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혼한 북부대공의 데릴사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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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반한그릇
작품등록일 :
2024.09.04 14:29
최근연재일 :
2024.09.18 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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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5 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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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쪽

파혼

DUMMY




“유진. 이제 끝내죠.”


북부 대공의 딸 일렌시아가 약지에 낀 반지를 땅바닥에 내던졌다.


‘비싸게 주고 샀건만.’


탁탁. 유진은 바닥에 떨어진 반지를 줍고 묻은 흙을 털어냈다. 그 모습을 본 일렌시아는 어이가 없다는 듯 유진을 쳐다보았다.


“지금 뭐 하는 거죠?”

“물건엔 죄가 없지.”


설령 전 약혼자의 물품이라 해도 말이다. 유진은 주머니 속에 반지를 잘 보관해놓았다.


‘동일 크기의 강화석보다도 비싸니 말이야.’


사용감 있는 중고라도 팔면 꽤 값이 나가리라.


“그렇게 해도 제 생각에 변함은 없어요.”

“으음? 오해하지 말게. 잡을 생각은 딱히 없다네.”


일렌시아가 착각하고 있는 부분을 유진은 꼬집었다. 유진의 말에 일렌시아의 얼굴이 붉게 물들었다.


“그나저나 이유는 뭐지?”


다만 유진은 그 사유가 궁금했다.


“당신은 환관이잖아요.”


더 이상 무슨 말이 필요하다는 듯 일렌시아는 팔짱을 꼈다. 마치 미리 써둔 대본을 읽는 말투였다.


“남자로서의 매력이 없어요.” 

“흐음.”


그 말을 담담히 듣던 유진은 입을 열었다.


“알겠네. 파혼을 받아들이지.”

“그럼-”

“그 대신 정정은 좀 하지.”


유진은 손가락을 하나 치켜세웠다. 


“일단 하나. 자네는 내가 환관이라서 싫은 게 아니라네.”


유진은 자신이 있었다.


객관적으로 자신은 충분히 매력적이다. 아니었다면 북부 대공과의 저녁 만찬 때 일렌시아가 먼저 흥미를 보이진 않았으리라.


‘아니라면 환관도 못 되었겠지.’


황실의 환관이 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건 바로 품격이다.


‘품격 없는 자는 황실에 입궁할 수 없지.’


그리고 품격은 바로 겉모습에서 나온다.


그만큼 황실의 환관으로 일하려면 용모단정은 필수였다. 또한 유진의 외모는 수많은 환관 중에서도 으뜸이었다.


왜냐하면 익명으로 벌어지는 투표 속에서 언제나 당당히 일 등을 차지했으니 말이다.


“그렇다면 뭐라 생각하시는 거죠?”

“그저 자네는 2황자의 스승이라는 지위가 사라진 내가 필요 없어졌을 뿐이지.”


한때 유진은 황자의 스승이었다.


그것도 황위 계승권 일 순위의 유력한 황제 후보인 황자의 스승. 그리고 환관은 신을 섬기는 노예. 모시는 자에 따라 권력과 영향력이 천차만별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유진의 입지는 어지간한 대귀족 그 이상이었다.


정곡을 찔린 일렌시아는 무언가를 말하려다 입을 다물었다. 그녀가 다시 말을 꺼내기까지는 꽤나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래봤자 다 예전 일이죠.”


다만 지금은 황자가 죽어버려 사라진 권력이다.


“맞는 말이지.”


유진은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틀린 말이 아니었다. 이제는 과거에 놓고 온 영광이다.


그 뻔뻔한 태도에 일렌시아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더 할 말이 남아 있나요?”

“너무 성급하지 않은가? 그런 모습은 고치는 게 좋을 걸세~”

“···없다면 저는 갑니다!”


일렌시아의 반응을 본 유진은 속으로 몰래 웃었다.


“하하. 기다리게.”


아직 할 말이 남았는데 벌써 가면 섭하지 않은가.


“그리고 사실 나도 자네에게 관심은 없었다네.”

“뭐라고요?!”


유진은 고개를 절레절레 돌렸다.


“무슨 헛소리를···!”

“아니아니. 명백한 사실이라네.”


물론 일렌시아의 외모는 남녀불문 호감을 사기에 충분했다. 대륙 제일미까지는 아니어도 손가락 안에는 들 정도니 말이다.


“아무래도 정략결혼 상대에게 호감을 갖기는 힘들지 않나?”


단언해도 될 정도다. 그만큼 유진은 일렌시아에게 별다른 감정을 가지지 않았다. 


그리고 일렌시아 또한 처음에는 유진에게 호기심과 흥미를 가졌지만, 지금에 와서는 그저 서로가 서로의 이익과 목적을 위해 만났을 뿐이다.


“그런데 결과가 이거라니~ 그동안 만남을 가진 게 너무 아깝군.”

“하. 오히려 천한 당신을 만난 제가 더 손해였지요!”


일렌시아가 지지 않겠다는 듯 말했다. 


물론 그녀는 명백히 북부 대공의 딸. 공녀라고 할 수 있다. 단순한 지위로는 환관인 유진보다 높다.


다만-


“애초에 북부 대공의 삼녀라는 이도 저도 아닌 위치인 자네는 선택지가 없지 않았나?”


가문을 잇는 장남도 아니고 하물며 장녀도 아니다. 그런 어중간한 위치에 끼인 일렌시아에게는 선택지가 없다. 


“···그래요! 나에겐 선택권이 없었죠!”


그저 그녀는 자신의 값어치가 가장 높을 때 팔린 것이다. 대공의 손에 의해서 말이다.


“하지만 이제는 정할 수 있죠! 제 인생은 제 겁니다!”


꽉 쥔 일렌시아의 손이 부르르 떨리는 걸 유진은 보았다.


“더 이상 당신이 저에게 이래라저래라 참견할 수 있는 자격은 없습니다!”

“맞네. 딱히 없지.” 

“그 잘난 입으로 대답···응?”


유진의 말에 일렌시아는 순간 말을 잃었다.


“자네의 사정은 이해하네. 아마 나라도 그랬을 것이야.”


다만-


“이 이후로 우리의 연은 끝이네.”


설령 정략결혼이라도 결혼은 결혼.


그 동안 유진은 일렌시아의 많은 부분을 배려했다. 조금이라도 자신의 아내로서 부족함과 상실감을 느끼게 하지 않기 위해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다.


“후회하지 말게나.”


하지만 서로의 사정은 달라졌고 거래는 끝이 났다.


더 이상의 특별 취급은 없다.


“아. 그간의 정으로 마지막으로 충고 하나 하지.”


일렌시아가 시선에서 사라지기 직전 유진은 말했다.


“북부 방비를 철저히 하는 게 좋을 걸세.”


세계가 멸망하기까지 얼마 남지 않았으니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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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흑랑 NEW 21시간 전 17 0 11쪽
12 사냥 24.09.16 25 0 11쪽
11 검강 24.09.15 31 0 13쪽
10 비밀무기 24.09.14 45 0 12쪽
9 사기 24.09.13 42 0 11쪽
8 가보 24.09.12 49 1 13쪽
7 흡수 24.09.11 51 1 11쪽
6 신앙 24.09.09 54 1 12쪽
5 악마교 24.09.08 55 1 12쪽
4 도발 24.09.07 66 1 11쪽
3 사탕 24.09.06 83 1 11쪽
2 전쟁 24.09.05 111 2 13쪽
» 파혼 24.09.05 135 1 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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