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혼한 북부대공의 데릴사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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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반한그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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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04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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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6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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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냥

DUMMY




짐승만이 다니는 숲속.


무신류 제 1식-환몽(幻夢)


유진이 근처 바위에다 무신류를 날렸다. 쩍. 경쾌한 소리와 함께 바위가 두 동강이 난다.


유진은 무신류를 쓴 직후 가만히 눈을 감았다. 신체에서 보내는 신호를 하나도 빠짐없이 느끼기 위해서였다.


‘몇 번 정돈 괜찮겠어.’


무신류를 쓰고 난 다음에 반동이 전보다 훨씬 줄었다. 악마교 놈들과 싸운 이후보다 육신이 훨씬 강인해졌기 때문이리라. 


‘아니. 되찾고 있다 해야 맞겠군.’


과거 무신의 제자로 구르면서 만든 신체에 빠르게 도달하고 있었다. 거기엔 이번에 먹은 라바나의 심장도 큰 역할을 했다.


이대로 무사히 수련에 매진한다면 과거보다 더 강해질 것이다.


‘주인공과 나란히 설 정도면 된다.’


전 인류 최강인 무신(武神)의 경지까지 오를 필요는 없다. 물론 거기까지 올라갈 수 있을 자신도 없었다.


‘칼질 한 번에 바다를 가르니 원.’


도저히 그 수준까지 도달할지는 장담하지 못하겠다. 원작 주인공도 그 정도 경지까지는 오르지 못했다. 그리고 굳이 세계 최강이 될 필요는 없다.


‘악신만 죽이면 된다.’


그렇다면 인류는 멸망에서 구원 될 것이고 자신은 살아남을 것이다. 다만 그 과정을 이겨내기 위해선 지금보다는 강해질 필요성이 있었다.


유진의 한쪽 눈이 서서히 붉게 물들었다. 그러더니 이윽고 완전한 역안으로 변모했다.


악마는 검은색.

악마 추종자나 숭배자는 붉은색.

악마와 관련이 없는 자는 하얀 색.


마라를 보는 혜안(慧眼)


악마와 관련된 자를 구별 할 수 있는 유진만이 지닌 권능. 


‘새삼 억울하군.’


악마와 관련된 자를 구분, 악마와 관련된 죽은 자의 기억을 확인, 악마의 힘을 정화하고 흡수. 심지어 지금은 아직 봉인되어 있는 다른 능력도 있었다.


오히려 자신보다는 이 눈에 악마 사냥꾼이라는 별칭을 붙여줘야 하지 않을까.


물론 이 정도로 뛰어난 권능이긴 하지만 한계와 부작용도 존재했다.


‘마를 흡수하면 할 수록 점점 악(悪)해지지.’


아무리 악마의 힘을 정화하고 흡수한다 하더라도 본질은 악한 힘이다. 영향이 없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파괴본능, 자만, 시기, 질투, 원망, 분노, 절망, 증오, 욕망, 권태, 불쾌, 불안, 두려움, 잔혹, 혼돈, 기만, 광기. 


크고 작음의 차이만 있을 뿐 악마와 계약한 자들이 겪는 공통적인 부작용이다.


이 모든 부정의 감정들은 유진의 그저 정신력으로 버티고 있었다.


‘직접적인 계약자만큼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평범한 이였으면 진작에 미쳐버렸으리라. 또한 먹어 치우면 치울수록, 흡수한 악마의 격이 높으면 높을수록 더욱 더 반발은 심해진다.


그래서 유진은 항상 정신을 단단히 잡고 있었다.


‘악마 따위에게 질 수는 없지.’


극복할 수 있는 기본적인 해결책은 한 가지다. 정신과 신체를 확고히 만들어 악마 따위가 침범할 틈을 만들지 않는 것.


아이러니하게도 그 과정에서 악마의 힘이 필요했다.


유진의 혜안이 더욱 활발히 날뛰기 시작했다. 그러자 육신 내부에서 떠돌아다니는 기운이 느껴졌다.


‘사도를 죽이고 얻은 힘.’


유진은 이걸 활용해서 역안의 잠겨진 능력의 봉인을 하나 풀 생각이다. 


‘해제.’ 


혜안이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


일을 마치고 자작가로 돌아가는 와중 유진은 부서진 검을 내버렸다. 


“쯧.”


바위를 가른 직후, 검도 같이 산산조각이 났기 때문이다.


‘뭐가 좋은 검이라는 건지.’


아레스와 결투가 끝난 이후, 마땅한 검이 없는 유진에게 로이 에버모어가 검을 선물했다.


‘가문에 있는 검 중 가장 튼튼하다라···.’


그런데 유진에겐 싸구려 검이랑 별반 다를 게 없었다. 어차피 기술 한 번 쓰면 부서지면 똑같기 때문이다.


“드워프제를 바란 건 아니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는 품질이 괜찮아야 할 게 아닌가. 이대로면 제 기량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한다. 


“실례합니다. 혹시 유진님이신가요?”


쿠과광.


폭풍같은 바람이 머리 위에서 내리친다. 유진은 반사적으로 손을 올리고 고개를 들었다.


원래라면 낯선 이에게서 방심하는 경우는 없다. 상대가 저런 이상한 고글을 쓰고 있다고 해도 말이다.


심지어 야만인을 뛰어넘는 거대한 거체, 인간으로선 도저히 저기까지 자랄 수 없는 마물에 비견될 정도의 크기다.


또한 강철도 쉽게 부서트릴 것 같은 날카로운 부리와 발톱. 모두 위협적이다.


“조인(鳥人)이 무슨 일이지.”


그러나 등 뒤에 날개 한 쌍을 확인한 후 유진은 경계심을 풀었다.


“집배원 칸이라고 합니다.”


조인들은 대륙 각지를 돌아다니며 우편물을 전달해주는 일을 해주는 대표적인 종족이다.  


“유진님 이름으로 우편물이 왔거든요. 받으시죠.”


칸이 품 안에서 작은 주머니를 꺼냈다. 물론 조인 기준으로 작은 주머니다.


어지간한 사람은 모두 넣을 수 있는 크기였다. 칸은 주머니 속에 손을 넣어 뒤적거리기 시작했다.


“아공간이군.”

“네. 아공간입니다.”


그러자 주머니 속에서 상자 하나를 꺼냈다.


“자. 받으시죠!”


곧바로 칸은 우편물을 유진에게 던졌다. 쿵.


‘묵직하군.’


유진이 상자를 받자마자 느낀 감상은 바로 무게였다. 이 작은 상자가 이렇게 무겁다니. 


“내용물이 뭐지?”

“글쎄요? 거기 편지도 같이 동봉되어 있으니 한번 확인해보세요.”


칸이 유진에게 우편물을 전달한 직후 급하게 시계를 확인했다. 


 “어이쿠. 벌써 시간이. 그럼 저는 가보겠습니다!”


그리고 바삐 날개를 펄럭이며 공중으로 비행했다. 


정신없이 사라진 조인을 바라본 후 유진은 우편물을 열었다.


“···이건.”


안에는 예상치 못한 선물이 포장되어 있었다.


***


“유진. 그 검은 뭐지?”


아레스가 눈을 휘둥그레 뜨며 유진에게 물었다.


“···.”


유진은 대답하지 않았다. 너무나 귀찮았기 때문이다.


요근래 결투 이후부터 아레스는 유진을 따라다니기 시작했다.


하는 핑계로는 대련을 하고 싶어서라는데, 아무래도 말동무가 필요한 노릇이다.


그러나 그것도 하루 이틀이지 매일 계속 쫒아다니니 너무나 성가셨다.


“보시다시피 검입니다.” 


그래서 대충 대답했다. 그러자 아레스가 서운하다는 듯이 말했다.


“우리 사이에 그렇게 성의 없게 말하지 말게나.”


그 말에 유진은 할 말을 잃었다. 아무런 사이도 아닌데 말이야. 


“···흑철로 만든 검입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제대로 된 답을 말해줬다.


대륙에는 여러 철들이 있다. 그중에서도 흑철은 다른 철들과 비교해 묵직한 대신 강도가 뛰어나기로 유명했다.


그래서 쉽게 망가지지 않아, 괴력을 가진 자들이 많은 북부인이나 야만인들이 주로 쓰는 철이었다.


“아니···그걸 어디서 구한 거냔 말일세.” 


그러나 그만큼 구하기도 어렵고, 만들기는 더더욱 어려웠다.


 일단 단단하다 보니 모양을 만드는 과정인 단조에서부터 어려움을 겪으니 말이다.


또한 겨우 단조를 끝내도 연마, 담금질, 다시 연마, 하물며 숫돌을 쓰는 과정까지 모두 손이 많이 간다. 


그래서 만들 수 있는 이도 별로 없어, 값비싼 검 중 하나였다.


“선물 받았습니다.”

“노예인 자네가? 누구한테.”


그저 순수하게 궁금했던 아레스가 물었다.


“있습니다. 높은 분.” 


유진은 편지를 읽을 때를 떠올렸다.


[아리스 반 오르테가]


발신인이 정말 의외의 인물이었다.


‘저번에 루이 에버모어에게서 구해준 보답이라···.’


흑철, 분명 귀한 철이기는 하나, 대상단을 다스리는 오르테가 백작가에겐 분명 어렵지 않은 일이리라. 


‘가끔은 도움이 되는 군.’


이 사태를 만든 루이 에버모어를 향해 하는 말이었다.


***


철컥.


유진이 바닥에 떨어진 마갑을 다시 주워 장착했다.


‘괜찮군.’


라바나의 심장을 먹고 생긴 능력인 냉기 발현이 전보다는 안정되었다.


아직까지 필요할 때 적재적소로 다룰 순 없겠지만, 이 정도만 해도 많은 발전이었다.


아마 몇 달 내로 다룰 수 있지 않을까.


‘이 서적 덕분이지.’


유진은 바닥에 널브러진 책을 바라보았다.


선천적으로 빙결 능력을 타고난 북부 대공의 둘째 딸인 시에나가 작성하고 출판한 책이었다.


그녀의 빙결 능력에 관한 제어와 활용의 노하우가 전부 담겨 있었다.


다만 한 가지 아쉬운 게 있다면, 마법사도 아니고 남자인 유진이 냉기를 다룰 수 있는지는 알 수 없었다.


그래도 책 덕분에 한층 빠르게 냉기를 제어할 수 있는 도움이 되었다. 


“유진. 바쁜가.”


그때 유진에게 누군가 말을 걸었다.


“음? 이 주변은 이상하게 춥군.”


그건 바로 로이 에버모어였다. 추운지 양손으로 양어깨를 꽉 끌어 안았다.


“무슨 일 있으십니까.”


유진은 로이 에버모어의 표정을 읽었다. 마치 자신이 믿던 악마를 눈앞에서 죽였을 때 절망한 교단의 신도들과 약간 비슷했다.


“실종자가 더 늘었네···.”

“그렇군요.”


은유적으로 말하긴 했으나, 시체를 수습하지 못했을 뿐 실종은 죽음을 의미한다.


“원인은?”

“이번에도 마물이라네.”


생각보다 영악한 놈이었다. 


“그래도 다시 흔적을 발견했네.”


그래도 꼬리가 길면 언젠가는 잡히는 법이었다. 유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토벌대가 활약할 시간이로군요.”

“그렇다네. 내일 해가 뜨는 순간 바로 출정하게나.”


***


바로 다음 날 토벌 결행 당일이 되었다.


오와 열을 갖춘 병사들이 모두 한곳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바로 자신들의 주인인 로이 에버모어를 말이다.


“제군들에게 묻겠다.”


뭉쳐 있는 토벌대를 보며 로이 에버모어가 입을 열었다.


“그대들은 지금 무엇을 죽이러 가는가.”

“적입니다!”


병사들 사이에서 용맹한 대답이 터져 나왔다. 하지만 만족스럽지 않다는 듯 로이 에버모어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다.”


주인의 부정에 병사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반응들을 무시한 채 로이 에버모어는 자신의 할 말을 이었다.


“적을 죽인다는 거창한 말은 전쟁에서나 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이 상황에서는 맞지 않는다.


“마물은 그저 거대한 맹수에 불가하다.”


로이 에버모가 덧붙이듯 말했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적절한 말은 무엇인가.”


로이 에버모어가 유진을 슬쩍 바라보았다. 힘을 보태달라는 무언의 표시였다. 뜻을 알아차린 유진은 단상 앞까지 뚜벅뚜벅 걸어 나왔다.


“바로 사냥입니다.”


그 말에 로이 에버모어가 슬며시 웃었다.


“그렇다. 우리들은 지금 사냥을 하러 나가는 것이다.”


생사를 건 전투와 달리 사냥은 그저 유희의 일종, 그 뜻을 알아차린 병사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사냥감을 잡아 유린할 뿐이다. 내 말이 틀렸는가?!”

“아닙니다!”

“그래. 고작 그런 유희일 뿐이다. 하지만 그런 놀이가 끝난 다음에는 금은보화가 그대들을 기다리고 있다네.”


토벌이 끝난 후 로이 에버모어는 확실한 보상을 줄 것을 무언으로 병사들에게 약속한 것이나 다름없다.


그 때문에 병사들의 심장 소리가 커졌다.


“전군. 출격하라!”


로이 에버모어의 마지막 말에 병사들의 함성이 울려 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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