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혼한 북부대공의 데릴사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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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반한그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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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04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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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8 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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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랑

DUMMY




“그대가 토벌대 대장인가.”


출정 바로 직전이었다. 대뜸 누군가가 악수를 권했다.


“···당신은?”

“아. 말하는 걸 깜빡했군.”


멀리서 병사들을 바라보던 로이 에버모어가 다가와 입을 열었다.


“이번에 제국에 지원을 요청했다네.”

“지원 말입니까.”


로이 에버모어의 말에 유진은 내심 놀라웠다.


‘자존심을 버렸군.’


보통 영토 내에 사건을 대외적으로 알리지 않는다. 또한 도움도 급한 사항이 아니면 요청하지 않는다.


기본적으로 손을 빌린다는 건 가문에서 그 일을 처리할 수 있는 능력이 없다는 무언의 긍정이기 때문이다. 


이번 제국의 도움으로 인해 다른 귀족가에서 에버모어령을 우습게 여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


그런데 로이 에버모어는 그 모든 걸 감내하고 지원을 부른 것이다.


그만큼 영지민 실종 사건을 몹시 중하게 다루겠다고 여겨졌다.


“확실하게 해결하기 위해서라네.”

“그래서 내가 왔지, 볼카누스 제국 제7기사단 소속 평기사 쿠반이라네.”


쿠반이라는 남자가 자신만만하게 팔뚝을 걷었다. 무식할 정도로 많은 근육이 꿈틀거렸다.


무엇이든 해결 할 수 있을 거라는 자신감의 표현이었다. 


‘큰 도움을 바랄 순 없겠어.’


그러나 유진의 평가는 냉정했다.


기사단은 계급은, 기사단장, 부기사단장, 상위기사, 평기사 구분된다.


‘평기사는 말단이지.’


그래도 기사단에 들어갈 정도라면 어중간한 모험가보다는 훨씬 나을 테니 그리 나쁜 건 아니다.


‘검기도 쓸 수 있을 테고.’


기사단을 입단 할 수 있는 자는 검기 사용자뿐이다.


‘후방에서 병사들이나 지키게 해야겠군.’


예상치 못한 전력이나 나쁘지 않았다.


***


“이번엔 토벌할 마물은 흑랑 무리다.”


아레스가 진군하고 있는 병사들을 향해 말하였다. 유진의 부관 역할을 하는 것이었다.


“흑랑 말입니까?”

“그래.”


흑랑.


검은 늑대와 닮은 모습을 지닌 마물이다.


물론 짐승이 아닌 마물답게 늑대보다 덩치도 훨씬 크고 재빠르며 무엇보다 포악하다.


“하급 마물이라고 방심하지는 마라.”


흑랑은 최하급~최상급으로 정해진 마물들의 등급으로 따지면 그렇게 강한 마물은 아니다.


그러나-.


“우리가 잡으러 가는 것은 흑랑 무리다.” 


방심할 수는 없다.


흑랑은 다른 마물과는 다르게 항상 무리를 지어 다닌다. 한 마리 정도는 일반 병사라도 잡을 수 있다. 


그러나 항상 여러 마리가 동시에 덤비니, 설령 기사라도 홀로는 도리가 없었다.


“아하. 그래서 토벌대를 결성하신 거군요!”


사실 아레스가 아는 내용은 여기까지였다. 그래서 슬쩍 유진을 쳐다보았다. 


유진은 홀로 편하게 말을 타고 있었다. 토벌대의 대장으로 얻은 특권이다.


“반만 정답이네.”

“네?”

“우리는 흑랑 무리도 같이 잡는 거라네.”


얼마 전 로이 에버모어가 병사들을 움직여 마물의 흔적을 발견하였다. 


‘흑랑 무리들의 발자국 말이지.’


그러나 그게 끝이 아니었다.


여러 흑랑들이 남긴 흔적들 가운데 유독 튀는 발자국이 있었다. 다른 흑랑들의 두 배 가까이 되는 크기. 


그게 무엇인지 유진은 알고 있었다.


‘아마 흑랑들의 대장이겠지.’


같은 종족이지만 인간도 모두 특징이 다 다르다. 그건 마물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보통 흑랑들은 상하관계가 없지만, 가끔 희박한 확률을 뚫고 희귀한 개체가 태어난다.


보통 그런 녀석들은 무리를 자신들의 뜻대로 이끌어간다.


‘더욱 까다롭지.’


짐승 수준의 지능이라도 통솔자가 있는 것과 없는 건 다르다.


그래서 이번 토벌은 평범한 흑랑 무리들을 상대할 때보다 훨씬 버거울 것이다.


유진의 설명이 끝나자 병사의 표정이 급격하게 어두워졌다.


‘어차피 병사들에게 맡길 수는 없지.’


하급 마물이라도 희귀 개체면 기사 정도는 되어야 잡을 수 있다. 만약 기사가 없다면 물량으로 밀어야 하는데···.


‘그렇게 되면 대부분 죽겠지.“


하지만 그럴 필요는 없다. 여기 있는 기사가 무려 두 명, 자신까지 있다. 피해는 크지 않으리라.


“그건 나랑 아레스 경이 잡을 테니 걱정하지 말도록.”


유진의 말에 병사들이 감동했다. 자신들을 배려해준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나도 있다네.”


자신을 무시하지 말라는 듯 쿠반이 끼어들었다. 


“왜···나는 강제로 포함인가.”


그러나 아레스는 불만스럽다는 듯 반박했다.


“대장의 명령입니다.”

“···자네는 참 감투를 잘 쓰는군.”


정해진 위치에 따라 대우나 말투가 확고하게 변한다는 뜻이었다.


“칭찬 고맙군요.”


그러나 유진은 대수롭지 않게 받아쳤다.


“···젠장.”


***


“으아. 언제 도착하냐.”


출정한 지 어느덧 2시간. 병사 사이에서 불만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그러나 어쩔 수 없었다. 흔적이 발견된 건 에버모어 영토 경계선에 있는 산이다. 


아직 한참을 더 가야 한다.


“그런데 하나 궁금한 게 있네.”


옆에서 묵묵히 걷고 있던 쿠반이 입을 열었다.


“내 듣기로 자네가 그걸 쓸 줄 안다던데.”


유진은 쿠반이 무엇을 말하는지 잠깐 고민했다.


“영주의 장남이 말하더군.”


그 말로 무엇을 말하는지 금방 알 수 있었다.


“검강 말입니까.”

“그래. 정말인가?”

“예. 아주 잠깐 정도라면.”


현재 유진은 검강을 다룰 수 있었다. 라바나의 심장으로 인한 강화된 신체 덕분이었다.


그렇다고 한들 오래 다루지는 못한다. 검강은 검기와 다르게 소비 되는 마나의 양이 어마무시했다.


과거에는 물 먹듯이 썼지만 아직은 무리였다. 


“그럼 보여줄 수 있나?”


마치 새로운 마법을 배우고 싶은 마법사마냥 쿠반이 물었다. 꿈틀거리는 근육 몸답지 않게 초롱초롱한 눈빛은 덤이었다.


“싫습니다.”


그러나 유진은 곧바로 거부하고 고개를 돌렸다.


“으음. 닮는 것도 아니고 한 번 보여주게.”


이대로면 한참을 시달리겠군. 쿠반의 계속되는 칭얼거림에 유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나중에 토벌이 끝나고 보여드리죠.”

“정말? 약속이라네. 자네!”


겨우 짐을 떼어 놓은 유진은 한숨을 푹 쉬었다.


‘···.’


유진의 계산으론 검강을 쓸 수 있는 건 하루 한 번, 그것도 일 초도 되지 않는 찰나가 한계다.


또한 검강을 발현하면 체력 또한 많이 소비하게 된다. 그래서 결정적인 순간이 올 때까지 아껴둘 생각이었다.


‘계륵, 그 자체로군.’


그래도 다룰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은 많이 다르다. 그 점을 위안 삼기로 했다.


“대장님! 흔적을 발견했습니다.”


한 병사의 말에 유진이 말에서 내렸다.


“···호오.”

“이건 의외로군.”


아레스와 유진이 동시에 감탄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두 갈래라.”


왜냐하면 흑랑 무리의 흔적이 두 개로 흩어져 있었기 때문이다. 


“이거 골치 아프군.” 


이대로라면 어느 한쪽을 쫒더라도 찾지 못할 수도 있다. 그래서 유진은 결단을 내렸다.


“지금부터 두 부대로 나눠 추격한다.”


일손이 부족하면 늘리면 되는 것이다. 유진은 간단히 손짓하며 토벌대의 인원들을 나누었다.


“1부대는 나와 그리고, 2부대는 아레스 경과 쿠반 경이 함께 간다.”


아레스와 쿠반의 부대로 뽑힌 병사들은 무심코 환호성을 질렀다.


“아자!”


왜냐하면 기사가 두 명이나 있으니 좀 더 안전할 거라는 안심 때문이었다. 


그러나 유진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부대를 나눈 기준은 오로지 실력 순. 


그런 의미에서 기사가 두 명 있는 2부대와 다르게 1부대는 병사들 중 정예만을 뽑았다.


‘홀로 지킬 수는 없으니 말이야.’


허접한 병사들을 뽑았다간 도와주기도 전에 전멸할 테니 양보다 질을 택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1부대는 병사들 중 정예와 유진, 2부대는 평범한 병사들과 기사 두 명으로 나누어졌다.


“자, 흩어지자고.”


쿠반이 먼저 선수를 쳤다.


***


무리의 대장 격인 흑랑이 벌떡 일어났다. 멀리서 맛있는 냄새가 점점 다가오고 있다.


원래대로라면 무리들을 이끌고 곧바로 사냥을 하러 가겠으나 지금은 그럴 수 없었다.


“크르르르.”


함부로 움직일 수 없었다. 저 바위에 앉아 있는 마물이 흑랑 무리를 지배하고 있었다.


“기다···려라.”


마물은 어눌하고 느리지만 인간의 언어를 사용했다. 


***


“음?”


병사들이 알아차리기도 전, 먼저 이상을 발견한 건 유진이었다.


‘흔적이 사라졌다···.’


방금까지만 해도 이어진 흑랑들의 흔적이 감쪽같이 사라졌다. 


그렇다면 알 수 있는 경우의 수는 두 개였다.


첫 번째는 그저 순간 흔적을 놓친 것이다. 그렇다면 주위를 둘러보면 다시 찾을 수 있다. 


그러나-.


두 번째는 마법으로 흔적을 멀끔히 지운 것이리라.


‘마법이겠지.’


짐승 수준인 마물들이 이렇게 감쪽같이 흔적을 지울 순 없다. 아마 누군가의 개입이 있으리라.


“으아아악!”


뒤 편에서 비명 소리가 울려 퍼졌다.


“아우우우!”


갑작스럽게 나타난 흑랑 무리들, 병사들이 우왕좌왕 하는 게 눈에 보였다.


“대열을 흐트리지 마라!”


쩌렁쩌렁한 외침이 울려 퍼졌다. 유진이 검을 들고 지휘했다. 그러자 병사들이 겨우 대열을 갖추기 시작했다.


“적은 그저 커다란 짐승일 뿐이다. 모두 당황하지 마라!”


유진의 지휘 덕분에 처음 습격당한 뒤를 제외하고는 피해가 없었다.


“모두 버티고 있어라.”


유진은 흑랑 무리와 싸우고 있는 병사들에게 당부했다.


“저기 있는 대장 놈을 죽이고 올 테니 말이야.”


유진은 무리에서 홀로 남들과 다른 녀석을 확인했다. 그 직후 검을 들었다. 그리고 번개같이 흑랑을 향해 돌진했다.


***


“끝났나···.”


유진이 깊이 숨을 들이마시고 내뱉었다. 한계까지 박동하고 있는 심장이 거슬렸다.


“네. 방금 마지막 한 마리를 죽였습니다!”


병사의 외침에 유진은 긴장을 풀었다.


‘쉽지 않았다.’


흑랑 무리의 대장은 만만치 않았다.


일반 흑랑보다 덩치는 더 큰 주제에 훨씬 민첩했다. 또한 송곳니는 물리면 치명상을 입을 게 자명했으니 온 신경을 집중해 피했다.


그래도 결국에는 죽이는 데 성공했다.


‘2부대 쪽으로 가봐야겠군.’


이곳에서 대장과 무리들이 나왔으니 흑랑 토벌은 이제 끝이다. 가서 좀 휴식을 취해야겠다. 


“어···저게 뭐지?”

“뭔데?”


그때 병사 하나가 저 멀리 손가락을 가리켰다.


“···지원 온 기사님 아니야?”


그랬다. 홀로 이곳을 향해 걸어오고 있는 남자는 쿠반이었다. 유진이 황급히 쿠반에게 다가갔다.


“무슨 일입니까.”


쿠반의 상태가 성치 않았다. 


온몸에 잔 상처에 특히 어깨에 부상이 심각했다. 아마 검을 휘두르기엔 힘드리라.


“···도와주게.”

“···.”

“마물···괴물 같은 마물이 나타났네.”


쿠반이 힘없이 말했다.


“좀 더 자세히 말하십시오.”

“···지금 아레스 경이 막고 있네. 어서 빨리···.”


털썩. 더 이상 남은 힘이 없다는 듯 쿠반이 쓰러졌다.


“···그럴 필요는 없을 것 같군요.”


쓰러진 쿠반을 옆으로 옮긴 유진이 전방을 바라보았다.


“···기사. 죽였다.”


조인족과 비슷한 거체의 돌 같은 피부와 붉은 안광, 악마와도 같은 한 쌍의 날개. 그리고 결정적으로 뿔이 달렸다.


덕분에 정체를 알 수 있었다.


“가고일.”

“···다음은 너희.”


그 마물은 손에 아레스를 들고 있었다. 다만 아래의 형체는 존재하지 않았다···.


유진이 다시 검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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