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나쁜 특성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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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유.
작품등록일 :
2024.09.02 1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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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5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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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행

DUMMY

며칠 후, 각성자 관리국 훈련장.


훈련장은 각성자들이 자신의 능력을 실험하고 강화할 수 있도록, 다양한 특성을 시험할 수 있는 최첨단 시설로 구성되어 있었다.


연우는 각성자 관리국의 훈련장에서 자신의 새로운 능력을 테스트하고 있었다.


훈련 담당자인 강희석 과장이 연우에게 다가와 조용히 말을 걸었다.


“연우 씨, 준비되셨나요?”


연우는 훈련장 중앙에 서서 깊은 숨을 들이쉬었다.

자신의 특성들이 얼마나 강력할지.

어떤 방식으로 구현될지 알 수 없어. 긴장감이 그의 몸을 감쌌다.


“네, 준비됐습니다.”


강희석은 노트북을 켜고 준비된 훈련 프로그램을 확인하며 설명을 시작했다.


“좋아요. 먼저 치유 특성부터 테스트해 보겠습니다. 이 특성은 회복과 치료 능력을 중심으로 구현됩니다. 오늘은 실험 동물을 대상으로 테스트를 진행할 겁니다.”


훈련 구역으로 부상당한 몇 마리의 동물이 등장했다.

작은 상처와 찰과상을 입은 토끼와 고양이들이 케이지 안에 있었다.

연우는 괜스레 미안한 마음이 들었지만, 곧 마음을 다잡고 다가갔다.


“이제 치유를 시도해 보세요.”


연우는 케이지 앞에 무릎을 꿇고 손을 뻗었다.


머릿속으로 치유라는 단어를 떠올리며 대상을 치유하고 싶다는 염원을 담아 집중하자, 손끝에서 은은한 빛이 뿜어져 나왔다.

부드럽고 따뜻한 빛의 입자가 고양이의 상처를 감싸기 시작했다.

상처가 급속히 아물기 시작했고, 출혈도 멈췄다.


“와! 대단하네요! 계속해서 해보세요!”


강희석은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이며 메모를 했다.


“치유 속도가 상당히 빠르군요. 이 정도면 최상위 치유 특성으로 평가할 수 있습니다.”


연우는 치유 특성이 성공적으로 발현된 것에 안도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더 심한 부상도 치료해 볼까요?”


*


“좋아요, 잘하고 있어요. 조금만 더 집중하세요!”


강희석의 격려에도 불구하고 연우는 한계에 다다른 것 같았다.

결국 그는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무릎을 꿇으며 훈련을 중단했다.

강희석이 다가와 연우를 부축하며 말했다.


“오늘 훈련은 여기까지 하죠. 체력과 에너지의 소모가 예상보다 컸습니다. 무리하지 마세요, 연우 씨. 처음 치고는 아주 잘했습니다.”


연우는 숨을 헐떡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감사합니다. 조금··· 힘드네요.”


강희석은 미소를 지으며 그를 안심시켰다.


“괜찮습니다. 앞으로도 훈련을 통해 점차 나아질 겁니다. 이제 마지막으로 요행 특성을 테스트해보겠습니다.”


연우는 잠시 앉아 휴식을 취한 후, 다시 자리에서 일어났다.


요행 특성은 연우에게 가장 예측하기 어려운 능력이었다.

이 특성은 그의 의지로 구현할 수 없었고, 언제 발동될지 예측할 수 없었다.


연우는 다시 한 번 심호흡을 하고, 마음을 가다듬었다.

그는 특성이 구현되기를 기다리며 두뇌를 풀가동 하며 단어를 떠올려 보았지만,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강희석은 잠시 기다리다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음, 역시 요행 특성은 쉽게 구현되지 않는군요. 지금은 발동하지 않았지만, 긴장하지 마세요. 특성마다 구현 조건이 다르니까요. 오늘은 여기서 마무리하도록 하죠.”


연우는 약간 실망한 표정이었지만, 강희석은 그를 위로했다.


“연우 씨, 첫날부터 모든 걸 해내려고 하지 마세요. 천천히 자신의 특성을 이해하고, 그것들을 통제하는 법을 배워나가면 됩니다.”


연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강희석의 말을 새겼다.

오늘의 훈련을 통해 그는 자신의 능력에 대해 더 많이 이해하게 되었고, 앞으로의 도전에 대한 준비도 더 필요함을 깨달았다.


그때 강희석이 다가와 말했다.


“연우 씨, 아픈 동물들 보니까 마음이 무거우시죠? 심리 치료실로 이동할게요.”


*


심리치료실.


차분하고 편안한 분위기가 방 안을 감싸고 있었다.

부드러운 조명 아래 아늑한 의자들이 배치되어 있고, 은은한 아로마 향이 가볍게 공기를 채우며 마음을 차분하게 해 주었다.


문이 조용히 열리며 한 여성이 방 안으로 들어왔다.

그녀는 긴 머리가 어깨를 넘어 부드럽게 흘러내리고 있었으며, 그 미소는 따뜻하면서도 어딘가 알 수 없는 매력을 풍겼다.


그녀의 눈빛은 사람을 끌어당기는 힘이 있었고, 연우는 그 시선을 피하지 못했다.


“안녕하세요, 차연우 씨.”


그녀가 먼저 말을 걸며 밝게 웃었다.

그녀의 미소는 매우 자연스러웠지만, 연우는 그 미소 속에서 설명할 수 없는 불안감을 느꼈다.

그 불안감이 본능적인 경고처럼 느껴졌다.


“안녕하세요······.”


연우는 약간 경계한 듯 답했다.

그녀는 천천히 다가와 손을 내밀었다.


“저는 나하나 라고 합니다. 심리 치료사로 일하고 있어요. 오늘 연우 씨와 함께 이야기를 나누게 되어 기쁩니다.”


연우는 그녀의 손을 잡으며 조심스럽게 악수를 나눴다.

그녀의 손은 부드럽고 따뜻했다.

그러나 그 미소 뒤에 숨겨진 무언가가 느껴졌다.

연우의 마음속에서 경계심이 더 커졌다.


“네, 반가워요.”


연우는 여전히 경계하면서도 긴장을 풀어보려 애썼다.

그러나 그의 직감은 계속해서 조심하라고 경고하고 있었다.


나하나는 연우를 편안한 의자로 안내하며 앉으라고 권했다.

연우가 자리에 앉자, 그녀는 맞은편에 앉아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을 이어갔다.


“오늘 훈련에서 많은 감정을 소모 하셨죠? 부상당한 동물들을 치유하는 과정은 심리적으로도 상당한 부담이 되었을 것 같아요.”


연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조금··· 마음이 무거웠어요.”


나하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의 말에 공감하는 듯 말했다.


“그렇죠. 동물들이 아파하는 모습을 보면 당연히 마음이 아프죠. 그런 감정은 아주 자연스러운 거예요.”


그녀의 목소리는 부드럽고, 멜로디처럼 차분했다.


그 안에는 묘한 울림이 있었고, 그 울림은 연우의 마음 깊숙이 스며들어갔다.

연우는 그녀의 목소리에 점점 빠져드는 자신을 느꼈다.


“오늘 훈련을 하면서 느꼈던 감정들에 대해 좀 더 이야기해볼까요? 부상당한 동물들을 치유하면서 어떤 생각이 드셨나요?”


연우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음··· 아픈 동물들을 보면서 마음이 무거웠어요. 테스트를 위해서 일부러 상처를 입힌 거라··· 제 탓 같았죠. 몬스터를 상대할 때는 이러지 않았는데······.”


나하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의 말을 진지하게 들었다.


“그럴 수 있어요. 연우 씨처럼 예민하고 섬세한 분이라면 더 그렇겠죠. 이런 감정들이 쌓이면 부담이 될 수 있어요.”


그녀는 연우의 시선을 똑바로 응시하며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


“제가 조금 도와드릴 수 있을까요? 연우 씨가 좀 더 편안해질 수 있도록요.”


연우는 약간 망설였지만,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나하나는 천천히 그의 어깨에 손을 얹으며 말했다.


그 순간, 연우는 나하나의 손길에서 묘한 따뜻함과 함께 무언가 이상한 느낌을 받았다.

마치 몸이 그 손길에 따라 이완되는 듯한 감각이었다.


“이제 눈을 감아보세요. 천천히 숨을 들이마시고, 내쉬어 보세요. 마음을 편안하게 하고, 모든 걱정을 내려놓으세요.”


나하나의 목소리는 더욱 부드러워졌고, 그 울림은 마치 멀리서 들려오는 조용한 멜로디처럼 느껴졌다.

연우는 그녀의 지시에 따라 눈을 감고 깊게 호흡하기 시작했다.


“그렇죠, 아주 잘하고 있어요. 지금 이 순간, 당신은 안전하고, 편안합니다. 마음속에 떠오르는 모든 걱정과 불안은 천천히 사라지고, 당신은 평온함에 잠길 것입니다.”


그녀의 목소리가 점점 더 깊어지자, 연우는 마치 깊은 물속에 잠기는 느낌을 받았다.

온몸이 물에 잠긴 듯한 묘한 감각과 함께, 그의 몸과 마음은 점점 더 이완되었다.


“이제 마음속 깊은 곳으로 들어가 보세요. 당신의 내면에서 가장 편안한 장소를 상상해 보세요. 그곳에서 당신은 모든 것을 내려놓고, 휴식을 취할 수 있습니다.”


연우는 나하나의 지시에 따라 상상 속의 편안한 장소로 들어갔다.

그곳은 어린 시절의 기억 속, 한적한 공원이었다.

그곳에서 차연수와 함께 뛰어놀던 기억이 떠올랐고, 마음이 점점 더 편안해졌다.


나하나는 계속해서 부드럽게 말을 이어갔다.


“당신의 능력을 두려워하지 마세요. 그 능력은 당신의 일부이며, 당신을 더 강하게 만들어 줄 거예요. 모든 것을 받아들이고, 이해하세요. 그 과정에서 당신은 더욱 성장할 겁니다.”


그녀의 목소리는 차분하면서도 강력한 힘을 지닌 듯했다.

연우는 그녀의 목소리에 점점 더 빠져들었고, 그의 의식은 점점 흐려졌다.


그 순간, 나하나는 더 깊이, 더 은밀하게 속삭였다.


“편안해졌나요? 아주 좋아요. 이제 최근에 가장 인상 깊었던 장소로 가볼까요? 무엇이 보이나요?”


연우는 마치 최면에 빠진 듯 천천히 대답했다.


“연구소 직원들이 각성 장비를 연결하고 있어요.”

“아, 각성을 하고 계셨군요. 자, 그럼 이제 각성의 순간으로 들어가 볼래요?”


나하나가 더욱 부드럽게 유도했다.


연우는 나하나의 질문에 대답하려는 순간.


“······!”


연우의 눈앞이 갑자기 흐릿해졌다.

그의 의식 속에서 무언가가 느릿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어지러운 감각 속에서 그의 머릿속에 하나의 단어가 맴돌았다.


‘요행······.’


또르르.

연우의 머릿속에서 주사위가 굴러가는 소리가 들렸다.

주사위는 천천히 회전하며, 무언가 중요한 결정을 내릴 준비를 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심장은 긴장감으로 두근거렸고, 뇌리는 불안으로 가득 찼다.


주사위가 멈추는 순간, 간결한 목소리가 머릿속에서 울렸다.


< 성공! > 잠재된 특성 [간파]가 일시적으로 발현됩니다.


< 간파 >


눈앞에서 빛의 파편이 서서히 모여들더니, 하나의 눈동자처럼 형상을 이루었다. 그 눈동자는 날카로운 빛을 발하며, 마치 모든 것을 꿰뚫어 보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

모든 것이 선명하게 보이고, 숨겨진 것들이 드러나는 것 같았다. 마치 감춰진 진실과 의도를 간파해내는 듯한 확신이 마음 깊숙이 자리 잡았다.


그 순간, 연우의 눈이 번쩍 뜨였다.


그의 시야가 한층 더 선명해지며, 머릿속의 뿌연 느낌이 사라졌다.

눈앞에 있는 나하나의 얼굴이 마치 투명하게 보이는 것 같았다.

그녀의 표정은 여전히 부드럽고 따뜻했지만, 그 속에는 숨겨진 의도가 분명히 드러나 있었다.


‘현혹.’


연우는 갑자기 나하나의 특성이 무엇인지 깨달았다.

그녀는 자신을 최면에 빠뜨리려 하고 있었다.

연우는 본능적으로 위기의 순간임을 깨닫고 소리쳤다.


“보안!”


연우의 외침이 방 안에 울려 퍼졌다.


그 순간, 나하나의 표정이 굳어졌다.

그녀는 놀란 듯 잠시 멈칫했지만, 곧 빠르게 상황을 인지하고 행동에 나섰다.


눈빛은 차갑게 변했고, 얼굴에는 단호한 결의가 떠올랐다.

그녀는 한순간의 망설임도 없이 창문 쪽으로 몸을 날렸다.


챙그랑―!


유리창이 깨지며 날카로운 파편이 사방으로 흩어졌고, 창문 너머로 떨어지는 모습은 마치 그림자가 사라지는 것처럼 순식간이었다.


연우의 외침에 반응한 보안 요원들이 문을 열며 방으로 들이닥쳤다.


“출입구를 봉쇄해! 절대 놓치지 말아!”


연우는 나하나가 사라진 방향을 바라보며 자신의 능력이 제때 발현된 것에 감사했다.


“요행··· 정말 뜻밖의 능력이네······.”


*


각성자 관리국 연구소, 회의실.


연우는 요행 특성의 갑작스러운 구현에 대해 설명을 듣기 위해 백강우, 유소연과 함께 회의실에 앉아 있었다.

방은 여전히 차분한 분위기였지만, 긴장감이 흐르고 있었다.


백강우는 연우에게 정중하게 고개를 숙이며 사과의 말을 건넸다.


“이번 사건으로 심려를 끼쳐드려서 죄송합니다. 나하나 사건은 현재 조사중에 있으며 진상이 밝혀지는 대로 정보 공유 해드리겠습니다. 그리고 최대한 빠른 시간 내로 보안 정책을 강화하겠습니다.”


너무나도 공손한 태도에 오히려 당황한 것은 연우였다.


“괜찮아요. 이러지 마세요. 제가 불편해요. 그래서 오늘 회의 안건은 뭔가요?”


백강우는 연우의 반응을 주의 깊게 살펴보며 차분하게 입을 열었다.


“차연우님, 나하나 사건에서 요행 특성이 구현된 것을 확인되었습니다. 이를 통해 저희도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요행 특성에 대해 조금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연우는 진지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백강우의 말을 기다렸다.


“요행 특성은 예측 불가능한 상황에서 구현되는 특성입니다. 그 구현 조건과 타이밍을 예측하기 어려운 특성인데, 차연우님이 이번에 보여준 반응은 단순히 운이 좋았던 것이 아니라, 더 깊은 이유가 있었습니다.”


유소연이 말을 이었다.


“차연우님. 적성 검사 결과, 감응력 점수가 매우 높았던 것을 기억하시죠? 감응력이 높다는 것은 주변 상황과 에너지를 더 민감하게 감지하고, 그에 따라 자신의 특성을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이 뛰어나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요행 특성이 구현된 것도 그 덕분입니다.”


연우는 그들의 설명을 들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자신이 겪었던 요행 특성의 구현 순간을 떠올리며 물었다.


“그래서 제 감응력이 높기 때문에 요행 특성이 구현될 가능성이 더 높다는 말인가요?”


유소연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맞습니다, 차연우님. 감응력 덕분에 무의식적으로 요행 특성이 구현될 수 있는 최적의 순간을 감지하고, 그 특성을 발휘할 수 있는 조건을 본능적으로 맞춘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단순한 행운이 아니라, 몸이 필요한 순간에 적절히 반응한 것이죠.”


백강우는 말을 이어받았다.


“실제로 나하나 사건에서 요행 특성을 구현할 수 있었던 것도 그 때문입니다. 차연우님의 감응력이 그녀의 현혹을 빠르게 인지했고, 무의식적으로 요행 특성이 구현되도록 신호를 보낸 겁니다. 요행 특성은 그 신호를 감지하고, 당신에게 유리한 결과를 만들어 낸 것이죠.”


연우는 그제야 모든 것이 조금씩 이해되기 시작했다. 그는 자신이 그동안 생각했던 것보다 더 복잡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


“그렇다면, 요행 특성을 의도적으로 구현할 수 있는 방법은 없나요?”


유소연은 잠시 생각에 잠긴 후,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요행 특성은 본래 예측 불가능한 특성이라, 구현 조건을 완전히 예측하거나 조절하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한 가지 방법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백강우는 흥미롭게 질문을 던졌다.


“어떤 방법이죠, 유소연 과장님?”


유소연은 연우를 보며 말을 이었다.


“요행 특성은 돌발 상황, 특히 긴박하고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서 구현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그와 같은 돌발 상황을 인위적으로 만들어보면 어떨까요?”


연우는 놀라며 물었다.


“인위적으로 돌발 상황을 만든다고요?”


유소연은 고개를 끄덕이며 설명을 이어갔다.


“그렇습니다. 게이트 내부는 예측할 수 없는 환경이 많습니다. 그곳에서 연우 씨의 감응력과 요행 특성을 테스트하기에 적합한 돌발 상황을 연출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제어할 수 있는 상황에서 요행 특성을 구현시키는 실험을 진행하는 거죠.”


백강우는 유소연의 제안에 고개를 끄덕이며 찬성했다.


“흥미로운 접근이군요. 실제 상황에서 요행 특성을 구현시키기 위해서는 긴박하고 예측 불가능한 환경이 필요합니다. 게이트 내부라면 그 조건을 인위적으로 조성할 수 있겠군요.”


연우는 여전히 약간 당황한 표정이었지만, 유소연과 백강우의 설명을 듣고 점차 상황을 이해하기 시작했다.


“게이트 내부에서 그런 실험을 하는 게··· 위험하지 않을까요?”


유소연은 진지한 표정으로 답했다.


“물론 위험 요소는 있습니다. 하지만 관리국에서는 이미 다양한 돌발 상황에 대한 대응 계획과 안전 조치를 마련해두고 있습니다. 실험은 철저한 안전 조치 하에 진행될 것입니다.”


백강우도 덧붙였다.


“차연우님, 우리는 이 실험을 통해 요행 특성의 구현 조건을 더 명확하게 이해하고, 이를 통해 당신의 능력을 보다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찾으려 합니다. 이 실험이 성공한다면, 요행 특성을 구현하는 방법에 대한 중요한 단서를 얻게 될 것입니다.”


연우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고개를 끄덕이며 결심한 듯 말했다.


“알았어요. 실험을 통해 요행 특성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다면 그렇게 할게요.”


유소연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좋아요, 차연우님. 그럼 준비를 시작하겠습니다. 실험은 일주일 후에 진행될 예정입니다. 그동안 차연우님의 체력과 정신력 훈련을 함께 진행하며 준비하도록 하겠습니다.”


백강우는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좋습니다. 차연우님, 기대하겠습니다. 이 실험이 우리 모두에게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연우는 두 사람의 말을 듣고 깊은 숨을 내쉬었다.

그의 마음속에는 긴장과 기대가 공존하고 있었다.


*


일주일 후.

각성자 관리국 연구소, 게이트 실험 구역.


연우는 긴장된 표정으로 실험 구역의 관찰실에서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실험 구역 중앙에는 각성자 관리국의 전투 요원 두 명이 몬스터와 싸우고 있었다.

실험 구역은 게이트 내부의 위험한 환경을 최대한 재현하기 위해 세심하게 설계되어 있었다.


유소연이 마이크를 통해 연우에게 지시를 내렸다.


“차연우님, 실험을 시작합니다. 전투 요원들이 위기에 처할 때 치유를 시도해 주세요. 준비되셨나요?”


연우는 긴장된 채로 대답했다.


“네, 준비됐습니다.”


백강우는 모니터를 주시하며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실험 시작.”


실험 구역의 조명이 깜빡이며 몬스터가 요원들에게 돌진해왔다.


전투 요원들은 몬스터의 공격을 전술 방패로 방어하며 상황을 통제하려고 애썼다.

하지만 갑작스럽게 나타난 몬스터가 한 요원을 크게 밀어 넘어뜨렸다.


연우는 그 순간 강렬한 직감을 느꼈다.

부상당한 요원이 몬스터에게 공격당하기 직전이었다.


“차연우님, 지금입니다! 치유를 시도하세요!”


유소연의 목소리에 본능적으로 손을 뻗어 치유를 손끝에서 발산하려는 순간.


‘···요행.’


또르르.

연우의 머릿속에서 주사위가 굴러가는 소리가 들렸다.

주사위는 느리게 회전하며, 무언가 장난스러운 결정을 내릴 준비를 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주사위가 멈추는 순간, 익살맞은 목소리가 머릿속에서 울렸다.


<실패!> 잠재된 부정 특성 [고통]이 일시적으로 발현됩니다.


< 고통 >


어둠 속에서 서서히 고조되는 불길한 기운이 연우를 감싸기 시작했다. 차가운 빛의 파편이 천천히 깨어나며, 마치 날카로운 칼날처럼 빛을 발산했다.

빛의 파편이 점점 더 강하게 빛나며, 온몸을 강렬한 고통으로 휘감았다. 그 고통은 단순한 신체적인 아픔을 넘어, 마음 깊숙한 곳에서부터 스며나오는 고통이었다.


‘크윽!’


순간적으로 그의 치유가 이상하게 뒤틀리며 검붉은 빛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연우는 당황하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이게 뭐지··· 왜 이렇게 되는 거야?’


치유의 빛이 부상자에게 닿는 순간, 갑자기 몸을 부르르 떨기 시작했다.

그의 얼굴이 순간적으로 심하게 일그러졌고, 입을 크게 벌리며 고통스러운 비명을 질렀다.


“아아아! 뭐야, 왜 이렇게 아파!”


다른 요원이 그를 부축하며 당황한 얼굴로 말했다.


“선배님, 뭐하시는 겁니까? 치유 받았는데 뭐가 아픕니까?”


부상자는 부상이 치유되어 이제는 부상자가 아니었지만 다른의미의 부상자가 되어 눈물과 콧물이 범벅된 얼굴로 외쳤다.


“너나 한번 받아 봐! 이게 무슨 치유야! 칼로 후벼 파는 거 같다고!”


연우는 당황스러워하며 급히 다시 시도했지만, 고통 특성이 제멋대로 구현되며 부상자를 더욱더 고통스럽게 만들었다.


이번엔 부상자가 바닥을 구르며 마치 간질에 걸린 환자처럼 이리저리 굴러다녔다.


“아악, 아파! 치유사 선생님! 너무 아파요!”


다른 요원은 상황을 어떻게든 진정시키려 했지만, 부상자의 반응이 너무 격렬했다.

결국 그는 몸을 바닥에 비비며 어딘가로 기어가려 했다.


“차연우님, 치유를 멈추세요!”


유소연이 다급하게 외쳤지만, 연우는 이미 어찌할 바를 몰라 손을 허우적대며 혼란에 빠졌다.

백강우는 황급히 다른 요원들에게 지시를 내렸다.


“응급팀, 즉시 출동! 상황을 진정시키세요! 이건 상황극이 아니라 진지한 상황이야!”


응급팀이 달려들어 부상자를 진정시키려 했지만, 그것조차 쉽지 않았다.

고통에 휩싸인 요원은 마치 불에 데인 멧돼지처럼 이리저리 날뛰면서 모든 사람들을 곤란하게 만들었다.


“어어어, 진정제! 진정제 놓으세요!”


연우는 충격에 빠져 자신의 손을 바라보며 멍하니 서 있었다. 그의 치유가 오히려 사람들에게 고통을 주고 있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다.


“아니, 왜··· 왜 이렇게 되는 거지?”


유소연은 연우에게 다가가 그를 진정시키려 했다.


“차연우님, 지금은 실험 구역을 빠져나가는 게 좋겠어요. 나중에 원인을 분석하시죠.”


연우는 당황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유소연의 안내에 따라 실험 구역을 빠져나왔다.


백강우는 여전히 혼란스러워하면서도 웃음을 참으려 애썼다.


“차연우님, 요행이란 게 이런 거였군요. 예상치 못한 순간에 발동한다더니··· 정말 예측 불가능하네요.”


연우는 죄책감과 당혹감을 느꼈다. 그는 자신을 책망하며 입술을 깨물었다.


“정말 죄송해요··· 이게 다 제 잘못이에요······.”


유소연이 부드럽게 그를 위로했다.


“괜찮아요, 차연우님. 이 또한 각성 프로그램의 일부니까요. 다들 이번 경험을 통해 더 많이 배우게 될 거예요.”


연우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능력은 아직도 미지수였지만, 앞으로 더 많은 연구와 훈련을 통해 그것을 이해하고 조절할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다.


“······.”


백강우는 웃음을 참지 못하고 연우의 어깨를 두드렸다.


“다음번엔 그냥 따끔한 정도로만 부탁하겠습니다!”


연우는 씁쓸하게 웃으며 그의 농담을 받아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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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붕괴 (3) 24.09.13 28 0 13쪽
13 붕괴 (2) 24.09.12 28 0 11쪽
12 붕괴 (1) 24.09.11 31 0 13쪽
11 행복의 조건 +1 24.09.10 37 1 12쪽
10 도깨비의 장난 +1 24.09.09 39 1 13쪽
9 세계수의 수액 (2) +1 24.09.08 42 1 14쪽
8 세계수의 수액 (1) +1 24.09.08 49 1 13쪽
7 진실과 거짓 +1 24.09.07 51 1 13쪽
6 평범한 일상 +1 24.09.06 55 1 13쪽
» 요행 +1 24.09.05 73 1 22쪽
4 각성 +1 24.09.04 80 1 16쪽
3 트리플 +1 24.09.03 92 1 18쪽
2 여주 게이트 +1 24.09.02 110 1 15쪽
1 적성검사 +1 24.09.02 146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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