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하여 전부 말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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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힘
작품등록일 :
2024.09.01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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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0 1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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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1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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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선물 (1)

DUMMY

2023년 이탈리아 어딘가.



" · · · · · · 됐다. 드디어! "



눈앞에 서있던 거대하고 흉측한 괴물.


인류의 존속을 위협했던 악의 근원이자,

종말의 군주(君主)라 불리던 '벨니아'가 중심을 잃고 서서히 쓰러졌다.


이 순간을 얼마나 기다려왔던가.


나뿐만이 아닌 이 세상 사람 모두가 말이다.



" 드디어 저 개새끼를 쓰러트렸다고! "



감격에 겨운 나는 주위도 신경 쓰지 않고 고래고래 소리쳤다.


벨니아, 이 한 놈을 죽이기 위해

도대체 몇 명의 사람들이 죽어나갔던 건지.


죽은 이들의 수가 억 단위가 넘어간 시점부터

숫자 세기를 포기했던 것 같다.



쿠구구구구궁!



태산 같던 녀석의 몸이 지면에 닿자

굉음과 함께 지진이라도 난 듯 땅이 흔들렸다.


오늘부로 이 지긋지긋했던 헌터 생활도 모두 끝이다.


이제껏 몬스터를 잡으며 모아둔 돈도 꽤 있겠다,

남은 생은 한적한 곳에 아담한 집을 지어 유유자적한 삶을 살고 싶다.


그런 한가로운 생각 따위를 하며 천천히 주위를 둘러보았다.



" · · · · · · . "



격렬한 전투로 인해 곳곳이 불타고 부서진 이곳은

이탈리아에 위치한 어느 커다란 성당.


아니 성당이었던 곳이다.


지금의 모습은 성당보다는 커다란 운동장에 좀 더 가까웠다.


그리고 이곳엔 나를 포함하여 일곱 명의 헌터가 서있다.


하나같이 모두 다 세계 최정상의 실력을 가진 헌터들.



" 고생 많았다, 폴. "



나는 가장 가까이 있던 녀석에게 다가가 살갑게 어깨동무를 했다.


녀석은 미국의 헌터 폴 데이비드였다.


이놈은 뭐랄까 나에게 있어 유일한 친구였다.



" 표정 좀 풀어 새끼야, 다 끝났잖아. "


" · · · 하하, 그래. 다 끝났지, 다 끝났어. "



벨니아와의 목숨 건 사투가 끝났음에도 불구하고

녀석의 몸과 표정은 여전히 뻣뻣하게 굳어있었다.



' 벨니아가 그렇게 무서웠나? '



난 폴의 긴장을 풀어주기 위해

일부러 그의 어깨를 찰싹찰싹 때리며 주변의 관심을 끌었다.



" 야, 얘들아 이 병신 좀 봐라. 아직까지 쫄아있는 거. "



한껏 비열한 표정과 함께 폴을 까내렸다.


이쯤에서 아무나 내 말에 반응을 보여야 하는데.


그런데 어찌 된 영문인지 오늘따라 애들이 입을 꾹 다물고만 있었다.


벨니아와의 전투가 나를 제외한 모두에게

엄청난 탈력감을 준 것이 분명했다.


병신들.


그러니까 나처럼 열심히 살았어야지.



" 뭐야, 다들 왜 그래? "



이상한 분위기 속에 나는 동료들을 쳐다봤다.


내 옆에 있는 폴은 물론이고

다른 녀석들 모두 어딘가 비장한 표정을 짓고 있다.


마치 싸움이 아직 덜 끝난 것처럼.



" 최광! 어디 다친 덴 없어? "



문득 들려온 이탈리아의 성녀 안젤라의 목소리.


눈부신 외모와 아름다운 목소리로 뭇 남성들을 홀려왔던 그녀다.


하지만 난 이 여자의 더러운 면모를 아주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도저히 그녀가 여자로 보이거나 하진 않았다.



" 멀쩡하지. 근데 오늘따라 다들ㅡ "



고개를 돌리며 안젤라에게 대답을 하던 바로 그 순간.


등에서 날카로운 감촉과 함께 뜨끈한 느낌이 들었다.



" 크헉. "



뭐지?


아직 벨니아의 잔당이 남아있었나?


틀림없이 전부 처리했을 텐데.


나는 재빨리 뒤돌며 품속에 넣어뒀던 단검을 꺼내들었다.


그러나 그곳엔 아무도 없었다.



" 개자식, 벌써 숨은 건가? "



벨니아의 잔당은 나를 기습공격한 후 어딘가로 숨어든 것 같았다.


놈을 찾기 위해 나는 몸속의 마나를 끌어올렸다.



' 어라? 왜... '



하지만 내 의지를 따라 반응했어야 할 마나는

마치 사라진 것처럼 잠잠했다.


입가 주변에 흐른 검붉은 피를 대충 닦아냈다.


마나가 반응하질 않으니 육체의 힘만으로 전투에 돌입하는 수밖에.


벨니아가 아닌 그 잔당들이라면 아마 마나 없이도 충분할 것이다.


다행히 동료들도 무기를 든 채 적과 대치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씹새들, 이럴 거면 칼빵 맞기 전에 좀 막아주던가.



" 아직 적이 남아있는 것 같다.

안젤라! 우선 날 치료해! 몸에 마나가 흐르지 않는다. "



난 주변을 경계하며 안젤라가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그런데 내 몸에 일어난 이상 반응은

마나가 흐르지 않는 것, 그 한 가지뿐만이 아니었다.


다리가 많이 무거워진 느낌이 들더니,

이윽고 나는 걷기는커녕 서있는 것조차 버거운 상태가 되고 말았다.


등줄기에 흐르는 뜨뜻한 액체가 땀인지 아니면 피인지 헷갈리던 찰나.


옆에서 누군가가 말했다.



" 마나는 세 시간 정도는 쓰지 못할 거야.

아, 최광 네 몸이라면 고작 한 시간 만에 회복하려나? "



칠흑같이 어두운 검은색 단발머리를 한

미사키라는 이름의 일본 여성 헌터였다.


그녀는 독을 배합하는 데 있어

천부적인 소질을 지녔다고 알려졌는데,

그녀가 만들어낼 수 있는 독은 수백 가지에 달한다고 한다.


여튼 독에 대해선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위치에 있다 보니

내가 당한 독에 대해서도 벌써 눈치를 챈 모양이다.



" 해독제 있지? 빨리 줘. "


" 해독제? 없는데. "



뱀의 눈처럼 기분 나쁜 눈매로 나를 바라보던 그녀는

나를 놀리기라도 하듯 과장된 행동으로

자신의 주머니를 뒤지는 듯한 동작을 취했다.



' 아니, 저 썅년이 오늘 왜 저래? '



평소 성질이 급하고 더럽기로 소문났던 나는

이러한 상황에서도 장난을 치는 그녀를 보자마자

대뜸 속에서 마나 대신 화가 들끓어 올랐다.



" 장난치지 말고 빨리 달라고!! "



욱하는 것을 참고 참아 소리를 지르는 것에 그쳤다.


원래 같았으면 뒤통수를 으깨버렸을 텐데.


몸이 말을 듣지 않는 것이 크게 한몫했다.



" 아니, 없다니까? 어디 맡겨놨어? "



미사키의 입꼬리가 아주 살짝 올라가있다.


이 정도면 고의성이 아주 다분하다.



" 이 년이 지금 장난하나. 야, 장난칠 때야 지금?

적이 어딨는지도 모르는데! "



한층 더 위협적인 목소리로 미사키에게 윽박을 질렀다.


몸 상태만 제대로 돌아온다면

차라리 죽여달라고 빌도록 만들 것이라 다짐했다.



" 적? 네 뒤에 있잖아? "



속으로 미사키에 대한 처우를 결정하던 그때,

미사키가 놀란 표정으로 내 뒤를 가리켰다.


순간적으로 놀란 나는 움직이지도 않는 몸을 억지로 돌려

뒤를 쳐다보았다.


그러나 그곳엔 폴이 서있었을 뿐이다.



" 이 씨X년이? 장난 그만 쳐라. 나 지금 기분 안 좋다. "



결국 선을 넘어버린 미사키의 장난.


몸이 회복되자 마자 바로 이 년을 쳐 죽일 것이다.


그렇게 애써 미사키를 무시한 채

안젤라를 향해 힘겹게 발걸음을 떼려던 무렵.


불현듯 폴의 손에 들린 조그마한 단검이 눈에 들어왔다.



' 뭐야, 저놈은 분명 · · · '



분명 저놈은 탱커인데 왜 손에 단검을 들고 있는 거지?


자세히 보니 조그마한 단검에는

정체 모를 보라색 액체가 발려있었고,

또 그 위로는 붉은 혈액이 잔뜩 묻어있었다.


일순간 멈춰버린 사고 회로.


상상도 못한 일을 몸소 겪게 되자 눈앞이 캄캄해지고

온몸은 얼어붙은 듯 손가락 하나 까딱할 수가 없었다.



" · · · · · · 다들 장난이지? 쿨럭... 응? "



목을 타고 피가 역류하기 시작했다.


가까스로 각혈을 참아낸 나는 벌겋게 충혈된 눈으로 동료들을

아니, 동료였던 연놈들을 바라봤다.


무기를 들고 서있던 저 모습들이

남은 잔당들을 죽이기 위해서가 아니라 나를 죽이기 위해서였다고?


도대체 왜?


걸쭉한 피를 토하고,

머리가 어지러워 정신이 하나도 없는 상황에서



" 쇠약, 혼돈, 질식. "



안젤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 아무래도 미사키의 독만으로는 안심이 되질 않아서. "



신을 받들어 모시는 성녀임에도 대상을 약화시키는 마법인

'디버프' 계열의 마법에 능통했던 그녀가 조용히 주문을 외운 것이다.


몸에서 힘이 빠져나가는 것이 생생하게 느껴졌다.


또한 독한 술을 연거푸 마신 것처럼 머리는 빙빙 돌기 시작했고,

밧줄에 목이 졸린 듯 숨도 가빠져갔다.



" 날 너무 과소평가하는데? 안젤라. "


" 널 과소평가하는 게 아니라 저 녀석을 과대평가한 거지. "



고통에 몸부림치는 내 앞에서 두 년들은

천연덕스럽게 대화를 이어나갔다.



" 네놈들... 대체 왜! 커허억. "



북받쳐 오르는 감정을 울분과 함께 토해내려던 그때,

양쪽 발목에 찌릿한 느낌이 들었다.


털썩.


더 이상 발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


의식을 잃은 것 같이 바닥을 향해 힘 없이 고꾸라진 난

그러한 와중에도 끊임없이 중얼거렸다.



" 이유가... 대체 이유가 뭐냐고. "



미친놈처럼 계속해서 부르짖었다.



" 이유... 크흡! "



하지만 얼마 있지 않아 나는 더 이상 입을 열지 못했다.


녀석들 중 한 놈이 내 입에 재갈을 물린 탓에.



" 더럽게 시끄럽네, 곧 뒤질 놈이. "



금발에 파란 눈을 가진 프랑스 헌터 레오의 목소리였다.



" 왜 우리들이 널 배신했냐고?

잘 생각해 봐, 네 삶을 되돌아보면서 말이야 크큭... "



납득할 만한 이유를 찾지라도 않으면 금방이라도 미쳐버릴 것 같았기에,

나는 정신줄을 가까스로 부여잡으며 지난날을 되짚었다.



' 초면에 반말을 지껄인 놈들을 손봐준 거? '


' 피렌체 길드를 박살 내버린 일을 말하는 건가. '


' 그것도 아니면 게이트에서 다른 동료들을 모조리 죽인 일? '



그러나 지난날 내 과오는 제법 수가 많았던 까닭에

당장에 하나를 꼽을 수는 없었다.


그리고 약간의 변호를 하자면,

내가 벌인 일에는 모두 다 나름의 이유는 있었다.


끝내 이유를 찾지 못한 나는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


주변이 깜깜해지고.


다시 정신이 든 건 어딘지 모를 장소에서였다.


여전히 내 입엔 재갈이 물려져 있었고,

눈가엔 시야를 가리는 검은 천이 둘러져 있었다.


이곳이 어딘지, 또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는 도저히 알 수 없다.



" · · · · · · . "



정신이 든 나는 아무런 기색도 내지 않고

조용히 몸속의 마나를 끌어올려 보았다.


아직 한 시간이 지나지 않은 것일까?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 깨어났지? 다 알아. "



레오의 목소리가 다시금 귓가에 울려 퍼졌다.



" 자, 가자. "



대체 어디로 가자는 것일까.


하지만 생각해 볼 틈도 없이 어느샌가 목에 묶여져 있던 밧줄 때문에

나는 두 발로 걷지도 못하고 개처럼 땅바닥에 질질 끌려다녀야만 했다.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고.


강제로 어느 장소에 도착한 나는,

무릎을 꿇고 죄인처럼 고개를 바닥으로 처박게 되었다.


그리고 잠시 후.


눈앞을 가로막고 있던 안대가 벗겨졌다.


갑작스레 밝아진 주위 탓과 두 눈에 때려박히는

끊임없는 카메라 플래쉬 세례에 눈을 제대로 뜰 수가 없다.



" 대격변 이후 인류 역사상 최악의 범죄자이자,

최악의 살인광인 헌터 최광입니다. "



이탈리아의 성녀 안젤라의 목소리가 스피커를 통해 들려왔다.


목소리가 간드러지는 것을 보아

사람들 앞이라고 또 목소리를 깔고 있는 듯 했다.


역시 미사키와 우위를 가릴 수 없는 썅X이다.


나는 고개를 돌려 안젤라가 서있는 곳을 바라보려 했다.


그러나 이 빌어처먹을 레오 녀석이

나의 목덜미를 강하게 붙잡고 있었던 까닭에,

내 목은 조금도 움직일 수 없이 바닥만 보고 있어야 했다.



" 범죄자 최광은 이제껏 셀 수도 없이 수많은 살인을 저질러 왔습니다. "



아마 전 세계의 기자들이 모두 몰려왔지 싶은데,

그러한 곳에서 나는 입에 재갈이 물리고 무릎이 꿇린 채

아무런 항변도 못하는 상태로 그 연설을 강제로 들어야만 했다.



" 게다가 그는 인류의 존폐가 걸린 오늘 같은 날에도

살인 충동을 억누르지 못하고 서로 믿고 등을 맞대왔던

우리 동료들을 상대로 살인을 감행하려 했습니다. "



씨X, 아니 이게 무슨 개 같은 소리야.


나는 마지막 사력을 다해 고개를 들어 올렸다.


눈가에 그렁그렁 한 눈물을 스윽 닦아내는 안젤라의 모습.


가증스럽고 뻔뻔한 연기에 곧장 화병으로 죽을 것 같았다.



" 세계를 벼랑 끝으로 몰았던 종말의 군주, 벨니아.

그 벨니아와 사투를 치르던 그 순간마저도...

최광은 저희를 방해하며 벨니아와 함께 저희를 공격했습니다. "



더 이상 할 말도 없고 하고 싶은 말도 없어졌다.


그저 이 X같은 상황이 어디까지 흘러갈까.


단지 그게 궁금해졌다.



" 이에 우리 여섯 명의 헌터들은 목숨을 걸고

벨니아와 최광을 상대로 싸워야만 했습니다.

하지만 정의는 결국 승리하는 법.

보시는 것처럼 우리는 결국 승리를 쟁취했습니다. "



슬픔에 잠긴 것처럼 낮았던 안젤라의 목소리 톤이

점차 고조되기 시작했다.


개선장군이라도 된 것마냥 그녀의 말투와 제스처는

과감해지고 더욱 당당해져 갔다.



" 벨니아의 목을 따냈고,

세계 최악의 범죄자 최광을 무릎 꿇려

그의 추악한 민낯을 여러분들 앞에 꺼내 보였습니다. "



쉴 새 없이 터져 나오는 카메라 플래시와 사람들의 박수갈채.


나는 생각하길 포기하고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바닥에다 고개를 다시금 처박았다.


모든 힘도 잃어버리고 없었던 명예마저 잃은 내가

지금 상황에서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 여러분! 인류를 위협하던 게이트와 몬스터는 오늘부로 사라졌습니다.

이제 이 최악의 범죄자만 세상에서 사라진다면!!

우리는 평화롭고 행복한 세상 속에서 살 수 있을 것입니다. "



그렇군.


바로 그거였어.


별안간 뇌리를 스쳐 지나가는 한 가지 생각.


나는 고개를 천천히 들었다.


레오는 더 이상 내 목을 붙잡지 않았다.


그 덕분에 거짓말과 위선을 늘어놓는

쓰레기들의 얼굴을 천천히 음미할 수 있었다.



' 크크큭.. 네놈들은 그 알량한 욕심 하나 때문에

나를 이런 꼴로 만든 것이구나. '



내가 살아 있으면 저들 뜻대로

세상을 쥐락펴락하기 어려울 것이라 생각한 것이겠지.


그딴 하찮은 이유로 나를 죽여?


나는 조롱과 조소가 가득 섞인 눈길을 그들에게 보냈다.


이것이 지금의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


마음속에 아직 일말의 양심이 남아있었는지는 몰라도

녀석들은 내 눈을 쉽게 마주치지 못하고 시선을 정면에 고정했다.



" 미안하다... "



그때, 세상 잃은 표정으로 서있던 폴이 말했다.


미안하다고?


거리가 멀어 그의 목소리는 잘 들리지 않았지만,

틀림없이 그의 입모양은 나에게 미안하다고 말하고 있었다.


미친놈인가.


미안할 짓을 대체 왜 한 거야.


독이 발린 칼로 내 등을 찔렀으면서 이제 와서 미안하다고?


나는 다른 놈들과는 다르게 친구였던 폴만큼은 죽일 듯이 노려보았다.



" 이제 범죄자의 처형을 끝으로!

이 세상은 평화가 시작됐음을 공식적으로 선언하겠습니다!! "



잠시간 나를 바라보던 안젤라가 서둘러 연설을 끝마쳤다.


그녀는 고갯짓으로 바로 내 뒤에 서있던 레오에게 무언의 신호를 주었다.


이어 레오는 뒤편에 준비되어 있던 거대한 검 한 자루를 향해 걸어갔다.


성검 엑스칼리버.


미쳐도 단단히 미친 이 새끼들이

나를 완전히 악(惡)으로 몰아붙이기로 작정한 것이 확실했다.


체념을 한 나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 광아, 그동안 고생 많았다.

너 없었으면 벨니아도 죽이지 못했을 거야.

크큭... 그건 고맙게 생각해고 있어. "



성검을 들고서 내 옆에 선 레오.


금빛으로 빛나던 성검의 서슬퍼런 예기(銳氣)가

나의 목을 천천히 위협해왔다.



" 참, 유언. 유언 남겨야지. "



레오가 내가 물고 있던 재갈을 거칠게 풀어헤쳤다.



" 세계 최악의 범죄자가 마지막으로 남길 유언은? "



레오는 말을 함과 동시에

성검을 내 머리 위로 쓱 들어 올렸다.


이곳에 모인 사람들뿐만 아니라,

생중계를 통해 보고 있는 세상 모든 이들의 관심이

전부 지금 내 입가에 쏠려있을 것이다.


과연 나는 무슨 말을 해야 할까.


조금이라도 그들의 마음에 들지 않는 말을 내뱉는다면,

레오 녀석이 거리낌 없이 내 목을 내려치겠지.


뭐, 별다른 말을 안 해도 내려치긴 하겠지만.


찰나의 시간 동안 고민에 고민을 거듭한 나는 천천히 입을 떼었다.



" 개새끼들, 기다려라. 내가 죽어서라도 언젠가 꼭 · · · "



복수하겠다는 말은 미처 하지 못했다.


레오가 내려친 성검 탓이었다.


허무하게도 내 머리는 그렇게 목에서 떨어져 나와

힘 없이 바닥을 떼구르르 굴렀다.


눈에 비친 목 없는 한 남자의 무릎 꿇린 모습.


그것이 내가 보고 기억했던 마지막 광경이었다.


씨X, 존나 비참하네.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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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1

  • 작성자
    Lv.74 kkminn
    작성일
    24.09.07 16:49
    No. 1

    여러 난관을 극복한 자에 대한 배신 등의 초기 설정이,,
    퍽 단순하고 평면적이라,,
    상당히 불편합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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