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혼한 북부대공의 데릴사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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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반한그릇
작품등록일 :
2024.09.04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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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8 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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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5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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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전쟁

DUMMY




“쯧쯧.”


유진이 전장을 바라보곤 혀를 찼다. 


“적을 죽여라!”

“한 놈도 살려두지 마라!”

“으아아 나는 살려다오!”


그럴 수밖에 없었다. 멀리선 지켜본 병사들은 오합지졸이나 다름없었다.


아주 개판 그 자체였다. 


“이거야 원 출세를 한 의미가 없군.”


현재 볼카누스 제국은 현재 마족과 인류 생사를 건 최후의 전쟁을 벌이고 있다.


그리고 유진은 그런 제국군을 황제를 대신해 지휘하고 있는 총사령관이었다.


“총사령관님!”


그때 저 멀리서 한 인영이 다가왔다. 손에는 눈높이 이상으로 쌓인 종이 뭉치를 들고 있었다.


“부관.”


바로 유진의 부하였다. 


“무슨 일이지?”


결제가 필요한 서류들은 이미 당일에 처리해놓고 왔다.


“적군의 대략적인 전력을 파악해왔습니다!”

“벌써? 자네는 유능하군.”


전쟁이 벌어진 지 얼마나 됐다고 아주 빠르게 분석해왔다. 차라라락! 유진은 부하가 넘긴 자료를 빠르게 흩어봤다. 


종이를 보자마자 넘길 정도의 빠른 속독.


군 지휘를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생긴 쓰잘머리 없는 능력이었다. 


“흐음.”


자료를 다 읽은 유진은 짧은 감상평을 남겼다.


“하하. 답이 없군.”


부관이 분석해온 자료를 보았을 때 제국군과 마족군의 전력 차이는 상상이었다. 


아마 전쟁의 신이 오더라도 이 전력 차는 뒤집을 수 없다.


“부관. 묻고 싶은 게 있네.”

“네. 총사령관님!”


유진이 부관에게 질문을 던졌다.


“자네가 보기에는 버틸 수 있겠는가?”


이런 고급자료를 분석하고 정리하여 만든 유능한 부하다.


혹시나 다른 결과를 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심정으로 물었다.


“어···.”

“···아니 됐네. 반응이 너무 솔직하지 않나.”

“어어? 티가 납니까?!”


부관의 대답에 유진은 참으로 어이가 없었다. 저렇게 대놓고 표가 나는데 정말 모르리라 생각하는 건가? 


“자네는 어디 가서 도박은 하지 말게나.”


유진은 부관에게 진지한 조언을 건넸다. 


“괜찮습니다! 어차피 전쟁 중에 도박장은 금지 아닙니까!”


원래 세상이 개판일수록 더더욱 활개를 치는 분야가 있다. 도박장은 그런 유형이었다. 그 사실을 알고 있는 유진은 그냥 입을 다물었다.


‘그나저나 더는 무리군.’


유진이 망할 소설에 빙의된 지도 벌써 수십 년이 흘렀다. 


한 껏 발버둥을 쳐가며 세계를 구해보려 했다. 하지만 더 이상은 한계다. 깨끗이 포기하는 게 신상에 이로울 지경이다.


“도대체 나를 왜 보냈는 지 원.”

“네?”


부하가 눈치 없이 답했다.


“부관. 자네에게 말한 게 아닐세. 전략 분석이나 더 하게나.”

“네넵!”


이 세계는 흑막이라 할 수 있는 존재들은 너무나 강대하다. 그런데 인간들끼리는 단합이 안 된다. 아주 절망적인 식재료들로 만들어진 맛 없는 요리나 다름없다.


그러나 거기까지는 견딜 수 있었다.


요리가 맛없으면 버리고 다시 만들면 되고, 들어가는 식자재가 안 좋으면 다른 걸로 교체하면 된다.


‘구(舊)유진. 너도 참.’ 


하지만 유진이 참을 수 있는 지경마저 넘어간 게 있었다.


전 육신의 주인은 유진과 같은 부분이 많았다.


이름, 체형, 외모 하물며 사소한 흉터 자국까지 말이다. 마치 자신을 본떠 만든 인물이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그래서 친밀감으로 앞에 성까지 붙여주었다.


‘···그런데 환관(宦官)은 좀 아니지 않나?’


하지만 구유진과 유진은 결정적인 부분이 달랐다.


‘남자도···여자도 아니라니 참.’


자고 일어났더니 남성성이 아예 사라져 있던 것이다. 그때의 절망은 정말 겪어보지 않는 이상 그 누구도 알 수 없을 것이다.


그런 고통 덕분인지 이후에 일어날 일들을 그나마 버틸 수 있었다.


다만- 


‘이안환안(以眼還眼),이아환아(以牙還牙)’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고 하였다.


그러나 원인 제공자에게 한 방 돌려주는 걸 유진은 잊지 않았다. 


비록 빙의 되면서 구유진의 기억과 성정을 물려받아, 어느 정도 성격이 누그러지긴 했으나 그럼에도 자신은 자신이었다.


소신이나 가치관은 전혀 변치 않은 것이다.


‘그래도 일단은 넘어갈 수밖에.’


어쩔 수 없었다.


일단은 복수보단 생존이 먼저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환관 일을 그만둔 후에도 꾸준히 영향력을 넓혀갔다.


왜냐하면.


유진은 품 안에서 허름한 수첩을 꺼내 읽었다.


[악신은 세계를 멸망시키려 한다]


오래되어 희미한 기억 속, 알고 있는 모든 것을 이곳에 적어놓았다. 한글로 적혀 있어 오직 자신밖에 읽지 못하는 일종의 암호문이다. 


사락-


[하지만 주인공이 막는다]


유진은 다음 장으로 넘어갔다.


그렇다. 대부분의 소설이 그렇듯 끝판왕으로부터 주인공은 세계를 지켜낸다. 그건 여기서도 다를 바 없었다.


유진이 알기로는 주인공은 우여곡절 끝에 악신을 죽이고 세상을 구원하는 데 성공해낸다.


그런데 웬걸.


“주인공이 먼저 죽으면 어떡하나.”

“네?”


옆에서 부관이 되물었다.


“···자네는 딴 데 가서 좀 일하게나.”

“아 넵 알겠습니다!”


부관이 자리를 떠났다. 


“유진!”


맑고 청아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째 상념에 잠길 틈이 없었다. 슬쩍 옆을 바라보니 전장과 어울리지 않는 고아한 옷을 입은 여자가 서 있다. 


“음? 일렌시아가 아닌가.”


바로 유진의 전 약혼자이자 북부 대공의 딸인 일렌시아였다.


“무슨 일이지?”


북부에 있어야 할 그녀가 왜 온 건지 유진은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아하~ 그렇군.”


그리고 금세 결론을 내렸다.


“뭘 그렇게 다 안다는 듯이 반응하시나요.”

“그렇다면 한 번 맞춰보겠네.”

“···말장난을!”


유진은 슬며시 웃으며 말했다.


“내 추측이 맞다면 지금 북부에 도움이 필요하지 않나?”

“···”

“그러면 그런 태도를 보이는 게 좋을 게 없을텐데.”

“···정말 잘 나셨네요.”


일렌시아는 그 모습을 보고 혀를 내둘렀다.


정말로 눈치가 빠른 남자다. 과연 황자의 스승이라는 자리도 혓바닥으로 얻었다고 할 법 했다.


‘무신님의 제자도 그렇게 됬겠지.’


유진은 일렌시아 자신과 파혼한 후 황실의 환관을 그만두었다. 그리고 얼마 안 있어 무신의 제자가 되었다. 


그리고 얼마 안 있어 지금은 사라진 무신의 뒤를 이어 제국의 전 병력을 다스리는 총사령관이 되었다.


‘···총사령관의 자리를 얻기 위해 무신을 죽였다는 소문이 있어.’


원체 헛소문이 난무하는 사교계에서 나온 말이라 확실하진 않지만, 일렌시아는 그 말을 믿고 있었다.


왜냐하면 그동안 봐온 유진은 충분히 그럴법한 인물이었으니 말이다. 자신이 내린 결단에 주저함이 없고 항상 냉정한 자다.


아마 정이라곤 없겠지.


“자. 그래서 내가 맞췄나?”


그 말에 일렌시아가 질렸다는 듯 유진을 쳐다보았다.


“그래요. 도와주세요.”

“더 자세하게 말하게. 아니면 모르지 않겠나.”

“···북부에 병력을 더 충원해주세요.”


마족의 병력은 전 대륙에 퍼져 있었다. 어느 한 곳에 집중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다. 


“흐음. 자네가 그렇게 말할 정도니 정말 급하긴 한 가 보군.” 


그리고 그중에서도 가장 많은 적군이 밀집된 곳은 바로 북부였다.


“네. 볼카누스 제국도 북부 전선이 뚫리면 더 이상 마족을 막을 수 없다는 걸 알지 않습니까.” 


비록 북부를 제외한 곳에서도 전쟁은 일어나고 있으나, 그나마 수문장 역할을 하고 있는 북부가 뚫리면 더더욱 마족들의 기세가 치솓을 것이다.


“흠. 그렇지.”

“그러니 빨리 지원을 부탁드려요. 오래는 못 버틸 거에요.”


초인이라 할 수 있는 북부 대공이 북부에 거주하고 있지만, 끝도 없이 밀려드는 물량 앞에서는 답이 없다.


그 사실을 유진도, 일렌시아도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안 도울 수가 없죠.’


북부가 뚫리면 그대로 제국도 망한다. 절대 거부할 수 없는···절대 거절 할 리 없는 합리적인 제안이다. 


“좋아. 사정은 알겠네. 하지만 안 되네.”


그러나 유진의 대답은 뜻밖이었다.


“···네?”


또한 단호했다.


“다시 한번 말하지. 지원요청은 거절하겠네.”

“지금 장난하시는 건가요?”

“아니, 아니. 나는 언제나 진심이라네.”


사실은 이미 독자적으로 판단을 끝마쳤다. 한 번 기울기 시작한 저울이 다시 반등 할 일은 없다. 그것이 유진이 내린 결론이다.


‘주인공이 없으니 말이야.’


설령 운이 좋아 마족의 병력을 막더라도 주인공이 없으면 의미가 없다.


‘악신을 막을 수 가 방도가 없다.’


오직 주인공이 지닌 권능만이 악신을 죽을 수 있다.


그러니 한껏 발버둥을 쳐봤자, 부정적인 결과만이 점점 더 확고하게 다가올 것이다.


하지만 그 사실을 모르는 일렌시아는 다른 쪽으로 생각을 돌렸다.


“···설마 아직까지도 그때의 일을 마음에 담아두신 겁니까?”

“음?”


그 일이라? 아하. 파혼에 관한 소리인가 보군. 


“그런 개인적인 감정으로 공사를 다루지 마세요!”

“···.”


하지만 유진은 설명하기 귀찮아서 그냥 입을 다물었다. 이해시키기도 어렵고 힘이 든다.


어차피 모두 지난 일이 될 것이다.


“빨리 확언하세요. 북부를 돕겠다고!”


폭주하는 일렌시아를 본 유진은 결단을 내렸다.


“쯧. 이거 안 되겠군. 부관 이리 와 보게!”


유진의 부름에 부관이 빠르게 다가왔다.


“총사령관님. 부르셨습니까!”

“이 여인을 밖으로 끌고 가게나.”


그 말에 부관은 잠시 유진과 일렌시아를 번갈아 쳐다보았다.


“뭐하나.”


유진의 단호한 말투에 부관이 허겁지겁 몸을 움직였다.


“어···이러시면 안 됩니다.”

“유진! 정말 이러실 겁니까!”


시야에 밖으로 사라져 가는 일렌시아를 유진은 가만히 쳐다보았다.


***


아무도 없는 개인 천막에서 유진은 좀 전에 일을 회상했다.


“일렌시아. 아마 자네가 걱정하는 일은 없을 걸세.”


유진이 검집에서 검을 뽑았다. 영롱한 빛깔을 뿜어내고 있다. 작은 단검이라 잘 쓰진 않지만 명검이다.


검을 보고 있으면 자연스럽게 과거가 떠오른다.


‘많이 죽였지.’


유진이 직접 전장에 나간 건 얼마 되지 않지만, 그럼에도 죽인 마족의 수는 셀 수 없을 지경이었다. 


‘아르테아만큼은 아니겠군.’


아르테아 폰 로드나.


‘다시 한번 보고 싶군.’


전 인류최강이라 불리던 무신이자 지금은 사라진 유진의 스승이다. 


그녀가 떠나기 준 선물을 유진은 머릿속에서 되뇌이고 있었다.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고.’


딱 한 번이지만 세계를 되돌릴 수 있다. 아르테아는 그렇게 말했다.


그리고 그 계기는 바로-


“···.” 


유진은 검을 역수로 들었다. 그리고 그대로 자신의 심장을 찔렀다. 단검이기에 가능한 행위였다. 


“바로 나의 죽음.”


···검에 흐르는 검강이 심장을 완벽히 파괴했다. 살아날 방도는 이제 아무것도 없다. 


“···음. 아프군. ”


아마 곧 죽을 것이다.


흐려지는 감각 속에서 유진은 다시 떠올렸다.


‘주인공을 살린다.’


절대로 자신의 목적을 잊지 않겠다는 듯이 말이다.


시야가 완전히 암전되었다.


***


“···여긴.”


몽롱했던 유진의 정신이 또렷해졌다.


“싫습니다.”

“어허! 어디 평민이 이 에버모어령을 다스리는 자작가의 차남, 이 루이 에버모어를 거부하느냐?!”


돼지를 닮은 차남이 여자에게 치근덕거리고 있었다.


‘에버모어가···.’


너무나 익숙한 이름.


모를 수가 없었다. 바로 어린 시절 구유진이 노예로 팔린 가문이자 이 지역을 다스리는 영주 일가. 


‘기억이 떠오르는군.’


자작 가문이 모종의 사건으로 망하고 나서야 구유진은 자유를 찾았다.


‘···잠시만 그렇다면 저 여자는.’


아리스 반 오르테가인가.


과거 자작가가 망하기 전까지 몹시 어려운 시기가 있었다.


그 발단은 바로 멍청한 자작가의 차남이 오르테가 백작의 딸을 건드려서. 딸을 극도로 아끼는 백작은 그 일을 듣고 분노해, 에버모어가의 거래처를 모조리 끊어버렸다.


대상단을 다스리는 백작만이 할 수 있는 제일 커다란 처벌이었다.


그리고 그 여파는 노예인 구유진에게까지 찾아왔다. 


‘막아야 한다.’


하루 두 끼에 식사가 한 끼로 준 건 물론이고 식사의 질도 떨어졌다.


어떨 때는 자급자족으로 해결해야 했다. 또한 노동시간이 배로 늘어난 건 별로 놀랍지도 않았다.


그 꼴을 직접 겪을 생각은 없었다.


“···안되겠군요.”


아리스 반 오르테가가 표정을 찡그렸다. 누가 봐도 폭발하기 직전의 상태였다. 


“허어? 그렇다면 네가 뭘 할 수 있느냐!”


아리스 반 오르테가의 정체를 모르는 루이 에버모어가 호기롭게 외쳤다. 그렇기에 유진은 움직였다.


“이렇게 하지.”

“···?”


루이 에버모어가 뒤를 돌아보려 했다. 하지만 유진의 손속이 더 빨랐다.


“자고 있도록.”


유진은 차남의 뒤통수를 그대로 후려쳤다.


“꾸에엑!”


돼지를 닮은 루이 에버모어의 비명이 온 사방으로 울려 퍼졌다.


“···어?”


그 광경을 아리스 반 오르테가는 멍하니 쳐다볼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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