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한 마왕은 착하게 살아야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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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프피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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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03 2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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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3 2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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층간소음

DUMMY

단언한다.


악에 깃든 수많은 존재를 이끄는 것은 쉽지 않다.


몇천 년 전, 선대들처럼 무력과 공포로 굴복시키는 것은 순간일 뿐. 영속적일 수 없지.


“스물이나 되는 선대를 모셨지만, 크리우스 님의 위엄과 카리스마는 독보적입니다. 견줄 자가 없지요.”


마관 데모스는 마왕의 오른팔.


주로 인사와 행정을 담당하는 자로 그 역시 불멸에 가까웠다.


그의 눈초리는 창공을 나는 매 같았고, 입술은 독니를 드러낸 뱀 같달까.


그러나 애초에 빈말할 위인은 아니다.


내게 피로 맹세하며 영혼을 바쳤지만, 언제나 올곧게 직언하던 그다.


그래. 그만큼 나는 전무후무한 마왕이란 소리다.


상대의 마음을 꿰뚫어 내고, 상대를 굴복시켜 버리는 내 검붉은 눈빛.


그게 내가 지닌 고유 능력이었다.



.

.

.




「 쾅! 쾅! - 야. 이 개새끼야! 」


머릿속에 흐트러진 수많은 분자와 전기신호는 재정립됐다.


그러니 이 비루한 육체의 기억이 내 영혼에 스며들었다.


그런 의미에서.


문밖에서 욕설을 내뱉는 미개한 존재는 아랫집에 사는 인간.


물과 기름처럼 섞이지 못하는 신과 마족도 전장에서 예를 지켰다. 찬란히 빛을 내뿜는 생명에 대한 찬가랄까.


그런데 하물며 유약한 인간이 내게 개새끼라니.


그 의미를 물을 이가 곁에 없었지만, 복슬복슬 털이 난 강아지는 아닐 것 아니냐.


그렇다면···. 이 마왕에게 욕설한 것이 사실이라고?


자초지종은 물어볼 생각이었다. 그러나 저 경거망동함이 진심이라면, 이 행성 전체를 불태울 심산이었다.


「 쾅! 쾅! - 야! 문 열어. 열라고! 이 새끼야!」


‘어. 그래 새끼야. 넌 뒤졌다.’


신족을 도륙할 때 언제나 짓는 표정이 있었다. 미간을 찌푸리고 한쪽 입꼬리만 올리는 그 얼굴.


차마 거울 볼 시간은 없었지만, 지금 내 표정이 그럴 터.


이윽고 문 앞에 도착한 나는 있는 힘껏 문고리를 돌렸다.


“야! 내가 몇 번이나 말해? 어? 쿵쿵거리지 말라니까!”


녀석의 경박한 말이 고막을 때렸다. 그래. 그건 참을 수 있었지.


그러나 적어도 일 년은 닦지 않은 누런 앞니. 이어서 그 사이로 뿜어져 나오는 시궁창 냄새는 견딜 수 없었다.


찰나의 순간이라도 녀석과 말을 섞을 수 없었다. 그것은 스스로 모욕하는 꼴.


가느다랗게 뜬 눈동자 그리고 꿈틀거리는 입술 그리고 눈앞으로 가져온 오른쪽 검지.


그것은 녀석이 이 세상에서 마지막으로 볼 장면이었다.


「 내 눈앞에서 잿더미가 되어라. 이그나이트······. 」


그래. 이거지.


여기가 다른 행성이란 것은 내겐 중요치 않았다.


나는 불멸의 마왕. 모든 걸 불태우기 위해 존재하는 자.


생명이 검은 화염에 휩싸여 타는 장면. 그것은 언제나 내게 충만한 기쁨이었다.


“타올라라!”


공기가 무거워졌다.


내 비루한 육체가 서 있는 작은 공간.


그리고 녀석이 서 있는 불 꺼진 복도가 말이다.


고요함은 그렇게 찾아왔다.



.

.

.



“아하하! 이 새끼 이거. 나보다 더 한 정신병자네. 어?”


「 아. 그리고 당연한 이야기이지만요. 흑마력과 주술은 사용하실 수 없습니다! 이 작은 행성이 멸망하면 안되잖아요. 그렇죠? 」


아차. 그래 그랬지.


짙은 어둠에서 페어리 새끼가 내뱉은 말. 그제야 기억났다.


“······.”


「 쾅 - ! 」


“어쭈? 이 새끼 봐라. 야! 문 안 열어?”


참고로 마왕은 당황하지 않지. 나약한 존재가 아니니까.


그런 의미에서 급히 문을 닫은 것은 다른 이유가 있었다.


「 마왕님. 그리 노여워 마세요. 1억 포인트. 딱 그것만 모으시면, 곧장 마왕으로 부활하시니까요! 100포인트에서 시작합니다! 착한 일 많이 찾으시고요! 아. 그리고 섣불리 인간을 해하지 마세요! 그러다가 포인트가 모두 사라지면···. 그땐, 인간으로 평생 사신답니다! 헤헤. 」


그러니 저 미천한 녀석의 모가지를 곧장 꺾을 순 없었다.


잘못하다간, 이 육체에 갇혀버릴 테니까.


그럴 순 없었다.


모두에게 존경받으며 영광스러운 그 자리. 마왕 아직스 크리우스로 돌아가야 하니까.


“젠장······.”


윗입술을 질끈 깨물자, 다시 녀석이 건넨 말이 떠올랐다.


「 아! 포인트 확인이요? 인간이 사용하는 핸드폰에서 확인할 수 있으니. 참고하세요! 」


곧장, 내 손은 바지 주머니로 들어갔다. 그리고 꺼낸 작은 물체 하나.


이어서 손가락으로 기하학적인 문양을 그려내자, 글과 숫자가 보였다.


※ 현재 포인트 : 100 / 100,000,000


“100······.”


참고로 나는 영리한 마왕. 숫자에 능통했다 이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섣불리 행동할 수 없었다. 혹여나 저 녀석의 뺨이라도 후려갈겼는데, 점수가 크게 깎인다면 큰일이었다.


지난 사건과 경험이 없으니, 1점의 의미를 알 수 없는 상황.


땀방울 하나가 등허리를 타고 흐르는 게 느껴졌다.


이럴 수가. 행성 하나는 손쉽게 불태울 마왕이 당황하다니······.


「 쾅-! 야! 문 열라고! 」


여전히 되먹지 못한 언행을 일삼는 녀석과 함께.


동시에.


「 띵 - ! 」


핸드폰이란 존재에서 작은 울림이 느껴졌다. 이어서 보이는 몇 줄의 글자.


【오늘의 임무 : 아랫집 아저씨를 잘 타일러 보내세요!】

- 성공 시 : 100포인트 지급.

- 실패 시 : 100포인트 차감.

- 활성화된 능력 : 적안

※ 어머! 실패하면···. 마왕님 안녕······!


“죽인다···. 마왕으로 부활하면 페어리 네 녀석부터!”


나를 능멸하는 녀석을 용서할 수 없었다. 그러나 그것은 무의미.


마왕으로서 내가 걸어온 길은 녹록지 않았다. 언제나 피비린내가 가득했고, 절체절명의 순간이 많았지.


지그시 눈을 감고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이어서 허리를 곧게 펴고는 고개를 들어 올렸다.


마왕으로서의 자긍심. 그리고 품위와 위용.


그 어떤 위기가 찾아오더라도 이를 버릴 수 없는 법.


손가락으로 미간을 짚었다. 그것은 정신을 집중하는 행위.


“그래. 적안은 사용할 수 있지······.”


적안. 검붉은 눈동자를 지닌 마왕이 사용하는 능력.


대상자와 눈을 마주치면, 마음속 깊은 심연을 들여다보는 기술이다. 그러니 아니무스에서 누구도 내게 다른 마음을 품을 수 없었지.


얄팍한 배신은 곧 죽음. 그리고 내 눈은 그것을 투영했다.


“쯧.”


조심스레. 아니. 신중하게 문고리를 쥐었다.


다시 녀석의 토악질 나는 입내를 맡을 생각에 머리가 지끈거렸다. 그러나 늘 마왕이 걸어가는 길은 안락하지 않았다.


그래. 고작 일백 년도 못사는 인간.


이내 문을 열어젖혔다.


“오호라. 문 여셨어?”


비로소 녀석의 옷차림이랄까. 그 처참한 행색이 눈에 들어왔다.


여기저기 누런 얼룩이 가득한 하얀 민소매···. 적어도 열흘 이상은 세탁하지 않아 보였다.


그 모습에 순간적으로 구토가 쏠렸지만, 호흡을 멈춰 그것을 참아냈다.


괜히 점수가 깎이면 안 되니까.


그리고 이 미친놈은 바지를 입고 있지 않았다. 푸른색인지 옅은 하늘색인지 구분할 수 없지만, 축축한 저 팬티를 보자면 똥 자국이 가득할 것 같았다. 그러나 구태여 상상하지 않았다.


녀석의 머리는 가엽게도 벗겨져 있었다. 그리고 시꺼먼 얼굴에 뻘건 눈동자.


“맙소사. 시체가 따로 없군······.”


“뭐? 뭐라고?”


아차. 인정한다. 실수다.


그러나 애초에 세상을 지배하는 마왕에게 말실수가 어딨겠나. 내 말이 곧 법이자 규칙이니 말이다.


하지만, 여기는 미개한 행성.


혹시나 하는 마음에 핸드폰을 봤지만, 점수는 변함없었다.


“야. 이 새끼야. 너 뭐라 했어. 시체?”


당장이라도 손가락 하나를 관자놀이에 꽂아 죽일까 싶었지만, 나는 이들보다 우월한 마왕. 그래. 어쩌면 관용을 베풀어야 했다.


“아. 실수니 잊거라.”


“······?”


녀석의 눈동자가 분명하게 흔들린다.


아. 당연하지. 그 전능한 마왕이 네게 사의를 표현했으니 말이다.


그래. 네 가문의 대대손손 자랑거리일 터.


“감사함은 넣어두거라. 나도 사정이 있어서 말이야. 괜찮다.”


“······?”


지난 옛일이 떠올랐다.


야슈발 화산은 불구덩이라 불렸다. 그리고 그곳을 거닐던 켈베로스.


한번은 그 지옥견을 능력 없이 길들어야 했는데, 며칠이나 땀을 뻘뻘 흘리며 고생했다.


그래도 또 하나를 배웠지.


막강한 힘의 차이로 굴복시키는 것 이상으로 너그러운 관용과 이해도 강력하다는 것을.


오. 마침내 녀석의 눈동자가 글썽거렸다.


그래. 감당하기 힘든 은혜를 받자면 그럴 수도.


그런 녀석을 바라보며 옅은 미소와 함께, 살며시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울어도 좋다. 특별히 오늘은 넘어가마. 이 은혜는 잊지 말······.”


“개새끼야!”


음? 너무 갑작스러운데.


주변에 개가 있는지 생각했다. 그래서 고개를 빼꼼히 내밀어 대머리 녀석의 뒤를 봤지만, 아무것도 없었다.


“누구한테 하는 소리······.”


“이 새끼가 진짜. 어린놈에 새끼가.”


어. 왜지?


마왕으로서 자존심을 구기며 아량을 베풀었는데, 왜 멱살을 쥐냐 이 말이다.


그리고 녀석과 눈이 마주쳤다.


이어서 내 눈동자는 녀석에 붉게 충혈된 동공을 파고들었다.


『 그래. 죽여버리자. 어차피 개 같이 망한 인생. 그냥 여기서 오늘 끝내버리자. 어? 』


선명하게 들린다.


그의 들끓는 욕망이.


녀석이 내지르는 분노가 허풍은 아니었다.


그래 되짚자면 신관 아시스도 그랬지. 내게 무참히 폐부가 찢긴 적장.


모든 부하를 잃었다면, 후일을 도모해야 했지만 그렇지 않았지.


목숨 걸고 내게 뚜벅뚜벅 걸어오던 그 기백.


오래된 일이지만, 똑똑히 기억했다.


그리고 파르르 떨리는 입술로 내게 말했지.


잃을 게 하나 없으니 무서울 게 없다고. 부하를 포함한 자식도 지키지 못했으니, 아비 자격이 없다고 했었나? 참나.


그래도 적장이지만 훌륭했다. 유일하게 인정한 신족 중 하나였지.


그런 의미로.


이 막돼먹은 녀석도 더 이상 잃을 게 없다인가.


녀석이 움켜쥔 멱살을 한 손으로 낚아채며 입을 열었다.


“더 이상 잃을 게 없다는 눈빛이군. 좋은 기백이다. 인정하지.”


“뭐······?”


“자긍심을 가져라. 이 몸께서 인정하는 것이니.”


“이런 미친놈이 진짜······.”


녀석의 눈빛은 여전히 글썽이며 이글거렸지만, 미묘하게 바뀌었다. 내 적안은 그걸 볼 수 있었다.


언제나 마왕은 주저하지 않는 법.


한 걸음 더 심연으로 내디뎠다.


『 보고싶다 얘야. 아빠도 너한테 가고 싶다. 』


눈동자 뒤에 얽힌 욕망 그리고 기억.


그래. 마왕에게는 거짓 없이 투영될 뿐이지.


뭐. 나로서는 이해할 수 없지만, 이 행성에서라면 어쩔 수 없었다.


나는 불멸의 마왕으로 돌아가야 하니까.


“네가 어쩔 수 없는 일이 더 많은 세상이다. 어리석은 인간이여 그걸 인정해라.”


“뭐······?”


“여식 말이다. 여식. 네 녀석 잘못이 아니다.”


“그···그걸 어떻게?”



.

.

.



“네 녀석의 존재는 하찮지만, 최선을 다했다. 내가 알고 있지. 그러니 모두 털어내라. 그러면 채울 게 생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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