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수의 검은사탑과 작두대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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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검작11

DUMMY

11화


하늘을 향해 놓인 거대한 작두대검의 칼날.

그 위를 맨발로 올라서 있는 작두도령 동방진.


그리고는 갑자기 밤하늘에 구름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휘잉-

거센 바람이 불더니 구름이 모여 순식간에 거대한 형체의 혼령이 동방진과 작두대검 앞에 모습을 보였다. 바로 ‘무명의 거인’이다.


구름의 형태로 혼령이 나타났다는 것은 무명의 거인은 이미 물질세계에 존재하지 않다는 뜻이다. 하지만 살아생전 그 존재감이 얼마나 대단했길래, 죽어서도 저런 막대한 영력을 뿜어내는 사념체(思念體)로 현현(顯現)할 수 있다는 말인가.


쏴아아- 콰르릉-

구름 주변으로 비바람이 불고 천둥이 쳤다. 그런 거인의 엄청난 위용에 목격한 동방진은 한 치의 흐트러짐도 없이 작두대검 칼날 위에 꼿꼿이 서 있었다.


“진 씨, 제가 북을 가져올게요!”


이세옥 사장이 그렇게 고함을 지르고는 쏜살같이 세계수 중앙은행 앞으로 달려갔다.


거인의 구름으로 된 입술이 움직이며 그의 말이 온 천하에 울려 퍼진다.


-그대는 누구인가, 누구이길래 나를 깨웠는가?


하늘을 올려다보며 말하는 동방진.

“소인 동방진이라고 합니다.”


-허어, 감히 인간 주제에 나를 깨웠는가.


콰르릉- 콰지직-

심기가 불편했는지 바로 낙뢰가 동방진 근처로 내리쳤다.


[진아, 저거 맞으면 죽어]

[그냥 싹싹 빌고 내려가자]


사삭- 사삭-

대답 대신 앞으로 사뿐히 걷는 무복을 입은 동방진.


칼날에 금방이라도 베일 것 같은 그의 발바닥은 푸른 오러 덕분에 피 한 방울 나지 않았다.


그는 우아하게 발걸음을 옮기며 말한다.

“소인도 귀가 있기에 공적이 온 하늘을 덮을 만큼 창대하신 분의 존함이 없다는 것에, 매우 비통하여 감히 이리 청하길 빌었습니다.”


-내 이야기가 누군가의 입으로 전해졌는가?


처음과 달리 온화한 말투로 바뀐 무명의 거인이었다.


“물론입니다. 세계수의 나뭇가지 아래 있는 모두가 알고 있습니다.”


-하하하, 그거 고맙구나. 난 은퇴 후 여기서 아주 멀리 떨어진 다른 세계에서 홀로 여생을 보냈어.


-그런데, 요정들은 어디에 있나?


예상치 못한 질문이지만, 동방진은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태연하게 답한다.


“그들은 이화세계(理化世界)에서 천수를 누리고 있으니 걱정하지 마옵소서.”


-그러한가, 그들도 세계수를 지키느라 고생이 많았는데.


“흑흑흑.”


갑자기 소매를 들어 눈을 가리고 우는 동방진이었다.


****


-자네 왜 우는가?


“대인께서 일생을 바쳐 지켜오신 세계수의 성체(聖體)에 지금 간악한 검은 사탑이 휘감고 있으니 어찌 슬프지 않겠습니까.”


-아니, 저것은 무엇인가! 이런 불경한 일이!!


세계수를 휘감고 있는 검은 사탑을 보고서 대노(大怒)한 무명의 거인이다.


우르르- 쾅쾅!!


천지가 흔들릴 것 같은 엄청난 기세의 푸른 천둥이 사방으로 내리쳤다.


“으아아!”

“조심해!”


언제 왔는지 작두대검 주변으로 엘프들과 인간들이 모여 커다란 횃불을 여러 군데 만들고 있었다.


“맙소사 방금 천둥소리 들었어. 구름 속에서 번쩍번쩍하구먼.”


사람들 사이로 이세옥 사장이 북을 메고 나왔다. 그리고는 대중을 향해 말한다.


“여러분, 10년입니다. 아름다운 엘프 여성들과 이곳 세계수의 세계에서 신세계를 만들어가고 싶지 않습니까!”


“만들고 싶습니다.”

“여기서 애 낳고 살고 싶어요”


그의 말에 직원들과 엘프 여성들이 호응하였다.


“여러분, 동방진 선생께서 우릴 위해 친히 저 작두대검 칼날 위로 올라가셨습니다. 그가 지금 작두대검의 주인을 불러내 저 검은 사탑을 없앨 묘책을 얻어낼 것이 분명합니다.”


“우리 모두 두 손 모아 기도합시다.”


이세옥 사장의 말에 모두가 손을 모아 기도를 올린다. 무교인 그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기도뿐이기에 그리 말한 것이고, 다행히 잘 따라주는 사람들이다.


한편, 진노한 무명의 거인을 보며 동방진이 말한다.


“대인께서 이리 분노하심은 당연지사, 제 마음도 대인과 같아 이 거대한 작두로 단칼에 저 간악한 것을 잘라내고 싶으나, 이 소인 재주가 미천하고 그 몸뚱어리가 작아 이 칼날에 서 있는 것이 고작이옵니다.”


-그대의 뜻이 그러하다면 내 손수 그 마음을 헤아려주겠네.


슈우우- 파지직 팟!


구름이 작두대검 칼날 위에 순식간에 모이더니 달빛 아래 동방진과 그 눈높이가 맞은 무명의 거인이 서 있었다. 한마디로 줄어든 것이다.


무명의 거인의 손에는 구름으로 된 검이 들려져 있었다. 하지만 말이 구름이지 검 주변에는 푸른 뇌전이 휘감고 있어 맞았다가는 즉사할 게 뻔했다.


[진아, 저거 맞으면 큰일 나]


“훤화 아씨, 아씨만 믿을게.”


[뭐? 나도 모르겠다 이판사판이다]


외날 위에 마주친 두 사내가 무엇을 할 것인가.


뻔하지 않은가.

붙어 봐야지.


두둥두둥-

둘 사이가 가까워지자 울리는 북소리.


동방진의 북잽이가 된 이세옥 사장이 신들린 듯이 북을 쳐대기 시작하였다.


두둥두둥-

빠른 박자로 휘몰아치는 박자에 맞춰 동방진에게 사정없이 칼을 휘두르는 무명의 거인이었다.


샤샥- 샤샥-

무명의 거인의 쾌검에 물 흐르듯이 피해내는 동방진의 몸놀림은 가히 신내림을 받은 사람 같았다.


무아지경 속 동방진은 무명의 거인의 검을 피해내는데 마치 검무를 추는 듯해 보여 자세히 보니, 그 검무는 엘프 전사 제론의 검무였다.


제론의 생령에게 빙의되는 동안 어느새 그의 검법까지 익혀버린 동방진이었다.


삼십 합 정도 나눴나.


검은 무복 자락을 휘날리며 용케도 무명의 거인의 칼을 피하였지만, 역시 세계수의 나뭇가지를 작두대검으로 잘라내던 신화 속 인물답게 회심의 일격을 날리는데, 이것은 도저히 피할 수 없는 공격이었다.


****


쐐애앵-

덥석- 파지직!


그 강력한 공격을 동방진이 호박빛이 나는 왼손으로 잡아낸 것이다. 그의 왼손과 구름 검 사이에서는 엄청난 스파크가 튀고 있었다.


그 모습은 마치 동방진의 꿈속 아카로와 포우의 대결 장면과 같았다.


“하아압!”


파사삭-

동방진이 기합 소리를 내며 손에 힘을 주자, 그 구름 검은 산산조각으로 부서져 흩어져 버렸다. 바로 훤화 아씨의 신통력을 사용한 것이다.


바로 고개를 숙여 두 손 모아 예를 차리는 동방진.


그와의 검무가 즐거웠는지, 평온한 얼굴이 된 무명의 거인이 먼저 말하였다.

-자네의 마음을 확인하였네. 내 힘을 빌려주도록 하지.


그러자 동방진은,

“소인 감히 청이 있사옵니다.”


-무엇인가?


“후대에 전승할 대인의 존함을 감히 제가 지어 올려도 되겠습니까?”


-하하하, 물론이지. 내가 인정한 남자다. 그 정도 패기는 있어야지.


“태양의 ‘클 태’자를 써서 작두태인으로 불러도 되겠습니까?”


-작두태인? 작두태인이라, 그거 좋구나. 하하하.


화르륵- 슈유우-

동방진의 작명이 마음에 들었는지, 호쾌하게 웃는 무명의 거인, 아니 작두태인은 전신에 푸른 불꽃이 일더니 그대로 동방진의 몸속으로 들어갔다.


그렇게 작두태인과 하나가 되자, 갑자기 땅이 흔들렸다.


바로 작두대검이 줄어들고 있는 것이었다. 그 줄어듦이 딱 동방진이 쓰기 좋은 크기까지 되어서야 멈췄다.


저벅저벅-

줄어들어 땅에 박힌 작두대검의 손잡이 오른손으로 잡은 동방진은 그대로 들어 올려보려고 했다.


엄청난 묵직함이 손에 전해졌고 당연하게도 꿈쩍도 하지 않았다.


“어라? 왜 이게 안 들리지.”


이미 그의 주변에는 이세옥 사장을 비롯해 텐트 안에 있어야 할 골렘비전 직원들과 엘프 여성들이 모여있었다.


웅성웅성-

접신상태가 풀린 동방진은 사람들의 시선에 살짝 쪽팔렸다.


톡톡-

동방진은 자기 가슴 한가운데를 손가락으로 두드렸다.


“저기 작두태인 님, 이거 꼼짝도 안 하는데요?”


[진아, 작두태인은 이미 너와 동화되어 그의 사념체는 사라졌어]


“뭐라고? 아니 왜?”


심히 당황한 그가 혼잣말을 크게 하자 주변 사람들이 그를 쳐다보았다.


[네가 이름을 지어주면서 숙원(宿願)이 풀린 거지]


“아, 그런 거야. 그럼 이거 어떻게 해?”


“이게 있어야, 저 검은 사탑에 가도 쉽게 안 죽을 것 같은데.”


[날 깨웠으면 방법은 하나 아니겠어]


“알았어. 탑에 오르기 전에 단 거 실컷 먹어줄게.”


그렇게 혼잣말을 마친 동방진은 왼손으로 작두대검의 손잡이를 잡는다. 그의 호박 가락지가 호박빛을 내자, 너무나 쉽게 들리는 작두대검이었다.


그가 하늘 높이 작두대검을 들어 올리자 환호하는 사람들이다.


“와아아!”


이세옥 사장은 뭔가 해냈다는 듯이 홀로 눈물을 흘렸다.


****


작두대검 위에서 작두굿을 성공적으로 해낸 동방진이었지만, 역시나 불면증은 치료되지 않았다. 그래서 그는 왼손에 작두대검을 들고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검은 사탑 1층 입구로 들어갔다.


문제는 세계수 중앙은행에서 어떻게 알고 그에게 직원 한 마리를 붙여주었는데 그의 이름은 바로 ‘맥스 웰리치’였다.


혈통 있는 귀족 가문의 자제로 은행장인 케이나인 로센과 마찬가지로 상의는 양복 차림에 사람 말을 할 줄 아는 웰시코기이며, 지금은 동방진과 함께 검은 사탑 1층에서 같이 출구를 찾는 중이다.


참고로 1층은 현재 미로로 되어있다.


“어이, 금융파트너. 우리 제대로 가고 있는 거 맞아?”


요리조리 장갑을 낀 손으로 태블릿을 들고 있는 맥스는 태블릿 화면에 나온 정보들을 확인하고 있었는데, 자꾸 길 찾았냐고 보채는 동방진 때문에 잔뜩 화가 난 맥스였다.


“인간, 자꾸 보채면 개구멍 통해서 혼자 밖으로 나가버린다.”


“맥스, 그러면 안 되지. 난 분명 돈을 냈다고.”


옛날 옛적, 요정들과 함께 세계수를 지켰다고 알려진 웰시코기들이 왜 이리 돈에 집착하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덕분에 여러 가지 편의를 받을 수 있어서 동방진 입장에서는 얼마나 편한지 모른다.


“맥스, 나 아직 잠 한숨도 못 잤어.”


“쉿, 고객님 그 무식한 칼 들고 준비하시죠.”


“응? 왜?”


그는 맥스에게 작게 물어보았다.


“내 태블릿에 있는 데이터에 따르면 이 앞에 좁은 길이 있는데, 좀비가 한 마리 있을 거야.”


“좀비? 그 걸어 다니는 시체?”


“그래, 좀비 몰라? 하여튼 망설이지 말고 그대로 밀고 가. 그래야 통과할 수 있어.”


맥스가 이렇게 가이드를 해주는 이유는 미리 금화 3닢을 받았기 때문이다. 원래는 10개를 요구했으나 그가 1층 통과하면 나머지 7개를 주겠다고 했기에 믿고 해주고 있는데, 사실 그 금화 3닢이 동방진의 모든 재산인 줄은 모르고 있다.


척-

작두대검 손잡이 아래를 왼손으로 단단히 잡아 세운 동방진은 앞에 보이는 좁은 길을 향해 달려갔다.


다다다-

맥스의 말대로 어둠 속 좁은 통로 안에 좀비 한 마리가 서 있었고 그는 단숨에 그 좀비를 작두대검으로 밀고 나갔다.


써걱-

기분 나쁜 촉감이 그의 손에 전해지며 좀비는 단순에 반으로 갈라졌다. 그리고 이윽고 나온 출구를 향해 맥스와 함께 뛰어든 동방진이다.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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