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하여 전부 말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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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힘
작품등록일 :
2024.09.01 17:40
최근연재일 :
2024.09.10 1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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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0 1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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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화 - 장기말 (2)

DUMMY

- 최, 최, 최광 헌터님... 지, 진짜 죄, 죄송한데...

이번 게이트... 다, 다른 헌터분이 가시기로....


- 엉? 뭐라고? 다시 말해 봐, 거기 내가 분명ㅡ


- 죄, 죄송합니다... 제발 목, 목숨만은...



문득 회귀 전 각성자 관리국의 말단 직원과의 대화가 떠올랐다.


말단 직원이 말을 심하게 더듬어서 그렇지

나는 잘못없는 직원에게 손찌검이나 분풀이를 하는

인간 말종은 아니었다.


어차피 대부분의 잘못은 윗대가리들이 했을텐데

말단에게 화풀이를 해서 얻을 게 뭐가 있다고.


그래서 이번에 회귀를 하며 든 생각 한 가지가 있다.


아예 윗대가리를 내 장기말로 만들어버리면 어떨까.


내 장기말을 높은 자리에 앉혀놓으면

난 아무런 터치도 받지 않고 활동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허승열이란 인물을 장기말로 선택했다.


싹싹한 성격도 그리 나쁘지 않고 눈치도 빠르다.



" 근데 허승열이란 이름은 처음 들어보는데. "



허승열이란 이름은 회귀 전에 들어본 이름이 아니었다.


이러한 경우는 대체로 두 가지.


게이트에 휩쓸려 일찍 죽었거나 혹은 쓰임을 당하다 버려졌거나.


특이 재난관리 본부는 각성자 관리국의 전신(前身).


특이 재난관리 본부에 있었던 초창기 직원들 대부분은

이후 설립된 각성자 관리국으로 옮겨가 요직을 맡았다는데

각성자 관리국에서 본 적이 없는 인물이라면

저 두 가지의 경우밖에 없다.


생각에 빠져 있던 사이 나는 게이트에 들어왔다.



" 또 둥굴이야? "



동굴형 게이트였다.


가장 전형적인 게이트의 종류 중 하나.


게이트에 들어오기 전 허승열이 챙겨준

손전등의 불빛 사이로 무언가가 비쳤다.



" 핏자국? "



흙바닥에 뻘건 피가 사방팔방 튀어있다.



" 사람 피 같은데. "



몬스터의 피는 주로 초록색이거나 파란색.


사람의 피와는 확연히 구분이 가능했다.


그리고 얼마지나지 않아 여러 구의 시체를 발견했다.



" 군인이잖아. 어휴 불쌍한 놈들. "



명령을 통해 이곳에 들어왔을 터.


게이트를 토벌할 목적은 아니었겠지.


단지 수색 및 정찰이 우선 목표였을 것이다.


하지만 게이트란 곳은 그렇게 만만한 곳이 아니었다.


핏자국은 질질 끌린 것으로 봐서

생존자 혹은 시체가 더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 쓸데 없는 짓을 하셨구만. "



시체 주변에 실탄이 장전된 총을 보고도 난 못본 척 휙 지나갔다.


총이든 대포든 미사일이든 현대의 무기들은

전부 몬스터 앞에선 무용지물이었기 때문.


그리고 그게 헌터들의 위상이 하늘같았던 이유기도 했다.



" 생존자가 있으려나 모르겠네. "



『 '마력 사(絲)'를 사용합니다. 』



마력의 실을 꺼내들어 생존자를 찾았다.


실이 움직인다면 동굴 어딘가에 생존자가 있을 것이다.


다행히 실이 움직였다.


난 황급히 실을 따라갔다.


잠시 후 앞쪽에서 커다란 고함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 이 개새끼가! 이거 안 놔? "


" 이거 놓으라고!! "



손전등을 들어 비춰보니 군인 두명이

고블린들에게 붙잡혀 어딘가로 질질 끌려가는 중이었다.



" 불...빛? 사람이다! 저기요! "


" 저기, 저희 좀 도와주세요! 제발!! "



두 사람이 손전등을 들고있는 나를 발견했듯,



" 케륵? "


" 케에엑! 퀴엑! "



고블린들도 나를 발견했다.


숫자는 얼추 열 마리 정도 되어 보였다.



" 겨우 고블린 따위한테 당한거야? 군인들이? "



어이없는 모습을 본 나는 웃음이 터져나왔다.


고블린은 게이트에서 출현하는 몬스터들 중 최약체다.


각성하지 못한 일반인들도 상대법만 알면

고블린을 상대 할 수 있을 정도다.


현대 무기는 통하지 않지만 맨몸 격투라면 어느 정도 가능하다.


일반인들은 마나의 발현은 하지 못하지만

그래도 몸 속에 내재된 소량의 마나가 있으니 말이다.


그런데 일반인도 아닌 군인들이 고블린한테 당했다고?


예전같았으면 그냥 거기서 뒤져버리라고 권했을 것이다.



" 조심하세요! 놈들이 갑니다! "



한 군인이 소리쳤다.


실소를 멈추고 고개를 들어보니,

열 마리의 고블린 중 여섯 마리가 나를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 잘 봐라, 고블린들은 말이야. "



쉬이익ㅡ!



화살이 두 발 날아왔다.


일반적인 화살보다 짧고 조잡했지만,

꼴에 몬스터라고 인간의 화살보단 조금 빠른 수준이었다.


타닷! 가벼운 스텝으로 화살을 피해낸 다음,

달려오는 고블린 네 마리에게 순식간에 접근했다.


제일 가까이 있던 고블린의 얼굴을 먼저 후려찼다.


빠드득.


아직 다리에 마력을 싣지 않았음에도

고블린은 목이 꺾여 저멀리 튕겨져나갔다.



" 키륵? "



동료의 죽음을 바로 앞에서 지켜본 고블린들이

서로를 바라보며 알 수 없는 신호를 주고 받았다.


느낌상 지금 X됐다고 말한 게 아닐까?



" 도망치긴 늦었다. "



앞서 말했지만 고블린을 상대하는 것은 매우 쉬운 일이다.


체구도 작은 데다 완력도 그리 강하지도 않다.


고블린이 무서운 점이라면 단지 숫자가 많다는 것 정도.


하지만 고블린을 일대일로 아주 가볍게 제압할 실력이 되면

다수의 고블린과의 전투도 그리 무섭지는 않다.


가벼운 주먹과 발길질에 고블린들이 낙엽처럼 쓰러져갔다.


남은 세 마리를 눈깜짝할 새에 정리해버리고

후방에 있던 고블린 궁수들에게 다가갔다.



" 키륵! "


" 케엑! "



겁을 잔뜩 먹은 채 쏘아대는 화살.


제대로 조준한 화살도 아니고

이러한 눈먼 화살은 피하기보다 맞기가 더 어려운 법이다.


쉬익!


날아오는 화살을 공중에서 그대로 낚아챘다.



" 너도 한 번 맞아봐라. "



쥐고있던 화살을 창 던지듯 던졌고,

화살은 그길로 고블린 궁수1의 머리를 꿰뚤었다.


관통된 머리에서 핏물과 뇌수가 흥건하게 뿜어져나왔다.



" 케륵! "



옆에 있던 궁수 고블린2가 외마디 비명을 질렀다.



" 그래. 너도 친구따라 가야지. "



어느새 죽은 고블린 궁수1의 머리에서 화살을 다시 뽑아든 나는

고블린 궁수2의 정수리에다 화살을 냅다 꽂아버렸다.


녀석 또한 먼저 간 친구와 별 다를 것 없이 즉사.


그렇게 채 2분이 걸리지 않은 짧은 시간동안 고블린 6마리를 처리했다.



" 다른 놈들은... "



고개를 돌려 생존자가 있던 곳을 살폈다.


하지만 그곳엔 아무도 없었다.



" 이런, 먼저 간건가. "



아무래도 동료들에게 나를 떠넘긴 뒤

자신들은 포획한 먹잇감을 끌고 아지트로 가버린 모양이다.


바닥에 손전등을 이리저리 비추며 녀석들이 남긴 발자취를 따라갔다.


애초에 시간도 그리 많이 흐르지 않은데다,

고블린의 보폭은 인간보다 훨씬 짧았던 까닭에

나는 녀석들을 금방 찾을 수 있었다.



" 케에엑! "


" 케르륵. "



나를 발견한 고블린들이 당황한듯 소리를 질러댔다.


뒤따라왔어야 할 동료들은 온데간데 없고

죽었어야 할 녀석이 나타났으니 놀라지 않는 것이 이상할 정도였다.



" 읍...읍! "



입에 밧줄이 물려있는 군인들이 알아듣기 힘든 소리를 내었다.



" 무슨 말을 하는 거야. "


" 케륵! "



순간 고블린 두 마리가 성큼성큼 다가왔다.


나머지 두 마리는 경계 태세와 함께 인질을 지키고 있었다.



" 여섯 마리도 역부족이었는데 고작 두 마리가지고? "



난 땅을 박차 왼쪽의 고블린과 거리를 좁혔다.


그리고 이어진 돌려차기.


목표는 녀석의 머리통이었다.


빠아악!


그러나 놀랍게도 고블린이 양팔로 내 발차기를 막아냈다.


예상을 뛰어넘는 움직임이다.



" 어쭈, 막아? "



생각지도 못한 상황.


그러나 딱 거기까지였다.


내 공격을 막아낸 고블린의 양팔은

뼈가 부러진 듯 달랑달랑 거리고 있었다.



" 그러게 그냥 한 방에 갔으면 덜 아팠을 거 아냐. "



고블린의 얼굴에 주먹을 꽂아넣었다.


주먹이 미처 닿기전 고블린은 내 주먹을 막기위해

필사적으로 팔을 들어 올리려했으나.


부러진 팔은 말을 듣지 않았고,

그것은 그대로 죽음으로 이어졌다.



『 고블린 전사를 처치하셨습니다. 』



" 응? 이 녀석 고블린 전사였어?

어쩐지 공격을 막더라니. "



고블린 전사는 일반 고블린과는 다른 네임드 몬스터.


'고블린'이라는 종족 명(名)에

'전사'라는 특정한 명칭이 따로 붙어있을만큼

녀석은 여타 고블린보다는 훨씬 강한 힘을 보유했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고블린이라는 개체는 몬스터중 가장 약했다.


그러니 조금 전에 명을 달리한 고블린 전사가

내 발차기 한 번을 막아낸 것 자체로도 칭찬받을만한 일이었다.



" 너도 전사냐? "



뒤를 돌아보니 고블린 한 마리가 벌벌 떨고있다.


자신의 운명을 예감이라도 한 것 같은 반응이다.


한 마리를 이미 처리해버렸기 때문인지

나는 녀석을 향해 천천히 걸어갔다.


눈앞의 고블린은 도망을 치거나 하지 않았다.


그저 자신의 미래를 겸허히 받아들이는 듯

지그시 눈을 감고 있을 뿐.



" · · · 이 놈 봐라? "



녀석의 특이한 행동에 잠시 넋을 놓았다.


보통의 고블린에게서는 절대 볼 수 없는 행동이었던 까닭이다.


꽁지 빠지게 도망을 치거나,

벌벌 떨면서도 침입자를 공격한다.


생존과 살육만을 탐한다.


그것이 몬스터의 본능.



" 특수 개체인가? "



하지만 아주 가끔 이런 녀석들이 있었다.


네임드 몬스터와 비슷하지만 또 다른 놈들.


몬스터주제에 지성과 이성을 가진채 태어나

훗날 강력한 존재가 되기도 한다.



" 좋아, 너는 특별히 고통 없이 보내주마. "



스스슷...


손에 마력을 담아냈다.


닭잡는 칼과 소 잡는 칼이 따로 있다고 했던가?


고블린을 상대하는 것치고는 과한 행동임은 분명했다.


하지만 오랜만에 보게된 특수 개체를

맨손으로 때려잡는 일은 그닥 내키질 않았다.


녀석에게 다가가 수도로 목을 베었다.


목이 베이는 녀석도 자신의 목이 달아나는 것을

눈치 채지 못하게끔 빠른 속도로.


『 고블린 전사를 처치하셨습니다. 』


툭. 고블린의 머리가 땅바닥에 떨어졌다.


잘린 목에선 피 분수가 치솟았다.



" 아직 특수 개체로 성장하지는 못했나보군. "



녀석이 게이트에서 조금 더 오래 살아남았다면.


그땐 틀림없이 특수 개체가 되었을 것이다.


그리고 게이트 안으로 들어온 인간들을

무자비하게 학살했을 지도 모른다.


고개를 돌려 남은 녀석들을 바라보았다.


동료들에게 나를 맡기고 인질들을 아지트로 데려가려던 놈들이다.


크게 보폭을 밟으며 도망치는 고블린들을 따라가 처리했다.


마주친 고블린들을 모두 처리했다.


이제 남은건.



" 읍...! 읍! 읍! "



" 거참 되게 시끄럽네.

기다리고 있으면 어련히 풀어줄 텐데. "



생존자들에게 다가가 입에 물린 밧줄과 함께

몸의 구속을 풀어주었다.



" 감사... 감사합니다! "


" 꼼짝없이 죽는 줄 알았어요. · · · 응? 중학생...? 고등학생...? "



동굴이 워낙 어두운 탓에 지금에서야 내 정체를 알아봤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해서, 내가 중학생이라고 해서

목숨을 구해줬는데도 반말을 듣는 일은...


매우 기분이 더러운 일이다.



" 뭐? "



눈을 치켜떴다.


'더 말 해봐.' 하는 눈빛을 보내며.



" 크흠... 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 눈치가 빠르네. 난 반말을 싫어하거든. "


" 어디서 오신 분인지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저희는 육군 9사단 소속ㅡ "


" 아, 그만. 궁금한 건 그게 아니니까 묻는 말에만 대답해. "



내 말을 잘 알아들은 건지 두 사람은 재빨리 입을 닫았다.



" 여기 들어온 건 너희 뿐이야? "


" 아니요, 저희 둘을 포함해서 다섯 명이 들어왔었습니다. "



다섯이라.


입구에서 본 세 구의 시체를 더하면 숫자가 맞았다.



" 세 명은 죽었지? "


" 혹시 오시면서 시체를 보셨습니까? "


" 어, 죽어있더라고. "


" · · ·그렇습니까. "



두 사람의 표정이 착잡하게 가라앉았다.


죽은 이들은 어쩌면 가족들보다 더 가까운 사이었을지도 모른다.


근데 뭐 어쩌라고.


그런 것까지 신경 쓸 필요도 없을 뿐더러 신경 쓰고 싶지도 않았다.


함께 동고동락한 동료? 전우?


세상에 그런 건 없다.



" 너희 근데 여기 왜 들어왔냐? "


" 저희는 정찰 부대 소속입니다.

명동에 갑작스레 나타난 검은 문의 정체를 알아보기 위해

이곳에 투입된겁니다. "


" 그러다 저 녀석들한테 잡힌 거고? "



처참히 죽어있는 고블린 시체들을 가리켰다.



" · · · 예 그렇습니다. 무전도 안되고 총도 소용없고. "


" 저녀석들한테는 현대의 무기가 통하질 않아.

차라리 방금 내가 한 것처럼 몸으로 싸웠으면,

조금의 피해를 줬을지도. "


" 숫자가 많았던 탓에...

그리고 놈들의 체구가 작아 방심한 탓도 있습니다. "


" 어어. 그걸 우린 실력이라고 불러. "


" 혹시 이 놈들과 검은 문에 대해서 아시는 겁니까?

방금 보여주신 움직임도 인간의 움직임을 뛰어넘는... "


" 거기까지. 혹시 내가 질문하라고 했나? "


" 죄, 죄송합니다! "



나와 대화하던 군인이 급하게 고개를 숙였다.


엉겁결에 옆에 있던 군인도 따라 고개를 숙였다.



" 됐고, 너희가 이곳에서 살아남을 방법을 알려주지.

딱 한 번만 말할테니까 잘 들어. "



고개를 든 녀석들의 눈빛에서 활기가 되살아났다.


주먹을 꽉 쥔 모습에서 제법 간절함도 엿보였다.



" 별 거 없어. 내가 살려줄테니까

그냥 이곳에서 있었던 일을 밖에 나가서 널리 퍼트려.

상부에도 보고하고 주위 사람들한테도 전하고.

아 그리고 인터넷에는 꼭 올리고. "


" 상부에 보고하는 건 당연하지만 주위 사람들한테도 말입니까? "


" 그래. 네가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총 동원해서 말이야.

그리고 혹시 핸드폰이나 카메라 같은거 있냐? "


" 중사 정상욱. 지급받은 카메라 있습니다. "


" 좋아. 이제부터 넌 그걸로 나를 찍는 거다.

게이트안에서의 브이로그 느낌으로. "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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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10화 - 장기말 (1) 24.09.09 15 1 20쪽
9 관리자와의 조우 (4) 24.09.08 16 1 15쪽
8 관리자와의 조우 (3) 24.09.06 22 1 15쪽
7 관리자와의 조우 (2) 24.09.05 22 1 15쪽
6 관리자와의 조우 (1) 24.09.04 24 1 14쪽
5 신의 선물 (5) 24.09.03 29 3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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