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나쁜 특성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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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02 1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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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4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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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회견

DUMMY


연우는 어딘가 낯선 곳에 서 있었다.

주변은 어둠으로 가득했지만, 마음만은 이상하게 편안했다. 무언가에 이끌리듯 그는 천천히 앞으로 걸음을 옮겼다.


발밑에서 풀이 스치는 소리가 났고, 차가운 이슬이 발목에 닿았다. 연우의 시야에 거대한 나무가 서서히 모습을 드러냈다.


하늘을 찌를 듯 솟은 나무는 신비로웠다.

그 나무의 잎사귀들은 은은하게 빛나며 달빛처럼 주변을 비추고 있었다. 나무 중앙에서는 맑은 샘이 졸졸 흐르고 있었고, 생명의 기운이 가득했다.

연우는 이 나무가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세계수······.’


모든 생명과 연결된 존재이자, 성스러운 힘을 가진 신성한 나무.

그 순간 연우의 가슴 속 깊은 곳에서 죄책감과 고독함이 밀려왔다. 그의 시야가 흐려지며, 세계수의 가지에서 수액이 한 방울씩 떨어졌다.


곧이어 나무의 빛이 희미해지고, 수액은 비처럼 쏟아져 내리며 땅을 적셨다.

연우는 다급히 나무를 향해 손을 뻗었다.


“안 돼··· 제발······.”


그의 목소리는 허공에 메아리쳤고, 나무는 점점 더 어둠 속으로 사라져 갔다. 연우는 무력감에 사로잡혔다.


나무가 죽어가고 있었다.


<< 이것은 부서진 세계의 기억 >>


연우는 고개를 들어 목소리가 들려오는 쪽을 보았지만,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목소리는 계속해서 그의 머릿속을 울렸다.


<< 그리고 부서질 세계의 운명 >>


그 말이 그의 정신을 가득 채우고, 연우는 그 말의 의미를 이해하려 고통스럽게 몸부림쳤다.


그 순간, 꿈은 갑자기 끝나고 연우는 숨을 헐떡이며 침대 위에서 눈을 떴다.


흐릿한 시야 너머로 낯선 천장이 보였고, 그의 코끝을 스치는 병원의 냄새가 느껴졌다. 몸을 움직이려 했지만, 온몸이 무겁게 가라앉은 것 같았다.


“연우 씨! 정신이 들어요?”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연우는 고개를 돌려 유소연의 걱정 가득한 얼굴을 보았다. 그녀의 눈에는 안도의 빛이 어렸다.


“소연 씨··· 여기가 어디죠?”


연우는 간신히 입을 열었다.

유소연은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여기는 관리국 병동이에요. 삼일 동안 의식을 잃고 있었어요.”


연우는 머리를 흔들며 상황을 이해하려 애썼다. 그의 기억은 소멸하는 게이트의 모습이 마지막이었다.


“삼일이나··· 제가 그동안······.”


유소연은 그의 손을 잡으며 조심스레 말했다.


“깨어나지 않아서 모두 걱정했어요. 몸이 얼마나 상했는지 아세요?”


연우는 미소 지으며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붕괴는··· 사태는 잘 마무리가 되었나요?”

“안 그래도 물어볼 말이 참 많아요. 연우 씨가 깨어나기만을 기다렸어요. 이번에도··· 요행 특성이 구현 된 건가요?”

“······.”


연우는 잠시 망설였다. 어디까지 설명해야 할지 고민이 됐다.


‘초월 선언과 예지 특성의 발현··· 그건 숨기는 게 좋겠어······.’


결국 그는 상황을 간략히 설명하기로 마음먹었다.

“명암, 뇌우, 징벌 특성이 발현되면서 치유, 광역 특성과 함께 구현되었어요. 그 과정에서 요행의 완벽 선언이 있었는데··· 음, 이건 제 추측인데, 특성에도 등급이 있는 것 같아요.”


유소연의 눈이 크게 떠지며 흥분이 깃들었다.


“세상에··· 완벽이라니! 그리고 특성에도 등급이 있는 것 같다고요? 그래서··· 요행 특성의 각성 사례가 없었던 거군요······!”


유소연은 한동안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요행 특성과 등급에 대해 열심히 이야기를 이어갔다. 그러고 나서야 숨을 고르며 붕괴 사태 이후의 상황을 차분히 설명하기 시작했다.


“연우 씨가 쓰러진 후, 상황은 더 복잡해졌어요.”


유소연의 설명은 이랬다.

송산 게이트 붕괴 사건은 무사히 마무리 되었지만, 그 과정에서 피해와 혼란이 컸다고 했다. 또한 연우의 능력에 대해 과장되게 부풀려 지면서, 정부와 각성자 관리국의 입장도 난처해졌다고 했다.


“사람들은 저희가 사건을 은폐하려 한다고 주장하고 있어요.”


유소연은 잠시 말을 멈추고 깊은 한숨을 쉬었다.


“언론과 미디어는 연우 씨의 이름을 연일 보도하고 있어요. 대중의 관심이 너무 높아서 관리국도 대응에 어려움을 겪고 있고요. 더 이상 숨기기에는 무리인 상황이에요. 기자회견을 준비 중인데, 그때 연우 씨가 상황을 직접 설명하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도 있어요.”


연우는 그녀의 말을 듣고 생각에 잠겼다.


“그렇군요··· 이번엔 어쩔 수 없겠네요.”


*


[사건의 은폐? 침묵하는 정부와 각성자 관리국]


-송산 게이트 붕괴 사건 이후, 정부와 각성자 관리국의 침묵에 대중의 불신이 커지고 있다. 피해 규모와 차연우의 능력에 대한 진실은 무엇인가?


[송산의 기적, 그리고 사건의 진실은?]


-차연우의 기적적인 능력으로 큰 피해를 막았다는 소문이 퍼지고 있다. 하지만, 사건의 진실은 과연? 그의 입을 통해 밝혀질지 주목된다.


[익명의 관계자, ‘각성자 관리국이 진실을 숨기고 있다.’]


-각성자 관리국 내부 관계자의 폭로, “치유의 비 사건도 차연우의 능력으로 발생한 일.” 충격적인 폭로에 대중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


-앵커 : 송산 게이트 붕괴 사건 이후, 각성자 차연우 씨의 능력과 관련된 의혹이 계속 제기되고 있습니다. 정부와 각성자 관리국은 사건 이후에도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으며, 이는 대중의 불신을 더욱 가중시키고 있습니다.


-리포터 : 오늘도 차연우 씨의 능력에 대한 추측성 보도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일부 매체에서는 그가 붕괴 현장에서 어떤 능력을 사용했는지에 대해 다양한 의견이 분분하며, 그 과정에서 정부의 대응이 늦어졌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인터뷰 (시민) : 정부가 사건을 숨기려는 것 같은 느낌이에요. 우리가 알고 있는 게 전부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요.


-인터뷰 (전문가) : 차연우의 특성이 단순한 치유나 방어가 아닌, 공격적인 요소가 포함된 것으로 보입니다. 새로운 유형의 각성자입니다. 이는 각성자 관리국이 대중에게 제대로 설명하지 않고 있다는 신호일 수도 있습니다.


*


[인기] 정부가 또 숨기려는 거 아님?


-이게 첫 번째도 아니고, 관리국은 왜 항상 이렇게 중요한 사실을 숨기는지 이해가 안 됨.

-차연우라는 사람의 능력이 그렇게 대단하다면, 왜 정보를 공개 안 하는 거지? 분명 뭔가 있겠지.


[인기] 송산의 기적은 차연우 덕분?


-기사 보니까 차연우가 진짜 대단한 것 같던데··· 왜 정부는 조용할까?

-혹시 무슨 위험한 능력을 갖고 있는 건 아닐까? 그래서 관리국이 숨기려는 거?


[인기] 관리국 관계자 폭로? 진짜일까?


-이런 거 보면 확실히 뭔가 있는 것 같아. 관리국이 사건을 은폐하려 한다는 건 이제 공공연한 비밀인가?

-진짜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뭐가 됐든 제대로 밝혀졌으면······.


*


각성자 관리국 회의실.


회의실은 긴장된 분위기로 가득 차 있었다.

각성자 관리국의 고위 관계자들이 자리에 앉자, 회의가 시작되었다. 백강우가 차분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이번 기자회견에서 차연우 씨가 S등급 각성자라는 사실과, 관리국에서 진행한 다중 특성의 발현 실험이 성공적으로 완료되었음을 공표 할 예정입니다.”


웅성웅성.

회의실 내에 잠시 소란이 일었다. 백강우는 잠시 주변을 둘러보더니 말을 이었다.


“또한, 차연우 씨가 치유와 광역 특성을 발현한 다중 특성 각성자임을 공개하도록 하겠습니다. 다만, 붕괴 사건과 치유의 비 사건은 그의 능력과 자연현상의 결합으로 인한 우연한 결과로 발표할 계획입니다. 차연우 씨의 능력이 지나치게 강력하다는 인식을 주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몇몇 고위 관계자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기자회견은 연우의 능력을 공개하면서 이슈를 전환하는 방향으로 합의 되었다.


*


회의가 끝나고 유소연을 통해 내용이 전해졌다.

연우는 생각에 잠겨 있었다.

기자회견에서 모든 것을 드러내야 한다는 부담감이 그의 어깨를 무겁게 짓눌렀지만, 그는 흔들리지 않기로 결심했다.


유소연이 조심스럽게 말을 걸었다.


“기자회견은 생각보다 어려울 거예요.”

“···이젠 모든 것을 명확히 해야죠.”


유소연은 연우의 굳은 표정을 보며 미소 지었다.


“충분히 잘 해낼 수 있을 거예요. 하지만 부담을 너무 느끼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부담은 항상 있겠죠. 하지만 제가 할 수 있는 일이니까요.”


연우는 자신의 역할과 책임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붕괴 사건에서 보여준 그의 능력은 이제 더 이상 숨길 수 없는 것이었고, 세상은 그를 주목하고 있었다.


*


각성자 관리국, 기자 회견장.


기자회견장은 수많은 기자들과 카메라로 가득 찼다.

플래시가 연신 터지며, 모든 시선이 무대 위로 집중되었다.

무대 중앙에 선 백강우는 차분하고 단호한 목소리로 발표를 시작했다.


“안녕하십니까, 각성자 관리국 기획조정실 백강우 실장입니다. 오늘 이 자리는 두 가지 중요한 발표를 위해 마련되었습니다.”


그는 잠시 말을 멈추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기자들은 숨을 죽이고 그의 말을 기다리고 있었다.


“첫 번째로, 관리국에서 진행한 다중 특성의 발현 실험이 성공적으로 완료되었습니다. 그동안 각성자들이 단일 특성에 의존해왔지만, 이번 실험을 통해 다중 특성을 발현한 각성이 실제로 가능하다는 것이 입증되었습니다.”


기자들 사이에서 웅성거림이 일었다.

몇몇 기자들이 재빠르게 손을 들었다.

백강우는 그들의 반응을 잠시 기다리며, 기자 중 한 명을 지목했다.


“다중 특성의 발현 실험이 성공적이었다고 하셨는데, 이것이 향후 각성자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십니까?”


한 기자가 질문했다.

백강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이번 실험의 성공은 큰 변화를 가져올 것입니다. 기존의 각성자들이 갖고 있던 한계를 넘어서, 보다 다양하고 복합적인 능력을 발현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렸습니다.”


또 다른 기자가 서둘러 질문을 던졌다.


“이번 실험에 대한 정보는 언제 공개될 예정인가요?”


백강우는 잠시 멈칫하며 상황을 정리하듯 고개를 돌렸다.


“이와 관련된 추가 발표는 추후에 있을 예정입니다. 오늘은 그간의 성과를 공유하는 자리인 만큼, 다음 발표를 기대해 주시기 바랍니다.”


기자들의 손이 다시 올라오자 백강우는 차분히 손을 들어 그들을 진정시켰다.


“질문은 잠시 후 다시 받겠습니다. 이제 다음 발표로 넘어가겠습니다.”


기자들은 백강우의 지시에 따라 조용해졌고, 백강우는 다시 미소를 지으며 발표를 계속했다.


“두 번째로, 오늘 우리는 대한민국 최초의 S등급 각성자를 여러분께 소개하려고 합니다.”


웅성웅성.

이 말이 떨어지자마자 회견장은 소란으로 가득 찼다. 백강우는 연단을 가리키며 말했다.


“여러분, 차연우 씨입니다.”


연우가 천천히 연단 앞으로 걸어나왔다. 모든 시선이 그에게 쏠렸고, 회견장은 숨죽인 채 그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연우는 마이크를 잡고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안녕하세요, 차연우입니다.”


그의 말은 짧았지만 강렬했고, 회견장의 모든 이들의 귀에 깊이 박혔다.


“백강우 실장님께서 이미 설명해주셨으니, 제가 더 길게 말할 필요는 없겠네요. 다만, 여러분이 궁금해하시는 것이 많을 겁니다. 그래서······.”


그는 회견장을 한 번 둘러보고는 이어서 말했다.


“혹시 여기 몸이 불편하거나 아프신 분이 계신가요?”


잠시의 침묵이 흐른 뒤, 몇몇 사람들이 조심스럽게 손을 들었다. 연우는 그들을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제 특성은 ‘광역’과 ‘치유’입니다.”


연우는 천천히 손을 들어 올리며 깊은 숨을 들이마셨다.

그의 손끝에서 은은한 빛이 퍼져 나갔다.

빛은 점점 강해지면서, 회견장 전체를 따뜻한 기운으로 감싸기 시작했다.


순간, 빛이 확산되며 기자회견장 전체에 흐르자, 손을 들었던 사람들의 얼굴에는 놀라움이 가득 찼다.

그들의 통증이 서서히 사라지면서 몸이 가벼워지는 것을 느꼈다.


회견장은 놀라움과 경이로움으로 가득 찼다.

카메라 셔터 소리가 끊임없이 울려 퍼졌고, 기자들은 이 놀라운 장면을 담기 위해 필사적으로 움직였다.


연우는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자세한 설명은··· 백강우 실장님께서 해주시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연우는 몸을 돌려 기자회견장을 빠져나가려 했다. 그러나 그가 걸음을 떼기도 전에 기자들이 일제히 손을 들며 질문을 쏟아냈다.


“차연우 씨, 능력 발현의 원리에 대해 더 설명해 주실 수 있나요?”

“다중 특성 각성자로서 향후 계획이 무엇인가요?”

“이번 붕괴 사건과 치유의 비 사건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기자들의 질문이 빗발치자 연우는 잠시 멈춰 서서 뒤를 돌아보았다. 회견장 안의 모든 시선이 그를 향해 있었지만, 그는 여유롭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안타깝지만, 더 이상의 자세한 내용은 국가 기밀이라서요.”


그의 말에 기자들 사이에서 소란이 일었다. 그러자 백강우가 앞으로 나서서 기자들을 진정시켰다.


“여러분, 질문은 차차 공식적으로 답변드리겠습니다. 이어서 치유의 비 사건과 붕괴 사태와 관련하여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기자들은 여전히 흥분을 감추지 못한 채 카메라 셔터를 눌렀다.


연우는 홀가분한 마음으로 회견장을 빠져나가며, 자신을 둘러싼 기자들의 반응에 잠시 미소를 지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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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치유 물약 (2) NEW 5시간 전 1 0 12쪽
19 치유 물약 (1) 24.09.18 5 0 12쪽
18 각인 24.09.17 8 0 13쪽
17 운수 좋은 날 (2) 24.09.16 18 0 12쪽
16 운수 좋은 날 (1) 24.09.15 18 0 13쪽
» 기자회견 24.09.14 22 0 14쪽
14 붕괴 (3) 24.09.13 27 0 13쪽
13 붕괴 (2) 24.09.12 28 0 11쪽
12 붕괴 (1) 24.09.11 31 0 13쪽
11 행복의 조건 +1 24.09.10 37 1 12쪽
10 도깨비의 장난 +1 24.09.09 39 1 13쪽
9 세계수의 수액 (2) +1 24.09.08 42 1 14쪽
8 세계수의 수액 (1) +1 24.09.08 48 1 13쪽
7 진실과 거짓 +1 24.09.07 51 1 13쪽
6 평범한 일상 +1 24.09.06 55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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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각성 +1 24.09.04 80 1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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