방으로 돌아온 동방진은 문단속하고서, 맥스 곁에 누워 잠을 청했다.


얼마나 잤을까.


쿵쿵-

“안에 누구 있어?”


낯선 누군가가 소리치며 거칠게 문을 두들겼다.


마주 보고 자고 있던 동방진과 맥스는 잠에서 깨어, 둘 다 토끼 눈이 되어 서로를 바라보았다.


텁- 텁-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서로의 입을 손과 앞발로 막은 둘은 쥐 죽은 듯 아무 소리도 내지 않았다.


“아무도 없나 보네, 빨리 다음 집으로 가자.”


우르르-

낯선 이들이 집을 떠나자, 동방진은 자기 입을 막고 있는 맥스의 앞발을 조심스레 치웠다.


“후~, 다행히 등신짓은 안 했네.”


“난 네가 눈치 없이 대답할 줄 알았지.”


맥스의 말에 발끈하는 동방진.

“내가 미쳤냐. 지금 우리 둘 말고는 다 적이지. 난 네가 또 꼴에 웰시코기라고 모르는 사람이 부르는데 문 열어주고 같이 차 마시자고 할 줄 알았다.”


그 말에 긁힌 맥스.

“그게 말이야, 방귀야. 천하에 어떤 웰시코기가 남의 집 개처럼 굴어.”


“야, 너 나중에 내 스마트폰 충전하면 요튜브로 보여줄게.”


그렇게 서로 노려보면서 주거니 받거니 하다가, 바깥에서 나는 소음에 둘은 창가에 붙어 바깥 상황을 살폈다.


****


길거리에는 집에서 붙잡힌 사람들이 밧줄에 묶여 광장으로 끌려가고 있었다. 광장 쪽은 횃불을 많이 놨는지, 환한 빛이 밤하늘을 밀어내고 있었다.


“맥스, 저 사람들 왜 끌려가는 거야? 그 태블릿으로 확인 못해?”


“잠깐만.”


맥스는 태블릿 스틱을 꺼내 펼쳤다.

“여기가 13층이거든, 어디 보자. ‘이단자들의 카니발 나이트’라고만 나오는데 다른 정보는 없어.”


“그럼 출구는?”


“지도에 출구도 안 떠.”


“그럼 뭐지. 우리 어떻게 나가?”


“아무래도 뭔가 이벤트가 발생해야 하는 것 같은데.”


“이벤트? 아니 무슨 게임 속 세상도 아니고 이벤트라.”


시간이 조금 지나자, 길거리에는 개미 새끼 한 마리보이지 않았다.


“맥스, 출구표시 아직 안 떴지?”


“어.”


“이거 내가 광장 쪽으로 가봐야 할 것 같은데.”


작두도령으로서 촉이 온 동방진이 다락방에 있는 검은 모포를 로브처럼 뒤집어쓰고 밖으로 나가자, 그 뒤를 조용히 따라가는 맥스였다.


광장에 도착하니, 낯선 사람들이 마을 사람들을 포박해 붙잡고 있었다. 그리고 전에 앞에 나와 사람들을 안심시키던 그 중년남성이 또 앞에 나와 말을 하고 있는데 그의 이마 정중앙에는 역십자가가 빛나고 있었다.


그 중년남성이 처음보다 흥분된 목소리로 일장 연설하고 있었다.


“원죄를 지은 죄인들아, 지금이라도 우리의 염소 님에게 머리를 조아리고 어리석음을 뉘우쳐라! 그렇지 않으면.”


메에에-

진짜 숫염소 한 마리가 떡하니 광장 중앙 높은 곳에 있었다.


말하다가 다짜고짜 그 중년남성이 앞에 묶인 젊은 남성의 귀를 물어뜯어 먹는 것이었다.


“끄악!”


우물우물-

귀를 물어뜯긴 남자가 고통에 몸부림치며 비명을 질렀다. 하지만 태연하게 자기가 물어뜯은 귀를 다 먹은 중년남성은 씩 웃으며 말한다.


“이 마을은 죄가 커, 구원받기 힘들어 보입니다.”


“염소 님, 제가 어찌해야 할까요?”


염소를 향해 머리를 조아리며 묻는 중년남성이었다. 그러자 말을 알아들었는지 우는 염소였다.


메에에에-


“알겠습니다. 충실한 신도들이여, 이 발칙하고 문란한 죄인들에게 뜨거운 역십자가를 내리거라!”


그러자, 신도들이라는 낯선 이들이 화톳불 안에 역십자가를 던져 뜨겁게 달구기 시작하였다. 문제는 저 역십자가들은 전부 뾰족한 징이 박혀 있었다.


그 광경을 맨 뒤에서 검은 모포를 로브처럼 뒤집어쓴 동방진이 다 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가 곁에 있는 맥스에게 말한다.


“저 염소 악귀 들렸어.”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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