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혼한 북부대공의 데릴사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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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반한그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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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04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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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5 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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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강

DUMMY




“잠깐 따라와 주게나.”


토벌대의 대장을 강제로 임명받은 유진은 일단 돌아가려 했다.


그러나 자신을 따라와달라고 하는 로이 에버모어의 부탁에 어쩔 수 없이 발길을 돌렷다.


끼이익.


녹슨 철문이 열린다.


“여긴···.”


성 내 병사와 기사들이 훈련하는 연무장이다.


“자네를 꼭 보고 싶다는 사람이 있어서 말이지.” 


그건 금방 알 수 있었다.


“왔나!”


쩌렁쩌렁한 목소리가 연무장 내에 울려 퍼졌다. 훈련에 집중하고 있던 병사들의 시선이 모두 그곳으로 집중되었다.


“데리고 왔다네.”

“감사합니다. 도련님!”


흰 수염이 무성하게 난 남자. 더워서 그런 건지, 아니면 무식하게 난 흉터를 자랑하려는 건지 상의를 벗고 있었다.


“아레스 경.”


그는 에버모어가의 전속기사이자 수석 기사인 아레스다.


“흠.”


아레스가 한껏 발에 힘을 주어 도약하였다. 쿵! 유진의 바로 옆으로 착지했다.


“흐음!”


아레스는 먹이를 노리는 맹수처럼 천천히 살펴보기 시작했다.


아무리 많이 잡아도 성년이 되어 보이진 않는다. 또한 신장은 멀대같이 크나, 제대로 먹지 못해서인지 말랐다.


육신은 딱히 단련되어 보이지 않는다. 근육량이 그걸 증명하고 있다. 


“얄상하게 생겨 데릴사위 노릇은 잘하겠군.”


기사에게는 치욕이나 다름없는 말이다.


“아니면 환관이라도 되서 귀부인들에게 예쁨이나 받던가.”


아레스가 계속 시비를 걸었다. 그러나 정작 그 말을 들은 유진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잘 짚는군.’ 


왜냐하면 다 맞는 말이었으니 말이다. 


“음? 아레스 경 그건 너무 모욕이지 않은가.”


오히려 그 말을 들은 로이 에버모어가 중재를 나섰다.


“사과하게나.”

“···크흠. 내가 좀 심했군.”


유진은 딱히 감흥이 없었지만 일단 사과를 받아들였다.


“아무튼 내 너의 대한 걸 도련님에게 전해 들었다.”

“···.”

“한 달···조금 넘었다고 들었다”


유진은 노예, 그것도 자작가문에 들어온 지 얼마 안 된 신참 노예.


원래라면 가문의 수석 기사인 아레스와는 상종도 하지 못할 신분이다.


“그런데 그런 노예가 갑자기 토벌대의 대장 자리로 임명을 받았다라···.”


수석 기사인 자신을 내버려 두고 말이지라고 말하는 듯했다.


“그건 아무래도 이상한 노릇이지.”


가문의 수석 기사인 자신도 아니고, 밑에 남은 기사들도 아니고 하물며 성에 거주하는 병사들도 아니다.


“그렇다. 간단한 것이었다.”


아레스는 들고 있던 검을 유진의 목 앞으로 들이대었다.


“네가 도련님을 홀렸다면 모든 게 설명이 되는 것이다!”

“그냥 아레스 경이 첫째 큰 도련님의 신임을 얻지 못한 게 아닙니까?”


유진이 툭 내뱉은 말에 아레스의 동공이 흔들렸다. 이윽고 로이 에버모어를 쳐다보았다.


그 시선에 로이 에버모어는 난처한 듯 고개를 돌렸다.


“···아무튼 내 결론은 네가 사기꾼이라는 것이다.”

“결국 저를 믿지 못해서 그렇다는 것이군요.”


요약하자면 그랬다. 아레스는 말이 너무 많았다.


“하지만 로이 도련님께서 이미 결정을 내리신 일이라면 가문의 가신인 내가 거부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어쨌거나 자신은 가문의 가신, 주인의 위신을 생각한다는 뜻이었다.


“그래서 결론은 뭡니까.”

“건방진 놈.”


아레스는 검을 위에서 아래로 내리친다. 슈웅. 종이 한 장 차이로 닿지 않고 그대로 바닥에 박힌다.


“그러니 네놈의 실체를 내가 직접 밝혀주도록 하겠다.”


결론적으로 결국 주인의 의사에 반하겠다는 것이 아닌가?


‘역시 무식한 기사 놈들이로군.’


그 직후 아레스가 한계에 도달할 때까지 공기를 들이마셨다. 폐 끝까지 찰 때 그는 공기를 내뱉으며 외쳤다.


“나는 에버모어가의 수석 기사 아레스다. 유진 너에게 결투를 신청한다!!!”


훈련장을 넘어 성 내부가 울릴 정도의 외침이었다.


***


결투.


기술의 교류나 개인의 기량을 높이기 위한 대련과는 사뭇 다르다. 


결투는 원한이나 모욕, 혹은 개인의 명예를 위해서 서로의 목숨을 내걸고 승패를 벌인다.


그 때문에 실제로 결투 중에 죽는 경우도 적지 않다.


‘아니 오히려 대부분 한 쪽은 무조건 죽지.’


그때 방해되지 않게 훈련하던 병사들을 한군데로 모아 놓은 후 아레스가 말했다.


“이번 마물 토벌하기 위해서 필요한 건 힘, 압도적인 무력. 그렇다면 나를 이기지 못하는 넌 쓸모가 없도다!”


유진보다는 보고 있는 로이 에버모어와 병사들을 납득시키는 듯한 말이었다.


“그러니 너의 쓸모를 나에게 증명하라!”


솔직한 심정으론 몹시 귀찮았다. 그러나 피할 수는 없겠지. 


‘이 기회에 서열을 정리해야겠군.’


마침 상대는 가문의 수석 기사, 자작가의 제일가는 기사다.


“로이 도련님은 돌아가셔도 됩니다!”


아레스 자신의 부탁은 아까 끝났다. 굳이 자작의 대리로 바쁜 로이 에버모어가 있을 필요는 없었다.


또한 지금부터 일어나는 건 간 크게 귀족을 농락한 사기꾼에게 가하는 일방적인 폭력이다. 그 과정이 보기 좋을리는 없다.


“아니. 나도 구경하고 싶어서 말이지.”

“별로 재밌지는 않을 겁니다.”


하지만 로이 에버모어는 그저 웃으며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곧바로 아레스는 시선을 돌려 유진을 바라보았다.


“자, 받아라.”


휘리릭. 유진은 허공에 날아온 진검을 가볍게 낚아챘다.


“그런데 그걸로 되겠느냐?”


가볍게 몸을 풀던 유진이 물음에 고개를 돌렸다.


“무장이 그걸로 되겠느냔 말이다.”


아레스가 본 유진의 복장은 너무 허술했다. 그저 평소 입던 차림에 그저 완갑을 하나 끼고 있었다.


하물며 그 흔한 가죽 갑옷도 입고 있지 않았다. 기사를 상대로 하는 결투에 너무나도 가볍기 그지없다. 


저러면 자신의 검기에 순식간에 베일 것이다.


“그럼 아레스 경이야말로 입으시죠.”


하지만 유진은 오히려 아레스를 걱정했다. 그 말에 아레스가 가소로운 듯 웃었다.


“하하하! 이제는 네가 나를 걱정하는구나.”


물론 팔에 완갑이라도 낀 유진과 다르게 아레스는 정말로 아무런 무장도 없었다.


심지어 상의는 벗고 있어 근육의 형태가 다 보일 정도였다.


“다칠 텐데 말이죠.”


오히려 상대방이 자신을 우습게 여기고 있었다.


“필요 없으니 덤비거라.”


그 말에 빈정이 상한 아레스는 곧바로 자세를 잡았다.


“흐음. 그런데 정말 괜찮으시겠습니다?”


유진이 한 마디 내뱉을 때마다, 자꾸 신경이 거슬린다.


“무엇이 말이냐!”


그리고 이번엔 역대 최고였다. 유진이 주변을 둘러보다 피식 웃었다.


“이 많은 인원 앞에서 추태를 겪으실 텐데 말이죠.”

“···!!!”


아레스의 안광이 불타올랐다.


***


“누가 이길 것 같냐.”


전투가 일어나기 직전, 자작가의 병사들이 자기들끼리 내기를 걸고 있었다.


“당연히 아레스 경 아니냐.”

“그런가?”


그들이 아는 아레스는 괴팍하지만 자작가에서 가장 강한 실력자다. 아니라면 수석 기사 자리를 얻지 못했으리라.


또한 대련할 때마다 모두 무참히 깨졌으니 모를 수가 없었다.


‘괴물이지.’


검기를 다루는 기사는 자신들과는 차원이 다르다는 걸 병사들 모두 느끼고 있었다.


그에 반해-.


“재는 도대체 뭐냐.”

“잡일 하는 가신 아니었어?”

“아니 노예라는 데?”


그 상대역인 유진은 노예였다. 병사들 사이 의문만이 맴돌았다. 


“그런데 둘이 왜 결투를 벌이는지 자세히 아는 사람 있어?”

“그건 내가 알려주겠네.”


그때 병사들 뒤편에서 누군가가 대답했다. 


“유진을 토벌대의 대장으로 임명한 사실이 아레스 경의 자존심을 건드린 모양일세.”


답을 알려준 자는 고용주인 로이 에버모어였다.


“어어···도련님께서 직접 말이십니까?”


로이 에버모어는 대답 대신 그저 고개를 끄덕였다.


‘들어도 이해 못 하겠는데.’


그러나 병사의 의문은 오히려 더 심해졌다. 수석 기사인 아레스를 내버려 두고, 굳이 왜 노예에게 토벌대 대장의 자리를?


“재 진짜 죽는 거 아닙니까?”


한 병사가 유진을 걱정하듯 말했다. 


그들은 수석 기사인 아레스보다 유진이 더 좋았다. 물론 아레스가 고강도로 훈련을 시켜서 그런 것도 있지만.


‘내 방을 깨끗이 청소해줬지.’


유진은 자신들의 생활을 직접적으로 도와주는 존재다. 


‘다른 가신들보다 훨씬 잘하던데.’


그런 그가 해를 입는 걸 딱히 보고 싶지 않았다. 그러자 로이 에버모어는 고개를 절레절레 돌렸다.


“아마 내 예상대로라면 재밌는 걸 볼 수 있을 걸세.”


병사의 걱정에도 만무하고 한 채 결투는 시작되었다.


***


처음은 아레스의 선공이었다. 빠른 쾌검이 유진을 덮쳤다. 그러나 한 끗 차이로 맞지 않았다.


“오오!”


병사들 중 저걸 피할 거라 예상한 자는 아무도 없었다. 


“이 놈이!”


한 번 이어진 검무는 끝이 날 줄 몰랐다. 그러나 닿지 않았다.


“잘 피하는데!”


병사들이 감탄하며 외쳤다. 물론 아슬아슬하긴 하지만 그래도 기사의 검을 피하고 있는 게 아닌가!


설령 죽지는 않더라도, 분명 금방 병상으로 실려 가리라 생각했는데 몹시 놀라웠다. 


그러나 그런 병사들과 다르게 로이 에버모어는 입을 다물었다.


‘모두 보고 있다.’


그저 성이나 지키면서 적당히 훈련하는 병사들과는 다르게 아레스에게 직접 무예를 배운 그이기에 알 수 있었다.


‘봐주고 있는 건 아니다.’


급소를 노리진 않지만, 아레스는 분명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 절대 봐주는 게 아니다.


그러나 유진은 그저 묵묵히 아레스의 검을 피하거나 맞받아치고 있었다.


덕분에 나름 팽팽한 구도가 이어지고 있었다. 그때였다. 


“끝입니다.”


유진의 단언 이후, 믿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


“···들어 올 생각이 없느냐!”


미친 듯이 검을 놀리며 호흡을 빠르게 내뱉고 마시는 아레스. 그와 달리 유진은 큰 변화가 없었다.


‘제법 하는구나!’


상대의 기본기가 예상외로 탄탄하다. 그래서 뚫기가 쉽지 않았다.


물론 검기를 쓴다면 검을 부러뜨릴 수 있겠으나, 그건 자존심이 달린 문제였다.


오로지 검술로 적을 꺾는다. 그게 아레스의 소신이었다.


“끝입니다.”


그 말 직후, 아레스는 유진에게서 압도적인 위압감을 받았다.


‘위험하다.’


이성보다 본능이 먼저 반응했다. 푸른 검기가 아레스의 검을 뒤덮는다. 


본능이 이끄는 대로 아레스는 유진을 향해 즉시 검격을 날렸다. 


그러나 목에 닿기 직전까지 유진은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안 피하는가!’


물론 결투라고는 했으나 죽일 생각까진 없었다. 그저 실체를 밝히려고 했을 뿐이다.


그 과정에서 당연히 부상을 입겠지만, 기사인 아레스의 관점에선 죽지만 않으면 된다 생각했다. 


‘멈출 수 없다!’


하지만 이미 검은 관성대로 움직이고 있었다.


그러나-.


무신류 제 1식-환몽(幻夢)


***


쩌저적.


검이 그대로 부서진다. 무신류를 쓴 반작용이었다. 연무장에 허접한 검으로는 도저히 버틸 수 없는 충격이다.


또한 더 이상 공세를 이어갈 수 없다. 이대로 검격이 오면 피하는 수밖에 없다.


그러나 아레스는 그저 멍하니 이쪽을 바라볼 뿐이다.


“···이게 무슨.”


쩌적.


왜냐하면 아레스의 칼 또한 유리처럼 부서져 버렸기 때문이다. 또한 상반신에는 푸른 멍이 대각선으로 새겨져 있었다.


그러나 피 한 방울 나오는 일이 없었다. 신기에 가까운 묘기였다.


‘아슬아슬했군.’


원래는 검만을 부수려 했으나, 예상외로 아레스의 반응이 좋았다. 


전체적인 신체 능력 자체는 악마교의 사도 이올보다는 아래이나 테크닉 자체는 한 수 위라고 볼 수있다. 


그래서 약간 제어에 실패했다. 


‘어지간한 평기사는 이기겠어.‘


토벌대의 일원으로 합격점을 줄 만했다.


“더 하실 겁니까?”


유진이 물었다. 아레스는 침묵 속에서 산산조각 난 검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곧 입을 열었다.


“···아니 내가 졌네.”


***


이변이 일어난 경기 결과를 뒤로한 채, 연무장 밖을 나선 유진을 뒤에 따라온 자가 있었다.


“멋진 승부였네.”


바로 로이 에버모어였다.


“나름 쓸만하더군요.”


아레스에게 내리는 평가였다.


“가문의 수석 기사한테 그 정도 평가라니 섭섭하군.”

“딱 그 정도니까요.”


가문의 수석 기사가 혹평을 들었음에도 로이 에버모어는 그저 슬며시 웃을 뿐이었다.


“그런데 자네···아직 안 보여준 게 있지 않나?”


로이 에버모어가 유진의 검을 가리켰다.


“난 그게 궁금하다네.”


곧바로 로이 에버모어의 뜻을 알아들은 유진이 슬며시 검을 꺼낸 후, 곧바로 납도 했다.


“이거 말입니까?”


그러나 로이 에버모어는 확실히 보았다.


불과 일 초도 안 되는 찰나였으나, 푸른 검기가 다른 형태로 변했다.


그러니 그것만으로 충분했다.


‘···검강(劍罡).’


로이 에버모어는 속으로 경악을 금치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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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신앙 24.09.09 54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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