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하여 전부 말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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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힘
작품등록일 :
2024.09.01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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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0 1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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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3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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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선물 (5)

DUMMY

소년들의 친절한 안내에 따라 해수욕장을 빠져나온 나는

그들과 함께 인적이 드문 어느 골목길로 들어섰다.


이윽고 친구처럼 나를 대하던 이들의 태도는 느닷없이 돌변해 버리는데.



" 마, 잘 쪼개든데. 재밌나? "


" 크큭... 이 새끼 봐라. 아직 쪼개고 있노.

우리가 이까지 놀러 온 줄 아는갑다. "


" 돈 있제? 일단 돈부터 꺼내봐라. "



사투리를 사용하는 것을 봐선 이 동네 로컬 양아치인 듯싶었다.



" 돈? 없는데. "



벨니아를 쓰러트렸을 당시 미사키가 나에게 했던 행동처럼

나는 과장된 몸짓을 통해 주머니를 뒤지는 시늉을 했다.



" 이 새끼가 뒤질라고! "


" 마, 재밌나? "



그런데 암만 참으려 해도 잘 참아지지 않던 내 웃음이

아무래도 소년들의 심기를 건드린 모양이다.


양아치 무리 중 두 소년이 험악한 표정을 지으며

위협이라도 하듯 성큼성큼 나에게 걸어왔다.



" 잠깐잠깐. 돈이... 있네? "



두 사람이 다가오는 것을 본 나는

주머니에서 꼬깃꼬깃한 지폐를 꺼냈 보였다.


고아원의 친구에게서 받은 소중한 돈이었다.



" 근데 이건, 너희한테는 못 주겠다. "



돈이 있다는 것을 확실하게 보여준 뒤,

그 돈을 다시 주머니 속으로 집어넣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녀석들은

미끼를 발견한 물고기처럼 팔딱거리기 시작했다.



" 이 새끼가 돌았나?! "



화를 참지 못한 한 소년이 다짜고짜 주먹을 뻗어왔다.


제 딴엔 제법 매서운 공격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주먹에 얻어맞을 수준이었으면

회귀할 생각조차 안 했을 거다.


고개를 꺾는 것만으로 간단히 주먹을 피해내자

소년은 적잖이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 너희들은 오늘 혼 좀 나야겠다. "



차알싹!


일전에 내가 한구를 통해서 들려주려던 사운드가

골목길 사이사이로 울려 퍼졌다.


얼얼해진 뺨을 양손으로 부여잡은 녀석은

그만 바닥에 털썩 주저앉고 말았다.



" 이 씨X놈이!"



뒤이어 녀석의 옆에 있던 덩치 큰 놈도

자신의 친구가 당하는 것을 보자마자 나에게 달려들었으나.


이내 친구와 똑같은 신세를 면치 못했다.


가끔은 이런 드라마틱한 전개가 삶에 펼쳐지는 법이다.



" 야, 다들 가만히 있지 말고 와서 일렬로 무릎 꿇어. "



망부석처럼 뒤에 서 있는 세 사람을 향해 소리쳤다.


주먹을 꽉 쥐고 있는 걸 보니 그들 또한 나를 덮치려 했던 것 같지만...


애석하게도 녀석들에겐 친구가 당하는 걸 봤음에도

적에게 달려들 수 있는 용기 같은 건 없었던 모양이다.



" 어린놈의 새끼들이 벌써부터 삥이나 뜯고. "



일렬로 무릎 꿇고 있는 아이들의 뒤통수를

순번대로 한 대씩 후려갈겼다.


일정한 박자로 울려 퍼지는 경쾌한 소리.


중독될 것 같다.



" 너네 몇 살이야. "



뒷짐을 진 채 대사를 읊었다.


얼핏 보면 다 큰 어른이 불량 학생들을 계도하는 것 같기도 하다.



" 열... 열여덟. "


" 열여덟? 근데 이 새끼가 어디서 반말이야. "



대답한 녀석의 뺨을 후려쳤다.


제 딴에는 나에게 잘 보이고 싶어서

다른 아이들보다 대답을 빨리 한 것이겠지만은...


아쉽게도 대답하는 방식이 영 틀려먹었다.



" 열여덟 살입니다! "



이 녀석은 그래도 눈치가 좀 있네.



" 너네 나 말고도 다른 애들한테 삥 뜯은 적 있지? "


" 아닙니다! 이번이 처음이었습니다. "


" 아냐, 그건 너무 진부한 대답이야.

어이 거기. 아까 내가 주머니 뒤질 때 나한테 뭐라 말하려고 했었잖아. "



무릎 꿇고 있는 녀석 중 한 놈을 콕 집어 말했다.



" 아닙니다! 그런 적 없습니다!! "


" 내 기억엔 주머니 뒤져서 나오면 십 원당 한 대...

뭐 이런 말을 하려 했던 거 같은데. "


" 아니에요!!! 절대! 절대로 아닙니다!! "


" 아니라고? 그럼 지금 내가 거짓말을 한다는 거네. "



맞다고 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아니라고도 할 수도 없다.


녀석은 상당히 억울했는지 발작과 비슷한 몸부림을 쳤다.



" 어디 건방지게 몸을 배배 꼬아? "



찰싹!



" 아악!! "



솔직히 거짓말이었다.


그저 이 양아치 놈을 한 대 더 때리고 싶어서 한 말일 뿐.


하지만 오해는 하지 말았으면 한다.


전부 다 아이들을 갱생시키기 위해서니까.


그렇게 억울하게 뺨을 맞은 아이는 눈물을 흘리며 바닥으로 쓰러졌다.


세게 때리지도 않은 것 같은데 오버가 심한 녀석이었다.



' 예전처럼 손에 마나라도 담았다면. '



그땐 아픔을 느낄 겨를도 없을 거다.


눈 깜짝할 새에 머리와 목이 분리될 테니 말이다.


그런 생각과 함께 나는 습관적으로 손에다 마나를 불어넣는 시늉을 했다.


능력을 각성하는 건 내일 해운대 게이트가 나타난

그 이후가 될 테니 될 리가 없었지만.


그리고 역시나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 내일. 내일만 되어봐라. '



다시 한번 복수를 가슴속에 새기며

올렸던 손을 내리고 시선을 돌리던 순간,


몸에서 무언가가 꿈틀하는 것이 느껴졌다.



' · · · · · · 뭐야? '



익숙한 느낌이다.


익숙할 수밖에 없는 느낌이었다.



' 이건? '



틀림없는 마나의 기운.


왜? 어째서?


각성하지 않은 채로 마나를 느끼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일반인과 각성자를 구분 짓는 요소가 바로 마나의 발현이니까.


그렇기에 각성도 안 한 내가 몸속에 흐르는 마나의 기운을 느끼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고 단언할 수 있다.


근데 내가 과거로 회귀한 것 자체도 원래 불가능한 거 아니야?


짧은 찰나에 머릿속으로 별별 희한한 생각이 지나갔다.



" · · · · · · . "



마나를 불어넣는 시늉을 했던 오른손을 다시금 들었고,

골동품을 감정이라도 하듯 이리저리 자세히 살펴보았다.


단순한 착각이었던 걸까?


그러나 자세히 살펴본 오른손에는

정말 미약하게나마 푸른빛이 조금 어려있는 것 같다.



" 야, 너희들 지금 당장 일어나서 꺼져. "



한시라도 빨리 이 상황을 알아볼 필요가 있었기에,

무릎 꿇은 아이들을 황급히 일으켜 세웠다.



" 예, 예...? "


" 빨리 꺼지라고. 그냥 갈래, 아님 한 대씩 맞고 갈래? "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서로를 바라보던 녀석들.


그러나 수 초 지나지 않아 상황 파악이 전부 끝났는지,

녀석들은 주저 없이 자리에서 일어나 골목 밖으로 뛰쳐나가려 했다.



" 아, 주머니에 돈은 다 놓고 가. "



그렇게 아이들을 바른길로 인도한 후에

나는 가만히 서서 오른손을 관찰했다.



" 이건 마나가 틀림없는데, 눈으로도 조금씩 보이고. "



처음엔 스파크처럼 작았던 마나의 반응이

신기하게도 사용하면 할수록 점점 더 세지고 있다.


희미하던 마나의 푸른 빛깔도 점차 선명해졌고,

이젠 누가 봐도 손에 마나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아볼 정도다.


물론 이게 마나라는 것은 현재로선 나밖에 모를 테지만.



" 어떻게 대격변 하루 전날에 마나가 발현된 거지?

것보다 내가 이렇게 쉽게 마나를 발현시킬 수가 있었던가. "



부끄러운 말을 하나 하자면,

회귀 전의 나는 마나에 관해 재능이 없었다.


단순히 재능이 없다는 말로는 부족할 정도로 나의 재능은 처참했다.


방금처럼 마나를 손에 불어넣는 것도

각성한 지 2년이 지난 후에나 가능한 일이었기 때문.


재능이 있는 놈들은 이걸 길면 한 달,

짧으면 1~2주 만에 해내기도 했으니 말 다 했지 뭐.


몇몇 미친놈들은 하루 만에 해내기도 했다.


그렇기에 마나를 활용한 마법 같은 건 난 꿈도 꾸지 못했다.


내가 할 수 있는 거라곤 오직 마나를 통해 신체를 강화하거나,

무기를 강화하는 정도 밖에 없었다.


혼란스러움으로 가득 찬 나의 시야에 돌연 무언가가 펼쳐졌다.



" 씨X, 놀래라! 어라? 이건 시스템 창이잖아. "



시스템 창.


각성자들에게 새로운 세상의 정보를 전해주는 여러모로 귀중한 존재.


헌데 이것 또한 마나와 마찬가지로 각성자들의 전유물이었다.


그런 것이 지금 내 눈앞에 나타났다는 건...



" 나 진짜 각성한 건가? 지금? "



놀란 눈으로 시스템 창을 위아래로 훑었다.


하지만 놀랄만한 일은 아직 많이 남아있었다.



『 업적 '마나 지배자【???】'를 획득하셨습니다. 』


『 스킬 '마나 지배자【???】'를 획득하셨습니다. 』



정체와 출처를 알 수 없는 글귀.


헌터 생활을 오래 해왔지만 저런 업적과 스킬은 처음이었다.


나는 한시라도 빨리 이 상황을 알아보기 위해 상태창을 펼쳤다.



---------------------------------------------------------------


이름 : 최광 / 종족 : 인간 / 칭호 : 없음


체력 : 15/15 마나 : 10/10


힘 : 5 민첩 : 3 지능 : 5


고 유 특 성 : 망자의 유산


스 킬 : 마나 지배자 【???】


업 적 : 마나 지배자 【???】


---------------------------------------------------------------



오랜만에 펼쳐본 상태창은 예전 모습 그대로였다.


없던 것이 두어 개 생겼지만,

그것만 제외한다면 그 시절과 아주 똑같았다.


【망자의 유산】


나의 고유 특성.


고유 특성은 각성 시 각성자가 얻게 되는 고유한 능력을 말한다.


그런데 이 빌어쳐먹을 능력은 후반에는 좋지만

초반에는 쓰레기에 불과한 능력이었다.


'망자의 유산'의 효과는 생명체를 죽이면

능력치를 올릴 수 있는 스텟 포인트를 줬다.


하지만 스텟 포인트를 얻을 수 있는 확률은 극악과 다름 없었기에,

그 탓에 내 각성 초반 시절은 암울함 그 자체였다.


더욱이 운이 좋은 각성자는 스킬을 두 개나 가진 상태로 각성한다는데

나는 '횡 베기'같은 최하급 스킬 마저도 없었다.


게다가 마나에 관한 재능도 없고.


그렇기에 남들은 대격변 초반에 게이트를 돌며

엄청난 성장을 하는 데 반해 나는 이렇다 할 성장을 하지 못했다.


머릿속으로 암울했던 짐꾼 시절이 스쳐 지나갔다.


잘나가는 헌터들의 짐꾼을 자처해 그들이 남기고 간

다 죽어가는 하급 몬스터들을 확인 사살하며

힘겹게 힘겹게 스텟을 긁어모으던 그 시절 말이다.



' X같은 기억이네. '



나는 서둘러 고개를 저으며 머릿속을 말끔히 비워냈다.


쓸데없는 과거 회상 따위를 할 시간이 없다.


빨리 확인해야 할 것이 있었으므로.


계속해서 시선을 사로잡는 정체 모를 표시.


저 괄호 안에는 분명 스킬이나 업적의 등급이 적혀있어야 정상인데.


하지만 어째선지 의미를 알 수 없는 물음표만 잔뜩이다.


검지로 상태창을 콕콕 찍어보았다.


그리고 나타난 그것의 정보.



---------------------------------------------------------------


업적 - 마나 지배자 【???】


'마나'라는 개념이 생겨나기 전부터 마나를 사용한 당신.

혹시 마나가 당신으로부터 생겨난 것은 아닐런지.


효과 : 마나를 자유자재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



짤막하면서도 성의 없는 듯한 업적의 설명과,



---------------------------------------------------------------


스킬 - 마나 지배자 【???】


마나 사용에 능숙해집니다.


※ 필요조건 - 업적 마나 지배자 【???】


---------------------------------------------------------------



그것보다 훨씬 더 짧은 스킬의 설명이었다.



" 뭐야, 이 병X같은 설명은. "



본디 스킬이라는 것은 설명이 길고 복잡할수록 강하다.


물론 절대적인 것은 아니다.


설명이 긴 만큼 제약이 따르는 경우도 있던 까닭에.


하지만 지금처럼 설명이 너무 짧은 경우는

불안하지만 아주 기초적인 스킬을 설명할 때 자주 쓰였다.


뭐, 확실한 건 직접 사용해 봐야 알 수 있겠지만.



" 흐읍...! "



'마나를 자유자재로 사용할 수 있다'는

업적의 설명을 따라 오른쪽 검지 손가락을 펼쳐보았다.


이윽고 펼친 손가락 끝에서는 동그란 빛무리가 생겨났다.


반경 1cm는 될까 싶은 작은 크기.



" 쓰X, 미쳤네 미쳤어!! "



감격에 겨워 입 밖으로 욕이 저절로 튀어나왔다.


누가 보면 인적 없는 골목길에서 혼자 손가락을 펼치고

좋아서 방방 뛰는 미친놈처럼 보이겠지만,


그런 시선 따위?


전혀 상관없다.


마나에 재능이라고는 1도 없던 놈이

돌연 재능이 미쳐버린 놈이 되어버렸는데,

그런 시선 따위가 대체 뭐라고.



" 마나를 몸 밖으로 보내는 것이 이런 느낌이었구나!!

등신 같은 놈! 이 재밌는 걸 지 혼자서만 못하고! "



난생처음 몸 밖으로 마나를 배출했다.


단 한 번의 생각만으로, 단 한 번의 시도만으로 성공한 것이다.



『 스킬 【마나 지배자】의 숙련도가 상승했습니다. 』



그리고 떠오른 시스템 창의 문구.



" 숙련도? 그럼 이건 패시브 스킬인가 보네?! "



패시브 스킬은 별다른 조작 없이도

항상 그 효과를 발휘하는 스킬을 말하는데,

직접 조작해야 하는 액티브 스킬과는 반대되는 말이었다.


액티브 스킬이 아닌 것이 살짝 아쉬웠지만 큰 상관은 없다.


숙련도를 올려주는 스킬 같은 경우에는

숙련도를 끝까지 채우면 엄청난 효과를 받을 수도 있을뿐더러,

마나를 능숙하게 다루게 해주는 것 자체가

하나의 스킬 그 이상의 효과를 내게 가져다줄 것이기 때문이었다.



" 미친... 대박이다, 대박.

나도 드디어 초반에 빛을 좀 보는 건가. "



내 고유 특성은 앞서 말했다시피 후반이 되어서야 빛을 발한다.


초반에는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다.


그렇다면 '마나 지배자' 스킬을 활용해 초반 성장을 주도한다면

분명 회귀 전보다 더 빠르게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 흐흐흐... "



뜻밖의 행운에 감탄하고 있던 순간 영감과의 대화가 떠올랐다.


원래 가려던 날짜보다 하루 전을 추천하던 영감.


그리고 그 이유를 물어보던 나.



" 잠깐, 혹시? "



온몸에 소름이 끼침과 동시에 영감쟁이가 이 모든 것을

계획했을 거란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어쨌거나 그는 인간이 아닌 신(神)이었으니까.



" 감사합니다 영감님. 덕분에 일이 쉬워질 것 같아요! "



과거로 회귀를 시켜준 것만 해도

매일 아침 일어나 절을 해도 모자랄 판국인데,

이런 미친 능력까지 선물해 주다니.


고마운 마음에 하늘을 향해 넙죽 엎드려 절을 했다.


이 정도면 내 진심이 충분히 닿았겠지.


이후 바닥에서 일어나 무릎에 달라붙은 먼지를 툭툭 털었는데,

그사이 깜짝 놀랄만한 일이 한 가지 더 일어나고 말았다.


대체 오늘이 무슨 날이길래 이러는 걸까.



" 커헉! 이건 또 뭐야 씨X! "



눈앞에 시스템 창이 떠올랐다.


하지만 평소와 다른 점이 있었는데.


시스템 창이 나에게 말을 걸고 있었다는 것이다.



『 너 누구야?! 정체가 뭐야! 』



그리고 그 시스템 창은 붉은빛으로 불길하게 점멸하고 있었다.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추천 너무나도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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