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한 마왕은 착하게 살아야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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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프피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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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03 2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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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6 2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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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

DUMMY

“혹시···. 번개탄 있나요······?”



.

.

.



‘썬더 라이즈’


신족이 사용하던 자연계 공격 마법으로 드높은 하늘에서 번개를 소환하는 기술이다. 그 무자비한 시전 속도는 적이지만, 고개를 끄덕이게 했지.


물론, 내 정수리에 내리꽂히더라도 데미지는 미미했다. 그저 손가락으로 머리를 긁적일 정도?


아무튼 한 소년이 번개탄을 찾길래 옛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번개탄?”


나와 눈을 마주치고 있던 소년은 이내 눈을 내리깔았다. 어쩔 수 없는 일이지. 인간 따위가 내 붉은 홍채를 마주하기는 쉽지 않으니까. 한쪽 입꼬리를 올렸다가 이내 미간을 찌푸렸다. 나는 선한 일을 해야 하니까. 그래서 아니무스로 돌아가 부활해야 하니까.


“나약한 소년이여 고개를 들어라. 아. 아니 드시지요.”


내 말에 소년은 양손을 만지작거리더니 슬며시 고개를 들었다.


“번개탄이 필요하다고요?”


그 소년은 나와 눈을 마주치지 않았다. 그저 내 말에 고개를 끄덕일 뿐.


마왕의 친절한 태도에 감히 대답하지 않는다니. 미간이 슬쩍 찌푸려졌지만 견뎌냈다.


가까스로 감정을 억누르며 지그시 눈을 감았다. 그러자 편의점을 가득 채운 수많은 물건 리스트가 머릿속에 휘날리며 정립됐다.


굳이 모양 빠지게 다리와 손을 움직이며, 번개탄을 찾을 필요 없었다. 마왕의 두뇌는 인간보다 수십만 배는 명석할 터. 이미 어디에 무엇이 있는지 외운 상태였다.


“흠···. 안타깝지만, 번개탄은 이곳에 존재하지 않는군. 그러나 대체할 수 있는 물건이 있지.”


한껏 풀이 죽어있는 소년이 눈을 끔벅이더니 나를 바라봤다. 아마도 내 입술을 바라보며 기대하고 있을 터.


까닭은 알 수 없지만, 그 기대를 충족하고 싶어졌다. 그저 마음에 솟은 변덕이랄까.


나는 한구석으로 걸어가 푸르고 붉은색이 칠해진 캔 하나를 가져왔다. 이어서 계산대 앞에 놓인 라이터 하나를 손으로 집었다.


“그 시커먼 숯은 없지. 그러나 이 물건들이 훨씬 다루기 쉬울 것이요.”


그러자 소년은 손가락으로 이마를 긁어댔다. 그리고 밑에서 이를 지켜보던 자바스도 내 종아리를 긁어댔다.


“뭐냐.”


내 물음에 자바스가 노란 눈동자를 이리저리 돌리더니, 고개를 갸웃거리며 내게 말했다.


“크리우스 님. 우선 부탄가스와 라이터는 저 학생에게 팔 수 없습니다. 미성년자이니까요.”


“아?”


반사적으로 손이 뻗어 나갔다. 이어서 계산대 위에 올려진 물건을 잽싸게 등 뒤로 숨겼다. 그리고 입에서 터져 나오는 안도의 한숨.


“휴···. 고맙다 자바스.”


그러나 여전히 자바스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미간을 찌푸렸다. 이어서 계산대 앞에 소년은 고개를 한번 끄덕이더니 편의점 문밖으로 나갔다.


그때였다. 자바스가 계산대 위로 잽싸게 튀어 올라오더니, 꼬리를 벌떡 세우며 내게 외쳤다.


“크리우스 님! 저 소년을 어서 붙잡으시지요.”


“뭐라?”


“어딘지 모르게 수상합니다. 마음을 읽어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자바스는 좀처럼 목소리를 높이는 일이 없었지. 그러니 다급한 충신의 청을 무시할 순 없었다. 급히 투명한 문을 손으로 밀며, 어깨가 축 처진 소년을 불러 세웠다.


“멈추거라!”


내 부름에 녀석의 어깨가 들썩이더니 걸음도 멈췄다. 나는 넓은 보폭으로 뚜벅뚜벅 소년에게 걸어갔다. 그리고 녀석을 지그시 내려다보며 물었다.


“그 물건이 왜 필요한지 말하거라.”


소년은 말이 없었다. 그저 중죄라도 저지른 죄인처럼 고개를 숙였다. 그러나 마왕의 붉은 눈을 피할 수 없을 터.


「 뭐지. 그런 걸 왜 묻는 거지······? 」


다시 마왕의 눈이 소년의 마음을 꿰뚫었다. 이어서 고개를 돌리자, 문이 훤히 열린 편의점이 보였다.


“그건 내 마음이다. 편의점을 오래 비울 수 없지. 따라 들어오거라.”



.

.

.



창고에 있던 의자를 하나 꺼내와 소년을 앉혔다.

심문을 시작하기 앞서서, 다시 도망치지 못하도록 팔다리를 결박하고 싶었지만, 이곳은 지구. 그랬다간 다시 포인트가 떨어질 게 분명했다.


소년을 편의점으로 다시 데려온 뒤.


자바스가 살며시 다가오더니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이상합니다. 특히, 왼쪽 손목에 상처가 많네요. 저건 아마도······.”


녀석이 말끝을 흐리다가 온몸을 흔들며 털어댔다. 그리고 이어서 한 말에 미간이 찌푸려졌다.


“자해를 한 것 같사옵니다. 그리고 번개탄도 그 용도로 쓸 생각인 듯 보입니다.”


자해.


내 영혼이 깃든 김마환의 머리에 저장된 낱말. 그것을 인출하니 스스로 상처를 주는 행위. 손가락으로 미간을 짚으며 한참을 고뇌했다. 그러나 그 행위를 이해할 수 없었다.


“참나. 이해가 안 되는군.”


“크리우스 님. 원래 인간은 좀 복잡합니다.”


계산대를 앞에 두고는 다리를 꼬아 앉았다. 그리고 단발머리가 앞으로 쏠려 얼굴이 보이지 않는 소년을 지그시 바라봤다.


「 ······. 」


설상가상.


적안으로 마음을 들여다봤지만,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아무것도 말하고 싶지 않았고, 생각하고 싶지 않기에 가능한 일.


그러다가 이내 한 가지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아. 그러게, 굳이 내가 왜?’


그것도 그랬다.


내게 충성을 맹세한 자바스에 홀려 소년을 데리고 들어왔지만, 자해건 자몽이건 굳이 마왕께서 나설 일이 아니었다.


그러나 옆에 있던 자바스가 고개를 조아리더니, 솔깃한 이야기를 이어갔다.


“크리우스 님. 어찌 보면 기회인 듯싶습니다.”


“뭐라. 기회?”


“그렇습니다. 난처한 인간을 돕는 일은 선한 일이지 않습니까. 저 아이를 돕는다면 분명히 포인트가 크게 오르지 않을까 합니다.”


자바스의 충언에 오른손이 들리더니 그대로 허벅다리를 쳤다.


「 팟 - ! 」


내 앞에 앉아있는 소년은 그 소리에 깜짝 놀라더니, 어깨를 다시 들썩거렸다. 녀석과 눈이 마주친 것은 아니지만, 그저 옅은 미소를 보이며 입을 열었다.


“그래. 이 몸께서 해결하지. 이유가 무엇이냐, 인간이여.”


“네······?”


이윽고 고개를 들어 나를 바라보는 소년. 흔들리는 눈동자에는 의심과 공포가 보기 좋게 섞여 있었다. 마왕으로서는 흡족한 눈빛이랄까.


아무튼 나는 손가락으로 소년의 가녀린 손목을 가리키며 재차 물었다.


“그 손목에 상처 말이다. 스스로 낸 것이지 않으냐. 이유가 무엇이지?”


소년은 급히 손목을 가렸지만 소용없었다. 그저 안경 뒤로 보이는 눈동자는 속절없이 흔들렸다. 그리고 적안으로 꿰뚫은 녀석의 마음.


「 뭐지. 이 사람···. 이상한 사람 같은데···. 도망가야 하나? 」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편의점 문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오른손을 뻗어 작은 금속 조각을 시계방향으로 돌렸다.


「 덜컹 - 」


돌아서서 소년을 바라봤다. 녀석의 표정은 이미 사색으로 변해 있었고, 전장터에서 붙잡힌 포로처럼 온몸을 바들바들 떨어댔다.


“나약한 소년이여 괜한 생각은 접어두거라.”


계산대 옆에 나와 있던 자바스와 눈이 마주쳤다. 녀석의 눈빛도 어딘지 모르게 움찔거리며 떨렸다.


그런 녀석을 바라보며 고개를 갸웃거리자, 자바스가 고개를 저었다.


다시 소년에게 다가갔다. 이어서 팔짱을 끼고는 물었다.


“마왕. 아니 이 김마환에게 말해보거라. 무엇이든 해결해 줄 수 있지.”


녀석은 다시 아무 말 없었다.


그대로 정신을 지배하는 주술로 녀석의 자백을 받아내고 싶었다. 그러나 돌아오지 않은 능력이 수천은 되니, 그럴 수 없는 일.


스멀스멀 답답함이 올라왔다.


강제로 입을 열 수 있는 방법이 뭐가 있을지 고민했다. 그러니 눈에 들어오는 것은 테이프와 가위 그리고 칼. 그것을 조합한다면 꽤 그럴싸한 고문이 가능할 터.


시간을 조금 더 줄 생각은 있었지만, 오래 기다리는 것은 할 수 없었다. 마왕은 언제나 성미가 급했으니까.


적막함이 편의점 안을 가득 채우다 못해 지배하기 시작할 무렵.


소년이 입을 뗐다.


“아무것도 아니에요······.”


한껏 기대했는데, 고작 입에서 나온 말이 아무것도 아니라니.


선한 일이고 뭐고, 손으로 목덜미를 잡아 이 악에 깃든 편의점에서 쫓아내고 싶었다. 그러나 이내 들려오는 녀석의 마음속 소리.


「 이야기하면 뭐 하겠어. 저런 아저씨가 무슨 도움이 된다고······. 」


「 쾅 - !」


견딜 수 없는 분노가 결국에 마음을 뚫고 나왔다. 그러니 마왕의 주먹은 라면이 가득 쌓인 매대로 날아갈 수밖에.


소년은 바닥으로 쏟아지는 라면 봉지를 바라보며, 양손으로 입을 막고 눈물을 글썽거렸다.


“아저씨? 감히. 이 몸에게 그런 흉측한 명칭을 붙이다니! 속히 말하지 않으면, 사지를 찢거나 목뼈를 꺾어 버리겠다!”


소년은 엉거주춤한 자세로 의자에서 벌떡 일어섰다. 그리고 작은 목소리로 내게 말했다.


“아. 친구들이 괴롭혀서요······.”


“친구?”


이건 또 무슨 소리?


친구라면 전우이고 전우라면 가족 아닌가?


그들이 괴롭히는 일이라니. 마왕의 마음 그리고 머릿속은 다시 한번 복잡해졌다.


“친구가 괴롭히다니? 그건 또 무슨 소리냐.”


“그. 그냥요···. 돈 뺏고, 계속 욕하고 때리고, 옷 찢어서 사진 찍고, 협박하고······.”


“뭐라?”


눈살이 찌푸려진 이유는 다른 게 아니었다.


나약하다고 생각한 인간은 어딘지 모르게 영악했달까. 생명이 생명을 괴롭히다니···.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고 동시에 등허리가 서늘해졌다.


거기다가 앞에 앉아있는 소년의 마음. 무엇보다 마왕은 그것을 이해할 수 없었다.


“참나. 웃기는군. 그게 친구냐? 적이지.”


“······.”


소년은 다시 말없이 고개를 푹 숙이더니, 눈물을 뚝뚝 흘렸다. 그러니 슬픔을 혐오하는 크리우스가 분개하는 게 당연할 터.


“듣기 싫으니, 그 울음 그치거라!”


내 말에 녀석은 소매로 눈물을 훔치더니, 다시 자리에 앉아서 고개를 숙였다.


나도 눈을 지그시 감고 손으로 턱 끝을 매만졌다. 어쨌든, 이유는 알아냈으니, 마왕으로서 해야 할 일을 결정해야 했다.


그리고 해야 할 일은 명확하고 단순했다.


“소년이여 자리에서 일어나거라.”


내 말에 녀석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여전히 고개를 숙이고는 눈물을 훔쳐댔다.


“그만 울라니까!”


내 불호령에 몸이 움찔거리던 녀석. 이내 옅은 숨소리만 편의점에 퍼져나갔다.


“그래. 좋다. 운다고 해결되는 일은 없지. 그리고 언제나 슬픔은 슬픔을 데려온다.”


나는 머리에 쓴 중절모를 잠시 벗으며 소년을 내려다봤다. 실의에 빠져있는 모습은 마치 패잔병 같달까. 탐탁지 않았지만, 이곳은 아니무스가 아닌 지구. 그리고 마족이 아닌 인간. 다시 마왕으로 부활하기 위해서는 양보할 것은 양보해야 했다.


“앞으로 내 앞에서 눈물을 보이지 말거라. 그리고 지금부터 복수를 계획하겠다.”


소년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멀뚱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복수요···?”


“그래. 받은 것은 언제나 두 배로 갚아줘야지. 그게 내 소신이다.”


그러자 녀석은 손사래를 치더니, 울먹이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 아니에요. 괜찮아요. 걔네 진짜 무서운 애들이에요. 잘못 건들면 저 진짜 죽을지도 몰라요······.”


나는 소년의 나약한 소리를 귀담아듣지 않았다. 그저 자리에서 일어나 편의점 문으로 걸어가 입을 열었다.



.

.

.



“입 다물고 앞장서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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