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혼한 북부대공의 데릴사위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새글

백반한그릇
작품등록일 :
2024.09.04 14:29
최근연재일 :
2024.09.18 08:11
연재수 :
13 회
조회수 :
771
추천수 :
9
글자수 :
66,048

작성
24.09.09 09:40
조회
54
추천
1
글자
12쪽

신앙

DUMMY




요근래 드워프의 나라 카르바딘에서 새로운 호신용품이 개발되었다고 한다. 


루이 에버모어가 암시장을 온 이유 중 하나였다. 본 목적은 따로 있지만 이왕 온 김에 구매하지 않을 이유는 없었다.


물론 아직 시중에는 풀리지 않았지만, 무기가 개발된 이상 암시장에 없을 리가 없다.


‘크큭. 이거 한 방이면.’


자동 석궁을 손에 넣은 루이 에버모어는 웃었다


상인의 말에 의하면 코앞에서 발사되면 기사도 반응하기 어렵다는 말. 무시무시한 성능이다. 다음에 혹여라도 호위기사놈을 만나게 되더라도 무서울 게 없다.


“루이 도련님.”

“히익!”


코앞에 다가온 인기척에 깜짝 놀란 루이 에버모어가 무심코 자동 석궁의 발사 버튼을 눌렀다. 슝. 순식간에 화살이 한 발 날아간다. 


“···으응?”


하지만 화살에 박힌 자는 없었다. 그저 벽에 관통당한 흔적이 남았을 뿐이다.


“위험하게 뭐합니까.”


유진은 화살을 피한 뒤 루이 에버모어에게 물었다.


‘···조준을 잘못했나?’


분명 제대로 명중시킨 것 같았는데···. 그 잠깐 사이에 피했나? 루이 에버모어는 순간 의문을 가졌다.


‘아니야. 흔들렸겠지.’


하지만 곧바로 발상을 전환했다.


뭔 노예가 힘이 있다고 기사도 피하기 어렵다는 자동 석궁을 피하는가. 우연이다, 우연.


아무튼 부상자는 다행히 없다. 어쨌거나 결과가 좋으면 된 것이다.


“인기척은 내고 다녀라!”


하마터면 사람 한 명 잡을 뻔했다.


답지 않게 루이 에버모어는 불같이 화를 냈다. 그러거나 말거나 유진은 무시하고 할 말을 전했다.


“이제 볼일은 끝내셨습니까?”

“아직 하나 남았다!”


 에버모어 자작가의 장남이자 자신의 친형인 로이 에버모어가 부탁한 물품을 아직 사지 못했다. 호신용품을 산 건 덤에 불가하니 말이다. 


“그건 다음으로 미뤄야겠군요.”


그러자 유진이 단호하게 말했다


‘건방지도다.’


노예가 감히 주인에게 이래라저래라 명령을 한다. 공로를 인정해 암시장을 데려왔다지만 제 주제를 넘어 참견하라는 뜻은 아니었다. 


본가로 돌아가면 벌을 주리라고 루이 에버모어는 다짐했다.


“한창 축제가 벌어지고 있으니.”


사방에서 비명이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


반운의 기억을 읽은 유진은 손목을 까닥거렸다. 무언가 골몰히 생각할 때 자연스럽게 나오는 버릇이다.


‘폭탄이라.’


위력은 상상 이상. 하루 이틀로 준비할 분량이 아니다. 그대로 암시장 내에 있으면 휩쓸려 죽기 십상이었다. 


‘한 군데를 제외하곤 말이야.’


암시장 내에 유일하게 폭발범위에 해당되지 않은 장소. 악마교의 신도들이 대기하는 곳. 그래서 유진은 결단을 내렸다.


“악마 숭배자들이 암시장 내에 숨어 있습니다.”


혼자서는 해결할 수 없다. 그래서 암시장 내 상황을 제국 경비대에 알렸다. 


처음 유진의 차림새를 보고 믿지 않고 무시하던 경비대도 이윽고 상황의 심각성을 눈치챘다.


그때부터는 필요한 절차가 빠르게 진행되었다.


“···다행히 막았네요.”


결행 한 시간 전.


제국내 소속 마법사들의 빠른 대처로 폭탄이 터지는 건 방지했다. 


다만 교단의 신도들을 구속하러 가기는 불가능했다.


‘제국 경비대의 전력으론 무리지.’


그러니 제국군이나 제국기사들 혹은 여신 헤스테아의 종들이 올 때까지 기다리기만 하면 된다. 


설마 계획이 틀어졌는데 무식하게 실행에 옮기겠는가.


“모두 죽여라!”


하지만 악마교 놈들은 막무가내 그 자체였다. 이래서 유진은 악마교 놈들을 싫어한다. 항상 예상을 뛰어넘는 광기를 보여준다. 


‘여기까지.’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마쳤다.


나머지는 제국에서 처리할 일이다. 이제 자신은 루이 에버모어를 데리고 암시장을 빠져나가기만 하면 된다.


그러나 인생이 그렇게 쉽게 풀릴 일은 없었다.


***


“꺼윽!”


루이 에버모어가 복부를 부여잡고 바닥에 굴렀다. 그러고선 앓는 소리를 내뱉었다. 


“좀 살살 해라!”

“죽는 것보단 낫지 않습니까?”


앞에 단검을 쥔 검은 로브가 서 있었다. 아무 말 없이 두 사람을 노려보고 있다. 정체는 당연히 악마교의 일원인 교단의 신도다.


조금 전 루이 에버모어를 향한 기습을 장본인을 발을 차버리는 걸로 막아냈다.


하지만 기습을 막아냈다고 해서 전투를 피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죽어라.”


긴말은 필요 없었다. 유진은 난리 통에 벌어진 틈에 훔쳐 온 검을 손에 쥐었다. 그러고선 금세 자세를 잡았다.


곧이어 선과 선의 유려한 반짝임이 일어났다. 카카가강! 


총 열 일곱의 합.


결판이 날 때까지의 검격의 횟수. 


승자는 유진이었다. 이번에는 무신의 기술도 쓰지 않은 채 말이다.


“폴리곤을 위하여.”


죽기 직전 검은 로브는 자신의 신앙을 피력했다. 그리고 곧이어 명을 달리했다.


적의 숨통이 완전히 끊어진 걸 확인한 유진은 제 자리에 풀썩 주저앉았다.


“하아.”


하루 두 번의 결전.


이번엔 상대의 수준이 낮아 크게 어렵지는 않았다. 하지만 반운과의 전투에선 무신류의 기술을 썼다.


역시 성년이 되지 않아 완성되지 않은 육신에 무신류는 많은 무리를 줬다.


온갖 부위에 통증이 아른거렸다.


“···너. 어떻게 검기를.”


전투가 끝나고 나서 루이 에버모어가 슬금슬금 다가왔다.


“나중에 설명하죠.”


아직 사태는 끝나지 않았다.


‘신호탄.’


조금 전 멀리서 푸른 연기가 피어오르는 걸 확인했다. 제국의 지원 병력이 도착했다는 소리다.


길보(吉報)이기는 하나 방심할 수는 없었다. 지금부터 제압과 사살이 시작된다. 그 과정에서 반항은 거셀 것이다.


오히려 지금부터 시작이라고 볼 수 있다.


“잘 붙어계십시오. 죽기 싫다면.”


***


다섯과 열 둘. 


유진과 루이 에버모어가 습격당한 횟수이자 처리한 일원들의 숫자였다.


‘나름 쓸만하군.’


그중에서는 자동 석궁의 공도 존재했다. 크지는 않지만 몇 번 도움은 되었다.


“힘들군요.”


유진의 말투는 평온했으나 심신은 그렇지 않았다. 검기는 그저 마나를 갉아먹기만 하는 게 아니다. 


유진은 검을 바라보았다.


처음보다 확연히 미약해져 촛불처럼 희미해진 검기. 앞으로 얼마나 유지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


슬슬 육체적으로도 정신력으로 한계에 가까웠다.


“조금만 더 가면 된다.”


루이 에버모어답지 않은 비장한 말투였다. 웬일인가 싶은 유진은 피식 웃었다. 급박한 상황에서는 누구라도 성장하는 법이지.


“걱정 마시길.”


목적지에 도착할 때까지는 버틸 테니. 둘은 암시장 속 비밀 개구멍으로 향하고 있었다. 반운의 기억을 읽어 알 수 있던 사실이다.


또한-.


‘입구를 지킬 놈들은 강하다.’


정상적으로 계획이 성공하여도 교단 놈들은 암시장 입구를 봉쇄한다.


그 이유는 당연히 더 많은 인간을 없애기 위해서. 그리고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 제국의 지원 병력의 시간을 끌기 위해서. 


그래서 유진은 상대적으로 경계가 적은 개구멍 쪽으로 탈출하기로 결정을 내렸다.


‘기껏해야 한둘.’


거기까지는 어떻게든 돌파할 수 있으리라. 


***


개구멍에 도착했다.


“둘인가.”


단 한 명. 검은 로브지만 얼굴을 가리지 않은 사내가 서 있다. 


원래라면 선제공격을 했으리라. 그것보다 효과적인 방법은 기습밖에 없으니 말이다. 하지만 유진은 그러지 않았다.


정확히는 할 수 없었다가 맞는 말이리라.


바닥에는 유진과 동일한 선택을 한 본보기들이 처참한 꼴이 되어 깔려 있었다.


“마인인가.”


남자에겐 남들과 달리 한 쌍이 팔이 더 있었다. 악마의 영향인지 검은 색의 피부, 또한 자기 몸통만 한 거대한 크기다.


“오. 자네는 보는 눈이 있구만. 다른 자들은 나에게 악마라고 하더군.”

“요점이 뭔가?”

“그런 무례를 저지른 자는 모조리 폴리곤의 곁으로 보내드렸다는 거지.”


감히 하찮은 자신과 악마를 착각하다니 죽기에 충분한 이유였다.


“흐음. 그럼 나는 보내주는 건가?”

“물론 그건 아닐세. 하지만 고통은 없이 죽여 주겠네.”


어쨌든 죽인다는 건 변치 않았다. 결국 선택지는 하나인가. 


여기까지 오면서 많은 악마교놈들을 보았다. 하지만 저런 놈은 없었다.


그렇다는 건-.


“주교급.”

“오. 자네는 정말 눈치가 빠르군. 우리 교단으로 오지 않겠나.”


갑작스러운 표교행위, 아마 받아드린다면 지금 당장은 넘어가겠지.


“거부하겠네. 신도들이 별로더군.” 

“하하. 그들은 교단에 충실한 종이지만 아직 축복받지는 못했다네.”

“너는 받았다는 말이로군.”


남자는 자랑스럽다는 듯 당당히 고개를 끄덕였다. 


“난 폴리곤의 열 두 번째 사자, 이올이라고 하네.” 


사자. 악마교놈들이 포장할 때 자주 쓰는 칭호지만 보통은 주교라고 불린다. 


특수직책들을 제외한 교황, 추기경, 대주교, 주교, 사제, 신도 순서로 이어지는 계급 가운데, 주교는 어느 교단에서나 상당히 높은 직책이다.


‘까다롭겠군.’


그리고 악마교의 특성 중 하나는 바로 강자존. 약한 자는 금방 미쳐버리거나 토벌 당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보통 높은 계급일 수록 강하다.


“곧 제국군이 당도할 것이네.”

“하하! 알고 있네.”

“죽을 생각이군.”

“이 대의를 결행하기 전부터 각오했다네.”


역시 악마 숭배자들의 악마에 대한 신앙은 광기의 영역이다. 죽음마저 그들의 신앙을 저버릴 수는 없다.


“나의 목숨은 중요하지 않지. 중요한 건 폴리곤께서 원하는 혼돈을 만들 수 있느냐 없느냐일세.”


이올은 미쳤다. 더 이상의 대화는 필요 없다. 입만 아플 뿐이니까. 


“그렇다면 지금 사라져라!”


유진이 한 말이 아니었다. 옆에서 잠자코 듣고 있던 루이 에버모어가 이올에게 자동 석궁을 겨눴다.


그리고 격발했다.


실수로 유진에게 발포할 때와는 달리 이미 최대치의 장전을 마쳤다.


순식간에 여러 발의 화살이 날아간다. 자동 석궁 한 발 한발의 위력은 강철을 뚫을 정도. 


기사라도 맨 몸이면 치명상을 입을 것이다.


하지만-.


“이거 위험한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군.”


자동 석궁의 화살은 이올의 거대한 팔을 뚫지 못했다. 그나마 튕기지 않고 박혔다는 점에서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이런 미친 괴물 자식!”

“허허. 진정한 성인(聖人)을 못 봤구만. 그들은 나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다네.”


주교가 루이 에버모어에게 사뿐히 다가갔다. 그 말도 안 되는 모습을 본 루이 에버모어는 공포로 다리가 떨려 차마 도망을 칠 수 없었다.


이대로면 저 거대한 팔로 짓이겨질 뿐이다. 그 찰나.


“나를 두고 한눈을 팔면 안 되지.”


무신류 제 1식-환몽(幻夢)


“흐음? 이거 생각 외로 무르구만.”


유진의 검격에 남자의 거대한 팔이 떨어졌다.


‘···그럴리가.’


루이 에버모어는 어처구니가 없었다. 자동 석궁으로도 뚫지 못하는 강도의 팔이다. 아무리 검에 검기를 둘렀다고 해도 검격 한 번에 자르다니.


“···폴리곤께서 선사한 축복이.”


교단의 주교 이올은 순간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팔이 잘린 통증 때문에 그런 게 아니었다.


모시고 있던 팔이 잘렸다. 악마께서 주신 거룩한 선물이 훼손되었다. 절망에 빠지기에 앞서 분노가 먼저 차올랐다.


“이···이! 불경한 자가 나의 신앙심의 증거르으으으으를!!!!!”


용서하지 못한다! 이 죄는 저자가 일백번 죽어도 갚을 수 없다. 그러니 일단 죽인다.


“죽여버리겠다아아아!!!”


주교가 미친 듯이 격노하며 유진에게 외쳤다. 그 꼴을 본 유진은 나지막이 말했다.


“그러게 진작에 간수 좀 잘하지 그랬나?”


이올의 이성이 끊어졌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파혼한 북부대공의 데릴사위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연재시간 오전 8시 10분입니다. 24.09.12 7 0 -
공지 이혼 후 세계가 멸망항->파혼한 북부대공의 데릴사위 제목변경 24.09.11 33 0 -
13 흑랑 NEW 21시간 전 17 0 11쪽
12 사냥 24.09.16 25 0 11쪽
11 검강 24.09.15 32 0 13쪽
10 비밀무기 24.09.14 45 0 12쪽
9 사기 24.09.13 43 0 11쪽
8 가보 24.09.12 50 1 13쪽
7 흡수 24.09.11 51 1 11쪽
» 신앙 24.09.09 55 1 12쪽
5 악마교 24.09.08 56 1 12쪽
4 도발 24.09.07 67 1 11쪽
3 사탕 24.09.06 83 1 11쪽
2 전쟁 24.09.05 112 2 13쪽
1 파혼 24.09.05 136 1 6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