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수의 검은사탑과 작두대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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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01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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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3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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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검작3

DUMMY

3화


그의 발아래에 구름이 둥실둥실 떠다니고 있었다.


휘이잉-

눈을 뜨기도 버거울 정도로 바람이 그의 온몸을 때렸다.


‘어라, 나 키가 크는 나이는 지났는데 왜 떨어지고 있지? 꿈인가?’


[꿈은 개뿔!]

[동방진 정신 차려!]

[옥떨메 되고 싶어!]


‘옥떨메, 맙소사 언제 적 개그야.’

‘내가 꽃미남은 아니지만, 메주도 아니다.’


동방진이 머릿속에서만 답을 하자,


[안 되겠어. 얘가 정신을 못 차리네]


화아악-

동방진의 왼손 약지에 있는 호박 가락지에서 빛이 나더니, 왼손이 제멋대로 어떤 벽 같은 것에 다급히 손을 댔다.


콰지직- 콰지직-

왼손과 벽 사이의 마찰로 호박색 빛이 마구 튀며, 아래로 떨어지던 동방진의 몸이 멈췄다.


그제야 정신이 든 동방진이 눈을 떴다.

“우악! 여기 어디야!”


[어디긴 세계수가 있는 세상이지]


훤화 아씨의 따끔한 말 한마디에 정신을 차린 동방진은 자기 발아래와 주변 풍경을 황급히 둘러보았다.


“훤화 아씨, 나 지금 공중에 매달린 거야?”


[지금 공중이긴 한데]

[나도 급해서 이 나무줄기를 잡았네]


“나무줄기?”


그녀의 말에 나무줄기에 붙어 있는 자기 왼손을 바라보며 동방진이 말한다.


“나무줄기가 아니라 벽, 아니면 기둥 같은데.”


그의 말이 한편으로는 맞는 게 그가 붙어 있는 부분은 엄밀히 말하자면 세계수의 원줄기다. 그 줄기의 굵기가 너무 굵어서 벽으로 착각할 정도다.


[줄기 맞거든]

[그리고 말조심해, 지금 우리 세계수에 붙어 있는 거야]

[세계수는 우주 그 자체야]

[우주의 유일한 표상(表象)이라고 할 수 있어]


“우주의 뭐?”

“그거 알아, 훤화 아씨는 간혹 뜻 모를 말을 해.”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

[밑으로 안전하게 내려가는 게 문제야]


몸의 주인인 동방진보다 그의 몸을 더 생각하는 그녀였다.


“웬일이야, 내 몸 걱정도 해주고.”


[반지 걸이가 부서지면 또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만큼 어려우니까]


“그럼 그렇지, 날 자기 옷걸이쯤으로 생각하는 천하의 훤화 아씨가 걱정하는 이유가 뭐 있겠어. 그래도 구관이 명관이라고 나만큼 좋은 반지 걸이 찾기 어려울걸.”


어릴 적 호박 가락지를 낀 순간부터 그녀에게 내리사랑을 가장한 갈굼, 비슷한 것을 수도 없이 당한 그라 반지 걸이 취급당해도 능청맞게 받아내는 동방진이었다.


다행히 그는 고소 공포증은 없어서 위아래로 한번 쳐다보고 말한다.


“아씨 말대로 지금 내가 세계수라는 나무에 붙어 있다면, 나뭇가지가 없는 나무도 있나?”


“잔가지들은 간혹 보이는데, 저 위를 봐봐. 위에만 지금 굵은 가지들이 뻗어 보이지만, 내 발아래는 나뭇가지들이 안 보여.”


“무슨 검은 구조물 같은 게 보이는데······.”


그의 말이 맞는지 훤화 아씨가 아까보다는 차분한 목소리로 그의 말에 동의하였다.


[그러게, 나도 처음 보긴 하지만]

[좀 더 풍성한 모습을 예상했는데······]


어느 정도 정신을 차린 동방진이 자기 시야가 넓어지자 외쳤다.


“저거야! 나도 처음에 긴가민가했는데 내 꿈에 나오는 검은 탑!”


“저 검은 탑이 뱀처럼 세계수를 휘감고 올라가면서, 나뭇가지들을 잘라 먹은 것 같은데.”


****


동방진의 그럴싸한 추론을 훤화 아씨는 얼토당토않게 여겼다.


[말이 되는 소리를 해]

[어떻게 돌탑이 살아있는 생물도 아니고]


“아니야, 분명 꿈속에서 붉은 머리 사내가 그랬다고 ‘이 검은 뱀 탑의 머리까지 단숨에 올라가고 싶은데.’라고 말이야.”


[개꿈으로 기억 왜곡하지 말고]


“아닌데, 맞는데······.”


그도 그럴 것이 엄청난 굵기의 세계수의 줄기만큼은 아니지만, 지금 줄기를 휘감고 있는 검은 돌탑도 상당한 굵기를 자랑하고 있어 불가능한 얘기가 아니다. 또한 그 돌탑은 세계수를 부러뜨리고 싶은 것인지, 나무줄기 안쪽으로 상당 부분 파고 들어가 있었다.


“그리고······.”

동방진이 말하다 말고 고개를 떨궜다.


[아차! 산소부족이다]


훤화 아씨는 신령인 자기만 생각하고 있어서 동방진의 몸 상태 체크를 하지 못했다.


동방진이 고개를 숙인 채 작은 목소리로 말한다.

“아씨, 나 추워”


훤화 아씨는 아직 정신을 잃지 않은 그를 충격요법으로 깨우기로 하였다.


그녀가 깃들어 있는 호박 가락지에서 작은 호박빛 스파크가 발생하며 그의 몸을 깨웠다.


파지직-

“아씨, 아파~.”


가락지에서 나온 충격 때문에 욕인지 호칭인지 애매모호한 뉘앙스의 말을 내뱉은 동방진에게 명령하는 그녀다.


[지금 발밑에 돌탑 보이지]

[우리 저기 탑으로 떨어질 거야]

[그리고 바로 왼손을 갖다 대]

[알았지!]


“알았어.”


[그럼 간다]

[셋, 둘, 하나!]


“어어, 잠깐 너무 높아!”


휘이익-

다급히 외쳐보는 동방진, 하지만 그의 몸은 이미 밑으로 낙하하고 있었다.


그도 훤화 아씨도 간과한 것이 있다면, 그것은 세계수의 크기와 검은 사탑의 크기를 과소평가 한 것이다.


어차피 산소부족으로 동방진이 죽을 수 있기에, 이판사판으로 뛰긴 뛰었는데 돌탑과의 거리가 생각보다 멀었다.


훤화 아씨도 아차 싶었는지 그의 머릿속에서 외친다.


[발바닥을 써! 네 신의 발바닥을!]


그렇다. 사실 그의 어머니인 동방미는 훤화 아씨도 인정한 뛰어난 만신이었지만 그런 그녀도 작두는 타지 못했다. 그러나 그녀의 아들인 동방진은 단번에 작두를 탔고 신묘(神妙)한 푸른 기운이 발바닥을 감싸 그를 보호하니, 평소 그를 자주 놀리는 훤화 아씨도 그의 발바닥만큼은 ‘신의 발바닥’이라고 칭하며 인정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건 그거고 동방진은 떨어지면서 말한다.


“아무리 내 발바닥이 대단하다 하지만, 과학적으로 이 높이에서 떨어지면 내 몸이 견딜 수 있는 거야?”


[내가 증폭시켜볼게]


휘잉- 쿵!

말이 끝나기 무섭게 떨어지며 약간 비탈진 원형 돌탑 외부 벽면에 발바닥이 닿은 그였다. 탑이 원형이지만 워낙 크고 굵어서 곡면이 완만했다.


우드득- 부르르-

탑 비탈면에 양 손바닥을 대며 스쾃 자세로 진짜 엉덩이가 거의 바닥에 닿을 정도로 주저앉았다. 그 모양새가 흡사 고양이 같았다.


온몸의 뼈가 진동하고 발바닥에서부터 전해진 진동이 정수리까지 오는데 용케도 정신을 잃지 않은 동방진이었다.


천만다행으로 목숨에 지장은 없는 듯하다.


사실 훤화 아씨가 동방진의 몸속에 원래 깃들어 있는 푸른 기운을 증폭시켜, 그의 양발바닥에 에너지 형태의 두꺼운 쿠션을 만들어서 다리가 부러지지 않은 것이다.


물론 호박색으로 물든 강력한 왼팔도 한몫하였다.


아직 안심하기 이르다. 그가 서 있는 곳이 지면에서 상당히 높았고 경사면이었다. 그리고 추위와 산소부족이 바로 그를 괴롭히기 시작하였다.


[진아, 지금 상황에서는 몇 분도 못 버텨]

[저기 탑 바깥쪽으로 뛰어!]


동방진은 그녀의 말에 따라 뛰는데 얼마 가지 못하고 비탈면 아래로 내달려갔다. 그 이유가 원형 돌탑의 표면이 매끈하고 세계수를 뱀이 똬리를 틀 듯이 올라가는 형상이라 경사가 심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착지하자마자 경사 때문에 버티고 서 있기가 어려웠다.


****


다다다다-

“헉헉, 후~~.”

숨 쉴 때마다 차가운 공기가 그의 폐 속으로 침투하였다.


그의 호흡이 거칠어지더니,

데구루루-

결국 얼마 못 가, 온몸에 힘이 쭉 빠진 동방진이 경사진 바닥을 굴러 검은 사탑 밖으로 튕겨 나갔다.


절체절명의 순간,

[에잇!]


척-

힘이 빠진 그를 대신해 훤화 아씨가 왼손을 힘껏 뻗어 검은 사탑에 겨우 손바닥을 댔다. 사탑에 자석처럼 딱 붙는 그의 손바닥이었다.


동방진의 왼팔과 그의 심장은 호박색으로 물들어 있었고 왼팔에 의지해 검은 사탑에 박쥐처럼 매달린 상황이다.


[진아! 정신 차려!]


그녀의 외침에 겨우 정신을 차린 그였다.

“어라, 나 분명히 하늘을 날았는데.”


[난 게 아니라 튕겨 나간 거야]

[걱정하지 마, 이 누님이 해결했으니까]


“헉헉, 후하~.”


또다시, 시작된 호흡곤란에 곧장 그를 출발시키는 그녀였다.


츠츳- 휘잉-

검은 사탑에 붙은 동방진의 왼손바닥에서는 호박빛 불티가 격렬하게 발생하였다. 하지만 그는 딱히 괴롭거나 아파하지 않았다.


휘잉- 빙글-

휘이익 빙글-


세계수를 감싼 검은 사탑은 나선 형태로 오른손 방향, 즉 반시계 방향으로 올라왔기에 동방진은 지금 시계방향으로 돌면서 아래로 내려가고 있었다.


상당히 빠른 속도로 내려갔기에 보통의 인간 몸이었다면 이미 팔과 몸이 분리되었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호박빛의 보호 아래 그의 왼팔은 검은 사탑과의 마찰로 호박색 불티를 내뿜고 있지만 잘 붙어 있다.


어느 정도 호흡이 가능한 높이까지 내려오자, 동방진이 그녀에게 말한다.


“훤화 아씨, 조금 천천히 내려갈 수 없어?”


[야, 이것도 지금 조절한 거야]


“와! 훤화 아씨, 저기 봐!”


말하는 사이 구름 지대를 지나자, 그의 눈에 보이는 풍경들은 하나같이 따스한 햇볕으로 그려놓은 파스텔 톤의 그림처럼 아름다운 세상이 펼쳐졌다.


세계수를 휘감은 검은 사탑을 마치 놀이공원의 ‘독수리 요새 롤러코스터’를 타듯이 360도를 돌며, 내려다보는 이세계(異世界)의 풍경은 가히 천하절경이었다.


****


어느 정도 발아래 풍경이 가까워질 때쯤 동방진이 물어본다.


“훤화 아씨, 근데 어떻게 내가 살아있는 거야?”


[빨리도 물어본다]

[아까 세계수를 만졌을 때]

[여기 흐르고 있는 기운을 파악했지]


그녀의 말이 길어질 것 같은 분위기다.


[그 기운, 에너지들의 성질을 이용해서]

[인력과 척력 그리고 반발력을 직관적으로 계산]

[그 합력을 구해서······]


더 듣다가는 땅에 발이 닿는 순간까지 말을 할 것 같아 다급히 끼어드는 동방진이었다.


“한마디로 훤화 아씨의 신통력으로 왼손바닥을 이 검은 사탑에 딱 붙여 내가 살았다는 말인 거잖아.”


[그렇다는 거지]

[어때 이 누님의 순발력 죽이지?]


옅은 미소와 함께 그가 말한다.

“그래, 훤화 아씨 덕분에 살았어.”

“그런데 지금 단 게 심하게 당기네.”


[그야 당연하지]

[나, 너 때문에 신통력을 썼으니까]

[얼른 내려가서 단 거 먹어줘]


그렇다. 그동안 돈이 없어서이기도 하지만, 이 식고문 같은 보상체계 때문에 한동안 그녀를 부르지 않았던 거다.


“츄르릅.”

동방진의 입안은 지금 침이 계속 나와 난리가 났다. 위급상황에서 그의 동의 없이 이루어진 구난(救難) 행위이었지만, 어찌 됐든 훤화 아씨는 그가 모시는 신이기에 반듯이 보상을 해줘야 한다.


‘여기로 넘어오기 전에 남은 돈을 다 털어서라도 편의점에서 밤양갱 하나라도 사 올걸 이거 큰일 났다.’


“츄릅, 츄릅.”


“아이고, 침 때문에 말을 못 하겠네.”

“훤화 아씨, 알았으니까 잠깐 참아줘.”


“밑에 도착하면 내가 무슨 수를 써서라도 단 거 먹어줄게.”


“츄릅, 이러다 침으로 배부르겠어.”


동방진의 말에 잠시 고민하는 훤화 아씨는 우선 참아보기로 한다.


[알았어, 그 대신 후식은 아이스크림으로 오케이?]


“오케이.”


그가 답하자, 곧바로 멈추는 그의 침샘이었다.


‘지금 먹는 것보다, 내 불면증이 더 급하잖아.’


‘하여튼 단 거 못 먹고 죽은 귀신도 아니고, 그저 단 거, 단 거.’


그가 속으로 그렇게 생각하자,


[응? 너 혹시, 속으로 내 흉봤지]

[뭔가 느낌적인 느낌이 팍 왔어]


‘어휴, 진짜 귀신일세.’


그는 능청스럽게 발뺌부터 한다.


“내가? 그럴 리가 난 빨리 단 거 먹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아~ 후식 아이스크림으로 뭘 먹을까? 딸기? 바닐라?”


[나는 딸기! 딸기!]


둘이 그러는 동안 어느새 동방진은 땅에 거의 다다랐다.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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