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한 마왕은 착하게 살아야 된다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새글

인프피아재
작품등록일 :
2024.09.03 23:54
최근연재일 :
2024.09.18 23:56
연재수 :
15 회
조회수 :
278
추천수 :
11
글자수 :
77,888

작성
24.09.08 21:19
조회
18
추천
0
글자
12쪽

알바

DUMMY

220,700원.


인간 김마환. 내 영혼은 녀석의 기억을 머금고 있었다. 그러니 일상생활이 가능할 터. 그러나 220,700원이 어느 정도 금전인지 알 수 없었다.


인간 목숨 열 정도는 되는 값어치?


마왕이 기거하던 100층 마탑의 한 층?


아니면 흑마력을 증폭시키는 아뮬렛?


어쨌든, 녀석이 부유해 보이진 않았기에 손가락으로 미간을 짚었다. 그리고 창가 옆에서 용맹스러운 자세로 앉은 자바스에게 물었다.


“그래. 220,700원이 어느 정도 돈이냐. 행색을 보아하니 부자는 아닐 테고, 신족의 목숨 다섯의 값어치는 있느냐?”


“예?”


인간의 눈이라면 볼 수 없었겠지. 그러나 내겐 보였다. 녀석이 묘한 웃음을 짓는 게. 자바스는 갑자기 기재개를 쭉 켜더니, 입을 열었다.


“그럴 리가요. 크리우스 님이 계시던 마탑 화장실에 문고리도 살 수 없는 돈입니다. 휴지···. 두어 개는 살 수 있겠군요.”


“뭐······?”


심장이 두근거렸다. 언제나 느껴지던 분노가 아니었다. 그것은 마왕으로서 용납할 수 없는 걱정. 윗입술을 깨물며 자바스에게 물었다.


“그게 무슨 말이냐. 그 돈으로 어떻게 살라는 거지?”


“그건 저도 모르겠습니다. 여기 월세가 80만 원으로 알고 있는데···. 그 돈도 없으시군요.”


“뭐라!”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 주변을 살폈다. 그러나 보이는 것은 낡은 식탁 그리고 널브러진 종이 조각들뿐. 값어치가 나가 보이는 것은 없었다.


다시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그리고 떨리는 손으로 핸드폰 통화 버튼을 연타했다.


“여보세요!?”


통화 너머로 들리는 페어리 녀석의 낭랑한 목소리. 그것은 마왕의 마음을 잠식한 분노와 어울리지 않았다.


“그 개념 없는 목소리는 뭐지?”


“네? 제가 뭘요?”


손등에 굵은 핏줄이 여기저기 솟았다. 당장이라도 핸드폰을 부숴버리고 싶었다. 그러나 참았다. 마왕에게는 목적이 있으니까. 부활해서 아니무스로 돌아가야 하니까. 옅은 한숨을 코로 내쉬며 차분히 말을 이어갔다.


“거처를 옮겨야 하는데 돈이 부족하다.”


말하고 싶은 숫자가 있었다. 그러나 마그마처럼 들끓는 마음에 기억나지 않았다. 때문에, 옆에 앉은 자바스를 바라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러자 녀석은 목소리를 한껏 낮추며 말했다.


“100억······.”


“아. 그래.”


녀석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페어리에게 말했다.


“돈이 부족하다. 100억을 당장 보내거라.”


“풉. 100억이요?”


“어. 여기서는 하루도 살 수 없······.”


「 뚜- 뚜- 뚜······ 」


페어리 새끼가 감히 먼저 전화를 끊다니, 이마가 뜨거워졌다. 그리도 동시에 고막을 울리는 음 하나.


「 띵 - 」


【오늘의 임무 : 할 일을 찾아보세요!】

- 성공 시 : 1,000포인트 지급.

- 실패 시 : 300포인트 차감.

- 현재 포인트 : 397 / 100,000,000

- 활성화된 능력 : 적안


※ 하루하루 성실히 일해서 100억을 모아보세요!

PS. 하루에 10만 원씩, 10만일!


“죽이겠다. 반드시 죽여버리겠어! 으악!”


견딜 수 없는 분노가 마음을 찢고 터져 나왔다. 때문에, 주먹으로 침대 매트리스를 몇 번이나 내려쳤다. 옆에 있던 자바스는 내 모습을 잠시 지켜보더니, 눈치를 살피며 말했다.


“크리우스 님. 진정하시지요. 그래도 무려 1,000포인트나 주지 않습니까?”


“······.”


아. 그랬지. 한껏 흥분했기에 문자를 제대로 보지 못했다.


1,000포인트.


지금까지와 차원이 다른 보상이었다. 분노로 불타오르던 마음이 조금은 진정됐다.


그러나 감히 마왕에게 일을 하라니. 그것도 허드렛일이 분명할 터. 답답한 마음에 미세한 어지러움이 느껴졌다.


“휴···. 감히 나보고 일을 하라니······.”


지구라는 행성에서 환생한 지 이틀째. 마왕은 언제나 마음이 강인했지만, 지쳤는지 기운이 없었다.


마왕의 자존심이 본능적으로 이곳의 삶을 허락하지 않았다.


“쯧. 못 해 먹겠군······.”


양손으로 얼굴을 비비적거리자, 자바스가 내 옆으로 다가와 말했다.


“크리우스 님. 괜찮습니다. 그 드높은 마탑에서도 일은 하시지 않았습니까?”


“아?”


그랬다. 마왕도 일을 했지. 신족을 말살시키기 위한 계략을 짜거나, 마족이 풍족하게 먹고사는 방법을 골똘히 고민하던 그 시간. 드넓은 집무실 책상 위에는 언제나 서류와 책자가 가득했다.


초조함과 답답함을 마음에서 걷어내야 했다. 그게 마왕이 걸어온 길이니까.


“그래. 그랬지···. 고맙다. 자바스.”


녀석은 고개를 숙이며 꼬리를 살랑거렸다.


“그럼, 무슨 일을 해야 하지? 네 생각은 어떠냐 자비스.”


자바스는 바닥에 넙죽 엎드리더니,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러다가 이내 벌떡 일어났다.


“크리우스 님. 실례지만, 가장 자신 있는 일이 무엇입니까?”


“자신 있는 일?”


“네. 그렇습니다.”


손가락으로 미간을 짚으며 고개를 숙였다. 자신 있는 일이라······.


고민이 길어지는 이유는 다른 게 아니었다. 마왕에게 자신 없는 일은 없었으니까. 아무리 어렵고 험난한 목표가 있더라도 마왕은 언제나 이뤄냈다. 그것이 마왕 크리우스의 힘.


“괜한 질문이구나 자바스여. 마왕은 무슨 일이든 자신 있지.”


일어나 있던 자바스가 몸을 몇 번 털어내더니, 내 앞으로 다가와 다시 물었다.


“저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도 가장 좋아하시거나 원하시는 일이 있을 거로 생각합니다.”


“아.”


녀석의 물음은 일리가 있었다. 역시 마왕을 따르는 정령다웠달까. 녀석의 물음에 멀리서 고민하지 않았다. 때문에, 아니무스에서 내 삶을 복기했다.


“흠. 그렇군. 군대를 통솔하는 일을 가장 잘했지. 좋아하기도 했고.”


“군······.”


까닭은 알 수 없지만, 자바스가 차마 말을 이어가지 못했다. 그러다가 분홍색 혀를 날름거리더니, 말을 이어갔다.


“당장 이 나라에서 군인이 되시기에는 무리가 있습니다.”


그 이유에 대해 녀석은 자세하게 설명하지 않았다. 그러니 이해하기 힘들 터. 그리고 마왕 크리우스가 일개 군인 따위 할 수 없었다.


“이유가 뭐지? 그리고 군인이라니. 장군이다. 장군을 해야겠어.”


자바스는 한참을 이 나라에서 장군이 되는 일은 신족을 멸망시키는 것보다 어려운 일이라며 열변을 토해냈다. 그럼에도 마왕으로서 납득할 수 없었다.


“왜지. 내가 그 아니무스의 마왕이라는 것을 안다면, 녀석들도 감사히 여길 텐데?”


자바스는 눈을 지그시 감더니 고개를 가로저었다.


“죄송합니다만, 그러시다가 어딘가에 갇힐 게 분명합니다. 녀석들은 아니무스 존재에 대해 모르니 말입니다······.”


“쯧.”


좁은 공간에 적막함이 흘렀다. 그리고 잠시 후. 자바스가 옆에 둔 핸드폰으로 다가오더니, 말을 이어갔다.


“크리우스 님. 핸드폰에서 알바지옥이란 앱을 열어보시지요.”

“알바지옥?”


녀석의 말을 듣고는 핸드폰에 깔린 앱 하나를 열었다. 그러자 수많은 일자리에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오···. 이게 모두 다 일자리란 말이냐?”


“그렇습니다.”


검지 하나를 세워 아래로 내려갔다. 그리고 눈동자를 굴리며 작은 글씨들을 읽었다. 그러다가 꽤 느낌이 괜찮은 단어를 읊었다.


“흠···. 택배 상하차?”


자바스. 녀석의 표정이 어두워지더니, 고개를 가로저었다.


“짐을 내리고 싣는 일이지요. 매우 고됩니다. 다른 일을 선택하시지요.”


녀석의 어투는 마치 내게 도망치라는 것 같았다. 때문에, 마왕의 심기는 불편했다.


“고되? 감히 마왕에게 말이냐? 참나.”


“온종일 짐을 들고 내리셔야 합니다. 지금 김마환이라는 몸으로는······.”


녀석의 말과 함께 보이는 비루한 얇은 손목. 내 영혼이 깃든 이 몸뚱어리는 연약하기 그지없었다. 그것을 간과할 순 없었다.


“흠···. 그렇군. 주유소는 뭐지?”


이번에도 자바스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자동차가 움직일 수 있는 기름을 넣는 곳이지요. 그 냄새가 상당히 역합니다.”


“아. 그럼 안된다.”


다시 말하지만, 마왕은 언제나 청결하고 깔끔했다. 특히 냄새에도 상당히 예민했는데, 구린내는 견딜 수 없었다.


다시 화면을 내려갔다. 그리고 보이는 글씨.


“편의점은 어떠냐.”


“음······.”


이번에는 자바스가 고개를 가로젓지 않았다. 그저 고개를 옆으로 기울이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크리우스 님은 정리하시는 걸 좋아하지 않으십니까?”


“청소 말이냐.”


“네. 그렇습니다.”


“아주 좋아하지.”


“흠···. 그럼, 제격이긴 합니다만, 인간들을 많이 마주하셔야 합니다.”


녀석의 말에 턱을 매만지며 고민했다. 왜냐. 지구에서 지낸 지 고작 하루밖에 안 됐지만, 인간 녀석들을 마주하는 건 불쾌했다.


그러나 마왕은 언제나 도망치지 않았다. 오히려 역경과 고난을 뛰어넘는 것을 즐겼달까. 선혈이 낭자하던 전장에서도 그랬다. 신족에게 몰려 목숨이 위태로운 순간에도 충혈된 눈으로 맞서 싸웠다.


그것이 바로 마왕 크리우스.


“자바스여. 편의점으로 하겠다. 어떻게 해야 하지?”


내 물음에 녀석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내 물음에 답했다.


“좋습니다. 그렇다면 면접을 보셔야 합니다. 그곳 사장과 통화를 하시지요. 다만.”


“다만?”


“무례합니다만, 제가 말씀드리는 대로 적으시고 그리 말씀하시지요.”


“뭐!? 감히 마왕에게 지시를 내리는 것이냐!”


녀석은 고개를 다시 숙이더니,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


“아닙니다. 그저 마왕의 어투를 사용하시면 면접은 힘드실 겁니다.”


녀석의 말에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시건방진 말로 분노가 일렁였지만, 녀석의 말에는 거짓이 없었다. 온전히 마왕을 위한 충언.


마왕 크리우스는 부하의 충언을 멀리하지 않았다. 물론, 종종 정도를 넘어 단칼에 목을 베어버린 경우도 있었지만, 흔치는 않았다.


그런 의미에서 자바스는 나보다 이 행성에 대한 이해가 높았다. 그러니 녀석의 진심 어린 조언을 무시해선 안 됐다. 마왕은 강인했지만, 지혜롭기도 했으니까.


“그래 알겠다. 뭐라고 말하면 되느냐?”


“안녕하세요. 공고보고 전화 드립니다. 김마환 이라고 합니다. 라고 하시지요.”



.

.

.



다행히 통화가 길어지진 않았다. 사장이란 인간은 남자. 녀석은 흔쾌히 곧장 올 수 있냐고 물었다. 그리고 좋은 소식은 하나 더 있었다.


“크리우스 님. 역시 운을 타고나신 것 같습니다. 바로 코 앞이네요. 걸어서 1분이면 갑니다.”


“1분?”


녀석은 출퇴근 시간이 중요하다며,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었다. 마침, 영민한 자바스는 그곳이 어딘지 알고 있었다.


“가시지요. 제가 모시겠습니다.”


“그래. 잠시만.”


나는 옷장으로 걸어가 다시 검은색 코트와 중절모를 걸쳤다.


자바스는 좀처럼 감정을 드러내지 않았지만, 그때만큼은 달랐다.


“크리우스 님. 죄송합니다만, 그 복장은 면접에 어울리지 않습니다.”


그리고 녀석은 선을 넘었다. 감히 마왕의 옷차림을 지적했으니 말이다.


“자바스. 선을 넘는구나. 한 번만 더, 내 옷차림에 말을 더한다면 용서치 않겠다.”



.

.

.



「 띠링 - 」


요란한 소리와 함께 투명한 유리문이 열렸다. 그리고 들리는 인간의 음성.


“어서오세······?”


“마왕···. 아니. 김마환이다. 주인은 어딨느냐.”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부활한 마왕은 착하게 살아야 된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5 결투 NEW 3시간 전 4 0 11쪽
14 선행 24.09.17 6 0 12쪽
13 소년 24.09.16 9 0 12쪽
12 번개탄 24.09.16 12 0 11쪽
11 전투 24.09.13 16 2 11쪽
10 담배 24.09.12 14 1 11쪽
9 취업 24.09.11 15 1 11쪽
8 면접 24.09.10 18 1 12쪽
» 알바 24.09.08 19 0 12쪽
6 서른셋 24.09.07 17 0 12쪽
5 콩이 24.09.06 19 1 11쪽
4 복종 24.09.05 23 1 11쪽
3 붉은 눈 24.09.04 26 1 12쪽
2 층간소음 24.09.03 35 1 11쪽
1 부활 24.09.03 46 2 1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