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하여 전부 말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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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힘
작품등록일 :
2024.09.01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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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0 1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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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1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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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쪽

신의 선물 (3)

DUMMY

" 하아안구? 쓰벌 내가 네 친구야? "



내 기억속 한구와 나는 나이가 같았다.


그렇기에 사실 따지고보면 친구는 맞다.


하지만 이것은 지극히 어른의 관점이었고,

당시의 한구는 아무래도 나를 친구로 생각치 않는 모양이었다.


쉬이이익.


허공을 가르는 한구의 주먹 소리가 귀를 스쳐 지나간다.



" 야, 한구야 진정해 진정. "



나는 양손을 위로 펼쳐 보이며

싸울 의사가 없다는 것을 명확히 알렸다.


아무리 내가 회귀 전엔 미치광이라 불렸다지만,

각성도 못한 이런 핏덩이를 상대로 쉽게 주먹을 휘두를 순 없지 않은가.



" 이 개새끼가! "



그러나 내 진심과는 반대로 이성을 잃어버린 한구.


자세조차 제대로 잡히지 않은 우악스러운 주먹과

무게 중심을 잃어버릴 것 같은 발길질은

나에게 그 어떠한 위협도 주질 못했다.



" 한구야, 나머지 애들 어딨냐? "



한구가 내지른 주먹을 덥썩 잡아채며 말했다.


원래 같았으면 주먹 뼈가 으스러지는 게 정상이겠으나

몸 상태가 회귀 전과는 많이 달라서 그런지

아쉽게도 한구의 표정을 찡그러트리는 것에 만족해야 했다.



" 씹, 이거 안 놔?! "



이를 악문 채 끝까지 센 척하는 한구의 모습이

불쌍해서인지 나는 곧바로 손을 놓아주었다.


덩치는 어른만해도 역시 아이는 아이다.



" 알았어. 알았으니까 화 좀 그만 내.

너한텐 별로 원한이 없으니까 내가 넌 안 건드릴게.

다른 애들 어디 갔냐? "


" · · · 너, 뭐야? "



달라진 내 분위기를 그제야 알아챘는지

어린 녀석의 눈동자가 지진 난 듯 떨리는 게 다 보일 지경이었다.



" 한구야, 빨리 대답해라. 나 시간 없어. "



실제로 나에게 이곳에서 주어진 시간은 별로 없었다.


내일이면 전 세계가 아수라장이 될 것이고,


난 회귀 전처럼, 아니 회귀 전보다

더욱 강해지기 위해 이것저것 준비해야 할 게 많았다.



" 씨X 너 혹시 뭐 잘못 먹었냐? 왜 갑자기 · · · "



진심 어린 배려를 끝까지 무시하는 한구의 모습을 보자

결국 나도 모르게 손이 위로 올라가버렸다.


그렇게 내 손바닥과 한구의 볼이

만나서는 안될 만남을 꾀하려던 찰나,



" · · · 잠깐!! 전부 식당에 있어...! "



다급한 한구의 목소리에 나의 손은 다시 제자리를 찾았다.



" 새끼가 진작 말할 것이지. "



겁에 질려있는 한구의 볼을 가볍게 툭툭 쳐준 뒤

나는 그대로 뒤를 돌아 식당으로 향했다.


식당은 지금 여기에서 제법 거리가 있었지만

오랜만에 보는 보육원의 풍경 덕분에

걸어가는 길은 그리 심심하지 않았다.


그렇게 도착한 식당.


식당이라고 거창한 이름이 붙긴 했으나

그래봤자 테이블 몇 개 없는 작은 함바집과도 같은 곳이었다.


벌컥 문을 연 나는 대뜸 아침식사 중인 아이들의 얼굴부터 살폈다.


개중에는 조금 전 나를 잠에서 깨운 소년도 있었는데,

손을 흔드는 녀석을 보자 이름이 생각났다.


김성연.


저 녀석의 이름은 김성연이었다.



" · · · . "



성연이의 부름을 가볍게 무시한 나는

남자 애들 서너 명이 밥을 먹고 있는 한 테이블로 성큼성큼 걸어갔다.



" 맛있냐? "



밥을 먹고 있는 한 아이의 뒤통수를

식판에 담긴 음식 위로 지그시 눌렀다.



" 푸읍, 커헉!! "


" 뭐, 뭐야! "


" 최광? 이 새끼가 돌았나?! "



깜짝 놀랄만한 내 행동에 테이블에 앉아있던 아이들은 물론

식당 전체가 혼란으로 술렁이기 시작했다.



" 아니 맛있게 먹는 것 같아서 도와주려 했지. "



내 손에 짓눌려져 식판에 고개를 강제로 처박게 된 소년,

강준성은 숨이 막혔는지 몸부림을 치기 시작했다.


하지만 난 녀석의 뒤통수에서 손을 떼지 않았다.


얘네들도 그만 좀 괴롭히라는 내 부탁을

귓등으로도 듣질 않았으니까.


그래, 지금의 난 그것을 똑같이 갚아주고 있는 것이다.



" 웁...웁! "



참다못한 강준성은 고개가 처박힌 채

뒤를 향해서 필사적으로 주먹을 휘둘렀다.


하지만 나는 반대쪽 팔로 날아오는 강준성의 주먹을

그대로 잡아버려 오히려 녀석의 팔을 꺾어버렸고.


그리곤 뒷머리를 잡아채 녀석의 고개를 위로 들어 올렸다.


그래도 아직 애인데 여기서 죽일 순 없지.



" 푸하...! 하아... 하아아... "



제육이며 김치며 할 것 없이

온 얼굴에 음식물이 덕지덕지 묻어버린 강준성은

이제껏 참았던 숨을 거칠게 토해냈다.



" 아무리 맛있어도 숨은 좀 쉬어가면서 먹어야지 준성아.

내년이면 스무 살인 애가 이게 무슨 꼴이니. "



나는 잠깐의 숨 쉴 틈을 준 뒤,

다시 한 번 강준성의 얼굴을 식판에다 처박았다.



" 최광 이 씨X놈아 미쳤냐? 그만 안 해? "



보다 못한 한 녀석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준성이의 바로 옆에 앉아있던 녀석이었다.


내 기억에 행동 대장쯤 되는 녀석이었을 것이다.


이름은 잘 기억 안 나지만.



" 크헥... 켁! "



녀석이 나와 강준성을 떼어놓기 위해

나를 향해 발차기를 하려던 순간,

잡고 있던 강준성의 뒤통수를 뒤로 빠르게 끌어채며

나는 녀석의 발차기를 준성이의 몸으로 막아냈다.



" 끄아아악! "


" 어우... 야, 친구를 그렇게 발로 차면 어떡하냐? "



졸지에 발차기까지 얻어맞게 된 강준성은

괴성과 함께 그대로 바닥을 나뒹굴고 말았다.



" 준성아...! 이 씨X놈이? "


" 네가 차 놓고 왜 나한테 욕을 해? "



난 웃음이 새어 나오려던 것을 가까스로 참아내며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어깨를 으쓱거렸다.



" 넌 오늘 진짜 뒤졌다. "



185cm의 거구로 보육원에서 제일 덩치가 컸던 녀석은

위협적인 기세로 나에게 다가왔다.


하지만 덩치가 크다고 해도

싸움의 '싸'자도 모르는 어린 고등학생일 뿐.


세계 최강의 헌터였던 내가 아무리 육체가 약해졌다고 한들

이런 꼬맹이한테는 지고 싶어도 질 수가 없는 법이다.


눈에 뻔히 보이는 주먹과 발길질을 이리저리 피해 가며

난 녀석의 명치에 스트레이트를 가볍게 꽂아 넣었다.



" 우웁... 우웩! "



고통을 참지 못한 녀석은 무릎을 꿇으며 쓰러졌다.


속에 있던 것들을 전부다 토하면서.



" 꺄악! "


" 광, 광아! 그만 둬!! "



멀리 떨어져 우리를 지켜보던 여자애 하나가 깜짝 놀라 비명을 질러댔고

싸움을 말리려는 식당 아주머니들의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왔다.


하지만 그런 것들엔 눈길조차 주질 않았다.


더욱 재밌는 일이 아직 남아 있었으니까.



" 얘들아 그동안 재밌었지? "



나는 테이블에 앉아있는 남은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


강준성과 방금 쓰러진 덩치를 제외한 이 두 소년은

사실상 별 볼일 없는 놈들이다.


그러나 동시에 제일 악질이기도 했다.


강자에게 빌붙어 약자를 괴롭히던 놈들이므로.


그것을 방증이라도 하듯 두 놈은 덩치 큰 녀석과는 다르게

자리에서 일어나지도 못한 채 벌벌 떨고만 있다.



" 어휴 됐다, 내가 뭣하러 너희 같은 핏덩이들을 괴롭히겠냐. "



두려움에 벌벌 떠는 모습을 보자 마음이 약해졌다.


비록 겉은 고등학생에 불과하더라도 정신만큼은 어른인 내가

얘네 둘을 때려서 얻을 수 있는 것은 사실 아무것도 없다.


그러니 도닦는 심정으로 한 번은 참아야겠지.



" 앞으론 애들 괴롭히지 마라. 알겠지? "



두 녀석을 노려보며 말했다.



" 으, 응... "


" 응... 미안해... "



식판을 향해 고개를 푸욱 숙인 채

모기가 기어가는 듯한 목소리로 대답하는 두 녀석.


나는 녀석들의 뒤통수를 한 대씩 가볍게 갈기고는

여전히 먹은 것을 게워내는 중인 놈에게 걸어갔다.



" 넌 쟤네들이랑 다른 거 알지?

그러니까 뺨 한 대만 더 맞자. "



두 손으로 명치를 부여잡으며

아직까지 제대로 정신을 찾지 못하는

녀석의 머리채를 강제로 붙잡고 올렸다.



" 에이 씨, 더럽게. "



헌데 얼굴이 온통 토사물 범벅이다.


원래는 뺨을 한 대 갈길 생각이었지만 계획을 수정하는 수밖에.



" 안되겠다, 넌 그냥 네가 토한 거나 닦아라. "



녀석의 커다란 몸을 발로 이리저리 굴렸다.


토사물이 면적 넓은 녀석에 몸에 덕지덕지 묻었다.


아마 이걸로 한동안 냄새난다고 놀림 좀 받겠지.


그러고는 나는 몸을 돌려

바닥에 쓰러져있는 강준성을 향해 걸어갔다.


강준성만큼은 얘들과는 다르게 제대로 된 벌을 줘야 했고,

또 주고 싶었다.



" 야, 휴지 가지고 와서 얘 얼굴 좀 닦아라. "



난 테이블에 앉아 있던 두 녀석을 보며 말했다.


두 명 중 나와 가까이 있던 녀석이

쏜살같이 일어나 휴지를 가지고 왔다.



" 으... 으윽... "



강준성은 다행히 기절은 하지 않은 모양이지만

갈비뼈가 부서진 듯 고통을 호소하며

자리에서 일어나질 못하고 있었다.



" 준성아... 미안해... "



음식물 범벅인 얼굴을 냅킨으로 닦아내자,

고통스러워하는 녀석의 표정이 더욱 잘 드러났다.



" 준성아, 이 씹X끼야. "



나름 정답게 준성이를 불렀음에도

강준성은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았다.



" 그러게 왜 애들을 괴롭혔냐, 응?

내가 그렇게 하지 말라고 애원했잖아. 맞지? "


" · · · · · · . "



녀석 또한 다른 아이들과 마찬가지로

도저히 이해 가지 않는 지금 상황을

억지로 이해하기 위해 발버둥을 치고 있을 것이다.



" 이름이 특이하다고 줘 패고.

눈빛이 마음에 안 든다고 줘 패고.

처맞으면 처맞는 소리 낸다고 또 줘 패고.

줘 팰 이유도 참 많다 그치? "


" · · · · · · . "


" 이거 봐봐. 온 몸이 멍투성이인거. "



나는 입고 있던 티셔츠를 살짝 들어 올렸다.


배와 옆구리 그리고 허리에 있는 멍자국들이 잘 보이도록.



" 애들 패는 거 안 들키려고 일부러 안 보이는 곳만 골라서 팼었잖아. "


" · · · · · · . "


" 근데, 에이 기분이다! 딱 한 대만 맞자.

네가 이때까지 우리한테 해온 거,

이거 한 대로 퉁치면 나름 괜찮은 장사잖아? "


" 미안... 해. "


" 어 갑자기 그렇게 사과하면 안 돼.

내가 나쁜 놈이 된 거 같잖아. "



나는 화들짝 놀라는 연기와 함께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 양심이 있으면 네가 그런 말 하면 안 되겠지? "



그러면서 나는 스윽 주위를 둘러보았다.


보육원 아이들과 식당 아주머니들이 모두 얼어붙은 듯 서있다.


아주머니들은 너무 놀란 표정을 짓고 있는 반면에

몇몇의 아이들은 통쾌하다는 표정을 짓기도 했다.



" 너보다 어리고 힘 없는 애들 괴롭히니까 재밌었어? "


" 아니... 이젠 다시는 안 그럴게. 미안해... 제발...! "



겁에 질린 표정으로 옆구리를 부여잡고 있는 강준성.



" 그래, 한 대만 맞고 앞으론 다시는 그러지 말자 우리! "



한 손으론 옆구리를, 다른 한 손으론 바닥을 헤짚으며

필사적으로 바닥을 기는 준성이의 얼굴 한가운데를.


강하게 걷어찼다.


빠악!


사람 얼굴에서 나면 안 될 것 같은 소리가

정적 가득한 식당 안에 기어코 울려 퍼졌다.



" 어휴 코 뼈가... 아주 작살이 났네. 앞니도 다 부러졌고. "



기절한 준성이의 얼굴을 확인하며

난 일부러 주변 사람들 들으란 듯이 크게 중얼거렸다.



" 애들끼리 싸움 난 건데 너무 크게 다친 거 아닌가 몰라. "



이후, 기절한 강준성과 이를 지켜보던 관객들을 뒤로하고

그냥 그대로 밖으로 나와버렸다.


토사물 범벅과 피떡이 된 얼굴을 봤더니

입맛이 뚝 떨어졌던 까닭이다.


잠시 후, 그렇게 정처 없이 보육원을 떠돌던 나에게

누군가가 황급히 달려왔다.



" 야! 야! 광아! "



보육원 시절 룸메이자 친구였던 김성연이었다.


아까 잠에서 막 깼을 땐 미처 생각 못 했지만

오랜만에 보는 녀석의 얼굴이 몹시 반갑게 느껴졌다.



" 야! 너 뭐야? 어? "



놀란 표정과 목소리로 횡설수설하는 녀석.


하긴 어제까지만 해도 복날에 개 처맞듯 처맞던 놈이

방금 그런 일을 벌였으니 이러한 반응은 지극히 정상이다.



" 응? 뭐가? "


" 모르는 척 하기는! 그 씹X끼들 팬 거, 어떻게 한 거야?! "



걔들을 '그 씹X끼들'이라고 칭하는 걸 보아

얘도 어지간히 괴롭힘을 당했나 보다.



" 별거 아냐. "



정말 별건 아니었다.


딱히 능력을 쓴 것도 아니었고

그냥 애들 싸움 수준이었으니까.



" 별거 아니긴! 어제도 울어서 눈이 팅팅 부었구만.

하룻밤 사이에 무슨 일이 벌어진 거야?

분명히 같이 잤는데... 근데 이제 어떻게 하려고? "


" 뭘 어떻게 해? "


" 강준성 그 새끼, 원장 아들이잖아. "


" 아. "



그래서 그랬던 거였지.


강준성이 과거에 애들을 심하게 괴롭혔어도

아무런 제제가 없었던 이유가 지금 막 떠올랐다.



" 너 여기서 쫓겨날 수도 있다고!! "


" 호들갑 떨지 마. 나가면 나가는 거지.

그리고 어차피 나가려던 참이야. "



시큰둥한 내 반응에 김성연이 되려 팔짝 뛰었다.



" 나가려 했다고? 여기를? 너 갈 데 있어? 부모님 찾은 거야? "


" 찾긴 무슨. 돈 없다고 자식 버린 부모를 왜 찾냐. "



나중에 심심하면 찾아 볼 생각은 있지만 지금은 때가 아니다.



" 그럼 여길 나가서 뭘 하겠다는 거야?

지낼 곳도 딱히 없잖아. "


" 그거야 차차 만들어가면 되는 거고... "



김성연의 얼굴을 바라보다 문득 이 녀석의 미래가 궁금해졌다.


대격변이 일어난 뒤로 이 녀석의 소식을

살면서 들어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 너, 아니다... 됐다. "



잠시 이 녀석을 데리고 밖으로 나갈까 생각했지만...


곧바로 그만두었다.


앞으로 벌어질 일들은 아무런 힘도 없는

어린 고등학생이 버텨내기엔 틀림없이 불가능한 수준일 테니까.


그리고 나는 언제나 그랬듯 혼자가 편했다.



" 왜? 뭔데? "



치근덕지게 붙어오는 김성연을 떼어내던 찰나,

뒤쪽에서 큰 소리가 들려왔다.



" 최광!! "



보육원의 왕이자 절대 권력인 원장의 목소리였다.


조금 전 내가 얼굴을 박살 내버린 강준성의 엄마이기도 했고.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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