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나쁜 특성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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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1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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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괴 (1)

DUMMY


격리구역에서의 사건이 마무리된 후, 연우는 자신이 벌인 일에 대해 생각하며 잠시 멍하니 있었다.


‘너무 행복해도 문제구나······.’


연우는 피식 웃었다. 긍정과 행복이 넘쳐난 상황이 황당하면서도 우스꽝스러웠기 때문이다.

유소연이 다가와 연우를 톡톡 쳤다.


“연우 씨, 너무 진지하게 생각하지 말아요! 어차피 다들 기분 좋았잖아요? 우리 실험실이 이렇게 웃음바다가 된 건 설립 후 처음이었는걸요.”


연우는 맹한 눈으로 머리를 긁적이며 대답했다.


“그렇긴 한데, 이게 좋은 건지 나쁜 건지 헷갈리네요. 사람들이 너무 행복해해서······.”


유소연은 활짝 웃으며 말했다.


“아, 방금은 조금 귀여웠어요! 연우 씨, 이번 사건 덕분에 다들 긍정적으로 살자는 교훈도 얻었을 거예요. 오늘 하루 동안은 엄청 행복했으니까, 그걸로 충분해요!”


연우는 유소연의 농담에 피식 웃으며 한결 가벼워진 마음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앞으로는 투정 안 부리고 열심히 할게요. 그리고 다음번엔 강도 조절도 좀 해볼게요. 소연 씨가 밝게 웃으니까 보기 좋았어요······.”


두 사람은 함께 웃었고, 연우는 조금 더 편안해진 마음으로 유쾌하게 실험실을 나섰다.


*


각성자 관리국 본부 회의실.


격리구역 사건이 진정된 후, 각성자 관리국 회의실은 평소와 달리 어수선한 분위기였다.


회의에 참석한 사람들은 서로 눈치를 보며 미묘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백강우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이번 사건··· 크흠, 솔직히 말해서, 우리가 웃을 일은 아니지만 웃을 만한 일이기도 했습니다.”


그는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말을 이었다.


“다들 행복하게 웃는 모습을 보니 기분은 좋더군요. 평소 하지 못했던 말도 허심탄회하게 하고··· 하지만 업무에 집중하는 데는 문제가 있었죠.”


유소연 과장은 웃음을 참지 못하고 킥킥거리며 말했다.


“맞아요, 제가 평생 본 것 중 가장 웃긴 장면들이었어요. 저희 실험실이 무슨 행복 파티라도 열린 줄 알았습니다.”


회의실에 있던 다른 사람들도 이 말을 듣고 웃음을 터뜨렸다. 분위기는 조금씩 풀어지고 있었다.

강민혁이 진지한 척하면서도 웃음을 참는 얼굴로 말을 이었다.


“하지만, 차연우 씨의 잠재특성이 이 정도로 다양할 줄은 몰랐습니다. 어쩌면 행복을 조절하는 능력을 개발하는 것도 고려해 봐야겠네요. 모두가 행복해지면, 우리도 업무 스트레스가 줄어들 테니까요.”


회의실은 웃음으로 가득 찼다. 백강우는 손을 들어 회의실을 진정시키며 말했다.


“좋습니다, 농담은 여기까지 하고, 앞으로 차연우 씨의 능력 을 어떻게 제어할지 논의해 봅시다. 유쾌한 사건이었지만,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겠죠.”


사람들은 웃음을 참으며 고개를 끄덕였고, 회의는 차연우의 능력을 더 잘 이해하고 제어할 방법을 찾기 위한 진지한 논의로 넘어갔다.

하지만 회의실의 분위기는 여전히 가벼운 웃음과 유쾌함으로 남아 있었다.


*


며칠 후.


관리국에서는 연우의 스트레스를 고려해 휴식과 안정을 취할 것을 권했고, 그는 격리구역 사건 이후 집에서 거의 나가지 않았다.


평소에도 깔끔한 편이 아니었지만, 이번엔 집이 정말 엉망이었다.

며칠째 흐트러진 침대와 바닥에 널브러진 옷가지들, 그리고 싱크대에는 설거지하지 않은 그릇들이 쌓여 있었다.


그때, 초인종이 울렸다.


연우는 귀찮은 듯 침대에서 일어나 문을 열었다.

문 앞에는 차연수가 서 있었다. 그녀는 늘 그렇듯 상냥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연우야, 오랜만에 누나가 왔어.”


연우는 순간 당황했지만, 차연수의 환한 미소에 금방 마음이 놓였다.


“누나··· 갑자기 웬일이야?”


차연수는 다정하게 연우의 어깨를 토닥이며 집 안으로 들어왔다.


“그냥 네가 걱정돼서. 전화통화 목소리가 너무 힘이 없길래, 밥도 챙겨주고 집도 좀 정리해주려고 왔지.”


연우는 차연수가 들고 온 커다란 가방을 보았다.


“그거 뭐야? 또 뭘 그렇게 많이 가져왔어?”


차연수는 부드럽게 웃으며 가방을 열었다.


“네가 좋아하는 반찬들 좀 만들어왔어. 김치도 담그고, 닭볶음탕이랑 잡채도 했고, 갈비찜도 조금······.”

“누나, 뭘 그렇게··· 그냥 시켜먹어도 되는데.”


차연수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네가 잘 먹고 힘내야 누나도 마음이 편하지. 그리고 집이··· 좀 엉망이네.”


그녀는 집안을 살피며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으휴, 청소부터 해야겠다.”


그녀는 가방에서 고무장갑을 꺼내 손에 끼고는 싱크대 쪽으로 향했다.


“먼저 설거지부터 할게. 연우야, 너는 쉬고 있어.”


연우는 차연수의 다정한 말에 조금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누나, 내가 할게. 효율적으로 하려고 모아둔거란 말이야.”


하지만 차연수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웃었다.


“괜찮아. 누나가 오랜만에 연우 밥도 해주고, 집도 깨끗이 해주고 싶어서 온 거야.”


그녀는 설거지를 하면서도 힐끗힐끗 연우를 애틋한 눈길로 바라보며 말했다.


“연우야, 요즘 힘들지? 유소연 과장이 좀 집요한 면이 있어. 과학자로서 탐구심이 강한 사람이니까.”

“누나가 유소연 과장을 어떻게 알아?”

“우리 연구센터에서 몇 번 오며가며 마주 쳤었어. 그리고 이쪽 계통에 있는 사람 중에 유소연 과장 모르는 사람이 없어.”

“유명한 사람이야?”

“어떤 면에서는 좀 유명하지······.”


연우가 고개를 갸웃거리자 차연수는 웃으며 말했다.


“유소연 과장 각성자야 A급. 특성은 분석.”


연우는 깜짝 놀란 눈으로 차연수를 바라보았다.


“유소연 과장이 각성자라고? 그럼 그동안 왜 말 안 했지?”


차연수는 설거지를 마치고 고무장갑을 벗으며 말했다.


“아마도 그게 본인 특성 때문일 거야. 분석이라는 특성은 연구에도 유용하지만 다른 사람들의 행동을 파악하는 데 아주 유용하거든. 그런데 이런 능력을 가진 사람이면, 그 특성 때문에 자신을 드러내기보단 숨기는 게 더 유리할 수도 있겠지.”


연우는 조금 찌푸린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내가 하는 모든 행동도 다 분석 당한다는 건가······.”


차연수는 부드럽게 웃으며 연우의 등을 토닥였다.


“너무 걱정하지 마, 연우야. 유소연 과장이 너한테 특별히 악의가 있어서 그러는 건 아닐 거야. 그녀도 과학자로서 열정이 넘치는 사람일 뿐이니까. 너도 잘 알잖아, 그런 사람들이 자기 일에 얼마나 몰두하는지.”


연우는 한숨을 쉬며 의자에 앉았다.


“알겠어, 누나. 그냥 요즘 내가 좀 예민해져서 그런가 봐. 이런저런 일이 많아서······.”


차연수는 다가와 연우의 앞에 앉아 다정하게 말했다.


“연우야, 네가 힘든 거 알아. 하지만 네가 치유의 비 사건에서도 잘 버텨냈잖아. 이번에도 잘 해낼 거야. 그리고 힘들 때는 언제든지 누나한테 말해. 알겠지?”


연우는 누나의 따뜻한 말에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응, 고마워, 누나. 늘 챙겨줘서······.”


차연수는 손을 뻗어 연우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부드럽게 웃었다.


*


그 시각.


게이트 내부에서 탐사 작업을 진행 중이던 팀은 평소보다 느린 속도로 이동하고 있었다.


그때였다.


게이트 외곽을 탐사하던 중, 갑자기 땅이 미세하게 진동하기 시작했다.

팀의 리더인 강민재는 발밑의 미세한 떨림을 감지하고, 손을 들어 대원들을 멈춰 세웠다.


“뭔가 이상해. 지금 땅이··· 움직이는 것 같아.”


대원들 사이에서는 긴장감이 돌기 시작했다. 한 대원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대장, 혹시 지진인가요?”


강민재는 고개를 저으며 대원들의 장비를 점검하게 했다.


“아니, 이건··· 게이트가 붕괴되기 시작하는 걸 수도 있어. 더 깊이 들어가면 위험해. 지금 바로 보고하고, 빠르게 출구로 이동해.”


탐사대는 곧바로 지시를 따라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들의 발걸음이 점점 빨라지며, 출구로 향하는 길을 서둘렀다.


그 순간, 그들 뒤쪽에서 땅이 크게 갈라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대원들이 고개를 돌려 보았을 때, 외곽 지역이 거대한 틈을 만들며 무너져 내리고 있었다.


“전원 속도 높여! 출구까지 최대한 빨리 이동해!”


강민재의 목소리가 긴박하게 울려 퍼졌다.


한편, 각성자 관리국의 모니터링 센터에서는 게이트의 색상 변화를 주시하고 있었다.

그들은 색상 스펙트럼을 분석하며 게이트의 상태를 실시간으로 체크하고 있었다.


평소에는 안정적인 녹색과 파란색의 조화로 이루어졌던 게이트의 색상이, 이상하게도 붉은색과 보라색의 불길한 조짐을 보이고 있었다.


관리국 요원이 모니터링 화면을 바라보며 찡그렸다.


“색상이 변하기 시작했어. 이상하지 않아?”


다른 요원이 옆에서 고개를 끄덕이며 긴장한 표정으로 스펙트럼 그래프를 확인했다.


“···이건 붕괴의 징후야. 본부에 보고해야겠어!”


요원은 즉시 통신 장비를 조작해 각성자 관리국 본부와의 연결을 시도했다.


-본부, 여기는 모니터링 센터. 송산 게이트의 붕괴 조짐이 포착됐다.


*


각성자 관리국 본부 회의실.


각성자 관리국은 송산 게이트의 소식에 발칵 뒤집혔다.

붕괴 조짐이 포착되자, 관리국의 주요 인사들이 긴급하게 소집되었다.

백강우는 회의실 중앙에 서서 상황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현재 송산 게이트에서 붕괴 징후가 감지되었습니다. 게이트의 상태가 급격히 불안정해지고 있습니다.”


백강우의 목소리는 냉철하지만 그 속에 담긴 긴장감은 숨길 수 없었다.


유서연이 스크린에 나타난 스펙트럼 분석 데이터를 가리키며 덧붙였다.


“게이트의 색상 변화를 보면, 붕괴가 외곽에서부터 안쪽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게이트 내부의 살아있는 모든 것들이 출구 쪽으로 밀려나올 것이라는 점입니다.”


백강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우선, 외부 방어 라인을 강화하고, 군과의 협력을 통해 인근 주변의 민간인 대피를 신속하게 완료해야 합니다. 내부에서 활동중인 헌터들도 모두 철수시키세요.”


강민혁이 말을 이었다.


“게이트가 완전히 붕괴되면··· 바로 위에는 시흥과 안산이 있습니다.”


백강우는 결단을 내리듯 말을 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모든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대비책을 철저히 세워야 합니다. 즉시 정부에 보고하고, 헌터 사무국에 소집령 전달하세요.”


*


게이트 외부에서는 붕괴 소식이 전해지자마자 긴급한 대처가 시작되었다.


정부와 군은 협력하여 빠르게 방어 라인을 구축하고, 민간인 대피를 서두르며 상황을 통제하려고 애썼다.


게이트 근처에 배치된 군 부대는 이미 방어 태세에 들어갔고, 헌터들도 소집령을 받고 속속 도착하고 있었다.


군 지휘관이 작전 지도를 펼쳐 보이며 말했다.


“현재 게이트 주위에 방어선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민간인 대피는 80% 완료된 상태지만, 만약 게이트가 완전히 붕괴되면 대규모 몬스터 출현이 불가피합니다.”


헌터 사무국장 박주혁이 고개를 끄덕이며 상황을 정리했다.


“우리는 일단 1차 방어선을 구축하고, 필요시 2차 방어선으로 후퇴하는 식으로 대응하겠습니다. 전투계 각성자들은 중심 방어선을 유지하고, 지원계 각성자들은 후방에 배치해 지원을 강화 하도록 하죠.”


*


군은 신속하게 각자의 위치로 이동하며 방어 준비를 시작했다.


“모두 각자 위치를 잡고, 방어 태세를 유지하자. 게이트가 붕괴되면 몬스터들이 한꺼번에 몰려나올 수 있어. 방심하지 말고 집중해!”


군 병력들도 헌터들과 협력하며 방어선을 강화했다. 중화기가 게이트를 향해 배치되고, 사수들은 사격 준비를 마쳤다.


기갑부대와 기계화보병부대는 전차와 자주포를 배치했고, 공병대는 몬스터들이 빠르게 움직일 수 없도록 장애물을 설치했다.


*


한편, 게이트 내부에서는 붕괴가 더욱 가속화되고 있었다.


탐사대는 출구에 거의 도달했지만, 그들이 마주한 상황은 예상보다 훨씬 심각했다.

몬스터들이 출구 쪽으로 몰려들고 있었고, 땅은 계속해서 갈라지고 있었다.

강민재는 대원들에게 소리쳤다.


“모두 끝까지 버텨! 출구까지 얼마 남지 않았어. 이대로 포기할 순 없어!”


탐사대는 필사적으로 몬스터들을 피해 출구로 향했다.

그들은 몬스터들과 싸우며 간신히 출구에 도달했지만, 붕괴가 이미 그들을 뒤쫓아오고 있었다.


탐사대장은 무전기를 들고 외쳤다.


-여기는 탐사대! 출구로 이동 중이지만 상황이 매우 위급하다! 추가 지원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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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치유 물약 (2) NEW 5시간 전 1 0 12쪽
19 치유 물약 (1) 24.09.18 5 0 12쪽
18 각인 24.09.17 8 0 13쪽
17 운수 좋은 날 (2) 24.09.16 18 0 12쪽
16 운수 좋은 날 (1) 24.09.15 18 0 13쪽
15 기자회견 24.09.14 21 0 14쪽
14 붕괴 (3) 24.09.13 27 0 13쪽
13 붕괴 (2) 24.09.12 28 0 11쪽
» 붕괴 (1) 24.09.11 31 0 13쪽
11 행복의 조건 +1 24.09.10 36 1 12쪽
10 도깨비의 장난 +1 24.09.09 39 1 13쪽
9 세계수의 수액 (2) +1 24.09.08 41 1 14쪽
8 세계수의 수액 (1) +1 24.09.08 48 1 13쪽
7 진실과 거짓 +1 24.09.07 51 1 13쪽
6 평범한 일상 +1 24.09.06 55 1 13쪽
5 요행 +1 24.09.05 72 1 22쪽
4 각성 +1 24.09.04 80 1 16쪽
3 트리플 +1 24.09.03 91 1 18쪽
2 여주 게이트 +1 24.09.02 109 1 15쪽
1 적성검사 +1 24.09.02 145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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