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한 마왕은 착하게 살아야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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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프피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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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03 2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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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3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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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투

DUMMY

마왕의 본능은 꿈틀거렸다. 왜냐. 곧 시뻘건 선혈이 낭자한 전투가 시작되니까.


인간들의 말.


그것을 인용하자면, 머리에 피도 마르지 않은 것들이 이 몸을 속이려 들었다. 거기다가 내 패션을 능멸하다니.


참을 수 없는 격노로 심장의 혈액이 역류했다. 그러니 얼굴이 이토록 시뻘게졌지.


참고로 마왕 크리우스는 검게 타오르는 흑마력이 없어도 강력했다. 왜냐. 빈손으로도 신족 대여섯은 쉽게 제압했으니까. 다시 말해 격투에 능했다 이말이다.


계산대 앞에 서 있는 미성년 사내 둘.


하나는 이 몸과 키가 비슷했고, 또 하나는 작았지만, 몸매가 다부졌다. 눈동자를 굴리다가 지그시 감았다. 그리고 머릿속에 수백의 경우의 수가 그려졌다.


이내 마왕은 결정했다.


“네 녀석들 따위는 손가락 두 개면 충분하다.”


그러자 팔뚝에 그림을 수놓은 녀석이 눈살을 찌푸리며 목소리를 높였다.


“아니. 뭐? 그냥 조용히 나가려고 했는데, 뒤질래?”


이어서 옆에 나란히 서 있는 노란 머리 녀석도 부르르 떨리는 입술을 나불거렸다.


“편돌이 새끼 주제에 뭐라고?”


고개가 갸웃거려졌다. 모르는 단어가 있었으니 말이다. 마왕은 궁금함을 그냥 지나치지 않았다. 때문에 자바스에게 물었다.


“이봐. 자바스. 편돌이가 무슨 말이지?”


“아. 그게······.”


자바스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을 아꼈다. 그런 녀석을 향해 눈살을 찌푸렸다. 그리고 다시 물었다.


“이 몸께서 궁금하다. 빨리 말하거라.”


“······편의점에서 일하는 사람을 하대하는 말입니다.”


“뭐라?”


가늘게나마 이어졌던 정신 줄이 뚝 하고 끊어졌다. 그럴 수밖에 없지. 그 크리우스가 모든 걸 내려놓고 얻은 일자리를 능멸했으니까.


당장에 사지를 찢어 죽여야 했다. 그래야만 끓어오르는 피를 진정시킬 수 있었다. 그때였다. 자바스가 다시 바지춤을 긁어댔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크리우스 님. 폭력은 안 됩니다···. 돌아가셔야 하지 않습니까. 아니무스로······.”


아주 잠시 눈썹이 꿈틀거렸다. 그러나 화산처럼 폭발한 마왕의 분노는 그 누구도 막을 수 없었다.


“닥쳐라. 자바스. 너무 늦었다.”


“아니. 아니 되옵니다. 특히, 미성년자에게 주먹을 휘두른다면 분명히 감옥에······.”


끓어오르던 분노가 잠시 멈칫거렸다. 되짚자니 마왕으로서 능력을 모두 손에 쥔 것도 아니었으니까. 감정을 늘 이성을 혼란스럽게 하는 법.


잠시나마 눈을 지그시 감고 깊은 한숨을 내뱉었다.


“뭐야. 이 새끼 누구랑 이야기하는 거야?”


“몰라. 밑에 뭐 있나?”


그때였다. 갑자기 계산대 바닥에 숨어있던 자바스가 위로 튀어 올랐다. 그리고 날카로운 송곳니를 드러내며 긴 꼬리를 바짝 세웠다. 그 모습은 흡사, 아니무스 동쪽 험준한 산맥을 거닐던 한 마리의 맹수 같달까.


그러나 자바스의 위세는 미개한 두 녀석에게 미처 닿지 못했다.


“악! 미친 깜짝이야!”


노란 머리의 비명이 좁은 편의점에 울려 퍼졌다. 이어서 자바스를 향해 날아오는 푸른색 과자 봉지 하나.


「 퍽 - ! 」


그대로 자바스의 관자놀이를 직격했다. 이어서 사냥당한 한 마리 매처럼, 그대로 바닥에 떨어지더니 쓰러졌다.


마왕은 좀처럼 목소리를 높이는 일이 없었다. 그러나 아끼는 충신이 적의 일격에 쓰러지자, 좀처럼 진정할 수 없었다.


“자바스!”


허연 타일 바닥에 쓰러져 있던 자바스. 녀석은 내 부름에 눈가를 찌그리더니,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크리우스 님. 폭력은 안 됩니다···. 이 자바스의 간곡한 청입니다. 부디 새겨들어 주시지요······.”


녀석에게 할 대답 거리를 찾았지만, 마음을 잠식한 분노에 떠오르는 게 없었다. 그러니 그저 고개를 두어 번 끄덕였다.


“아. 깜짝이야···. 무슨 고양이가 갑자기 튀어나와?”


“그러게? 저 새끼가 여기서 키우는 것 같은데?”


두 녀석은 고개를 빼꼼히 내밀어 계산대 밑에 있는 나와 자바스를 쳐다봤다. 떨림이 멈춰진 녀석들의 눈망울에서는 자바스에 대한 염려는 일절 없었다.


나는 엎드려 있는 자바스 머리를 여러 차례 쓰다듬었다. 그리고 파르르 떨리는 입술을 벌려 녀석에게 말했다.


“네 녀석의 복수는 내가 이루겠다. 편히 쉬거라.”


양쪽 주먹을 움켜쥐고는 자리에서 일어난 마왕. 새빨간 내 홍채는 깊은 분노가 실려있을 터. 녀석들을 용서할 이유는 단 하나도 존재하지 않았다.


그때였다. 팔뚝에 그림을 새긴 녀석이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웬 호들갑이야. 고양이 죽었어요? 과자 봉지로 좀 스쳤구먼.”


“······아?”


고개를 내려 자바스를 바라봤다. 되짚자니, 고통이 그리 심각해 보이진 않았다.



“이곳에서 소란을 일으킬 순 없다. 밖으로 나오거라. 미개한 녀석들이여.”



.

.

.



편의점 정문으로 나오면 옆으로 좁은 골목이 있었다. 그리고 그곳을 지니는 인간은 거의 없었다. 마왕에게 이만한 결전지도 없었달까.


앞에 서 있는 미개한 녀석 둘.


노란 머리 녀석은 눈을 지그시 감고 고개를 이리저리 돌렸고.


팔뚝에 그림을 그린 녀석은 눈살을 찌푸리며 이 몸을 노려보고 있었다.


쓰레기가 낭자한 좁은 길목에 전운이 감돌았다.


“뭐. 어쩌자고.”


한 녀석이 운을 뗐다. 그러자 옆에 있던 노란 머리가 바닥에 더러운 침을 뱉더니, 말을 이어갔다.


“아저씨. 처맞아도 딴말하지 말기? 깽값 같은 거 없으니까.”


녀석들의 따로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녀석들에게 어떻게 일어설 수 없는 좌절을 보여줄 수 있을지 생각했다.


그때였다.


아니무스 그 험준한 피의 고원에서 신족들을 마주하던 그날이 떠올랐다.


구역질 나는 수십의 신족이 마왕 크리우스를 둘러싼 그날. 나는 손가락 하나를 펴 보이며 옅은 미소를 보였다.


「 네 녀석들에게 쓸 흑마력 따위는 없다. 그러니 손가락 하나로 상대해 주지. 」


그렇게 내 오른손 검지는 녀석들의 왼쪽 심장을 꿰뚫었다.


긴 머리를 손으로 쓸어 넘기며 고개를 들었다. 그러자 건물 사이로 하얗게 타오르는 태양이 보였다. 그 모습은 흡사 들끓는 마왕의 마음을 대변하는 것 같달까.


이내 녀석들을 향해 오른손을 내밀어 검지 하나를 펴 보였다.


“특별히 이 손가락 하나 정도는 사용하마.”


그 말이 신호탄이었을까? 노란 머리 녀석이 쌍욕을 내뱉으며 내게 달려왔고, 오른손 주먹을 날렸다.


나는 피하지 않았다. 기꺼이 내 오른쪽 광대를 대줬다.


「 퍽. 」


둔탁한 소리가 골목에 퍼져나갔다. 그리고 뇌리에 전해지는 미세한 진동과 알싸한 통증. 그래. 이거다. 가슴이 두근거리던 그 설렘. 실로 오랜만이었으니까.


“겨우 이 정도라니···. 손가락 하나도 아깝군. 네 녀석도 들어와 보거라.”


말이 끝나자, 팔뚝에 문신을 새긴 녀석이 달려오듯 날아왔다. 그리고 녀석의 발은 내 복부를 타격했다.


「 푹. 」


순간 허리가 굽어졌지만, 통증은 거의 없었다. 기백이 없는 발길질은 분노가 실린 싸대기보다 못했으니까.


“큭······.”


녀석들의 나약함에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기 어려웠다. 이어서 옅은 미소를 보이며, 녀석들에게 말했다.


“이번에는 동시에 들어와 보거라.”


“으악!”


말이 끝나자, 한 녀석은 내 얼굴을 향해 주먹을 날렸고, 또 한 녀석은 어깨를 들이밀며 나를 향해 달려왔다.


상체를 한껏 낮췄다. 그리고 검지를 곧게 세웠다.


먼저 노란 머리.


녀석은 내게 주먹을 날리고 있었는데, 고개만 살짝 움직여 가뿐히 피해줬다. 그리고 검지 하나로 녀석의 팔뚝을 찔렀다.


그리고 멧돼지처럼 나를 향해 달려오는 팔뚝 문신 녀석.


나는 뜀틀을 넘듯, 양쪽 다리를 벌려 녀석을 넘어갔다. 그리고 역시 손가락 하나로 녀석의 둔부를 찔렀다.


“으악!”


“악!”


그리고 동시에 들려오는 날카로운 비명. 그 소리는 좁은 골목길을 채우고도 모자라 공중으로 퍼져나갔다.


노란 머리 녀석은 팔뚝을 움켜쥐고 얼굴을 구겼고.


문신 녀석은 그대로 바닥에 고꾸라지더니, 엉덩이를 부여잡고 나뒹굴었다.


“흠···. 이거 너무 시시하군. 참고로 말해주지. 내가 가진 힘에 만 분에 일도 쓰지 않았다.”


“이 미친새끼가!”


이어지는 녀석들의 협공은 그럴싸했다.


우선 바닥에 널브러진 멧돼지 같은 녀석은 내 두 다리를 붙잡았고, 노란 머리 녀석은 갖은 인상을 쓰며 다시 주먹을 날렸다.


그러나 마왕에게는 무용.


내 발목을 붙잡은 녀석의 목덜미를 쥐어 들고는 날아오는 주먹에 맞췄다.


「 퍽 - ! 」


“악!”


그리고 귓가를 울리는 한심스러운 비명.


이번에는 멧돼지 같은 녀석의 뒤에서 양손을 잡았다. 그리고 목각인형을 조종하듯. 노란 머리 녀석을 향해 손을 휘둘렀다.


“어!”


“야! 피해!”


「 퍽. 퍽. 퍽. 퍽 」


사정없이 내리꽂히는 문신 녀석의 손바닥에 노란 머리는 양손으로 얼굴을 가렸지만, 비루한 몸통은 피할 수 없었다.


“악. 악. 악. 악······.”


이내 두 녀석은 더러운 길바닥에 나뒹굴어졌다. 노란 머리 녀석은 겨우 상체를 일으키더니, 쥐새끼처럼 도망치려 했다.


웃기는 녀석이었다.


패배를 인정하지도 않고, 그 치욕스러움을 죽음으로도 갚지 않는다니.


아니무스에서 마주하던 신족에게 경의를 표할 지경이었다.


“참나. 도망이라니. 어딜 가느냐?”


그대로 녀석의 뒷덜미를 잡아 끌어 올렸다. 그러자 방언처럼 터져 나오는 녀석의 속죄.


“죄···죄송. 죄송합···니다. 죄송······.”


녀석의 얼굴은 어느새 콧물과 눈물로 범벅이 되어 있었고, 두 눈동자는 붉게 충혈되어 있었다. 보기에 썩 나쁘지 않았다. 그러나 마왕은 이 정도로 용서할 생각이 없었다.


다시 곧게 세운 검지를 녀석의 옆구리에 슬쩍 쑤셨다.


“으악!”


내 손아귀에 붙잡힌 녀석은 파닥거리며, 갖은 호들갑을 떨었다.


“무엇을 잘못했는지 읊어보거라.”


“흐흡.”


“대답이 늦군.”


다시 녀석의 어깨를 검지로 슬쩍 쑤셨다.


“으악!!”


“어허. 이번에도 물음에 답이 없구나.”


내 손가락 끝은 비정했다. 이어서 다시 녀석의 허벅지를 쑤셨다.


“으악!! 잠시. 잠시만요!”


“틀린 답이다.”


옅은 미소를 보이며 손가락을 펴 보이자, 녀석은 울부짖으며 내게 말했다.


“속였. 속였습니다. 어른이라고 속였습니다!”


이를 지켜보던 팔뚝 문신 녀석도 고개를 땅에 처박고는 소리쳤다.


“죄송···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잘못했습니다!”


다시금 분노가 스멀스멀 올라왔다. 왜냐. 내 물음에 제대로 된 답을 하지 않았으니까.


“이 새끼야 틀렸다. 정답을 고할 때까지 고통은 계속될 것이다.”


한 손가락은 모자랐다. 그러니 양손 검지로 녀석들을 사정없이 찔러댔다.



.

.

.



“흑흑······.”


흐느끼는 소리만이 비좁은 골목에 퍼져나갔다.


그리고 두 녀석은 고개를 푹 숙이고, 내 앞에 무릎을 꿇고 있었다.


“자. 마지막으로 기회를 주겠다. 이번에도 틀린 답을 고하면, 녀석들의 왼쪽 다리 하나씩을 거둬가겠다.”


그러자 팔뚝에 그림을 그린 녀석이 울부짖으며 내게 물었다.


“정말 모르겠습니다! 살려주세요!”



.

.

.



나는 쓰고 있던 중절모를 벗어 녀석의 눈앞으로 가져갔다. 그리고 이어지는 질문.


“이 모자가 어떻다고?”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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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복종 24.09.05 23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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