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혼한 북부대공의 데릴사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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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반한그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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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04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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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3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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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기

DUMMY




“그건 뭡니까?”


유진이 병실에 누워서 사제와 의원을 기다리고 있을 때 루이 에버모어가 찾아왔다. 또한 손에는 보관함을 들고 있었다. 


루이 에버모어가 슬쩍 보관함을 열자 푸른 구슬이 영롱하게 빛나고 있었다.


바로 라바나의 심장이었다.


“어째 너는 말투가 그렇게 잘 변하느냐?!”


마인과 싸울 때 느꼈지만 유진의 말투는 특이했다.


천상천하 유아독존(天上天下唯我獨尊), 모두를 자신의 밑으로 깔고 가는 듯한 말투.


정말 건방짐 그 자체였다.


“도련님만큼만 하겠습니까?”


유진이 대수롭지 않게 맞받아쳤다. 아버지인 레이 에버모어를 경외해, 어투나 행동을 따라 하려 하지만 영 맞지 않아 보인다.


“정 불편하시면 고치죠.”

“···아니 됐다. 편한 대로 하거라.”


이번에 직접 눈으로 확인하지 않았으면 몰랐겠지만, 루이 에버모어는 이제 알 수 있었다. 유진은 특별한 인간이다. 


자신의 형 로이 에버모어와 아버지인 레이 에버모어와 같은 별종. 어쩌면 정말로 미래의 소드마스터가 될지도 모른다. 


그러다 보니 지금 가문의 노예라고는 하나 함부로 대하긴 어려웠다.


“이거나 받거라.”


루이 에버모어는 라바나의 심장을 유진에게 전달했다.


“우리 가문의 가보인 라바나의 심장이다.”

“호오.”


라바나의 심장.


들어본 적이 있었다. 특대형 거체인 인간형 마물, 라바나의 심장을 베이스로 만들어진 최상급 영약.


‘중앙 귀족들이 많이 노린다고 했었는데 말이지.’


엄연히 최상급 영약이니 복용하면 기력, 활력, 마나, 신체 능력 모든 게 월등히 좋아지는 효과도 있으나.


라바나의 심장이 최상급 영약이라고 불리는 이유는 따로 있었다.


‘음기를 다룰 수 있게 되지.’


라바나는 추운 북부에서만 태어나는 빙 속성 마물로 한기(寒氣)를 먹고 성장한다.


그러니 그런 라바나의 정수라고 할 수 있는 심장을 먹게 되면 자연스럽게 음기를 쓸 수 있게 된다.


‘물론 사람마다 다르다지만.’


특히 양기를 타고난 남자와 다르게 음기를 타고난 여자는 그만큼 효과가 좋았다. 


“남자인 너는 음기를 다루긴 힘들겠지만, 그 외에 효과는 변함없다!”


유진이 이미 알고 있던 내용이지만, 루이 에버모어가 가문의 가보가 얼마나 귀중하고 좋은지 떠들었다.


한참 동안의 설명이 끝난 후-.


“자 먹어라.”


루이 에버모어가 유진에게 재촉했다. 아그작. 유진이 라바나의 심장을 한 입 베어 물었다.


***


“···완치되었습니다.”


응급처치를 끝낸 직후, 떠난 사제를 대신하여 의원은 로이 에버모어의 접견실로 들어왔다. 그리고 유진의 상태를 대신 보고하였다.


로이 에버모어는 조용히 차를 홀짝였다.


“믿기지 않는군요. 아무리 사제의 축복을 받았다지만, 이틀 만에 나을 상처가 아니었는데 말입니다.”


그 말이 맞다. 하물며 자작가에서 부른 건 고위 사제도 아닌 일반 사제. 


그 정도 축복을 받은 사제의 실력으론 빠른 치료를 바랄 순 없다.


그러나 로이 에버모어는 그러려니 보고를 받아드렸다.


‘역시인가.’


검기를 다룰 줄 안다는 건, 기를 자유롭게 쓸 수 있다는 것. 그렇다면 보통 사람을 초월한 육신을 가지게 된다는 뜻이다.


‘집사장의 보고만 봐도.’


그가 가문에 온 지 얼마 안 됐을 적에는 눈에 띄지 않았다. 그러나 언제부턴가 노예답지 않게 비범하다고 들었다.


또한 유진에겐 가문의 가보인 라바나의 심장을 먹였다. 영약의 효과를 온전히 흡수하는 동안은 신체가 활성화된다. 


회복 속도도 치료의 효율도 전과는 차원이 다르겠지. 


“슬슬 때인가.”


녹이 슨 칼을 갈아, 잘 벼린 칼로 만들었다.


로이 에버모어의 판단 하 유진은 아마 가문의 가신이자 전속기사인 아레스 경 이상일 것이다.


그렇다면 사용해야 하지 않겠는가? 로이 에버모어는 유진을 지금 쓰기로 결정했다.


“그래 지금 유진은 어디에 있는가?”

“···사실.”


의원의 말을 들은 로이 에버모어의 눈썹이 일그러졌다.


***


“음. 도련님의 말도 있었으니 며칠 쉬도록.”


유진은 회복이 다 된 직후 휴가를 받았다. 병상에서 바로 일어나서 업무에 들어 갈 수 없겠다는 집사장의 명령 때문이었다. 


다만 루이 에버모어의 압력이 따로 있던 것 같기도 한데···. 큰 관심은 없었다.


“···.”


그렇게 휴가를 받은 유진은 자작가를 잠시 떠났다. 


그리고 볼카누스 제국에서도 외진 마을, 그곳에서도 인적이 없는 거리에 한 무기점을 찾았다.


‘완갑을 구한다.’


유진은 자신의 팔을 바라보았다. 멋대로 냉기를 뿜어내고 있었다. 라바나의 심장을 먹긴 생긴 능력이다.


‘남자라서 안 될 줄 알았건만.’


음기를 타고난 여자만이 가능할 줄 알았지만, 왜인 지 모르게 자신도 가능했다. 


‘없어봐서 그런가.’


유진은 잠시 환관일 때 떠올렸다. 아니라면 딱히 짚이는 게 없었다.


다만-.


‘제어가 잘 안되는군.’


이대로면 피아식별 없이 모두에게 해를 가할 것이다. 그러니 제대로 조종할 수 있게 될 때까지 당분간 봉인해둘 생각이었다.


딸랑.


유진이 가게 안으로 들어서자 강렬한 연초 냄새가 코를 찔렀다. 덕분에 유진은 무심코 눈살을 찌푸렸다.


“어이구. 어서 옵쇼.”


무기점 주인으로 보이는 남자가 흔들의자에 누워 제국신문을 읽고 한 손에는 연초를 피우고 있었다.


“가게 주인 라렐이라고 합니다~” 

“여긴 어째 변한 게 없군.”

“음. 자주 저희 가게에 자주 오셨나 봅니다?”


라렐이 의문스럽다는 듯 신문을 옆으로 내던지며 물었다. 


“예전에 가끔 왔지.”

“그런데 어째 처음 보는 것 같군요.”

“처음이라면 처음일 수도 있지.”


유진의 아리송한 말에 라렐이 의미를 알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럴 수밖에 없다. 유진이 들렀던 건 회귀 전이었으니 말이다.


‘이때는 확실히 젊군.’


무기점 주인 라렐 또한 처음 봤을 때는 흰 백발이 무성했지만, 지금은 그 정도까지는 아닌 중년이었다.


“빙결 내성을 가진 완갑이 있나?”


빙결 내성을 가진 완갑, 마법 술식이 각인 된 마도구를 의미했다.


“오. 그거라면 마침 좋은 게 들어왔죠.”


라렐은 창고 안으로 들어가더니 금세 푸른 완갑을 가지고 왔다.


“이번에 빙결 마법 전문인 마탑의 마법사가 직접 술식을 부여한 완갑입니다.”


유진은 라렐에게서 마도구인 완갑, 마갑을 가져가고 직접 확인했다. 


그리고 감상을 말했다.


“쓰레기로군.”


유진이 마갑을 라렐에게 던졌다.


“아니 쓰레기라뇨 손님. 상위 모험가들이 쓰는 건데 말이죠.”


그 말에 유진은 무심히 라렐을 바라보았다.


‘이거 사기를 치려 하는군.’


겉모습과 다르게 라렐은 영악한 자였다. 무기에 대해 모르는 문외한에겐 적당히 사기를 치고, 가치를 알아보는 자에게는 제대로 된 물건을 보여준다.


“결속 부분은 허술하고 재질도 별로더군, 또한 끝처리 마감도 안 좋고.”


허나 그 부분은 그냥 넘어가 줄 수 있다. 마갑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성능이니까.


“그런데 고작 내성이 이 정도라니, 하급 마법 정도만 맞아도 부서지겠지.”

“···.”


라렐은 딱히 할 말이 없었다.


‘쩝. 들켰네.’


왜냐하면 다 맞는 말이었기 때문이다. 


다만 라렐에게 양심에 가책 따윈 없었다. 장사의 세계에선 속고 속이는 건 당연한 일, 오히려 속는 놈이 멍청이다. 


그래서 대충 바가지나 씌우려고 일부로 거지같은 물건을 보여줬다.


하지만 상대는 무기를 감정할 줄 아는 자였다.


‘어쩔 수 없군.’


상대는 기준선을 통과하여 증명했다. 그렇다면 제대로 된 물건을 보여줄 수밖에.


“알겠습니다. 제대로 된 마갑을 가져오죠.”

“쓰레기는 내가 처리해주겠네.” 


유진이 라렐에게서 마갑을 가로챘다.


‘발현.’


팔에서 천천히 냉기가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마갑이 점점 얼어붙기 시작하더니 금이 가기 시작했다. 


쩌저적.


그리고 금세 깨져 부서졌다.


‘뭐지? 쓰레기라 해도 빙결 내성이 걸려 있는 데 마법을 맞은 것도 아니고.’


이해할 수 없는 상황에 라렐은 입맛을 다셨다. 


“···멋 모르는 모험가한테 파는 건데 말이죠.”


당황스러움을 숨기려고 대충 내뱉었다.


“나중에 같이 계산하겠네.”


유진이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


“좋군.”


라렐이 가져온 새로운 마갑을 본 유진이 만족스럽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이건 진짜배기 빙결석으로 제련한 마갑입니다. 내구성이 엄청나지요.”


이번에는 정말 제대로 된 물건을 가져왔다. 어지간한 검기에는 흠집도 나지 않지 않을테고, 한 두 번이라면 검강마저 견딜 수 있다.


“구매하겠네.”


유진 역시 그걸 알아보았다. 덕분에 계산은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다 해서 요정도 되겠습니다.”


순식간에 계산을 마친 라렐은 유진에게 계산서를 보여줬다.


아주 기막힌 가격이었으나, 빙결석이 재료에 마법적 효과까지 부여된 마갑치고는 적절한 가격이었다.


“개인적으로 금화를 좋아한답니다.”


어음은 바꾸기 귀찮았다.


“자, 받겠나.”

“음?”


그 말과 함께 유진은 라렐에게 종이를 하나 건넸다. 특수한 문양과 암호가 적힌 것이었다.


그게 무엇인지 확인한 라렐은 유진에게 다시 물었다.


“이건 용병장(傭兵將) 데메테르의 보증서 아닙니까?”


그 말을 들은 유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 시절에는 용병장(傭兵將)인가.’


데메테르.


과거, 용병왕이라 불린 전설적인 인물. 항상 적의 피를 뒤집어 써 붉은 사자라고도 불렸었다. 


“그 밑으로 달아두게.”


또한 유진의 제자였다. 


‘스승이 제자 덕 좀 본다는 데.’


노예 신분인 지금은 가진 게 없다. 그러니 가진 인맥을 활용 해야 하지 않겠는가. 물론 지금은 스승과 제자의 관계도 아닌 타인이지만 말이야.


“···으음. 확인 한 번 해보죠.”


라렐은 진위여부를 확인하러 사무실로 들어갔다.


‘내가 아는 너는 암호를 두 번 정하지 않지.’


유진은 자신이 있었다. 시대는 금방 변하지만,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 


그가 아는 데메테르는 단순 무식하고 직진밖에 모르는 인물이다.


“확인됐습니다.” 


역시 예나 지금이나 변치 않았다.


“일단 보증서의 문양과 암호는 일치하니 데메테르씨 밑으로 달겠지만, 혹시나를 대비해서 이걸 써주십시오.”


라렐은 유진에게 문서를 하나 건넸다.


“진위를 판단하는 마법적 효력이 있는 종이입니다.”  


혹시나 불법적으로 암호를 알아낸 자를 솎아내기 위한 방법이었다. 


그걸 읽은 유진은 종이 위에서 쓱쓱 적고 라렐에게 건넸다.


“···으음. 진실이군요. 구매 감사드립니다. 손님.”


하지만 종이에는 아무런 반응이 나타나지 않았다. 진실이란 소리였다.


“가보겠네.”

“수고하십쇼.”


주인은 떠나는 유진을 보며 고개를 꾸벅이고 보냈다.


***


유진이 떠난 직후 작성한 문서를 본 라렐은 심란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왜냐하면 유진이 적고 간 내용이 너무 얼토당토 않았기 때문이다.


[이름:유진]

[신분:노예]

[보증인과의 관계:스승]


···중략.


만약 문서에 적힌 내용이 사실이라면 그 자가 데메테르의 스승이자 또한 ···현재 노예라는 말이다.


‘이거 사기 당한 거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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