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혼한 북부대공의 데릴사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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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반한그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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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04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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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7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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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발

DUMMY




유진이 에버모어 자작가에서 지낸 지도 어느덧 한 달이 지났다.


노예의 삶은 단순명쾌하다. 일과 식사 그리고 수면 그 과정에서 휴식은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그게 가신과 노예의 결정적인 차이다.


그래도 에버모어 자작가는 노예에게 대우를 잘 해주는 편에 속했다. 일단 하루 두 끼를 제공해주니 말이다.


‘다른 곳은 보통 한 끼지.’


아리스 반 오르테가를 구한 보람이 있다. 만약 실패했다면 지금쯤 자급자족으로 살았어야 했으리라. 


“유진. 여기 좀 도와다오!”

“또 뭡니까.”


유진은 집사장에 부름에 귀찮다는 듯 대답했다.


“자네는 오늘도 건방지구먼.”

“이게 겸손하게 말한 겁니다.”


노예가 할만한 태도가 아니었다. 집사장은 비록 주인은 아니나 가문을 관리하는 직책을 맡은 자다. 실질적으로 가장 잘 보여야 할 대상이다.


“불만 있으시면 다른 가신들 부르십쇼.”

“거 허약한 놈들을 어디다 쓰겠나.”


하지만 집사장은 그저 껄껄 웃어넘겼다. 그렇다. 나름대로 유진이 호감을 쌓아뒀기에 가능한 태도였다.


다른 노예였다면 진작에 엄벌을 받았으리라.


“이걸 옮기면 됩니까?”


사람보다 커다란 통나무였다. 


“들 수 있겠는가?”

“가능하다 생각해서 부르지 않았습니까?”


자작가의 가신들···특히 관리자들 사이에서 유진은 제일 많은 지명을 받고 있었다. 그리고 그중에서 집사장은 유진을 시도 때도 없이 부리고 있었다.


“큼큼.”


그 말에 집사장이 헛기침을 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유진은 커다란 통나무를 양손으로 받쳐 들었다.


“정말 자네는 기사구먼.”


그 모습을 본 집사장은 감탄했다.


유진이 지명 일 순위가 된 결정적인 이유가 여기 있었다. 다른 노예나 가신들에게선 볼 수 없는 초월적인 근력. 마치 기를 자유자재로 다루는 기사들의 모습과 같다.


‘아니. 저건 아레스 경도 불가능하지 않을까.’ 


집사장은 에버모어 가문의 전속기사를 떠올렸다. 중년 기사인 그가 저런 커다란 통나무를 들 수 있는 장면이 그려지지 않았다.


“그런 무식한 놈들과 비교하지 마십쇼.”


유진은 과거를 떠올렸다. 제국군을 지휘하는 총사령관이었던 자신을. 여러 부하가 있었지만, 그중에서 당연히 기사도 있었다.


‘야만인들과 한 끗 차이지.’


북부 야만인들이 제국에서 태어났다면 기사가 됐을 테고, 기사들이 북부에서 태어났다면 야만인이 되었을 것이다.


본질적으로 큰 차이는 없다. 그저 자란 환경만이 그 들을 만들었을 뿐이다. 


그런데 자신과 그들을 비교한다? 절대로 넘어갈 수 없었다.


“···어 음 미안하네.”


집사장이 유진에게 사과를 건넸다.


유진은 노예라지만 굉장히 영특했다. 한 번 가르쳐 준 건 잊지 않았고, 일머리도 굉장히 좋았다. 덕분에 같이 일할 때 일의 효율이 몹시 뛰어났다.


“어디로 가면 됩니까.”

“썩은 나무라 소각장에서 태워야한다네.”

“멀기도 하군요.” 


***


콰광. 유진은 들고 왔던 통나무를 소각로에 집어 던졌다. 더럽게 큰 만큼 타는 데도 시간이 꽤 걸릴 것이다. 또한 불이 나지 않도록 뒤처리까지 깔끔히 끝내야 한다.


그러니 그동안은 합법적으로 쉴 수 있는 시간이다.


‘나쁘지 않군.’


한 달 동안 노예로 생활하며 천천히 육체를 단련했다. 당연히 예전만큼은 아니지만, 이 속도면 머지않아 과거를 따라잡을 수 있을 것이다.


‘어려서 그런가.’


총사령관 짓을 할 때도 나이 때문에 힘들다고 생각한 적은 딱히 없었다. 그래도 역시 젊은 게 훨씬 좋다.


‘주인공도 많이 어릴테지.’


유진이 알기론 원작 주인공은 자신보다 어리다.


‘죽지 말았어야 할 텐데.’


그렇다면 지금의 주인공은 별다른 무력이 없을 것이다. 주인공이 본격적으로 활동하는 건 성년 무렵. 그전까지는 그저 힘을 쌓는다. 


‘하지만 그래선 안 되지.’


예정되있던 미래가 달라졌다. 


누구의 개입 때문인지는 모르겠으나,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원래라면 악신을 죽여야 할 주인공이 되려 죽었다. 가만히 놔둬도 악착같이 사는 원작과는 다르다.


‘강제로 성장하게 해주지.’


그래서 유진은 이번 생에서 주인공을 찾아 키우기로 결정했다.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괴물로 만들어주마.’


무신 아르테아가 자신을 단련시켜 준 만큼 자신도 그리하리라.


“그 전에 나부터 원래 모습을 되찾아야겠지.”


유진은 문득 신경을 집중했다. 가슴 부위에 미세한 마나의 교류가 느껴진다. 가슴팍에 있는 각인으로부터 나오는 기운이었다.


‘노예 각인.’


노예들이 도망치지 못하도록··· 또한 주인에게 반항하지 못하도록 노예상인들이 강제로 박아버린 각인이다.


또한 노예가 사람 취급받지 못하는 이유기도 하다.


이게 존재하는 이상 목숨은 자신의 것이 아닌 주인에게 있다.


‘푸는 방법은 알고 있다만.’


그러나 유진은 마법사가 아니다. 지금 당장 풀 수는 없었다. 그렇기에 기회를 보며 기다리고 있을 뿐이었다. 


“유진!”


일을 시킨 집사장이 허겁지겁 달려왔다. 오다가 한 번 자빠진 건 그냥 넘어가기 주기로 했다. 또 무슨 일이 시키려는 건가.


하지만 집사장에서 입에선 예상 밖의 말이 나왔다.


“둘째 도련님이 자네를 부른다네!”

“저를 왜?”


루이 에버모어. 


이 에버모어령을 다스리는 에버모어 자작의 차남. 또한 같은 핏줄인 로이 에버모어와 다르게 망나니 같은 인물.


‘딱히 얽히고 싶지는 않은데.’


그래서 저번 호위 기사 사건처럼 어쩔 수 없을 때를 제외하곤 일부로 기피했다. 애초에 인연이 별로 없기도 했다.


그날도 그저 짐꾼으로 쓰기 위해 유진을 데려갔을 뿐.


“나도 모른다네. 아무튼 도련님은 대문에서 기다린다고 하니 빨리 가보게.”


유진은 일단 하던 일을 멈추고 대문 쪽으로 가보았다.


***


“늦다!”


도착했더니 루이 에버모어가 신경질적으로 짜증을 냈다.


“죄송합니다. 도련님의 격을 떨어뜨리지 않기 위해 단장을 좀 했습니다.”


유진의 말처럼 지금 겉모습만 보면 누가 귀족인지 분간이 안 되었다.


“···그러냐!”


루이 에버모어는 유진의 답이 마음에 들어 더는 뭐라 하지 않았다.


“일단 타거라!”


루이 에버모어가 먼저 마차에 들어갔다. 그에 잇따라 유진도 마차에 탑승했다. 


‘크군.’


유진이 과거 탔던 마차에 비견될 정도는 아니었지만, 지방 영주의 아들이 타는 마차치고는 품질과 크기 모두 상등품이었다.


역시 자작가라 할 지라도 한 지역을 다스리니 꽤 많은 재화를 벌어들이는 모양이다.


“어디로 가십니까.”


마차에 올라타고부터 한마디도 안 하는 루이 에버모어에게 유진이 물었다.


“가보면 안다!”

“그렇군요.”


그래서 유진도 입을 다물었다.


‘편하군.’


오히려 비위를 맞춰줄 필요가 없으니 말이다. 마차가 달리는 소리만이 울려 퍼졌다.


***


“내려라!”

“호오. 이곳은?”


도착한 곳은 꽤 의외의 장소였다.


“암시장이다!”


제국에서 판매가 금지된 것들을 암암리에 파는 곳이다. 약물, 동식물, 검, 총, 박제, 암표, 금지된 서적, 수출이 금지된 광석 같은 특수품목들 말이다.


‘하물며 사람까지 말이야.’


그래서 암시장은 제국 내에서도 위험한 곳이다. 그러나 사람들의 발길이 절대로 끊이지 않는 장소기도 했다. 


‘제국이 비밀리에 운영한다는 게 어이가 없었지만 말이야.’


사실 암시장의 진정한 주인은 제국이다.


과거 여러 잡것이 암시장을 열어 개판을 치는 것을 보고 제국은 고민한 결과.


차라리 직접 운영하자고 결론을 내렸다.


그래서 이곳에선 어지간히 큰 사건이 아니라면 암묵적으로 묵인해주고 있었다. 이건 상층부밖에 모르는 비밀 사안이다. 


‘어차피 알아도 쓸데도 없고.’


그런 속사정은 지금 딱히 필요 없었다. 암시장을 가지고 협상할 것도 아니고.


“자. 이제 알아서 돌아다녀라!”


그때 루이 에버모어가 유진에게 검은 주머니를 던졌다. 


“열어보거라!”


슬쩍 열어보니 꽤 많은 양의 은화가 담겨 있었다.


“···?”

“나를 그 망할 호위기사놈에게서 구해준 상이니라!”


그 말을 들은 유진은 루이 에버모어가 자신을 왜 데려온 지 알아차렸다.


‘본의 아니게 호감을 샀군.’


그러나 딱히 좋지는 않았다.


왜냐하면 과거 루이 에버모어는 암시장에서 크게 다쳐 돌아온 적이 있었다. 그 이유는 악마 숭배자들이 벌인 무차별적인 테러에 휘말렸기 때문이다. 


다행히 루이 에버모어는 곁에 있던 가신에 희생 덕분에 목숨은 건질 수 있었으나 중상을 입었다.


‘그걸 막아야 하니 말이야.’


가신 대신 희생할 생각은 없지만, 혹여라도 루이 에버모어가 죽으면 큰일이다. 자식을 잃어 분노한 자작을 감당하긴 아직 어렵다.


‘살려놔야겠군.’


루이 에버모어는 운이 좋았다.


“알아서 놀고, 12시 정각까지 입구로 오도록.”


그 말을 남긴 채 루이 에버모어는 사라졌다.


‘혼자 다니면 위험할 텐데 말이야.’


암시장에서 납치 유괴되는 사람의 숫자는 적지 않다. 하지만 따로 행동하는 건 잘 되었다.


‘고맙군. 나도 해야 할 게 있으니.’


테러는 오후 결행. 그전까지는 아직 시간이 있다.


***


“어서 오십시오.”


별 볼 일 없는 한 가게에 유진은 들어갔다. 


“음. 먼지가 많군.”


책장에 있는 수많은 책 사이로 먼지들이 자욱했다. 딱히 관리는 별로 하지 않는 모양이다. 하지만 유진의 목적은 책을 사러 온 게 아니니 딱히 상관없었다.


책들을 가로질러 가게 주인에게 유진은 향했다.


“무엇이 필요하십니까?”


거대한 덩치의 사내가 유진을 바라보며 말했다.


“별 나무의 축복.”


별 나무의 축복.


보기에는 아무런 뜻이 없는 단어들의 조합. 하지만 여기에서는 필요했다. 


“오랜만에 귀한 손님이군요.”


귀한 손님은 정보 길드의 회원이라는 소리였다.


“제 이름은 반운입니다. 암시장 내 정보길드의 지점장을 맡고 있습니다.”


이곳은 정보길드.


평상시에는 일반 상점처럼 운영하지만, 암호를 말하는 사람들이 오면 정보 길드로 성질을 바꾼다. 


유진은 주인공의 행방을 알아보기 위해 방문하였다.


“지하에 대화 할 공간이 따로 있습니다. 따라오시죠.”


남자의 안내에 따라 유진은 뒤를 따랐다.


“···음? 무슨 향인가. 독특하군.”


킁킁. 지하실로 내려가는 동안 강렬한 향기를 맡은 유진은 물었다.


“지하에 있다 보니 곰팡이 냄새가 심해서 말입니다. 항상 향초를 피워둡니다.”

“그런가.”

“또 이게 나중에 가면 갈수록 기억에 남는 향이라 따로 사가시는 분들도 있습니다.”


그 말에 유진은 기침 한 번을 시원하게 했다.


“이거 나한테는 맞지 않는군.”

“뭐 그러시는 분들도 있습니다.”


유진과 반운이 짧은 대화를 마친 후 지하실 문 앞까지 당도했다. 반운이 자물쇠를 따고 들어가기 직전 유진이 물었다.


“그런데 자네는 제물을 얼마나 바쳤나.”

“···하하. 무슨 농담을.”

“이런이런~ 모르는 척하진 말아주게.”


유진은 손등에 역 십자가를 그렸다. 악마숭배자들이 주로 쓰는 표식이다.


“···어떻게 알았지.”


그러자 유진은 자기 코를 툭툭 치며 슬며시 웃었다.


“내 코가 좀 특별하다네.”

“이게 완전 개코였군.”


반운의 기운이 날카롭게 변한다.


“자. 들어오게. 힘들다면 친히 용기를 부여해주겠네.”


유진은 반운이 보는 앞에서 대놓고 손등에 십자가를 그렸다. 


“···죽여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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