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를 죽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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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우(必遇)
그림/삽화
17시 50분 연재
작품등록일 :
2024.09.04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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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8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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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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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손놈

DUMMY

16.




저 멀리 이현을 보자마자 손잡이를 던졌다.

정확히 이현과 블랙 오크의 사이에 손잡이가 위치하게 되는 그 순간.


“텔레포테이션.”


슉─


세상이 반전하고, 눈앞에 거대한 주먹 하나가 들어온다.


‘터져라.’


퍼어엉─!


제로 거리에 가까웠던 오크의 주먹이 하늘 높이 들렸다.

불에 탄 듯한 화상이 보였다.

이쪽도 바로 앞에서 대기를 터트린 것이라 멀쩡하진 않았다.


‘크흐, 얼얼하네.’


그래도 폭발의 여파를 초능력으로 흘려냈기에 피해가 크지는 않았다.


“괜찮냐?”

“······하하 보면 모르겠나요.”


온몸에 울긋불긋한 혈관이 나 있었다.

이현만이 알고 있는 무슨 수를 쓴 거겠지.

아무튼 정상적인 모습은 아니었다.


“치료할 수 있겠냐?”


이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레벨업으로 스탯 올려서 어떻게든······.”


일단은 눈앞의 오크를 잡아야 한다는 말이었다.


“좋았어.”


퉁─ 퉁─


발목을 두어 번 돌리고는 제자리에서 가볍게 점프했다.

손잡이를 허공에 세우고 날을 만들었다.

그리고 회전.


후우우웅─


첫 번째 블랙 오크를 상대할 때보다도 위협적인 모습이었다.

물론 저 녀석들은 그런 사실을 모르겠지만 말이다.


“······크르륵, 그래 봤자··· 2 위계.”

“뭐야 저거. 오크도 약을 하나?”


오크들의 눈이 시뻘겠다.

입에서는 침을 질질 흘리고, 말도 어눌했다.


‘아까 잡은 녀석이랑은 모습이 다른데. 뭐지?’


답은 뒤에서 들려왔다.

몸도 안 좋은 놈이 설명은 하겠다는 건지.

철분 섞인 목소리가 들렸다.


“부랑자··· 특징이에요. 큽··· 자기 차원의 시스템이 망가지고 이쪽 차원의 시스템에 기대고 있으니, 차원을 뺏어야 한다는 본능이 이성을 짓누른 거··· 죠.”

“넌 좀 쉬어라.”


뭘 그런 걸 설명하고 있냐?

다른 사람한테는 최대한 말을 아끼더니만 나만 보면 뭐든 설명해 주려고 한다.


“무겁구먼, 무거워.”


그만큼 이현이 자신을 중요하게 여긴다는 것 아니겠나.

내가 아니라면 둠을 이길 수 없다고 확신하는 것이다.


내가 생각해도 그럴 것 같긴 하다.

이성적인 판단보다는 감이다.


“나쁘지는 않아.”


이런 책임이 있어야 진정한 자유를 누릴 수 있지 않을까.

책임이 무거울수록 내 앞을 막는 것보다는 내 등을 밀어주는 사람이 많아질 테니까.


장애물은 힘으로 치우면 그만이다.

눈앞의 이 녀석들도 마찬가지.


“자, 그럼. 오늘의 마지막 사냥이다.”


이 이상은 몸이 버텨도 정신이 못 버틴다.

벌써 살짝 피곤하다.


“크륵.”


계속 제자리에서 퉁퉁 뛰고 있자, 못 기다리겠다는 듯 동시에 돌진했다.

이걸 기다리고 있었다.


사방에서 들어오는 검은 주먹, 혹은 발길질.


내 무기가 허공에 둥둥 떠 있으니 던질 것이다.

그렇다면 선공을 빼앗기게 되니, 차라리 먼저 공격하자.

뭐 그런 판단이 있던 건가?


그건 오답이다.

그것도 가장 해서는 안 되는 선택지.

애초에 내가 어떻게 이현을 향한 공격을 막았는지 생각해 보면 절대로 해서는 안 될 수였다.


‘이쪽에 있어서는 최선의 선택지였지만.’


“텔레포테이션.”


녀석들의 주먹이 내 몸을 낭자하기 직전.

허공에서 회전하는 칼날과 위치를 전환했다.

그 결과.


카가가가각─!


셋의 주먹이 갈렸고, 하나의 다리가 잘려 나갔다.

끝이 아니었다.

그들의 살을 갈며 힘이 조금은 약해졌지만, 아직은 힘이 남아있다.


오크들은 재빨리 검날로부터 멀어지려 했지만, 늦은 녀석이 하나 있었다.


‘다리가 잘렸으면, 이제 쉬어야지.’


보이지 않는 선을 당기듯, 칼날을 당겼다.


“돌아와라.”


당연히 방향은 기동성이 약화 된 오크였다.

초능력이 담긴 칼날은 오크의 마력을 일부 무시한 채 그대로 녀석의 배를 갈아버렸다.


카가가각─!


툭─!


칼날은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녀석을 등분했다.


【경험치를 획득하였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조건 충족까지 3회.】


남은 오크 셋.

새로 얻은 스탯은 마력에 전부 때려 박았다.


동료의 사망에 이성이 약간은 돌아왔는지.

입을 다물고 이쪽을 노려봤다.

녀석들도 슬슬 내가 평범한 2 위계가 아니라는 걸 깨달은 참이다.


하나는 끝. 나머지 셋은 오른손 내지, 왼손 전투 불가 상태.

그럼에도 이쪽이 열세다.


‘남은 마력은 약 80%.’


텔레포테이션 두 번에 날아오는 과정이 있어 마력이 많이 줄었지만, 레벨업을 통한 마력의 상승으로 어느 정도 상쇄됐다.

그럼에도 여유로운 양은 아니다.


마력만으로 승부를 보기에는 아직도 적다.

마력이 떨어지면 정신력을 쓰면 되지만, 그건 악수다.

써서는 안 되는 수다.


‘정신력을 쓰면 무조건 기절이다.’


나랑 이현이 동시에 기절하면 어떻게 될지는 상상하고 싶지도 않다.

아직 다른 사람을 믿지 못하겠다.


‘상황을 내 통제하에 두려면 최후의 수단은 남겨야 한다.’


그렇기에 최대한 힘을 보존한 채로 이겨야 한다.

남은 오크들의 움직임 하나하나를 눈에 담았다.

발가락끝이 흙을 쓸어내는 형태부터, 근육의 움직임. 호흡의 주기까지 전부 머리에 때려 박았다.


착─!


오크의 피가 묻어 붉어진 칼날을 한 번 털어냈다.


“하나, 둘, 셋···!”


선공은.


‘이쪽이다.’


몸이 앞으로 쏠린 오크.

녀석의 턱 밑에 있는 자갈과 위치를 바꿨다.

곧바로 몸을 일으키며 검을 위로 치켜세웠다.


위치는 턱 아래.


“······!”


푹─!


녀석의 짐승 같은 감이 몸을 살짝 뒤로 빼게 했지만 상관없었다.


‘터져라.’


“쿠허어억─!


녀석의 모든 구멍에서 피가 쏟아졌다.


【경험치를 획득하였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조건 충족까지 2회.】


“괴물 자식···!”


덩치가 큰 오크가 도약했다.

시야가 가려진다. 다른 오크 하나가 그 뒤에 숨어 무언가를 준비한다.


이현, 작은 오크, 큰 오크, 나.

이 순서. 이 말은 곧 이현의 무방비.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수를 꺼냈다.


‘남은 마력 50%.’


“텔레포테이션.”


이현의 옆에 꽂아두었던 철심과 위치를 바꿨다.

동시에 보이는 작은 오크의 등.


‘운도 좋아라.’


큰 오크가 내 시야를 가리는 사이에 이현을 공격하려 한 건가.

아군의 죽음에 이성이 사라지는 현상을 원한 것이다.

자기들처럼.


확실하게 이성이 돌아온 녀석들이었다.


푸욱─!


“어, 어떻게······!”

“잘.”


녀석의 등에 칼을 찔러놓고는 다시금 생각했다.


“멈춰라.”


녀석의 피는 더 이상 움직이지 않는다.

근육에 힘이 들어가지 않을 것이고.

생각을 할 수 없을 것이다.


자동적으로 생명이 유지되는 것도 몇 초.

이 녀석은 끝이다.

남은 건 하나.


‘이제 20%.’


마력이 적다.

이제 텔레포테이션은 못 쓴다.


“크룩······!”


녀석의 눈이 진중하게 변했다.


“크륵··· 분명 1단계에 돌입한 지 하루밖에 안 된 것으로 아는데 이건 무슨 상황이지.”

“그걸 내가 알려줘야 하나?”

“네가 알려줄 이유라··· 크룩. 그래 그런 건 없다.”


오크가 마지막 도약을 준비했다.

녀석과 나 사이의 거리는 약 40m.

단숨에 좁혀질 짧은 거리다.


상상하고 상상한다.

상상하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다.

빈틈을 어떻게 노릴지.


어떤 초능력을 또 사용할지 시뮬레이션을 돌린다.


이윽고, 오크가 발가락에 힘을 주었다.

나도 마력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뛰어야 한다.


이현이 휘말리면 쉽지 않다.

경험치는 공유되었고, 녀석은 레벨업했다.

당연히 스탯을 올렸고, 그때부터는 곧장 벌러덩 누워 눈을 감았다.


‘몸을 재구성해야 한다.’


이 순간에는 그 어떠한 방해도 있어서는 안 된다.

꼭 지금 해야 하나 싶지만.

지금이 아니라면 모든 기혈이 꼬인다니 어쩔 수 없다.


그러니 오크와의 격돌에 녀석을 휘말리게 할 수는 없다.


녀석의 근육이 전과 다르게 움직이는 순간, 뛰었다.

신체 능력은 내가 훨씬 부족하다.

먼저 뛴다고 한들, 녀석에게 반응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내가 생각하는 건 녀석에게 반응하고 신체적인 승리를 가져오는 것이 아니다.

내가 해야 할 건 정정당당한 승부가 아니다.


트릭스터처럼 상대의 눈을 가리고 뒤에서 비수를 찍어야 한다.


“뛰어올라라.”


녀석이 팔을 당기고 내게 정권을 내지르려는 순간.

난 몸을 꺾거나 하지 않았다.

그저 법칙을 조금 위배했다.


순식간에 몸은 허공으로 뛰었다.

이로써 녀석의 주먹은 닿지 않는다.


‘오징어처럼 팔을 꺾지 않는다면 불가능하지.’


녀석의 턴은 끝이다.

이제 내 턴.


오크도 그 사실을 알기에 빠르게 몸을 돌렸다.

하지만, 그건 또 다른 실수를 불렀다.


“내가 언제 검을 휘두른다고 했지?”

“······!”


지금까지 모든 오크를 검으로 해치웠기에 녀석의 머리에는 내가 검을 쓸 거라는 생각이 무의식적으로 박혔다.

이를 이용한다.


녀석의 바닥에 있는 돌멩이가 빠르게, 아주 빠르게 회전한다. 그 속도만큼은 오크의 인지를 뛰어넘을 정도였다.

녀석의 시선이 서서히 아래로 향하려는 순간.

그 찰나의 순간에 돌멩이는 하늘로 솟았다.



이 또한 법칙 따위 개나 줘버린 행위였다.


‘이걸로 남은 마력 0%’


퍼억─!


녀석의 머리가 뒤로 젖혀졌다.

눈의 색이 잠시 하얘진다.


“크웁······!”


오크는 초인적인 정신력으로 1초도 되지 않아 정신을 차렸다.

상관없다.


이 모든 순서는 1초를 벌기 위함이었으니.


【경험치를 획득하였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조건 충족까지 1회.】


피가 통하지 않던 녀석이 고작 1초 차이로 죽었다.

다시 마력에 올인.


마력이 차올랐다.

그 질 또한 함께 상승한다.


“크아아아···!”


오크가 울부짖었다.

어째서일까. 오크의 눈 속에 비치는 내 표정은 너무나 무감정했다.


“텔레포테이션.”


오크는 내 말에 반사적으로 뒤를 돌아봤다.

하지만, 그곳에서 기다리는 게 있을 리가 없다.


“저런.”


내가 이번에 시도한 건 무언가와의 교체가 아니었다.

그저 저 장소에 내가 있기를 상상한 것.

오크의 바로 등 뒤로 이동했다.


녀석이 등을 돌리던, 돌리지 않던 그건 상관이 없었다.

난 반드시 녀석의 등 뒤로 이동했을 거다.

법칙 따위는 내게 아무런 의미가 없다.


푸욱─!


검날을 짧게 바꿔 녀석의 귀에 쑤셨다.

상처가 얇다. 그래도 상관없다.

몇 번이고 말했지만, 상대의 신체 깊숙한 곳에 내 영향력이 들어가는 순간 이미 게임은 끝이다.


처음으로 가장 단순한 명령을 내렸다.


“죽어.”


털썩─


오크는 그 어떠한 단말마의 비명도 내지르지 못한 채 쓰러졌다.

모든 생체 활동이 멈췄다.


“이건 자주 못 쓰겠네.”


아무리 상대의 몸에 대한 권한을 얻었다고 한들.

죽음을 곧장 이끄는 건 엄청난 마력 소모를 일으켰다.


거의 꽉 차 있던 마력이 이제는 일 할도 채 남지 않았다.

그래도 꽤 고무적인 성과였다.


“이런 것도 되는구나.”


그야말로 초능력에 한계란 없었다.

내 상상과 마력 그리고 능력을 버틸 육체.

이것이 능력의 한계였다.


이런 것들은 어차피 점점 성장하니 신경 쓸 이유는 없을 것이다.

중요한 건 이게 아니다. 아직 하나 남지 않았나.

내가 블랙 오크를 이렇게 쥐 잡듯 잡은 이유 하나가.


【경험치를 획득하였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조건 충족.】


【특성이 개방됩니다.】


마력이 풀어헤쳐지며 하나의 형체를 만들었다.


자물쇠.


그것은 자물쇠의 형태를 띠고 있었다.


“그래서, 이건 또 무슨 상황일까나.”


마력으로 만들어진 자물쇠는 자물쇠고.

그 자물쇠 옆의 여자는 대체?


"누굽니까?"

“반갑습니다. 가이아입니다.”


하! 어이가 없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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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두둥등장 +1 24.09.17 646 11 17쪽
14 블랙 오크 24.09.16 690 11 12쪽
13 사단장 24.09.15 741 1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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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초(超)능력 24.09.13 789 10 12쪽
10 평양 24.09.12 803 11 14쪽
9 압박 +1 24.09.11 809 13 12쪽
8 책임자 24.09.10 811 13 12쪽
7 전시 상황 24.09.09 866 17 15쪽
6 대기만성(大器晩成) +1 24.09.08 886 21 12쪽
5 이미지 24.09.07 942 17 13쪽
4 둠(DOOM) +1 24.09.06 996 22 13쪽
3 미성년 회귀자 +1 24.09.05 1,069 24 12쪽
2 각성 +4 24.09.04 1,175 24 12쪽
1 오늘은 내 생일이다 +4 24.09.04 1,241 28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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