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혼한 북부대공의 데릴사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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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반한그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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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04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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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6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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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탕

DUMMY




두 사람 사이로 어색한 정적이 흘렀다.


유진은 자신 나름대로 생각을 정리하고 있었고, 그건 아리스 반 오르테가도 마찬가지였다.


‘···저자는.’


갑자기 나타나 자신에게 집적거리는 사내를 쓰러뜨린 남자. 따로 손을 쓰지 않게 해줘서 고맙긴 하나···.


‘···정체가 뭘까요.’


아직 성년은 되지 않아 보이는 앳된 모습이지만 외형은 훌륭하다.


귀족 중에서도 저런 외모를 가진 자는 극소수의 불가했다. 아직 소년미가 있는 걸 감안하면 완전히 성장했을 땐 더더욱 눈에 띄리라.


그러나 허름한 옷차림을 보면 그다지 높은 신분처럼 보이지는 않았다.


아리스 반 오르테가가 상황을 분석하면서 유진을 바라보고 있을 때-.


‘자. 어찌한담.’


유진은 무의식적으로 주머니를 뒤적거리고 있었다.


이 상황을 어떻게 수습할지 고민하다 보니 달달한 게 당겼기 때문이다. 


바스락- 


다행히 주머니 속에는 사탕 하나가 있었다. 일단 먹고 생각하기로 결심했을 때.


“···당신은 누구시죠.”


아리스 반 오르테가가 먼저 입을 열었다. 하지만 유진은 곧바로 답하지 않고 차분히 말을 골라내고 있었다.


‘대충 얼버무리는 건 좋지 않은 선택이지.’


유진은 아리스 반 오르테가에 대해서 잘 알고 있었다.


‘재보의 여신이라 불렸지.’


오르테가 백작의 딸인 아리스 반 오르테가는 재능이 많은 인재다. 그러나 그녀가 가장 빛을 발한 능력은 바로 사업 수완이었다.


훗날 그녀는 압도적인 부를 쌓아 올려 대륙 제일의 자본가가 된다.


‘북부 야만인 정복 때였나.’


아리스 반 오르테가는 자본력을 바탕으로 누구보다 많은 사병을 고용해 가장 큰 공적을 올린다.


-돈으로 안 되는 건 없습니다.-


백작가를 공작가로 만들었을 때 그녀가 당당히 한 말이었다. 


‘척을 지긴 아쉬운 상대지.’


아리스 반 오르테가의 안목과 통찰력은 뛰어나다. 좋은 관계를 유지하면 훗날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니 허투른 거짓말은 오히려 악수였다.


유진은 긴 고민 끝에 그냥 솔직하게 말하기로 결정했다.


“저희 도련님이 많이 귀찮게 하더군요.”


가장 원초적이지만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유진은 확신했다.


“저 사내의 가신인가요?”

“하하. 그저 노예일 뿐입니다.”


유진은 그냥 뻔뻔하게 나가기로 했다.


“···노예가 주인에게 폭력을 행사해도 되나요.”


그 당당한 태도에 아리스 반 오르테가는 황당해했다.


백작가에서···아니 노예를 부리는 모든 가문에서 이런 일은 있을 수 없다.


귀족에게 폭행을 가하다니 그것도 가문에 소속된 노예가 이건 극형을 당해도 이상하지 않을 중죄였다. 


“물론 안되지요. 하지만 주인이 정로(正路)를 넘어가면 말릴 줄도 알아야 합니다.”


유진이 루이 에버모어를 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리고 아가씨만 조용히 해주시면 아무도 모르는 일입니다.”


쉿. 유진은 손가락을 입에 가져다 댔다.


‘···.’


본인의 의도대로 모든 게 돌아갈 거라는 확신에 찬 행동.


아리스 반 오르테가는 그 태도가 약간 거슬렸다. 그래서 괜히 심술을 부려보았다. 


“당신이 나서지 않아도 해결할 수 있는 일이었어요.”

“그렇겠죠.”


다시금 모든 걸 다 안다는 듯한 유진의 태도에 아리스 반 오르테가가 반응했다.


“제가 누군지 알고서 그러시는 겁니까.”

“오르테가 백작가의 자녀분이 아니십니까?”


유진의 말에 아리스 반 오르테가가 살짝 놀랐다.


‘어찌 알았지?’


완벽하게 신분을 숨겼다고 생각하였는데-. 어느 부분이 문제였는 지는 금세 알 수 있었다. 유진이 팔을 가리켰다.


“희미하지만 팔찌에 각인 된 건 분명 오르테가 백작가의 문양이죠.”

“그걸로는 확신할 수 없을 텐데요.”


그저 비슷한 문양일 수도 있다. 


“하하. 확실합니다. 제가 눈이 좀 좋아서 말입니다~”

“···.”

“또한 잘 변장하셨지만 몇 가지 티가 납니다.”


아리스 반 오르테가는 유진의 말을 집중해서 들었다. 무언가를 배울 때 참으로 좋은 학습 태도였다.


“일단 평민치고는 옷에 마감이 너무 좋습니다. 흔한 얼룩이나 파손 또한 없지요.”


이건 오늘 새 옷을 구매했다는 핑계로 넘어갈 수 있다.


하지만-.


“사치품을 끼고 다니는 평민은 거의 없습니다.”


평민들은 사치품을 살 여유도 없거니와, 사더라도 도난의 우려 때문에 집에 보관하고 다닌다.


“또한 평민이라기엔 저희 도련님을 대하는 태도가 너무 강경하더군요.”


유진의 시선이 기절한 루이 에버모어에게 향했다. 


평민들은 귀족들을 거스르는 태도를 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트집이라도 잡혔다간 인생이 힘들어진다는 걸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앞에서는 대부분 굽실거리고 뒤에서 한탄할 뿐이다. 그러나 아리스 반 오르테가는 대등을 넘어서 마치 자신이 우위인 듯한 말투로 대했다.


모르는 자가 봤으면 뒷배가 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는 태도였다.


“···그래도 부족해요.”


희박하지만 우연 속에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다.


다만-.


“물론 결정적으로 확신 한 건 얼굴입니다.”


가장 변명하기 좋은···또한 어색하지 않은 답변을 유진은 내놓았다.


“···뭐라고요?”


자신이 잘못 들었나 아리스 반 오르테가가 다시 되물었다.


‘당황하는군.’


유진은 자신과 대화하면서 아리스 반 오르테가가 진정으로 당혹해하는 걸 알아차렸다. 그래서 더더욱 몰아붙이기로 결정했다.


“오르테가 백작의 딸이 절세 미녀라는 소문이 지천으로 깔렸더군요.”


또한 확신한다. 외모 칭찬을 싫어하는 여자는 없다는걸.


“···.”

“하지만 실제로 확인 해보니 어째 소문이 와전 되었군요.”


긍정에서 부정으로 말을 이리저리 바꾼 유진은 한 발자국을 더 다가갔다.


“실물이 훨씬 아름다우십니다.”


한 박자를 쉬고 들어갔다.


‘거짓은 아니지.’


아리스 반 오르테가의 미모는 그만큼 뛰어났다. 유진이 본 여성 중에 견주자면 일렌시아나 황녀와 밀리지 않을 정도였다. 


‘아르테아만큼은 아니지만.’


그녀들이 인간의 틀에서 최대의 축복을 받았다면, 유진의 스승인 아르테아는 인간을 초월한 아름다움을 지녔다. 


“···크흠”


칭찬을 싫어하는 사람은 없다. 아리스 반 오르테가가 부끄럽다는 듯 헛기침을 했다.


‘성공이군.’


그때였다.


“아가씨!!!”


거대한 그림자가 유진과 아리스의 가운데를 가르며 빠르게 당도했다. 쿵!소리와 함께 지면이 쩌적 갈라진다.


“론.”


론이라고 불린 자는 북부 야만인을 떠올리게 하는 거대한 덩치를 가진 사내였다.


“이 자는 누굽니까!”


혹여나 자신의 주인에게 해라도 있는지 순식간에 상태를 확인한다. 


‘충견이군.’


확인을 끝마친 직후 론은 죽일 듯이 유진을 노려보았다. 살기까지 뿜어내면서 말이다.


‘강하다.’


최소 부기사단장급. 유진은 판단을 끝마쳤다. 백작가 자녀의 호위로는 차고 넘칠 정도의 실력자다.


“시끄러워요.”


하지만 그런 충직한 기사를 대하는 아리스 반 오르테가의 태도는 냉랭했다. 


“부른 지가 언젠데 이제 오시나요?”


왜냐하면 한참을 늦은 지각생이기 때문이다.


아까 루이 에버모어가 집적거릴 때 호출기로 론을 불러냈다. 하지만 시장에서 구경할 게 참 많았던 론은 주인의 신호를 보지 못했다.


뒤늦게 신호를 인식하고 황급히 달려왔지만, 상황은 이미 끝난 상태였다.


“죄···죄송합니다.”

“꿇으세요. 론.”


아리스가 손가락으로 바닥을 가리키자 론이 황급히 무릎을 꿇었다.


“그런데 저 자는···.”


한껏 풀죽은 기사 론이 유진을 힐끗 쳐다보았다.


“지각생인 당신을 대신해서 저를 구해준 진짜 기사죠.”

“아가씨···?”


당황한 론이 유진과 아리스를 번갈아 쳐다보았다.


“당신 대신 고용할까 봐요.”


쓸모없다는 표현을 들은 론은 더더욱 풀이 죽었다. 


그걸 본 아리스의 입꼬리가 슬며시 올라 간 것을 유진은 확인했다.


‘재밌는 촌극이군.’


그리고 짧은 감상평을 마쳤다.


“그런데 당신.”


아리스 반 오르테가가 유진을 불렀다.


“네.”

“그래도 그냥 넘어가기에는 저도 체통이 있으니 말이죠.”


귀족이라는 입장. 주인을 패버린 노예를 그냥 방목할 수는 없다는 뜻이었다. 하지만 말과 다르게 아리스의 표정은 달랐다.


마치 따분한 일상 속 흥미로운 사건을 본 2황자의 모습과 똑같았다. 


그렇다. 단지 아리스는 과연 이 상황에서 유진이 어떤 행동을 할지 궁금했다.


그래서 유진도 그에 맞춰주었다


“손을 빌려 잠시 주시죠.”


유진이 대뜸 아리스의 손을 잡았다. 


“이걸 드릴 테니까 없었던 일로 해주셨으면 좋겠군요.”

“어···?”


그리고 무언가를 올렸다.


“자. 받으시죠.”


잘 포장된 손가락보다 작은 물체.


“···이건?”

“달콤한 사탕입니다.”


***


“끄으윽.”


루이 에버모어가 고통스러운 신음을 내며 정신을 차렸다.


“일어나셨습니까?”


그 말을 끝으로 유진은 들쳐메고 있던 루이 에버모어를 바닥에 던졌다. 정신을 차렸으면 더 이상 들고 갈 필요가 없었다.


“끄윽. 무슨 짓이냐!”

“아. 죄송합니다. 도련님. 더는 힘이 없어서. 그만.” 


물론 헛소리였다.


“그런데 이 몸이 왜 이렇게 되었느냐.”

“기억 안 나십니까?”


유진은 지난 일들을 적당히 각색해서 말했다. 


그 과정에서 아리스의 호위 기사 론을 자연스럽게 들먹였다.


“···호위 기사 그 망할 놈이!”

“그렇습니다. 도련님.”


사실 여자가 귀족의 자녀였고.


볼 일을 마치고 돌아온 호위 기사가 자신의 주인에게 위해를 가하는 남자를 보고 분노해, 그대로 루이 에버모어를 기절시켰다고 말이다.


또한 호위 기사가 죽인다는 걸 한사코 자신이 저지했다고 유진은 말했다.


“말리는 와중에 저도 맞아 죽을 뻔했습니다.”


유진은 부어오른 뺨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직접 만든 자국이었다.


“유진···이 녀석!”


그런 충심에 감격한 듯 루이 에버모어가 말을 잇지 못했다. 그 모습을 본 유진은 한 마디를 덧붙여줬다.


“당연히 해야 할 일이었습니다.”


구유진에게 물려받은 뻔뻔함을 바탕으로 연기를 펼쳤다. 그 말에 더욱 감동한 루이 에버모어가 호탕하게 웃었다.


‘쉽군.’


루이 에버모어를 기절시킨 범인은 이제 론이다.


***


백작령으로 돌아가는 길 아리스는 상념에 빠졌다.


‘그래서 당신의 이름은?’

‘유진입니다.’


오늘 무척이나 재밌는 경험을 했다.


노예 신분이면서 주인에게 반역을 저지르는 그런 미친 자를 보았다. 자신의 시중이었다면 엄벌에 처했을 테지만, 당사자가 아니니 그냥 넘어가기로 했다.


“재밌네요.”

“아가씨?”


눈치 없는 호위기사 론이 중간에 껴들었다.


“마차나 제대로 모세요. 론.”

“···알겠습니다.”


이런 재밌는 상황을 또 겪으면 좋을 텐데.


‘다시 만날 일이 있겠죠.’


아리스 반 오르테가는 복수와 은혜는 확실하게 갚아 주는 자였다. 오늘의 빚은 나중에 갚기로 했다.


‘···에휴.’


하지만 당분간은 그럴 수 없다. 근래 들어 백작가를 떠넘기려는 오르테가 백작인 아버지 덕분에 백작 대리로서 너무나 바쁘다.


지금도 돌아가서 처리할 사안들이 산더미다. 


그걸 생각하니 금세 머리가 아파졌다. 그래서 아리스는 유진이 준 사탕을 입에 넣었다. 단 것만큼 기분을 낫게 해주는 건 없다.


그리고 맛을 음미했다. 


“음?”


아리스 반 오르테가는 순간 당황했다.


“···안 달잖아요.”


달콤해야 할 사탕이 달지 않다.

그렇다.

사탕은 계피 맛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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