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한 마왕은 착하게 살아야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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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프피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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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03 2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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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7 2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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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셋

DUMMY

문고리를 잡아 돌리는 순간.


녀석의 부모는 그대로 얼어붙어 비명도 지르지 못했다. 그 아비가 뒤늦게나마 내 어깨를 붙잡았지만, 상관없었다. 붉은 입술은 언제나 자유로우니까.


현관문 앞에는 허리 높이까지 오는 시우가 우두커니 서 있었다. 이어서 자바스는 엘리베이터 옆쪽으로 황급히 그 작은 몸을 숨겼다.


“뭐야. 왜 그래 당신. 뭐 어쩌려고?”


불경스럽게 내 어깨를 붙잡은 시우의 아비. 나는 녀석의 손등을 잡아 꺾어버렸다.


“악!”


그리고 울먹거리는 시우를 지그시 내려다보며 말했다.


“어이. 꼬마야. 그 콩이는 죽었다.”


내 말이 끝나자, 신발이 널려있는 현관문을 포함해 엘리베이터가 있는 복도까지. 개미 발소리조차 들리지 않을 적막함이 흘렀다.


“당신! 미쳤어요!?”


그리고 시우의 어미가 그 고요함을 무참히 깨버렸다.


“당신 뭐야? 애한테 무슨 말을!”


이어서 녀석의 아비가 목에 핏대를 세우며 노발대발했다.


나는 넋 나간 표정으로 서 있는 시우를 앞에 두고 돌아섰다. 그리고 녀석의 어미와 아비를 바라봤다.



.

.

.



마왕은 눈물을 혐오했다. 그러나 유일하게 용서하는 순간이 있었지.


바로 누군가가 가족을 잃었을 때였다.


특히, 전장으로 나간 부모들은 영광스러운 죽음을 맞이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니 그 자식들은 언제나 깊은 슬픔에 빠지곤 했다.


하지만, 쇳덩이처럼 언제나 단단한 마음으로 커야 하는 아니무스의 마족.


녀석들은 형체를 알아볼 수 없는 부모의 시신 앞에 서곤, 몸을 부들부들 떨며 입술을 꽉 깨물었다.


그리고 마왕은 언제나 강인했지만, 솔직히 그 순간에는 약해졌다.


“울어도 좋다. 오늘만큼은 용서하겠다.”


그 말이 끝나면, 녀석들은 하나같이 땅에 쓰러져 울부짖었다.


한번은 그 모습이 탐탁지 않았는지, 마관 유제스가 뿔테를 고쳐 쓰며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크리우스 님. 아이들의 눈물에 마음이 약해질 수 있습니다. 그러니 그냥 거짓을 말하시지요. 부모들이 아직 전장에서 싸운다고 말입니다.”


나는 손에 쥔 와인잔을 유제스를 향해 던졌다. 그리고 벼락같은 목소리로 녀석을 나무랐다.


“네 이놈! 마족이 전장에서 죽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내가 그깟 일로 마음이 약해질 마왕으로 보이느냐!”


마관 유제스가 고개를 푹 숙이고 양손을 공손하게 모았다. 녀석도 유능한 참모였지. 그러나 그 올곧은 신념은 가끔 마왕을 분노케 했다.


“언제나 거짓은 또 다른 거짓을 부른다. 그리고 좌절은 어떤 식으로든 존재를 강하게 만들지. 울부짖는 얼굴에서 그 이글거리는 눈을 보지 못하였느냐?”


마왕의 육신이 처참하게 찢기는 한이 있더라도.


거짓은 용납할 수 없었다.


그게 마왕 크리우스의 신념이었다.



.

.

.



현관 앞 복도에 시우의 울부짖음이 울려 퍼졌다. 눈살이 찌푸려졌지만, 내 결정에 후회는 없었다. 나는 그 마왕 크리우스니까.


녀석의 어미는 신발을 신을 겨를이 없었다. 그저 앞으로 뛰쳐나가 시우를 감싸 안았다. 언제나 미개한 존재라 여겼지만, 모성애 하나는 인정했다. 언제나 분노에 이글거리던 마왕도 그 점은 인정했다.


이어서 아비도 뛰쳐나가더니, 시우와 그 어미를 양손으로 안았다. 그리고 고개를 돌려 나를 노려보며 분개했다.


“우리가 알아서 잘할 텐데, 도대체 왜! 애가 슬퍼하는 거 안 보여?”


마왕은 그런 아비를 용납하지 않았다. 곧장 앞으로 걸어가 녀석의 멱살을 움켜쥐었다. 내 목소리는 한껏 낮춰졌지만, 분노는 더욱 실렸다.


“네 이놈! 부모나 되어서 자식에게 거짓을 말하다니, 부끄럽지도 않으냐! 거짓은 거짓을 부르지만, 슬픔은 강함으로 변모한다. 그런 것도 모르고 자식을 키우다니. 쯧.”


아비의 입술은 우물쭈물했다. 무슨 말이라도 하고 싶지만, 할 말이 없다는 듯이 말이다.


“거기다가 콩인지 콩알인지. 녀석도 너희 가족 아니냐. 그렇다면 시우에게도 애도할 시간을 주거라. 되지도 않는 객기 부리지 말고.”


그때였다. 어미와 아비에 둘러싸인 시우. 녀석이 울먹이는 목소리로 말했다.


“알고 있었어요······.”


아. 그랬군. 적안으로 녀석의 마음을 들여다볼 수 없었으니, 본심을 모를 수밖에.


시우의 말에 놀란 건 그 어미와 아비도 마찬가지. 그들은 떨리는 손마디로 녀석을 쓰다듬었다.


“근데 왜······?”


눈물을 글썽이는 어미가 녀석에게 물었다. 그러자 시우는 고개를 숙이고는 다시 눈물을 흘렸다


“혹시 몰라서요···. 거기 가면 있을까 봐······.”


듣기 싫은 울음소리가 셋이나 되니, 마왕은 더 이상 견딜 수 없었다. 나는 옆에 서 있던 자바스에게 손짓하고는 엘리베이터 버튼을 연타했다.


「 띵. 스스르륵 - 」


도착한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나는 곧장 걸어 들어갔다. 그리고 부둥켜안고 울고 있는 녀석들을 향해 말했다.


“충분히 절망하고 슬퍼하거라. 그럼 해야 할 일이 떠오르겠지.”


천천히 문이 닫혔다. 그리고 땀인지 뭔지 모를 액체가 내 눈가에서 한 방울 흘렀다.



.

.

.


「 띵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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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도착한 문자에 결국에는 마왕의 분노가 화산처럼 뿜어졌다. 곧장 핸드폰을 땅으로 던져 박살 내고 싶었지만, 가까스로 참아냈다. 그리고 곧장 초록색 통화 버튼을 눌렀다.


“여보세요?”


“네 이년! 감히 약속과 다르게 절반의 포인트만 주다니!”


“엥. 무슨 소리세요? 강아지 못 찾아 줬잖아요. 히히.”


“뭐라? 애초에 죽은 녀석을 내가 어찌······.”


“절반이라도 드린 걸 다행이라 생각하시라고요! 저는 잘게요. 안녕!”


그 뒤로 몇 번이나 통화 버튼을 연타했다. 오죽했으면 옆에 있던 자바스가 핸드폰 부서지겠다며, 나를 말렸다.


“젠장! 감히. 이 마왕을 능멸하다니···. 부활하면 페어리 새끼부터 죽이겠다. 반드시!”


그때였다. 내게 복종하는 검은 고양이 자바스가 꼬리를 살랑거리며, 조심스레 말했다.


“크리우스 님. 시간이 너무 늦었습니다. 오늘은 이만 댁으로 들어가시지요.”


녀석의 말에 핸드폰을 확인했다. 새벽 1시 30분. 까닭은 모르겠으나 갑자기 눈꺼풀이 무거워지더니, 밀물처럼 하품이 쏟아졌다.


그리고 문제가 있었다.


훤한 가로등이 발아래를 비추고 길게 뻗은 대로변. 나는 여기가 어딘지 알 수 없었다. 그러니 돌아가는 길 따위 모를 터.


쓰고 있던 중절모를 잠시 벗으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자바스에게 물었다.


“자바스. 내 거처까지 안내하거라.”


“예?”


“모르냐.”


“네.”


자바스는 마왕에게 상냥하지 않았다. 그러나 녀석의 솔직함은 마음에 들었다. 어딘지 모르게 나와 코드가 맞는다고 할까나.


“흠···. 난감하군.”


“크리우스 님. 핸드폰에서 지도 앱을 여시지요.”


“뭐? 앱? 지도?”


“네.”


아니무스의 대지와 바다를 그려낸 지도가 생각났다. 그 크기는 300평이나 될 집무실 벽면을 채우고도 모자랐다.


그런 지도가 이 작은 물체에?


나는 인간의 기억에 혼재된 존재. 곧장 핸드폰으로 지도를 켰다. 그리고 목적지를 집으로 누르니, 현재 내 위치가 보였다.


“이···이럴 수가······.”


인간들은 하찮고 미개하다고 생각했는데, 녀석들의 기술은 상상 이상으로 뛰어났다. 그러니 마왕의 기분은 어딘지 묘했다.


아무튼 졸렸다. 당장이라도 푹신하고 향긋한 침대에 몸을 뉘어야 살 것 같았다.


“따라오거라. 자바스.”



.

.

.



「 띠리리리 – 띠리리리 - 」


“으어······.”


어제 새벽.


무슨 정신으로 어떻게 집에 도착했는지 모르겠다. 기억나는 것은 땀으로 온몸이 젖은 불쾌한 느낌. 그리고 계속 괜찮냐고 물었던 자바스.


문고리를 손으로 잡아 돌림과 동시에 기억을 잃었다.


그리고 고막을 지나 심장까지 꿰뚫는 알람에 눈이 떠졌다. 그 소리는 전장에서 울리는 뿔피리 소리보다 웅장했달까.


어쨌든, 눈앞이 핑 돌았다. 허우적거리며 핸드폰을 쥐었고 그대로 벽면에 던져버렸다.


“젠장···. 모···몸이 천근만근이군······.”


그때였다. 자바스가 구슬같이 동그란 눈으로 나를 내려다봤다.


“크리우스 님. 괜찮으신지요?”


눈동자로 쏟아지는 햇빛을 녀석이 막아줬기에 한결 편했다. 그러나 마왕은 엄하게 공과 사를 구분했다.


“괜찮다. 근데 뭐 하는 짓거리냐. 감히 마왕의 머리 위에 앉아 있다니.”


“아. 죄송합니다.”


녀석은 급했는지 내 가슴팍을 즈려밟고 아래로 내려갔다.


“아이고.”


“뭐? 아이고?”


녀석의 경솔함에 당장이라도 꼬리 절반과 귀 한쪽을 불태우고 싶었다. 그러나 이 마왕에게 목숨을 바친 존재. 가끔은 자비를 베풀어야 했다. 그것이 마왕의 숙명이랄까.


“쯧. 됐다. 그나저나 여긴······.”


“그렇습니다. 여긴 크리우스 님의 처소입니다. 김마환이라는 인간의 집이더군요.”


“김마환······?”


“네.”


녀석은 때 묻은 갈색 지갑을 가져오더니, 내 손 앞에 내려두었다. 끔찍한 세균이 득실거려 보였다. 한껏 눈살을 찌푸리며 검지와 엄지만으로 지갑을 열었다.


그러자 내 얼굴이 박힌 신분증 하나가 보였다.


“김마환···. 1991년 7월 4일생······.”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리며 손가락을 하나씩 접어봤다. 그러자 옆에 있던 자바스가 작게 속삭였다.


“서른셋에 양띠입니다. 크리우스 님.”


“서른셋?”


참고로 마왕 크리우스의 나이는 이천오백 년 하고도 팔십 년을 더 살았다. 그런데 서른셋이라니. 그 시절은 기억조차 나지 않았다.


“참나. 애송이군······.”


내 말에 자바스가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


“그렇지도 않습니다. 인간의 수명을 보자면···. 서른셋은 성인입니다. 다 컸죠.”


녀석의 말에 머리를 긁적였다. 얼핏 생각하면 녀석들은 나약하니, 일찍이 죽을 것 같긴 했다.


“그래? 인간이 얼마나 사는데 말이냐. 천년?”


“아닙니다. 100년을 못살지요.”


“뭐!?”


놀란 마음에 어깨가 들썩거렸다. 그러나 이어서 의심이 들었고, 자바스의 멱살을 쥐며 물었다.


“농담하지 말거라. 100년은 무슨!”


“큭. 사실입니다. 80년이 평균 수명이지요······.”


“파···팔십?”


한껏 녀석들을 멸시했다. 그러나 80년이라니···. 빛보다 빠를 생애를 살아가는 녀석들에게 측은한 마음이 들었다.


“참나···. 어처구니가 없군······.”


자바스는 이어서 자신의 수명은 15년 정도라고 말했다. 더욱 딱한 마음이 들었다. 마왕의 능력이 돌아온다면, 녀석을 영생시키리라 다짐했다.


녀석의 보드라운 머리를 쓰다듬으며 주변을 살폈다. 12평 남짓한 비루한 방 하나. 이곳에는 매트리스가 딱딱한 침대 하나와 식탁이 전부였다. 아니무스 빈민가에 사는 거지들도 이것보단 나을 터.


마왕에게 어울리지 않을 처소. 당장 옮겨야 했다.


“거처를 옮겨야겠다. 여기서는 하루도 살 수 없다. 적어도 방은 다섯 칸. 거실은 500평은 되어야 한다. 화장실은 두 개. 샤워실은 따로. 옷방은 따로 있어야 한다. 당장 알아보거라 자바스.”


자바스는 꼬리를 살랑거리더니,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 나라에 그런 집은 없습니다. 그리고 있다고 하여도 자금이······.”


“자금? 돈을 말하는 것이냐?”


“그렇습니다. 족히 100억은 있어야······.”


100억이라는 단위도 처음 들어봤다. 그러니 감이 잡히지 않았다. 나는 얼마나 있냐는 물음에 자바스는 옆으로 다가와 핸드폰을 툭툭 쳤다.


그러자 숫자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

.

.



“220,700원······?”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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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결투 NEW 2시간 전 3 0 11쪽
14 선행 24.09.17 5 0 12쪽
13 소년 24.09.16 8 0 12쪽
12 번개탄 24.09.16 11 0 11쪽
11 전투 24.09.13 15 2 11쪽
10 담배 24.09.12 13 1 11쪽
9 취업 24.09.11 14 1 11쪽
8 면접 24.09.10 17 1 12쪽
7 알바 24.09.08 18 0 12쪽
» 서른셋 24.09.07 17 0 12쪽
5 콩이 24.09.06 18 1 11쪽
4 복종 24.09.05 22 1 11쪽
3 붉은 눈 24.09.04 25 1 12쪽
2 층간소음 24.09.03 34 1 11쪽
1 부활 24.09.03 44 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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