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혼한 북부대공의 데릴사위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새글

백반한그릇
작품등록일 :
2024.09.04 14:29
최근연재일 :
2024.09.18 08:11
연재수 :
13 회
조회수 :
761
추천수 :
9
글자수 :
66,048

작성
24.09.14 18:06
조회
44
추천
0
글자
12쪽

비밀무기

DUMMY




무기점을 나온 유진은 멋대로 냉기를 뿜어내는 손을 바라보았다.


‘제멋대로군.’


방금 가게 안에 있을 때까지만 해도 알아서 제어할 수 있었거늘, 지금은 물 만난 물고기처럼 날뛰고 있었다.


방금 사온 마갑을 즉시 장착했다.


‘좋군.’


그러자 곧바로 냉기가 새어나가지 않았다. 다만 이제는 마갑을 해체하지 않으면 원할 때 냉기를 쓸 수는 없다.


그러나 상관없다. 제어할 수는 없는 힘은 취향이 아니다.


‘연구를 좀 해야겠어.’


다만 이것도 마갑이 버틸 때까지 임시방편이니 얼른 방법을 찾아야 했다. 


아마 선천적으로 냉기를 뿜는 자들이나 자신같이 라바나의 심장을 먹은 자들이 있을 것이다. 


얼마 남지 않은 휴가 중 그들이 남긴 기록을 찾아볼 예정이다.


***


아무 불빛도 들어오지 않는 어두컴컴한 지하실 내부에서 한 남자가 석상을 향해 기도를 올리고 있었다.


폴리곤을 섬기는 제 첫 번째 사도이자 추기경인 로엠이었다. 


악마교에는 대부분 교황은 존재하지 않는다. 


교황은 황제를 연상시킬 정도로 속세적이고 권위적이다. 또한 적대자인 신의 대리자처럼 받아들여지기에 악마에게 불경하다고 인식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교황 대신 추기경이 그 역할을 대신하고 있었다.


“폴리곤이시여···죄송합니다. 내려주신 지령을 실패했습니다.”


로엠은 슬픈 듯이 입을 열었다.


폴리곤에게 세상을 혼란스럽게 만들라는 명령을 받았다. 그래서 사도들과 같이 회의를 걸쳐 가장 효과적인 방법을 떠올렸다.


때문에 제국이 운영하는 암시장 내부에 엄청난 양의 폭탄을 설치했다.


그러나 테러는 누군가의 방해로 불발로 끝이 났다. 그나마 현장에 있던 주교와 신도와 희생으로 완전한 실패는 아니나, 성공이라 할 수도 없었다. 


오히려 실패에 가까웠다.


‘유망한 신자들을 잃었지요.’


너무나 안타까운 사실이다. 그때였다. 석상에 안구의 붉은 빛이 맴돌았다. 매개체를 통한 일시적인 연결이었다.


-상관없다. 당초 계획보다는 미약하나 혼돈은 시작되었다.-


그 말에 추기경 로엠이 되물었다.


“폴리곤이시여···. 정말이옵니까.”


폴리곤을 믿지 못해서 그런 게 아니었다. 그들에게 있어서 악마의 말은 신의 계시와도 같으니 말이다. 그가 물어본 건 다른 부분에 있었다.


-그렇다. 강림이 얼마 남지 않았다.-


로엠이 너무나 감격한 나머지 육신을 부르르 떨었다. 


강림.


직접 악마가 현세에 나타나려는 현상이다. 악마교에 입장에선 신의 부활이나 다름이 없는 경사다.


“오오오! 제가 무엇을 하면 되겠사옵니까.”


콰콰광. 로엠이 흥분하면서 흘러나온 기운에 주변 기물들이 파괴되기 시작했다.


-이미 대륙 곳곳의 씨앗은 뿌려 놓았다.-


여신 헤스테아의 종들의 눈을 피해 이미 밑 작업은 끝내놓았다. 지금부터 하는 건 그저 강림을 앞당기기 위한 수작일 뿐이다.


-날뛰어라. 그렇다면 혼돈은 찾아올 것이다.-


***


각종 주정뱅이와 용병 모험가들이 한 곳에 어우러진 시끄러운 주점 안.


한 사내가 문을 부서질 듯이 열어젖히면서 뛰어갔다. 그는 용병장 데메테르의 용병 친한 동생이자 부하였다. 


“형님!”


상단 호위를 끝내고 부하와 동료들과 즐겁게 한잔하고 있던 데메테르에게 달려갔다.


“너 왜 이렇게 늦게 오냐.”


데메테르가 물었다.


“아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오!”

“뭔데.”

“완전 큰일 났소!”


시끄럽게 꽥꽥대는 친한 부하의 말에 데메테르는 되물었다.


“이거 보십쇼!”


부하가 데메테르에게 종이가 아닌 양피지를 건넸다. 


“···이게 뭐냐.”


무언가를 구매했는지 길게 적힌 내역들, 그리고 상상을 초월하는 금액이 데메테르의 이름 앞으로 적혀 있었다.


“어느 미친놈이 형님 이름으로 외상을 미친 듯이 달고 있소!”

“아니···어떻게?”


비록 경비와 수당을 편히 처리하기 위해 보증서를 만들었으나, 자신의 이름으로 외상을 걸기 위해서 특별한 조건이 필요했다. 


바로 데메테르만이 알고 있는 암호 말이다. 정말 신중하게 결정했는데···.


“혹시 누가 보증서를 훔쳐 간 거 아니오!”


그건 아니었다. 오늘 아침에도 확인했을 때도 분명 서랍 속에 잘 있었다.


“이야! 그렇다면 얼마나 기가 막히게 위조했길래···.”  


그렇다. 보증서를 훔쳐 가지 않았다면 위조를 한 게 분명했다. 데메테르는 마시던 에일을 내려놓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어떤 놈이야.”

“···?”

“내 이름으로 외상을 다는 미친놈의 이름이 뭐냔 말이다!”


콰과광! 데메테르의 괴성에 의한 충격파로 가게가 흔들렸다.


“으아아악!”

“어윽! 내 귀!”

“미리 경고는 해주쇼. 형님!”


하지만 데메테르는 거기까지 신경 쓸 겨름이 없었다. 이미 분노에 반쯤 이성을 잃었다.


“아. 거기 적혀있지 않소. 형님!”


데메테르는 황급히 양피지를 훑어봤다. 


“···유진.”


그리고 찾아냈다. 사기꾼의 이름이다. 


“이···미친놈이.”


또한 데메테르는 보았다. 유진이 적어낸 자신과의 관계를 말이다.


“스승과 제자의 관계?”


데메테르는 일찍 부모를 여의고 홀로 용병 생활을 시작했다. 그리고 붉은 사자라는 별명까지 얻으며 정점을 향해 다가가고 있는 용병이었다.


그 누구의 개입과 도움도 없이 말이다.


그런 자신에게 스승? 이건 도저히 용서할 수가 없다.


“형님! 갑자기 어디 갑니까!”


데메테르가 주점 밖으로 나가기 전 부하가 물었다.


“어디긴. 이 미친놈 잡으러 간다!”


***


유진은 착용한 장비들을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좋군.’


데메테르의 돈으로 고급품들만 선정해서 구입했다. 이 정도면 어지간한 귀족들의 무장와 비교해도 꿇리지 않을 정도.


얼마 전과는 차원이 달라졌다.


‘더 좋은 걸 사고 싶었지만.’


아쉽게도 좋은 무구는 그렇게 쉽게 얻을 수 있는 게 아니다.


 유명한 대장장이에게 예약을 걸고 몇 달··· 혹은 몇 년을 기다린 다음에 받거나, 아니라면 경매를 통해 얻어야 한다.


그게 아니라면 던전을 돌다 우연히 획득할 수 밖에 없다.


‘여기까지.’


전자들은 보증서로는 안 받아주는 곳이 많고, 후자는 너무 불확실성이 너무 크다.


그래서 그냥 적당히 비싼 장비들을 구매하였다. 이 이상 가는 것들은 성능보다는 치장의 의미가 더 크니 말이다.


‘슬슬 도망쳐볼까.’


아직 괜찮은 검을 못 구한 건 아쉽지만, 이 지역에 계속 머물다간 정말 데메테르가 자신을 죽이러 올 수도 있다.


그래서 유진은 빠르게 도망치기로 결정했다.


***


“잘 쉬고 왔는가.”


자작가에 도착하자마자 집사장이 유진을 불렀다. 어째 한 번 있었던 일인 것 같다.


“접견실로 가보게나.”


접견실이라 이 에버모어가에서 그 곳을 쓸 수 있는 존재는 딱 두 명뿐이다. 영주이자 자작인 레이 에버모어와 그의 장남 로이 에버모어. 


‘로이 에버모어인가.’  


영주인 레이 에버모어는 지병을 앓고 있어 건강이 좋지 못하다. 그래서 장남인 로이 에버모어가 대부분의 업무를 대리로 처리하고 있다.


아무리 루이 에버모어가 억지로 부렸다지만, 결국 이번 라바나의 심장을 준 것도 그의 결정일 터.


그렇다면 자신에게 가보에 대한 대가 혹은 무언가를 요청하지 않을까 싶다.


“안녕하십니까. 도련님.”


유진이 접견실의 문을 열고 들어갔다. 


‘음.’


로이 에버모어가 찻잔에 차를 따르고 있었다. 홍차 특유의 향이 방 안을 가득 채웠다.


“휴가가 끝나자마자 불러서 미안하네.”

“괜찮습니다.”


로이 에버모어가 유진에게 홍차를 권했다.


“집사장과 동생에게 자네가 비범하다는 소리를 들었다네.”


로이 에버모어가 차를 마시며 대뜸 유진을 칭찬했다. 그러나 유진은 딱히 기쁘지 않았다.


‘불길하군.’


왜냐하면 과거 자신이 부하에게 무언가를 시킬 때 썼던 레파토리와 똑닮았다.


“그런 자네에게 부탁할 게 하나 있네.”


아니나 다를까 로이 에버모어는 곧바로 본론에 들어갔다.


“···말씀하시죠.”

“그 전에 자네는 우리 에버모어에 대해서 얼마나 아는가?”


그 말에 유진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미래에 멸망한다는 건 빼야겠군.’


그렇게 신중히 말을 고른 뒤 내뱉었다.


“선대 에버모어의 기반 덕에 고품질의 영약을 제조할 수 있는 귀족가.”

“그렇지.”

“그 때문에 정통성 있는 다른 귀족 가문과 달라 차별을 받고 있지 않습니까.”

“···잘 아는군.”

“그렇기에 도련님은 에버모어가를 정통성 있는 가문으로 만들기 위해 중앙귀족으로의 진출을 노리고 있다. 그 과정에서 여러 귀족들과 연을 만들고 있다는 정도.”


유진의 말에 로이 에버모어는 할 말을 잃었다.


‘···아버지 외엔 모르는 내용이거늘.’


왜냐하면 유진이 자신의 목적과 목표의 방향을 정확히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너무 시시합니다. 야망이 고작 그 정도밖에 안 되니 말이죠.”

“···자네는 할 말 못 할 말 구분을 안 하는 군.”

“이 정도는 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


그 말대로였다.


‘지금은 넘어가지.’


저런 말을 들었음에도 로이 에버모어는 유진을 따로 처벌하려 하지는 않았다.


유진이라는 칼이 지닌 가치를 먼저 확인해야 하니 말이다. 


만약 자신이 생각한 것 이상이라면 이 정도 일은 그냥 넘어갈 수 있다.


‘만약 아니라면···.’


로이 에버모어는 언제든 칼을 부러뜨릴 준비가 되어 있었다.


“그래···그렇게 에버모어가를 잘 아는 그대에게 부탁할 게 있다네.”


그래서 지금부터 확인 작업에 들어갈 것이다.


딱. 루이 에버모어는 손가락을 튕겼다. 그러자 접견실 가운데 탁상에서 여러 색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이건 바로···.”


로이 에버모어가 설명을 시작하려 할 때.


“인식판이로군요.”


전장의 상황과 전략을 기록할 수 있게 조치가 되어 있는 마도구다.


“···어 음. 알고 있나?”

“대충은 압니다.”


마나를 주입하면 실시간으로 상황을 확인할 수 있고, 입력해놓은 정보와 다를 때 수정 또한 할 수 있다.


그래서 과거 소규모 전쟁일 때 주로 사용했다. 다만 대규모일 때는 다른 마도구를 사용한다. 이 정도 크기로는 전장의 상황을 모두 파악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자작가에 이게 있을 줄은 몰랐는데 말이야.’


영토 관리에 나름 신경을 쓴다는 게 느껴졌다. 


“아무튼 설명하겠네.”


크흠. 자그마한 기침 소리와 함께 로이 에버모어가 말을 이었다.


“사실 요근래 영지민들에 실종이 늘고 있네.”


로이 에버모어가 인식판에 손으로 짚고 선을 만들었다.


“바로 이 부근에서 말이지.”


딱 에버모어령에 끝자락에 해당하는 곳이었다. 


“한 둘 정도라면 모를까, 지금까지 보고된 실종된 사람의 숫자만 열이 넘어가네.”

“그렇습니까.”


엄청난 인구가 거주하는 제국 수도나 땅덩어리가 더럽게 큰 북부같은 곳이라면 모를까.


하위 귀족인 자작가가 다스리는 이런 작은 영토에서 열 명은 무시하지 못할 숫자다.


영지민에 손실은 세력의 약화, 평판의 하락이다. 중앙 귀족으로서 올라가기 위해선 부분도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다.


“명령을 내려 수색을 한 결과, 마물의 소행으로 밝혀졌네.”

“그렇다면 토벌대를 결성하시면 되겠군요.”


그러나 로이 에버모어는 다 예상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아시다시피 우리 가문은 자작가. 핵심전력이라 할 수 있는 기사는 몇 없다네.”

“음.”


기사는 정예, 고급인력이다. 그래서 보통 기사는 기사단으로 입단한다. 만약 출세를 노린다면 고위 귀족 밑으로 들어가거나, 혹은 황실 기사의 자리를 노린다.


그러니 이런 지방 귀족 가문에 고용될 기사는 별로 없다.


아마 기사단에서 경쟁에 밀린 패배자거나 은퇴한 노기사 정도겠지.


“그런데 에버모어 자작가엔 비밀무기가 하나 있다네.”


로이 에버모어가 손가락으로 한 사람을 가리켰다.


“거절해도 됩니까?”


그 대상은 바로 유진이었다. 


“자네는 지금부터 토벌대의 대장이라네.”

"정말 싫군요."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파혼한 북부대공의 데릴사위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연재시간 오전 8시 10분입니다. 24.09.12 6 0 -
공지 이혼 후 세계가 멸망항->파혼한 북부대공의 데릴사위 제목변경 24.09.11 32 0 -
13 흑랑 NEW 20시간 전 17 0 11쪽
12 사냥 24.09.16 25 0 11쪽
11 검강 24.09.15 31 0 13쪽
» 비밀무기 24.09.14 45 0 12쪽
9 사기 24.09.13 42 0 11쪽
8 가보 24.09.12 49 1 13쪽
7 흡수 24.09.11 51 1 11쪽
6 신앙 24.09.09 54 1 12쪽
5 악마교 24.09.08 55 1 12쪽
4 도발 24.09.07 66 1 11쪽
3 사탕 24.09.06 82 1 11쪽
2 전쟁 24.09.05 111 2 13쪽
1 파혼 24.09.05 134 1 6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