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한 마왕은 착하게 살아야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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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프피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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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03 2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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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2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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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

DUMMY

타오르는 담배를 검지와 중지 사이에 끼웠다. 누군가에게 배운 것은 아니다. 그저 본능적인 감각이랄까.


어쨌든, 유리문 밖에서 웬 호들갑을 떨고 있는 검은 고양이 자바스. 일렁이는 분노를 겨우 참아내며 잠시나마 안식을 취하는 마왕을 방해하다니. 때에 따라서 엄중히 다룰 생각이었다.


「 띠링 - 」


“감히 내 휴식을······.”


“크리우스 님! 얼른 담배를 끄시지요!”


“뭐!?”


이번에도 자바스는 나와 녀석 사이에 그어진 선을 훌쩍 넘어버렸다. 안식을 방해하는 것도 모자라, 감히 이 마왕에게 지시하다니?


마족의 충신 아로스도 그랬다. 녀석은 충신이었지만, 가끔 개념 없이 굴었지.


「 크리우스 님. 그것만큼은 양보할 수 없습니다. 차라리 저를 죽여주시지요. 」


그래서 곧장 그 자리에서 태워버렸다. 마음이 아팠지만, 어쩔 수 없는 일. 아무리 능력이 뛰어나더라도 마왕의 심기를 건든다면, 그 누구라도 용서치 않았다. 그게 마왕 크리우스의 방식이랄까.


나는 그대로 자바스의 뒷덜미를 잡아 들었다.


“자바스. 내가 몇 번이나 말했는데, 결국 또 선을 넘는구나.”


자바스는 내 꿈틀거리는 분노에 관심 없다는 듯. 노란 눈동자를 부릅뜨더니, 양손을 허우적거렸다.


“어서 끄십시오! 편의점 안에서 담배를 태우시면 큰일 납니다!”


“······뭐?”


「 띵 - 」


이어서 들려오는 핸드폰 알림 소리는 어딘지 모르게 서늘했다. 이어서 눈동자에 비치는 비정한 낱말들의 조합.


※ 현재 포인트 : 1,297 / 100,000,000

- 마왕님! 편의점 안에서 흡연이라뇨! 너무 나쁜 일! 100포인트 차감하겠습니다.


“이런 미친!”


좀처럼 당황하지 않는 마왕 크리우스. 그러나 깜짝 놀란 마음에 심장이 덜컹거렸다. 때문에 곧장 담배를 손바닥에 비벼 꺼버렸다.


“으악!”


그리고 느껴지는 엄청난 고통. 타오르는 불꽃 그 자체이던 마왕 크리우스. 내가 고작 이런 하찮은 불씨에 비명을 지르다니. 손바닥에 느껴지는 아픔보다, 구겨진 자존심에 더욱 고통스러웠다.


“괜찮으십니까! 크리우스 님?”


“닥쳐라!”


마음에 계량할 수 없는 분노가 차올랐다. 곧장 자바스를 노려보며 물었다.


“도대체 왜! 왜 안된다는 것이냐!”


자바스는 깊은 한숨을 내쉬더니 물음에 답했다.


“그야 실내에서 흡연은 불법이기 때문입니다. 거기다가 이 편의점 안에서 태우시다뇨···. 주인에게 걸리면 아마도······.”


녀석은 눈을 지그시 감더니 고개를 푹 숙였다. 그 맥 빠진 모습은 전장에서 붙잡힌 포로와 같았다. 이어서 얼굴에 번지는 서글픈 표정. 지금 일이 모두 자신의 탓이라 여기는 듯 보였다.


“아마도···. 어렵게 들어온 이곳에서 쫓겨날 것이 분명합니다.”


“이···이럴 수가······.”


선혈이 낭자하던 순간에도 마음은 언제나 냉철했지. 그러나 송곳처럼 파고든 갖가지 걱정은 마왕의 가슴을 번잡하게 만들었다.


그 크리우스가 하찮은 인간에게 존대어를 쓰고, 허리를 굽혀가며 쟁취한 1,000포인트. 혹여나 그것을 빼앗길까 봐 걱정됐다. 그러나 마왕은 언제나 위기 상황에서도 답을 찾아내던 존재. 미간을 찌푸리며 생각해보니, 그리 염려할 일이 아니었다.


“후. 호들갑 떨지 마라. 자바스. 증거가 없지 않느냐.”


“증거요? 이 담배 냄새는 어쩌시려고요.”


녀석의 말에 코를 벌렁거리며 냄새를 맡았다. 그러자 곳곳에 스며든 담배 냄새가 콧속으로 빨려 들어왔다. 때문에, 강렬한 태양이 머리에 내리쬐는 듯, 정수리와 부근이 뜨거웠다.


“어···어떡하느냐!”


“크리우스 님. 우선 환기부터 하시죠.”


녀석은 꼬리를 바짝 세우더니 이리저리 뛰어다녔다. 이어서 바깥 공기가 들어올 수 있는 틈이라면 모조리 찾아다녔다.


나도 그런 녀석을 따라다녔다. 우선은 커다란 유리문을 활짝 열어젖혔고, 전자레인지라는 물체가 있는 뒤편에 작은 창문도 열었다. 그러나 더는 열 수 있는 창이 보이지 않았다.


마음이 초조했다. 때문에, 벽면에 깔린 통유리 전체를 박살 내버릴까 했다. 그러나 자바스가 노란 눈동자를 부릅뜨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됐나!?”


“할 수 있는 건 했습니다. 주인 녀석은 언제 돌아오는지요?”


“그거야···. 나도 모르지.”


“휴···. 갑자기 오지 말아야 할 텐데.”


그게 문제였다. 주인 녀석이 혹여나 갑작스럽게 이곳으로 들어온다면···. 이 몸은 그대로 실직한다. 그러니 지금까지 쌓아온 게 날아갈 판이었다.


“갑자기 온다면···. 어쩔 수 없지. 살해하겠다.”


자바스는 검은 털로 둘린 몸을 여러 번 털어냈다. 이어서 앞발로 목덜미를 여러 번 긁더니, 장난기 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크리우스 님. 혹시라도 인간을 죽인다면, 평생 감옥에 갇히실 것입니다. 농담으로도 그런 말씀 하지 마시옵소서.”


녀석의 말에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편의점 문 앞으로 걸어가 하늘을 바라봤다. 지구라는 행성의 하늘. 그것은 아니무스의 붉은 하늘과 달리, 언제나 바다처럼 푸르렀다.


“그래. 알았다. 그런 행동은 삼가지. 모든 걸 운명에 맡길 수밖에······.”


그때였다. 편의점 정문에서 뻗어나간 보도블록 끄트머리. 그곳에서 웬 남자 둘이 이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오. 이런···. 손님인 것 같습니다.”


“손님? 이렇게 갑자기?”


“갑자기라뇨. 편의점은 늘 그런 곳입니다. 그나저나 큰일입니다. 아직도 담배 냄새가 가득한데······.”


녀석의 걱정이 이해되지 않았다. 멀리서부터 보이는 녀석들은 이곳 주인이 아니었으니까.


“쓸데없는 걱정이구나 자바스. 주인도 아니지 않느냐.”


“그건 그렇습니다만······.”


이윽고 도착한 사내 둘. 가까이서 보니, 하나는 머리가 유황색이었고, 또 하나는 팔뚝에 의미를 알 수 없는 그림을 시커멓게 새겼다.


「 손님들에게 친절하게 인사하셔야 해요. 아셨죠? 」


순간, 머릿속에 스치는 주인 녀석의 충언. 덕분에 고개를 끄덕이며 억지로 입꼬리를 올렸다.


“환영합니다. 어서 오시지요.”


머리에 쓰고 있던 중절모마저 벗어서 왼쪽 가슴에 올려두었다. 그 행동은 마왕이 갖출 수 있는 최고의 예였달까. 내 태도에 둘의 눈빛이 흔들리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들어오거라. 아니. 들어오시지요.”


녀석들은 고개를 두리번거리더니, 편의점 안으로 들어왔다. 다시 중절모를 머리에 썼다. 그리고 허리를 꼿꼿이 펴곤 계산대 앞으로 걸어갔다.


“그래. 무엇이 필요하오?”


내 물음에 둘은 서로 눈을 마주치더니, 팔에 화려한 그림을 새겨넣은 사내가 가느다란 눈을 끔뻑이며 말했다.


“담배 한 갑 주세요.”


“오. 당신들도 그 향에 빠졌군요. 잠시만.”


계산대에서 뒤돌아서던 그때. 밑에 숨어있던 자바스가 손톱을 세워 내 종아리를 긁었다. 그리고 겨우 나만 들릴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크리우스 님. 나이 확인.”


“어?”


「 그리고 술이나 담배를 팔 때, 신분증 확인 잘 해야 해요. 잘못하면 큰일 나. 알았죠? 」


역시 자바스는 가끔 얼음처럼 냉철하지만, 총명한 충신이었다. 고개를 숙이고는 녀석을 향해 한쪽 입꼬리를 올렸다. 그것은 마왕으로서 보내는 미미한 찬사.


이내 다시 고개를 돌려 사내 둘을 바라보며 입을 뗐다.


“살아온 시간을 확인할 수 있는 증명서를 보여주시오.”


“?”


아래 있던 자바스가 다시, 작은 목소리를 읊조렸다.


“신분증입니다. 크리우스 님.”


헛기침이 나오는 것을 굳이 참아내지 않았다. 이윽고 다시 입을 열었다.


“크흡. 신분증 말이오. 신분증.”


허옇고 가느다란 손바닥을 녀석들에게 내밀었다. 그러자 노란 머리를 한 녀석이 바지춤에 손을 넣더니 무언가를 하나 꺼내 보였다.


“2004년 9월 4일······.”


마왕의 머릿속은 회오리처럼 휘몰아쳤다. 그리고 그 복잡한 셈법을 단순에 끝내버렸다.


“그래. 만 20세가 넘었군. 기다리시게.”


그때였다. 다시 전해지는 자바스의 손길에 인상이 구겨진 이유. 그것은 살짝 짜증이 났기 때문이었다. 나는 미간을 찌푸리며 신경질적으로 녀석에게 물었다.


“뭐냐. 뭐. 뭐 말이냐.”


자바스는 무례함을 스스로 알아챈 듯, 허연 타일에 몸을 바짝 엎드렸다. 그리고 한껏 고개를 내리 깔고는 내게 말했다.


“크리우스 님. 아무래도 저 운동화가 수상합니다.”


녀석의 말에 고개를 흘끔 내밀어 두 녀석의 신발을 바라봤다.


“뭐. 어쨌는데.”


“그게 말입니다. 저 운동화는 요즘 고등학생 사이에서 유행하는 신발이죠. 아무래도 위조된 신분증이 아닐까 합니다.”


“뭐!?”


거짓을 혐오하는 마왕이다. 그런데 감히 미개한 인간들이 나를 속이려 하다니. 가까스로 일렁이는 분노를 참아냈는데, 단번에 터질 것 같았다. 이어서 자바스는 내게 적안을 사용하라며 귀뜸했다.


지그시 눈을 감았다. 그리고 노란 머리 녀석을 노려봤다. 그리고 붉은 홍채에 비치는 녀석의 마음.


「 뭐야. 누구랑 이야기하는데? 혹시 의심하나? 」


고개를 슬쩍 돌렸다. 그리고 팔에 그림이 새겨진 녀석을 바라봤다.


「 뭐야. 왜 안 줘. 어디서든 뚫렸는데? 」


“뚫려? 뭐가 말이냐.”


녀석들의 흔들리는 눈동자 그리고 꿀렁이는 목젖. 굳이 마음을 잃는 적안으로 녀석들을 바라보지 않아도 괜찮았다. 마왕의 본능적인 직감이 녀석들을 수상히 여겼으니 말이다.


내 물음에 녀석들은 서로 눈을 마주쳤다. 그리고 귓가를 울리는 녀석들의 마음.


「 걸렸나? 」


「 아씨. 어떻게 알았지? 」


손바닥 위에 올려둔 신분증을 그대로 꽉 쥐어버렸다. 그러니 으드득 소리와 함께 종잇장처럼 구겨져 바스러졌다.


“감히 마왕을 속이려 들다니 멍청하구나. 이 붉은 눈을 속일 수 있다고 생각했느냐.”


한 녀석은 뒷걸음질 쳤고, 또 하나는 눈살을 찌푸렸다. 이어서 팔뚝에 그림을 새겨넣은 녀석이 얼굴을 구기며 주먹으로 계산대를 내리쳤다.


「 쾅 - ! 」


그리고 마왕을 겨냥한 저급한 언행이 이어졌다.


“아씨. 이 아저씨가 미쳤나. 왜 혼자 지랄인데.”


이어서 들리는 녀석의 마음.


「 아. 이 새끼 뭐야. 옷 입은 거 보니까 좀 이상한 새끼 같은데, 확 조질까? 」


왼쪽 가슴에서 느껴지던 두근거림. 그것이 속도를 높여갔다. 그리고 귀에서 들리는 삐 하는 소리. 눈앞은 흐릿해졌고 정수리 부근이 들끓는 주전자처럼 뜨거웠다.


언제나 마왕의 분노에도 단계가 있었지. 총 5단계가 있었달까. 그런 의미에서 지금은 2단계. 이곳에서 부활하고 처음으로 겪는 대노였다.


그도 그럴만했다.


미개한 인간 주제에 감히 마왕의 패션을 지적했으니까. 그것은 일종의 데드라인. 그저 시뻘건 선혈을 봐야 마음이 진정될 터.


무언가를 쥐어야 했다.


분명히 스캐너라 했던가? 붉은빛을 발현하는 그것을, 녀석을 향해 들었다.



.

.

.



“감히 이 크리우스를 분노케 하다니. 갚을 수 있는 건 목숨밖에 없다. 각오해라 인간이여.”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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